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2026. 9. September Vol. 711 듣고 싶은 곡이 있을 때는 방송 담당자에게 신청 해 듣는다. 대개는 아나운서가 친절한 멘트와 함께 들려주기도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일 때가 있다. 그런 때는 결국 중고 레코드점을 뒤져 LP 를 구해 듣는다.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두루 즐기는 가운데서도 유독 마음이 더 가는 것은 세계적인 명테너들이 부르 는 오페라 아리아다. 가사가 대개 이탈리아어인 탓에 뜻을 바로 새기지는 못해도, 곡조에 실린 목소리를 듣노라면 어떤 감정을 노래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구애(求愛)인지 실연인지, 원망·분노·저주·희망·애달픔·탄식·독백인지. 작곡자가 가사를 오선지에 음표로 옮겨놓으면, 테너는 그 음부(音符)에 자기만의 감정과 기교를 실 어 노래를 완성한다. 19세기 유명 테너인 엔리코 카 루소(이탈리아, 1873~1921)가 이름을 알리기 전에도 바흐·헨델·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노래를 부른 훌륭한 테너들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녹음기술이 없던 시절이라 그들의 목소리 는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부동문자로 남은 악보만 이 오늘의 가수들 손에 들려 있을 뿐이다. 카루소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수많은 명테너가 배출되어 베르디와 푸치니의 아리아를 불러왔다. 얼 마 전 세상을 떠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마리오 델 모나코(1915~1982), 영화배우 못지않은 미 남 프랑코 코렐리(1921~2003), 주세페 디 스테파노 (1921~2008), 그리고 지금도 활동 중인 시각장애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1958~ )가 그들이다. 또, 스웨덴 출신의 유시 비외를링(1911~1960), 독일 출신 프리츠 분덜리히(1930~1966), 스페인 마 드리드 출신 호세 플라시도 도밍고(1941.1.21.~ )와 역시 스페인 출신 호세 카레라스(1946.12.5.~ ), 독일 뮌헨 출신 요나스 카우프만(1969.7.~ ), 칠레계 미국 인 조너선 테텔만(1988~ ), 프랑스 출신 롤란도 비야 손(1972~ )에 이르기까지, 이들 명테너들의 음반은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같은 아리아를 불러도 유독 애틋하고 심금을 울려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프랑코 코렐리의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 또, 한창 활 동할 나이에 세상을 뜬 유시 비외를링의 목소리에도 오래 마음이 머문다. 오페라 작곡자는 대개 자국어로 가사를 쓰고, 가 수들도 원어 그대로 노래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독일 출신 카우프만은 유독 자신이 부르는 아리아를 독일어로 번역해 부른다. 안목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출신 여자 소프라노 중에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가 여럿 있는 반면, 그만한 남자 테너는 아직까지도 떠오르 는 이가 없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기악 연주가 는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떨치는 인재가 적지 않은데, 유독 남자 성악, 그중에서도 테너에서만은 그 이름을 찾기 어려운 것이 못내 아쉽다. 밤늦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볼륨을 낮추어 음악을 듣곤 한다. 언젠가 아래층 거주자에게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들리기는 해도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테너 성악을 전 공한 이였다. 평생 즐겨온 그 목소리가 바로 이웃에도 있었다 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된 셈이다. 그래도 깊은 밤 레 코드를 틀 때는 여전히 이웃의 귀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법무사와 차 한 잔 슬기로운 문화생활 내가 사랑하는 세계적인 명테너들 이웃을 생각하는 깊은 밤의 음악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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