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2026년 6월호

법조 제75권 제3호(통권 제777호) 연구논문 - 92 - 최근 국내 학계에서는 불법행위 피해자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몇 가지 대안적 주제에 주 목하고 있다. 첫째는 독일법상 형평 책임의 도입이다. 부모 등 감독자에게 책임을 묻더라도 그들이 무자력 상태라면 피해자는 결국 스스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 해자가 책임무능력을 이유로 면책되더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 가해자 본인에게 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형평책임의 요체이다.88) 둘째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시행 중인 책임보험 제도와의 연계이다. 프랑스는 민법전에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으나, 벨기에는 민법전 제6.10조 제3항에 보험계약에 의해 12세 이상의 미성년자 책임이 보장되는 경우를 명시하 였다. 벨기에 민법은 12세 이상의 미성년자 본인이 책임을 지되, 책임보험 가입을 통해 미 성년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지워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피해자 보호를 도모한 다.89) 또한 동법 제6.12조에 따라 16세 미만 자녀에 대하여 부모는 무과실책임을 부담하므 로, 이러한 보험 제도는 부모의 경제적 파산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도 하게 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비교법상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선결 과제’ 는 책임의 주체를 확정하는 일이다. 아무리 경제력이 충분한 부모가 존재하고 우수한 보험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가 법적인 책임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모든 수단은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혼이나 별거 여부와 관계없이 부모 쌍방 모두가 책임 주체가 되어 그들에게 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 보호의 첫 단계이며, 형평책임이나 보험제도의 논의는 그 토대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비양육친의 책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현행 민법 조문의 부재 및 해석 체 계는 피해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부모의 책임 규정을 더욱 명확하고 전향적으 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성문법 해석의 한계 내에서 도출된 논리적 결과일 수 있으나, 피해자 보호라는 근본이념을 고려할 때 그 결론까지 수용하기는 어렵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 책임의 확대와 피해자 보호의 강화는 이미 국제적인 흐름이며, 우리 민법 또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88) 서종희, “책임무능력자 감독자 책임과 책임무능력자의 형평책임에 대한 검토”, 민사법학(제113호), 한국 민사법학회(2025), 276~277면. 89) Thomas Malengreau, op. cit., no 10, pp.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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