법조 제75권 제3호(통권 제777호) 연구논문 - 342 - 국가는 등록주의의 요소를 점차 가미해 왔으며, 우리 상표법 또한 그러한 흐름 위에 서 있 다는 점은 우리 학설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20) 물론 이러한 사정을 동일자 경합의 해결에 그대로 끌어들여, 사용의 다과로서 등록받을 자를 미리 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상표법에 사용주의의 관점이 적지 않게 녹아 있는 이상, 사용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도 마땅 히 일정한 가치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출원일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우열을 오 로지 추첨에 맡겨 단번에 가려 버린다면, 상표를 실제로 사용하여 그에 상응하는 신용을 쌓 아 온 자가 그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받지 못한 채 억울하게 등록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21) 즉, 사용에 담긴 이러한 가치를 외면한 채 동일자 경합을 추첨 하나로 단번에 매듭지어 버 리는 것은, 결국 상표법 제1조가 내건 목적과도 온전히 조화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소 결 이상에서 보았듯이 상표법의 추첨은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제도가 아니다. 1949년 제정 법이 이를 두었다가 1958년에 삭제하였고, 1974년 시행법에 이르러서야 다시 도입되었다. 그나마 제정법의 추첨이 최선사용과 선출원을 차례로 따지고도 가려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 로 적용되는 보충적 장치였던 데 비하여, 1974년의 추첨은 협의가 결렬되면 곧바로 적용되 는 것으로 옮겨졌다. 적용국면이 달라졌다면 그에 맞는 근거가 새로 갖추어졌어야 하나, 입 법자료에서는 그러한 재검토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2016년 전부개정도 조문의 위치만 옮 겼을 뿐이고, 2023년 개정으로 제35조 제6항이 신설되어 추첨이 동의의 상대방까지 정하 게 된 뒤로도 동일자 경합을 추첨으로 단일화한다는 방식 자체는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았다. 추첨이 떠맡는 역할은 거듭 늘어났는데, 정작 그 역할을 뒷받침할 근거는 그대로 둔 셈이다. 결국 현행 추첨은 그 정당성이 그때그때 점검되며 이어져 온 것이 아니라, 개정 과 그 의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지되어 온 제도로 보아야 할 것이다. 20) 육소영, 앞의 논문, 459면 이하 참조. 21) 사용으로 축적된 신용이 주지·저명에 이르지 못하여 미미하더라도 그 정도에 따른 보호를 고려하는 것이 상표제도의 본질과 등록주의의 한계에 대한 보완이라는 견해로는 강헌, “상표 선사용자의 보호에 관한 연구 - 영세사업자 보호의 관점에서 -”, 아주법학(제15권 제3호), 아주대학교 법학연구소(20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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