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법 제35조 동일자 경합 추첨제도의 의의와 한계 - 353 - 청이 그중 한 사람을 가려야 할 이유가 없다. 우열이 없는데도 굳이 한 사람을 세우자면 그 선택을 정당화할 근거가 따로 있어야 하겠지만, 유럽연합법은 그 자체를 상정하고 있지 아 니하다. 이는 하위규범인 심사지침에서도 마찬가지다. EUIPO 상표심사지침은 방식과 절대적 거 절사유의 심사, 그리고 이의절차를 안내할 뿐, 동일자 경합한 출원 가운데 한쪽을 가리는 기준은 어디에도 두지 아니한다. 직권심사를 절대적 사유와 방식요건에 한정하고 상대적 충 돌은 이의로 돌리는 규정의 태도를 지침이 그대로 따르고 있을 따름이다. 더구나 지침은 그 자체로 법규적 효력을 가지지 아니한다. EUIPO 스스로 밝히듯 지침은 행정청이 자신에게 부과한 실무준칙일 뿐 상표규정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심결의 적법성도 지침이 아니라 규정 과 그에 대한 유럽연합 사법기관의 해석에 따라 판단된다.53) 미국에서는 동일자 경합을 가 르는 실질적 기준이 심사기준에 담겨 있었다면, 유럽연합에서는 그러한 기준이 지침에조차 없다. 규정이 이미 가려내지 않기로 정해 둔 이상, 지침이 따로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입법의 측면에서 미국과 견줄 때 분명해진다. 미국에서는 법률이 동일자 경합을 두고 침묵하지만, 이를 연방규칙과 심사기준이 형식적 기준으로 보완한다. 반면 유 럽연합에서는 규정 스스로 직권심사를 절대적 거절사유에 한정하고 상대적 충돌을 당사자 사이의 분쟁으로 돌림으로써, 같은 날의 경합을 등록 단계에서 가리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 였다. 즉, 미국이 입법의 공백을 하위규범으로 메운 것이라면, 유럽연합은 처음부터 정리하 지 않기로 택한 것이다. 이는 경합의 장면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입법적 선택이 다양할 수 있음을 시사할 것이다. 물론 상대적 충돌을 등록 전에 직권으로 걸러 두지 아니하는 데에는 그 나름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므로 이 모델을 그대로 참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같 은 날 출원한 두 권리를 일단 나란히 둔 채 분쟁이 실제로 발생할 때에 가서 다투게 하더라 도 제도 자체의 중대한 결함이 필연적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며, 결국 그 선택은 입법 자에 의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53) 심사실무 안내는 Guidelines for Examination of European Union Trade Marks, Part B (Exami nation) 및 Part C (Opposition) 참조. 지침이 행정청에 대한 자기구속적 실무준칙에 그치고 상표규정 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오로지 규정에 비추어 해석·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같은 지침 Part A (General Rules) 참조. 심결의 적법성이 EUIPO의 종전 실무가 아니라 상표규정과 그에 대한 유럽 연합 사법기관의 해석에 따라 판단된다는 점에 관하여는 Court of Justice, Agencja Wydawnicza Te chnopol v OHIM, Case C-51/10 P, EU:C:2011:139, paras 73~7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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