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9월호

ISSN 2233-4688 vol. 711 2026.9

02 발행인 이강천 편집인 배종국 편집주간 김정준 편집위원 강신기, 권중화, 김여원, 김지안, 김천규, 박윤숙, 박재승 박찬계, 서영준, 이경록, 장태헌, 전재우, 한응도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상우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인 2026년 9월 5일 통권 제711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레디투워크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3 2026. 9. September Vol. 711 『법무사』 2026. 9월호

04 2026. 09 September vol. 711 CONTENTS 06 08 - 과학자 오빠와 여동생 - 제9주자 강현선 법무사(서울중앙회) 기획 연재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 비법인사단 임대차보증금 공탁 사건(2025) -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의 쟁점과 과제 - 주택임대차, 부동산등기, 가사 분야 - 「아동복지법」 일부개정(2026.8.4. 시행) 등 - 서정우 법무사(경기중앙회) 법으로 본 세상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주목! 이 법률 법률고민 상담소 새로 시행되는 법령 내가 만난 법무사 -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 『법무사』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하며 72 78 82 동정 등록 협회는 지금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편집위원회 레터 46 08 12 18 24 28 83

05 2026. 9. September Vol. 711 - 나의 클래식 감상법 - 영화 「오디세이」 속 익숙한 이름들이 표류해 온 여정 - 반복되는 매일이 지겹게 느껴질 때, 「퍼펙트 데이즈」 슬기로운 문화생활 법무사와 차 한 잔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 개인파산 상담에서 조심해야 할 실수와 체크 포인트 - 【2026.6.24.선고 2024다260146판결〔유언효력확인청 구의소】 등 - 한 치매어르신 법인성년후견 사건 기록(2024~2026) - 법무사의 자기관리 ① - ‘나만의 이미지’ 구축하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개인파산 노&하우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나의 사건 수임기 고객 상담의 기술 Ⅱ 법무사 시시각각 - 위탁자 회생 시 담보신탁 채권자의 지위와 판례 변화 - 가상자산 강제집행 「민사집행규칙」 개정안 해설과 과제 - 법무사 실무 관점에서 - 2026 민법개정위 유치권등기명령제도 도입에 대한 실무적 제언 - 대법원 ‘부진정등기 피해보상제도 설계’ 학술대회를 다녀와서 - ‘독립몰수제’ 도입, 「범죄수익은닉 처벌법」 국회 통과 등 - 서울고법, 재개발조합의 용역대금반환청구 기각 등 - 일흔의 나이에도 열심히 배우고 강의하는 AI 지도자, 김종화 법무사 이슈와 쟁점 발언과 제언 뉴스 투데이 법무사가 사는 법 70 73 50 52 56 62 30 38 44 46 66 68 70

06 성년후견개시에 대한 상담전화가 왔다. 평소 성년후 견에 대해 관심이 있던 터였고, 관련 상담을 이전에 해본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준비할 서류에 대한 1차 안내 및 추가서류 안내와 성년후견이 필요한 케 이스인지 여부에 대해…. 이분은 특이하게 부모님을 얘기 하지 않았다. 함께 지내고 있는 오빠에 대한 상담이었다. 성년후견개시에 대한 상담이 흔히 그렇듯 피성년후견 인이 될 사건본인은 병원 또는 요양원 혹은 자택에 별도 의 간병인을 둔다. 이분도 마찬가지였다.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으나, 이분 또한 다른 성년후견개시 상담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사무소 방문을 하시겠다고 하여 상담약속을 잡았다. 방문시간에 맞춰 비용내역과 서류안내문 등을 프린트해 놓고 기다렸다. 방문하신 분은 전화 상담에서 했던 내용 을 자세히 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건은 경청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년후견도 그런 사건에 해당된다. 예전에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된 분이 관련하여 추가 신청 할 것이 있어 전화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한 시간 넘게 통 화가 이어진 적도 있었다. 이렇듯 할 말이 많으신 분들이 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상담에 임한다. 첫 방문이어서 다른 가족의 동의 같은 중요한 지점들 을 먼저 안내해 드렸다. 피성년후견인이 되실 분의 상태에 대해서도 상세히 물었다. 병원에서 떼어야 할 서류가 많 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이후 과정에 대 해서도 안내해 드렸다. 서류를 준비하시면서 가끔 전화를 하셨다. 이해가 가 지 않는 부분에 대해 궁금해하시면 반복이 되더라도 잘 설명해드렸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재산을 상속받는 와중 에 오빠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이 필요했던 것인데, 이 분의 상황은 그 과정이 좀 복잡했다. 상속재산협의를 하 기 위해 특별대리인선임청구까지 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 런 상황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시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 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궁금한 게 있으시다고 전화를 하 셨다. 답변을 해드렸는데, 의뢰인분이 바로 전화를 끊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빠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 다. 과학자인 오빠를 보살피느라 결혼도 못 한 채 살아오 셨다고 했다. 평생 창고 같은 공간에서 실험을 해왔다고 말하는 의뢰인 분의 목소리에는 오빠에 대한 측은함, 원 망 같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한편으로는 독특하고 괴 짜 같다며 오빠에 대한 연민도 드러냈다. 의뢰인 분과 얘기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다. 어느 선을 넘어 그분의 더 내밀한 부분을 알게 되는 순간. 사 건처리를 위해서 나만 알게 되는 부분. 그럴 때면 사람들 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론 소중한 경험이 된다. 사람마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살아가는 방식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다. 이 의뢰인은 안내대로 병원서류와 나머지 행정서류를 준비해주셨다. 그리고 성 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할 때마다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서 류인 ‘진술서’ 작성에도 잘 협조해 주셨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과학자 오빠와 여동생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07 2026. 9. September Vol. 711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기획 연재 ⓒ이우연 2026

08 청춘불패: 법무사 릴레이 2030 제9주자 강현선 법무사 따뜻한 원칙주의자 신세대 법무사 이야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는 법무사업계 에도 청춘의 열정으로 열심히 일하는 2030세 대 젊은 법무사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매월 한 명의 젊은 법무사를 소개하며, 그들의 일과 일상, 취향과 가치관을 위트 있게 담아냄으 로써 신세대 법무사들의 활약상을 한눈에 보여주고자 한다. 그 달 의 주자가 다음 주자를 지목 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세 대를 넘어 지속될 ‘법무 사’의 가치를 전한다. <편집부> <사진> 이성원 포토그래퍼

09 2026. 9. September Vol. 711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법무사의 “길” 6. 우리 사무실만의 특별한 강점 세 가지 ① 전국 유일의 경찰업무 전문팀이 있다는 것 ②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들이 모여 양심적으로 사건을 수임·처리한다는 것 ③ 각자 대표법무사들이 자신만의 특화된 업무분야 가 있다는 것 7. 현재 주력 업무 분야 & 앞으로 개척하고 싶은 분야 상업등기를 위주로 하고 있지만, 가사사건 분야를 개척해보고 싶습니다. 개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 중에 가장 작지만 제일 소 중하고 가치 있는 곳이 바로 ‘가정’이고,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피해를 받거나 분쟁이 발생 하는 경우, 가장 법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8. 최근 의뢰인에게 들은, 가장 좋았던 말 “법무사님 덕분에 새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9. 법무사로서 나만의 원칙과 철학 책임감과 서비스 정신, 법조인으로서의 양심 10. 합동사무소 대표로서의 하루 일과 6:00 기상, 1시간 러닝 후 7:00부터 아이들 등교 및 출근 준비, 9:30 출근해 하루 할 일 정리, 10:00 사무실 회의실에서 기도와 말씀으로 업무 시작. 오전에는 의뢰인에게 사건 안내, 직원에게 업무배 분 후 서류작성 및 상담 진행, 점심에는 주로 서초동 다른 전문직들과 약속을 잡거나 바쁘면 스킵! 오후에는 외근 혹은 미팅, 그 외의 날엔 사무실에서 서류작성이나 블로그 관리 후 5:30 퇴근. 귀가해 저 녁식사 준비하며 의뢰인 연락 시 바로바로 피드백. “나”라는 법무사 1. 한 줄 자기소개 1988년생(38세), 시험 29기(2024년 등록), 서울중 앙회 소속으로 현재 서초동에서 4명의 동기들과 함께 ‘로고스법무사합동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 서른여덟, 30대 막바지가 되니 가장 달라진 점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넓어졌는지, 어떤 사건과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럴 수 있지’ 하는 마인드가 장착된 것 같습니다. 3. 늦다면 늦은 30대에 법무사 시험에 도전했던 이유 초등학교 때부터 법조인을 꿈꾸면서 법대에 진학했 고, 사법고시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경험했지만, 법조 인을 향한 꿈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법무사 시험에도 도전했습니다. 4. 3년차에 벌써 합동사무소 대표가 될 수 있었던 동인은? 취업 법무사로 계속 회사에 남아야 할지, 개업을 해 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29기 동기들이 합동사무소를 제안해서 동기들과 함께 각자 대표로 합동사무소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5. 대표로서 나의 능력에 별점을 준다면? 칭찬 한 줄, 혹평 한 줄 ★★★★☆(4점?) 의뢰인에게 친절하다. & 의뢰 인에게처럼 직원에게도 친 절함을 장착해보자.

10 개인의 “취향” 11.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러닝을 하거나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맛 있는 것을 먹으면서 스트레스 해소! 12. 나의 MBTI 유형 & 이를 반영한 나를 한마디로? ESTJ, 주도적이고 책임감이 강하며 원칙과 객관적 인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업무나 관계에 있어서 약속과 신뢰가 가장 중요! 13. “______”은(는) 나를 춤추게 한다! 인정 14. 일과 무관한 나의 취미 & 즐겨 보는 콘텐츠 러닝 & 넷플릭스의 환타지 모험 드라마 「원피스」 시 리즈 15. 법무사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내 캐릭터 객관적인 판단으로 칼같이 업무처리를 하지만, 의 뢰인과 상담하면서 눈물을 참기도 하는 내면이 따뜻 한 법무사 16. 나의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3가지 ① 동기들의 다양한 사건 경험 이야기 ② 서초동 맛집 ③ 러닝 17. 최근 나를 위해 플렉스(Flex)한 것 중 최고의 아이템 러닝화 19. 요즘 가장 공감하는 고민 어떻게 사건 수임을 더 많이 할 것인가. 20. 힘들 때 찾아가는 나만의 멘토가 있다면? 신사역에서 법무사사무소 리드를 운영하는 유종희 법무사님 부먹 짜장면 단골집 점심 전화 운동 찍먹 짬뽕 개업집 일 문자 독서 18. 나의 취향 [ ] 요즘 가장 좋았던 의뢰인의 말? “법무사님 덕분에 새 인생 살아요!”

11 2026. 9. September Vol. 711 28. 내가 생각하는 법무사업계의 미래, 한 줄 전망 AI를 잘 이용하고 활용하며, 자신만의 특장점을 찾 은 법무사만 살아남는다! 29. 법무사업계, 이것만은 꼭 바뀌었으면 한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억울하게 고소당하는 법무사 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30. AI에 대적할 나만의 비밀병기 소통 능력과 서비스 정신! 31. 5년 뒤 우리 사무실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지금보다 좀 더 쾌적한 곳으로 확장 이전하고, 직원 수도 더 많아지고, 체계도 잘 갖추어진 사무실이 되길! 32. 다음 릴레이 주자는? 추천사 한마디 다른 전문직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처음부터 꼼 꼼한 설계로 등기하는, 등기전문가 김진성 법무사님 을 추천합니다!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법무사의 “현실” 21. 실제로 체감하는 요즘 법무사 경기 사무실을 방문한 동기나 종종 연락하는 동기들에게 “요즘 한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폐업한 법무사 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체감 하고 있습니다. 22. 최근 가장 크게 낙심했던 일 없음 23. 법무사가 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 ‘법무사님’이라고 불리는 매순간. 아이들이 학교숙제로 엄마 직업에 대해 인터뷰를 했을 때, 엄마가 포털에서 검색되는 사람이라고 자 랑스러워 할 때. 법무사로서 어려운 업무를 처리하며 성취감을 느꼈 을 때, 의뢰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일 이 많이 수임되어 통장 잔고가 확 늘어나 있을 때! 24. 3년차 대표 법무사 수입, 솔직히 기대한 것과? 기대치가 높지 않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월수입 편차가 들쑥날쑥 불안정해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과 열심히만 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습니다! 25. 요즘 가장 난해했던 사건 명도소송인데 임대차계약서도 없고 당사자 특정도 너무 어려웠던 사건 26. 나만의 업무 노하우 하나를 공개한다면? 내가 법무사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최대한 많 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27. 법무사로서 이루고 싶은 최대치의 목표 ‘법무사’ 하면 딱 떠오르는 법무사계의 인플루언서 겸 본업으로 성공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 새로운 “미래”

12 최병문 법무사(경기중앙회) 독립된 단체냐, 하부조직이냐 비법인사단 임대차보증금 공탁 사건(2025) 12

13 2026. 9. September Vol. 711 상법상 법인이든 민법상 법인이든 모두 ‘인격’이 주어지므로, 사람이 운영하더라도 그 사람이 주인공 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법인은 결국 그 안에 있는 사 람들의 생각으로 움직이다 보니, 의사결정 절차라는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법무사들이 다루는 법인의 대부분은 등기와 관련 되어 있는데, 그중 9할은 ‘주식회사’로 알려진 상법 상 법인이다. 반면, 민법상 법인은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한번 등장하면 “나 쉽지 않아”라고 겁부터 줄 때가 있다. 아무래도 정관변경 등에 관하여 관할 관청의 ‘인허가’라는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 다. 그러나 민법상 법인이라도 등기와 관련되지 않는 다면 굳이 염려할 일이 있을까 하고 방심했던 필자에 게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2025년 5월경, 수개의 지방회가 있는 사단법인이 임차인인 임대차보증금 반환 사건에 있어 보증금 귀 속 주체에 관한 재판의 판결 주문만을 보고 사건을 진행했다가 단단히 꼬여버린 관계로 인해 구슬땀을 흘려야 했던 사건이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고 자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 그 2층을 두고 벌어진 임대차보증금 분쟁 사건. 의뢰인이 필자를 찾아온 건, 그 분쟁에 대한 대 법원 판결이 2025년 4월경 확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 아서였다. 사건번호가 2023으로 시작되는 꽤 오래 끌어온 소 송이었고, ‘(본소) 보증금반환’, ‘(반소) 전세권설정등 기말소등기절차이행청구의 소’, ‘(독립당사자참가의 소) 보증금반환’이라는 세 개의 소가 얽혀 항소심과 대법원까지 거친 결코 간단치 않은 사건이었다. 임대 차보증금이 약 2억 원 정도였다니 그럴 만도 했다. 의뢰인은 본소의 피고이자 반소의 원고, 즉 건물 의 소유자 겸 임대인이었다. 문제의 건물 2층 전체를 쓰고 있던 계약상 임차인은 ‘사단법인 본회’였다. 그 러나 정작 그 공간을 사용해온 곳은 따로 있었으니, 독립당사자 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린 ‘사단법인 서울 지방회’였다. 의뢰인이 건네준 임대차계약서를 살펴보니, 특약 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본 계약의 임차 명의인은 사단법인 본회이나, 주 사용자는 사단법인 서울지방회로 한다. 따라서 임대 차보증금 및 월세 납부는 사단법인 서울지방회가 책 임지기로 하며, 향후 계약만료 시 임대차보증금은 사 단법인 서울지방회에게 반환하기로 한다.” 실제로 보증금도 사단법인 서울지방회(이하 ‘(사) 서울지방회’)가 의뢰인에게 모두 지급한 상태였다. 2012년 7월에 처음 체결된 이 계약은 몇 차례 갱신을 거치며 월차임과 보증금이 조금씩 올랐고, 이후로는 별다른 문제 없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왔다. 사단법인 본회는 이 보증금 반환을 담보한다는 명 목으로, 2018년 12월경 건물에 “사단법인 본회[이하 ‘(사)본회’]” 명의의 전세권설정등기까지 마쳐둔 터 였다. 문제가 불거진 건 계약이 끝나면서부터였다. (사) 본회는 2022년 8월경, 임대인에게 공문으로 계약 해 지를 통고했고, 통고일로부터 3개월 뒤인 2022년 11 계약상 임차인 ‘(사)본회’ VS 실제 사용자 ‘(사)지방회’, 보증금 반환은 누구에게? 법으로 본 세상 민법상 법인이라도 등기와 관련되지 않는다 면 굳이 염려할 일이 있을까 하고 방심했던 필자 에게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2025년 5월경, 산하에 수개의 지방회가 있는 사 단법인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에 있어 보 증금 귀속 주체에 관한 재판의 판결 주문만을 보고 사건을 진행했다가 단단히 꼬여버린 관계로 인해 구슬땀을 흘려야 했던 사건이다.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14 월경, 계약은 해지됐다. 그런데 2층을 실제로 쓰고 보 증금과 월차임을 지급해온 (사)서울지방회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사)본회와 우리 사이에는 별도의 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이 전대차계약은 (사)본회의 방해행 위 때문에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법원은 이 주장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여기서 진짜 다툼이 시작됐다.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과 연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 (사)서울지방회 쪽 논리는 이러했다. “우리가 (사)본회의 하부조직이긴 하지만, 스스로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런 경우 하부조직이라 해도 본체와 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 단한 바 있고(2009.1.30.선고 2006다60908판결 참 조), 비법인사단의 실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관한 또 다른 대법원 판례(1992.7.10.선고 92다2431판결 참조)에 비춰 봐도 우리는 독립된 비법인사단에 해당 한다. 따라서 계약서 특약대로 보증금도 우리에게 줘 야 한다.” 그러나 (사)본회 쪽은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사)서울지방회는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비법인 사단이 아니다. 우리가 위임한 대리인이었을 뿐이고, 그 위임은 이미 취소했다. 만약 (사)서울지방회가 정 말 독립된 단체라는 게 인정된다면, 그건 임대차계약 당시와는 다른 중대한 사정변경이니 특약 자체가 철 회 또는 취소돼야 마땅하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사)서울지방회 쪽이었다. (사)서울지방회는 (사)본회의 지도·감독을 받는 하부 조직이지만, 스스로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독자 적인 활동을 하는 별개의 독립된 권리주체에 해당한 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차계약서 특약에 명확히 적힌 그대 로 처분문서를 해석해야 하고, 실질도 그 내용과 부 합하니, 보증금반환채권은 (사)서울지방회에 귀속되 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에 당사자가 셋이 었다는 점이다. 건물주는 (사)본회에 걸려 있는 전세권 등기부터 풀어야 했고, 그러면서도 정작 보증금은 (사)본회가 아닌 (사)서울지방회에 줘야 했다. 등기 말소와 보증 금 지급, 이 두 가지를 뒤죽박죽 처리했다가는 오히 려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었다. 법원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순서를 별개의 항으 로 나눠 명확히 주문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즉, (사) 본회에는 전세권설정등기 말소 이행을, 그리고 의뢰 인에게는 그 말소와 동시에 (사)서울지방회에 보증 금을 반환하라는 주문이었다. 필자는 의뢰인의 설명을 들으며 속이 홀가분해졌 다. 여하튼 대법원까지 가서 마무리된 사건이니 판결 대로 전세권 설정등기를 말소하고, 보증금을 반환하 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전세권설정등기 말소와 임대차계약 보증금 반환에 있어 문제될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본안의 소가 항소심에서 계속 되던 중 1심 선고가 나오자 (사)본회가 (사)서울지방 회에 빌려준 돈이 있다며,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걸어 2024년 12월에 결정을 받았고, 그 즈음 의뢰인에게도 송달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채권에 가압류가 걸리면, 채무자는 함부로 그 돈 을 줄 수 없다. ‘그럼 공탁해야겠네.’ 필자는 자연스 럽게 공탁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피공탁자 (돈을 받을 사람)의 주소를 적으려는 순간, 예상치 못 한 고민에 빠졌다. 피공탁자 ‘(사)서울지방회’의 주소 가 세 개나 되었던 것이다. (사)본회의 채권가압류로 인한 공탁, 그리고 세 개의 주소 ① A주소지 : (사)본회와 (사)서울지방회의 법인등기부에 최초로 기재됐던 분사무소 주소. ▶ (사)서울지방회의 3개 주소지

15 2026. 9. September Vol. 711 세 개의 주소를 앞에 두고, 판결문과 채권가압류 결정문, 법인등기사항증명서, 사업자등록증을 서로 비교해 가며 확인해 보니, 주소를 옮기고 폐지하고 다시 설치하는 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아 “햐, 서로 엄 청 머리를 굴렸구먼!”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필자는 실무적인 판단을 내렸다. 나중에 (사)서울 지방회가 공탁금을 무사히 찾아갈 수 있도록, 공탁서 의 피공탁자 주소란에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남아있 는 A주소지를 적고, 현 주소지로 C주소지를 병기한 것이다. 법인이 피공탁자가 되어 공탁금을 출금하려면 “내 가 바로 공탁서에 기재된 그 법인”이라는 걸 소명해 야 하는데, 그 자료 중 하나가 법인등기사항증명서 다. 사람이 주민등록초본으로 주소 변경 이력과 본인 여부를 확인받듯이, 법인도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 된 명칭과 주소 이력이 일치해야 동일성이 소명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자인 (사)본회가 채무자의 표시를 A주소 지로 표기한 만큼, 필자도 그 흐름에 맞춰 피공탁자 의 동일성 소명을 위해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 된 과거 삭제된 A주소지를 기재하고, 연결되는 주소 로 현 주소지인 C주소지를 기재하는 것이 무난하다 고 판단했다. 가압류로 인한 집행공탁은 가압류된 금액만 공탁 해도 되지만, 그 나머지 돈까지 함께 공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굳이 상대방과 더 얽힐 필요 없이 전액을 공탁하자고 권했다. 2025년 5월 말 경, 공탁은 무사히 수리되었다. 대법원까지 간 긴 싸 움이 무난히 끝나는구나 싶었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의뢰인으 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척 당황한 목소리였다. “법무사님, 아주 곤란한 일이 발생했어요. 공탁이 무효래요. 서울지방회 회장이 돈을 찾을 수 없다며 화가 나서 전화를 했어요.” “네? 돈을 잘 찾아가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공탁한 건데 돈을 찾을 수 없다니요?” “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법무사님이 한번 통화해 보세요.” 필자는 (사)서울지방회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수 화기 너머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법무사님, 우리 주소는 B주소지인데 왜 공탁서에 다른 주소를 기재하신 거예요?” “네? B주소지는 서울지방회가 임의로 이사한 곳 이잖아요. 등기상 주소지를 기재해야 나중에 돈 찾기 가 쉽습니다.” “본회에서 공탁통지서를 수령하고는 전달해주지 않아요.” “그럼 제가 공탁서를 드릴 테니 그걸로 한번 해보 시죠. 그런데 가압류가 되어 있어 바로 돈을 찾지는 못하실 거예요.” 법으로 본 세상 공탁서 정정신청, “당사자 동일성 인정 못해” 불수리 결정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이후 등기부에서 말소되어 지금은 남아있지 않 은 옛 주소이지만, (사)본회는 채권가압류 신청 서에 채무자(사단법인 서울지방회)의 주소로 바 로 이 A주소지를 기재해두었다. ② B주소지 : (사)서울지방회가 독립된 권리 주체를 주장하며 이사 간 곳. 법인등기부에 등기 된 주소는 아니지만, (사)본회가 채권가압류 신 청서에 채무자의 ‘송달장소’로 이 B주소지를 적 어 넣었다. ③ C주소지 : (사)본회가 (사)서울지방회의 독립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2024년 6월 분사무 소를 폐지했다가, 2025년 3월 다시 (사)본회가 있는 건물 4층에 설치한 주소. 참고로 (사)본회 는 같은 건물 5층을 쓰고 있다.

16 “아, 나는 잘 모르겠으니 우리 변호사랑 얘기해 보 세요.” 필자는 다시 (사)서울지방회 소송대리인이었던 변 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님,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법무사님, 공탁서 피공탁자 주소지를 왜 그렇게 기재하셨어요?” 같은 얘기를 두 번째 들으니 필자도 조금 화가 났 다. “아니, 법무사가 판결문과 결정문, 그리고 법인등 기사항증명서를 보고 하지, 그럼 어떻게 합니까? 나 름 생각해서 그렇게 해줬건만….” “저희는 지금 사단법인 본회하고도 별개의 소송 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판결 이유를 읽어보시면 저희 가 독립된 권리주체라고 인정을 받았는데, 본회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분사무소 주소지로 기재하 면 저희가 본회의 하부조직이라는 소리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이런 공탁 은 무효입니다!” “내가 소송을 진행했던 대리인도 아닌데, 그런 디 테일까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변호사님 말대로 한다 해도 나중에 공탁금을 어떻게 출금하려는데요, 방법이 있습니까?”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공탁을 B주소지로 바꿔주세요.” “공탁이 이미 수리되었는데…, 일단 검토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모든 법무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 공 탁은 판결 주문을 따라서 진행하고, 판결 이유는 사 실상 잘 읽어보지 않는다. 그러나 변호사의 말을 듣 고 나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어 꽤 두꺼운 판결문 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내용은 앞서 필자가 설명 한 바와 같다. 검토 끝에 필자는 공탁소에 ‘공탁서 정정신청서’ 를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사)서울지방회가 비법인 사단이라는 점과 그 실체 소명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또한, 공탁소에서 과연 피공탁자의 동일성을 인정 할 것인가도 문제였다. 2025년 6월 말, 필자는 당사자 동일성에 관한 ‘공 탁선례(2-337)’를 찾아, 공탁서 정정신청서에 정정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며 가압류결정부터 시작하 여 판결문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사)서울지방회의 사업자등록증이나 고유번호증 에라도 업데이트된 주소가 남아 있었다면 좋았겠지 만, 당사자들이 그런 부분까지 부지런히 챙겨두는 경 우는 드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공 탁소가 당사자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불수리 결 정을 했다. 정정신청이 불수리되었으니, 공탁금을 회수하고 재공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탁금을 회수하는 방법 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민법」 제489조에 따르는 경 우, 착오로 공탁한 경우, 그리고 공탁의 원인이 소멸 한 경우다. 그중 ‘착오공탁’은 공탁이 무효가 되는 다섯 가지 사유(당사자적격, 관할위반, 중복공탁, 납입기일경과 후 공탁, 공탁원인 없는 공탁)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에 해당할 때 회수가 가능하다. 필자는 마지 막 사유인 ‘공탁원인 없는 공탁’을 근거로 하여 공탁 금 회수 신청에 나섰다. 논리는 이랬다. 애초에 채권가압류결정이 채무자 를 잘못 지정하여 내려진 것이므로 무효가 되고, 본 안 판결 이유에도 (사)서울지방회가 독립된 권리주 체라는 판단이 명확히 담겨 있으니, 결국 이 공탁은 피공탁자를 잘못 지정한 무효인 공탁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받아들여져 공탁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재공탁을 하려니 실질적인 피 공탁자를 어떻게 특정할지가 고민거리였다. (사)서 울지방회가 겉모양만 사단법인일 뿐, 실은 ‘비법인사 착오공탁으로 인한 공탁금 회수, 그리고 재공탁 수리

17 2026. 9. September Vol. 711 단’이라는 점을 소명해야 하는데, 정작 그걸 뒷받침 할 자료(정관, 회의록 등)는 없었다. 그나마 구할 수 있었던 서류는 주소가 B주소지로 되어 있는 사업자등록증, 송달장소가 적힌 가압류결 정문, 그리고 판결문뿐이었다. 필자는 공탁원인사실에 그간의 과정을 최대한 상 세히 기재했다. 공탁관은 이걸 수리해줘야 하는지, 한 참을 고민하는 눈치였다. 결국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는 판결 이유로 갈음하고, 고유번호증이라 볼 수 있는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주소와 대표자 선임에 관한 사항을 인정해주는 선에서, 공탁이 수리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탁금 회수 신청 시에는 “채무 자 표시가 잘못되어 무효”라고 주장했던 가압류결정 을 다시 유효라고 주장한 셈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법무사로서 공탁 사건을 꽤 다뤄봤다 고 생각했던 필자의 자만심(?)에 제대로 일침을 가한 사건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관계와 실제 실체가 다를 경우, 이렇게까지 사건이 꼬일 수 있다는 걸 겪고 나 니, 이제는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 이 생겼다. 더불어 일상의 삶에서도 내가 익숙하다고 생각 한 일에서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돌아보며, 무슨 일이든 쉽게 넘기지 말고 집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들도 배울 점이 있다. 사건을 맡기고 나면 모든 것이 저절로 진행된다고 여기는 경 우가 있는데 그래선 곤란하다. 법무사든 변호사든, 심지어 판사라 할지라도 사건의 모든 면을 꿰뚫어 볼 수는 없다. 당사자가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건을 맡길 때는 대리인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 해하고 있는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과의 몫 은 결국 의뢰인 자신에게 돌아가는 만큼, 사건이 어 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챙기 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는 공탁원인사실에 그간의 과정을 최대한 상세히 기재했다. 결국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는 판결 이유로 갈음하고, 고유번호증이라 볼 수 있는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주소와 대표자 선임에 관한 사항을 인정해주는 선에서, 결국 공탁이 수리되었 다. 아이러니하게도 공탁금 회수 신청 시에는 “채무 자 표시가 잘못되어 무효”라고 주장했던 가압류결 정을 다시 유효라고 주장한 셈이다.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보고 또 보고…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18 주목 이 법률 은행이냐 비은행이냐, ‘발행권 다툼’ 이제는 매듭지어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의 쟁점과 과제 필자는 2023년 6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 정안을 검토하며, 동법이 이용자 자산의 보호와 불 공정거래행위 규제라는 이용자 보호의 최소한(最 小限)에 그치고 있어, ①가상자산 발행업 자체에 대 한 진입규제가 없다는 점과 ②이용자가 예치한 가 상자산에 대한 별도의 보관·분리 의무가 법률상 명 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향후 입법과제로 지적한 바 있다.1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5년 6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등 37인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상당 부분 반영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발의했다.2 일반적으로 실무와 학계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을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 을 맞춘 ‘1단계 입법’으로 부르고, 디지털자산기본 법안은 발행·유통·공시·사업자 감독 전반을 규율 하는 ‘2단계 입법’으로 부른다. 다만, 2단계 입법안은 발의된 지 1년 2개월이 지 난 2026년 8월 현재까지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단계 입법안의 주요 내용을 개관하 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실제로 쟁점이 되는 사항들을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가. 발의 개요와 심사 현황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2025.6.10. 대표 발의되 어 2025.6.12.,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되었고, 같 은 해 8.26. 제428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 제2 차 전체회의에 상정되어 제안설명·검토보고·대체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를 둘러싼 여 당 내 이견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규 제에 대한 업계의 반발로 소위원회 심사 자체가 계 속 지연되어, 2026.3.~5.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에서 반복적으로 제외되었다.3 대표발의자인 민병덕 의원은 2026.7.29. “디지털 자산기본법을 올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 01 02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금융법) 입법경과와 체계 서언

19 2026. 9. September Vol. 711 으나,4 금융위원회가 정부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 중인 단계여서 연내 처리 여부는 여전 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5 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보완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예치금·가상자산의 보호와 시세조종 등 불 공정거래행위 규제에 국한된 1단계 법률로 설계되 었고, 입법 당시부터 가상자산의 발행·공시·거래 지원(상장)에 관한 규율의 공백이 향후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어 왔다.6 한편,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 기 위하여 디지털자산 및 디지털자산업의 정의부 터 이용자의 권리·책무, 디지털자산위원회의 설치, 사업자에 대한 인가·등록·신고, 지배구조 및 건전 성규제, 영업행위규제, 발행규제, 거래지원·시장개 설, 불공정거래규제, 자율규제기구, 감독·제재에 이 르기까지 총 171개조로 구성된 포괄적 업권법의 체 계를 갖추고 있다. 가. 업권별 진입규제 체계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업을 매매업·중개업·보관 업(인가), 집합관리업·지갑관리업·일임업·자문업 (등록), 주문전송업·유사자문업(신고)의 9개 업종 10개 인가·등록·신고 단위로 세분화하고, 인가 대 상 업종에는 자기자본 5억 원 이상, 등록 대상 업종 에는 1억 원 이상의 최저자본금을 요구한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기 능별 진입규제 체계를 기초로 하면서 「전자금융거 래법」 및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의 개념을 일부 차용·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같은 시기 발의된 이강일 의원안(9개 업종, 인가 10억 원·등록 5억 원)이나 김재섭 의원안(8개 업 종, 인가 20억 원·등록 3억 원)과 비교하면, 민병덕 의원안의 자본금 요건이 가장 완화되어 있다는 점 이 특징이다.7 나. 발행규제 : 신고제와 자산연동형 디지털자 산 인가제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 (이하 “스테이블코인”)과 일반 디지털자산으로 구 분한다(안 제3조제2항). 일반 디지털자산은 발행인 이 발행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여 수리되면 발행할 수 있는 신고제를 채택하고 있고(안 제104 조), 금융위원회는 신고서에 대하여 형식적 심사만 03 주목 이 법률 법으로 본 세상 법안의 주요 내용 박선종, “가상자산발행업도 규제대상 포함, 모든 과정 규율해야”, 「법무사」 vol. 672, 대한법무사협회, 2023. 6, 22-25면.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의안번호 2210736) 국회입법현황, 2025.6.11. 전자신문, 또다시 미뤄진 ‘디지털자산기본법’…스테이블코인 시장서 韓 존재감 상실 우려, 2026.5.12. 한국경제, 민병덕 “디지털자산기본법, 올해 반드시 통과…‘플랜B’ 없다”, 2026.7.29. 연합인포맥스, ‘디지털자산기본법’ 불씨 살린다…금융위·與 비공개 회동, 2026.8.13. 박선종, 앞의 글 ; 이정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법적 의의와 쟁점 및 향후 입법방향”, 「증권법연구」 제24권 제2호(2023), 89면. 신경희, 디지털자산시장 규제 관련 기본법안, 「디지털자산시장 제도 동향」 제2호, 자본시장연구원, 2026, 3면·11면(표 Ⅱ-3 각 법안의 인가·등록요건 비교). 1 2 3 4 5 6 7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디지털자산업의 정의부 터 이용자 권리와 사업자 인가·등록, 발행·유통 및 불공정거래 규제와 감독에 이르기까지 총 171개조 의 포괄적 업권법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스테이블코 인 발행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금융위·한 은 간 관할 조정 등 민감한 정책적 쟁점들로 인해 현 재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20 을 수행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내국법인으로서 자기자본 5억 원 이상, 전문인력·전산설비, 타당한 환불방법 및 환불준비금 계획 등을 구비하여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은 자만이 발행할 수 있고(안 제103조), 인가를 받은 후에도 개별 발행 시마다 발행신고서 를 제출해야 한다(안 제104조). 발행신고서에 허위 기재가 있는 경우 발행인은 손해배상책임을 지며(안 제106조), 이러한 발행규 제는 원칙적으로 국내 발행인에게만 적용되고, 외 국에서 발행된 디지털자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안 제102조). 종래 발행인이 자율적으로 공개하던 백서(white paper)를 법정 서식의 발행신고서로 대체함으로써 공시의 형식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였다. 다. 이용자 예치자산 보호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매매·중개업자에게 이용자 의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하여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안 제88조), 디지털자산보관업자에 대하 여는 이용자명부의 작성·비치 의무와 함께 이용자 의 디지털자산을 신탁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을 두고 있다(안 제98조). 이는 필자가 2023년 지적하였던 ‘이용자 예치자 산에 대한 법률상 보호장치의 미비’라는 문제의식 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으나, 신탁 간 주 규정만으로 도산절연의 효과가 실무상 온전히 확보되는지, 예치금 보관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별 도의 규제가 필요한지 등은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 서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 라.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 이 법안은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 산하에 “거래 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이하 ‘적격성평가위’)”를 신 설하여(안 제130조), 종래 두나무·빗썸 등 개별 가 상자산거래소들로 구성된 민간 협의체인 ‘디지털 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자율적으로 수 행해 온 거래지원(상장) 및 거래지원종료(상장폐 지) 심사 기능을 이관받도록 하였다. 거래소가 특정 디지털자산의 거래지원을 신청하 면 적격성평가위가 1개월 내에 적격성 여부를 결정 하여 통보하고(안 제110조제1항·제3항), 불성실공 시·해킹 등 보안사고·이용자 피해발생 우려가 있 는 경우에는 직권으로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심사 하여(안 제112조제1항), 종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 면 거래소에 종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거래소는 정 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안 제112조 제4항·제6항·제7항). 이는 거래소 스스로 상장 여부를 결정하던 기존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위험을 제도적 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마. 불공정거래규제 및 감독·제재 이 법안은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안 제115조)· 시세조종행위(안 제117조)·부정거래행위(안 제119 조)·시장질서교란행위(안 제120조)를 「자본시장 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금지하고 각각의 손해배상 책임 규정을 병렬적으로 두며(안 제116조·제118 조·제121조), 금융위원회에 검사·조사 및 인가취 소·영업정지·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의 단계적 제재수단을 부여하고 있다(안 제135조~제155조). 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 - ‘51%룰’ 과 금산분리 가장 첨예한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 체를 누구로 한정할 것인가이다. 04 국회 심사상의 쟁점

21 2026. 9. September Vol. 711 향후 정부안을 마련하는 구체적인 과정에서 는 ①은행 중심의 발행제한이 가져올 경쟁제한 효과와 금산분리 원칙의 정합성, ②거래소 대 주주 지분제한의 실효성과 과잉규제 여부, ③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의 실질적 독립성 확보, ④한국은행의 통화정책적 관여 방안에 대해 한 층 더 정교하고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한은·정치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 놓고 ‘시각차’, 2026.7.17. ; 이데일리, 스테이블코인법 정무위 격돌…‘靑 개입·은행 편향’ 논란(종합), 2026.7.27. 한국일보, 앞의 기사, 2026.7.17. 뉴스1/네이트뉴스, 스테이블코인법 공방 가열…자본금·금산분리 ‘동상이몽’, 2025.8.19. 매일경제, 정부 vs 업계 팽팽한 대립…가상자산 2단계 입법 난항 이유는?, 2026.2.6. ; 한국경제, 이정문 디지털자산기본法 개문발차 절실, 내달 초 발의…쟁점 은, 2026.3.18. 8 9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 서 은행이 지분 50%+1주, 즉 과반을 보유하는 컨 소시엄에 한하여 발행을 우선 허용하는 방안(이른 바 ‘51%룰’)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비은행 핀테 크업계와 일부 의원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진입 제한이 혁신을 저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8 한국은행은 비은행 사업자, 특히 대기업이 대규 모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여 결제·송금 등 에 활용할 경우 사실상 예금 수신에 준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되어 산업자본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 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입 장을 견지하고 있다.9 반대 측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이 발행액 전 액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해야 하므로 자금의 임의 유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금산분리 원칙의 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법안 원문(안 제103조·제104조)은 발행인의 자 격을 ‘내국법인’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은행 중심 컨소시엄 요건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51%룰’ 은 법안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정무위 심사·정부안 마련 과정에서 제기된 정책적 쟁점으로 볼 수 있다. 나.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둘째 쟁점은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사 후적으로 제한할 것인지 여부이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의 공공성·중립성을 강화 한다는 취지에서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일부 논의에서는 20%를 기본으로 하되 금융위가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34%까지 허용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 주목 이 법률 법으로 본 세상

22 로서, 기존 거래소의 지배구조 재편을 강제하게 되 므로 업계의 반발이 특히 크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 쟁점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 지 않아 2026년 4월 예정되었던 법안소위 심사가 재차 연기되는 등, 이 문제가 법안 심사 지연의 직 접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다. 발행·유통 기능의 분리와 이해상충 방지 셋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능과 거래소 의 유통(거래지원) 기능을 제도적으로 분리하여 이 해상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시장 활성 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겸영을 허용하고 사후적 이 해상충 관리체계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 하고 있다. 법안이 신설하는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안 제130조)가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 즉 업계 스스로 구성하는 자율규제기구 산하에 설치된다는 점에서, 발행인·거래소로부터의 실질적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소위 심사 과정의 세부 쟁점으로 남아 있다. 라. 감독기관 간 관할의 문제 -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법안은 디지털자산업 전반에 대한 인가·감독 권 한을 금융위원회에 집중시키고 있으나(안 제19조~ 제34조, 제135조~제148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및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과 직결되므로 한국은행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시기 발의된 이강일 의원안이 한국은행에 자료제출요구권·공동검사요구권 및 발행중지 의견 표명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한 것과 달리, 민병덕 의 원안은 이러한 한국은행의 권한을 별도로 규정하 지 않고 있어, 두 기관 간 관할 조정이 정부안 마련 과정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 남긴 발행·유통 규율의 공백을 발행신고제·인 가제, 업권별 진입규제, 거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 회 등을 통하여 상당 부분 메우려는 실질적 시도이 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를 둘러싼 은 행-비은행 간의 이해관계, 거래소 대주주 지분제 한을 둘러싼 기존 사업자의 반발, 금융위원회와 한 국은행 간의 관할 조정 등 정책적으로 민감한 쟁점 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1년 넘게 국회에 머물러 있 다. 향후 정부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는 ①발행인의 자격을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 경우의 경쟁제한 효 과와 금산분리 원칙의 본래 취지에 대한 정합적 해 석, ②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의 실효성과 기존 사 업자의 재산권·경영권에 대한 과잉규제 여부, ③거 래지원적격성평가위원회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구성 방식, ④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적 관여를 법률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하여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예치자산 보호 규정(안 제88조, 제98조) 이 실제 이용자 자산의 도산절연을 보장할 수 있도 록 하위법령을 통한 구체화가 필요하다. 필자가 3년 전 지적하였던 발행업 규제 공백의 문제가 입법론적으로 해소되어 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실효성 확보는 앞으로의 국 회 심사와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의 정책적 선택 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본다. 05 결론 - 향후 과제 블록미디어, “발행 허용해도 못 쓴다”…스테이블코인 발목 잡는 ‘망 분리·금산분리’, 2026.2.4. 조선비즈, ‘금산분리’ 잣대 들이미는 한은… 스테이블코인 발목 잡히나,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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