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2026년 6월호

대만 헌법사에 대한 연구 - 369 - 력을 유지하였다. 이처럼 동결된 ‘중화민국헌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중화민국의 ‘법통’에 대 한 상징으로서 반공을 국시로 하는 독재의 근거가 되어 주었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일본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끝난 즉시 대만을 접수하는 한편 공 산당과의 내전을 재개하였다. 내전 국면에서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던 국민당 정부와 장제 스에게 있어서 중화민국헌법은 불만족스러운 것이었다.10) 중화민국헌법의 조문 중 특히 총 통에 관한 제4장을 살펴보면 이것이 대한민국의 제헌 헌법이나 현행 헌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시헌법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긴급권에 관하여서는 제39조에서 “총통은 법에 따 라 계엄을 선포한다. 다만, 이 때 반드시 입법원의 의결 또는 추인이 있어야 하며, 입법원 은 필요시 의결하여 총통에게 계엄을 해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43조에서도 입법원의 통제를 전제로 자연재해·급성감염병 또는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시헌법의 제한적인 권한으로는 국공내전이라는 긴급사태에 대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장제스는 개헌을 하여 총 통의 권한을 강화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긴급헌법을 어떠한 형식으로 헌법전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논쟁이 발생하 였으나 결국에는 헌법의 본문 자체를 수정하는 대신 일종의 부칙 내지 부속문서에 해당하 는 규정을 따로 만들어두는 방식을 취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아 직 시행된지 넉 달도 지나지 않은 헌법의 본문을 바로 수정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는 점과 긴급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조문은 국공내전이라는 한시적 상황에 국한되는 것으로 서 결국 없어질 조문이므로 효력이 만료된 뒤의 편집을 용이하게 하려면 부속문서 형식이 유리하다는 점이었다.11) 그리하여 부속문서의 형식으로 통과된 헌법개정안의 이름은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動員 戡亂時期臨時條款; 줄여서 “임시조관”)’으로, 국공내전을 위한 국가총동원 체제를 정당화하 10) Xianyi Zeng & Ding Zheng, “Current Special Laws in Taiwan as an Impediment to the Devel opment of Relations with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Columbia Journal of Asian Law Vol. 3 No. 2, (1989. 9.), pp. 212~213. 11) Hui-Wen Chen, “When the Temporary Becomes Indefinite: Legitimacy, Path Dependency an d Taiwan’s Hybrid Approach to Constitutional Amendment Codification”, The Architecture of Constitutional Amendments: History, Law, Politics, Hart(2023), pp. 108~109 (Richard Alb ert ed., 2023). 남한 헌정사와 비교해볼 수 있는 지점으로서, 1962년 헌법이 ‘개정’의 형식으로 도입 된 것도 종전의 헌법제정과 정부수립으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쿠데타 세력이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형식을 취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견해로 조동은, “1962년 헌 법제정론과 헌법개정론의 논쟁에 대한 연구”, 법학연구(제49호), (2016. 8.), 9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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