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6월호

ISSN 2233-4688 06 2 0 2 3 vol.672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3년 6월 5일통권제672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혜영드로잉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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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ㅣ 2023. 6. 29.(목) 11:00 장소 ㅣ 롯데호텔 월드 3F 크리스탈 볼룸(서울시송파구올림픽로 240) 식순 ㅣ 1부 :기념식, 2부 :본회의(안건심의) 대한법무사협회 제61회정기총회개최 “출생에서 상속까지” 생활법률 전문가 126년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더욱 신뢰받는 내일을 만들어가겠습니다!

Contents 2023년 6월 vol. 672 10 46 법으로본세상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집행문 부여 거부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 (2018. 서울중앙지방법원) 16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_ 걷고 달리는 것은, 철학 하는 것과 같다 22 주목 이 법률 _ 국회 정무위 통과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안의 주요 쟁점과 향후 과제 26 법률고민 상담소 _ 민사집행, 민사소송, 부동산등기 분야 30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공연법」 일부개정(2023.5.4. 시행) 등 89 내가 만난 법무사 _ 권재순 법무사(서울남부회)

법무사시시각각 32 이슈와 쟁점 _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제도의 도입과 등기실무 _ 시세조종 등 주식시장 불공정거래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과제 42 발언과 제언 _ 「법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신설 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하여 44 이슈투데이 _ 「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국회 통과 등 46 법무사가 사는 법 _ 서울시 마을법무사 최다 대면상담 기록한, 정상운 법무사 50 성년후견 사례 _ 주택연금제도를 이용해 피후견인의 생활비 등을 마련한 사례 80 62 슬기로운문화생활 08 미경유람 _ 제주 이호테우 해변 68 한국인은 왜 _ 한국인이 타인을 ‘가족호칭’으로 부르는 이유 72 문화로 쉼표 _(시) 달나라 여행친구를 모십니다 _(시) 먼 산 바라보기 74 부자되는책읽기 _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76 소확행 건강관리 _ 하루 2~3L 물 마시기, 건강관리의 필수요소 동정·등록 7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88 편집위원회 레터 _ 하로동선(夏爐冬扇) 현장활용실무지식 52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 요약 _ 2023.2.23.선고 2022다207547판결 등 56 나의 사건수임기 _ 청각장애 외국인 노동자의 추완항소를 통한 이혼 소송사건 62 법무사 실무광장 _ 피상속인의 순차사망 및 공동상속인 중 일부사망 사례에 대한 등기신청법 및 등기부 기재례

제주이호테우해변 08 미경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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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일 ● 법무사(서울서부회) 채권자울리는‘무늬만조정안’, 누구의책임인가? 집행문부여거부에대한이의신청사건(2018. 서울중앙지방법원)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2023. 06 vol.672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은 가급적이면 당사자들 간 의 합의로 분쟁이 종결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조정이나 화해를 많이 권하게 되는데, 조 정·화해가 성립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분쟁의 빠른 종결이라는 이점이 있는 것은 확 실하다. 그러나 조정에 있어 당사자들이 당연히 조정 결 과에 따라줄 것으로 생각해 조정조항을 명확하게 하 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로 인해 분쟁이 발생하게 되 면 그 해결이 무척 어려워진다. 보석 판매업을 하던 김채권 씨가 바로 그런 경우 였다. 그는 2014년, 거래하던 법인과 물품대금청구소 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인대표자를 조정참가인으 로 하여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조정 결과대로 이행이 되지 않아 포기하 고 있던 중, 우연히 법인 대표의 부동산을 발견해 경매 신청을 하려 했으나 조정조항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집행문 발급이 거부되었고, 그는 그길로 필자의 사무 실을 찾아왔다. 불명확한조정조항, 채무자부동산강제경매는산넘어산 필자는 김채권 씨에게 집행문 발급이 거부되었다 는 조정결정문을 건네받아 읽어 보았다. 조정결정문의 조정조항은 총 3개였는데, 아래와 같은 취지였다. • 제1항 : 피고는 일정 금액을 김채권 씨에게 분할하 여 상환하며, 이를 지체할 경우 일시불로 전액 상환 한다. •제2항 : 김채권씨는일정한의무를부담한다. • 제3항 : 조정참가인은 1항을 승인하며, 피고와 함께 책임지고이행한다. 여기서 피고는 법인이고, 조정참가인은 법인의 대 표이사다. 김채권 씨는 조정조항 2번에 해당하는 자신 의 의무를 이행했으나, 피고가 조정안대로 채무를 변 제하지 않아 무척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조정참가인이 소유부동산을 다른 사 람에게 근저당권 설정을 해 주었다는 말을 듣고, 조정 참가인의 부동산을 파악해 위 소송을 위임했던 법률 사무소에 조정참가인의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의뢰했 는데, 어이없게도 집행문 발급이 거부되었다며 다시 소 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채권 씨는 필자를 찾아오기 전 여러 법률사무 소에서 상담을 받아보았으나, 서로 하는 말이 달라 누 구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다시 소송한다는 것 도 이상하고,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가 있으니 우 선 부동산 가압류부터 하고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필자는 이런 유형의 사건을 처음 맡아보는지라 약간은 망설여졌지만, 처음이 없는 사건이 어디 있겠나 싶어 사건을 맡기로 하고, 부동산 가압류 신청서의 작 성을 시작했다. 신청이유에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가 있으 니 채무 발생은 명백하지만, ‘피고와 함께 책임지고 이 행한다’라는 조정조항의 의미가 불명확해 집행문 발급 이 거부되었다”라고 사실을 적시한 후, “(그에 대한) 해 결책이 명백하지 아니하여 시간이 걸리므로 가압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는 김채권 씨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즉, 집행권원이 있는 상태에서 보전처분인 가압류를 신 청하자, 조정참가인이 조정에 참가한 이유와 거래내역 을 제출하라고 보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조정참가인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상 피고 인 법인의 대표이사로서 피고 주식회사는 사실상 개인 회사와 마찬가지라는 사실, 그리고 거래명세표상 변제 해야 할 금액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에서 지급하 기로 한 금액보다 많으나 김채권 씨가 일부 채권을 포 기하고 분할상환을 받기로 하여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이 성립된 것이라는 점을 소명했다. 결국 법원은 가압류 결정을 했는데, 필자가 기대 했던 것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법인대표의부동산에가압류결정이난후, 필자는다시집행문부여신청을하는것이 좋겠다고판단했다. 발급이거부되면 이의신청으로다퉈보면될것이다. 집행문발급은또다시거부되었다. 그러나발급불가통지서를첨부하라는 보정명령이났고, 천신만고끝에 통지서를받아이의신청을했다. 마침내인용결정이났다. 법원이거부한강제경매집행문부여, 재도전도난항을거듭하고 가압류 결정 후 필자는 다시 차분하게 사건을 검 토해 보았는데, 결론은 집행문 부여 신청을 다시 해보 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상 조정참가인이 제1항 에서 지급하기로 한 금액에 대해 “승인하고, 피고와 함 께 책임지고 이행한다”는 제3항의 문구가 있는 상태에 서 조정참가인에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제기 했다가 만에 하나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이나 취하 권고라도 받게 된다면,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제3항의 “책임진다”는 문구가 제1항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불명확하다고 주 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도 들었다. 그래서 우 선 집행문 부여 신청을 하고, 발급이 거부되면 그때 이 의신청으로 다퉈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 다. 김채권 씨는 이런 필자의 설명을 듣더니 선뜻 “법 무사님이 잘 알아서 해 주세요. 저는 빨리 경매만 된다 면 뭐든 좋습니다”라고 했다. 그리하여 필자는 법원을 방문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에 의한 집행문을 신 청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조정내용이 불명확해 조정 참가인에 대한 집행문을 부여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플 랜 B의 가동이 필요해진 것이다. 필자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와 “집행문 발급 거절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여 러 자료를 참조해 신청 취지를 작성했으나 법원의 문턱 을 넘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후 법 원에서 보정명령이 나왔다. 필자는 당연히 신청 취지와 관련한 보정이겠거니 했는데, 엉뚱하게도 “집행문 부 여가 거절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사건 발급불가 통지서와 집행문 부여 신청서 사본 등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첨부한 ‘사건 진행 내역’ 외 다른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명한 것인데, 집행문 발급이 거부 된 경우, ‘발급불가통지서’를 첨부해 발급 거부된 이유 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간은 당황스럽고 난처한 상황이었으나 필자는 배우는 자세로 돌아가 법원의 보정명령문을 들고 집 행문 발급창구를 방문해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 그런 데, 한참 후 담당자가 “집행문 부여 신청서는 어디 있는 지 모르겠고, 발급불가통지서는 발행해 본 적이 없어 알아봤는데, 신청했던 날에 통지서가 발급되지 않아서 12

2023. 06 vol.672 소급하여 발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필자는 제출을 명한 서류는 첨부하 지 못하고, 대신 위 담당자의 답변 내용을 적은 보정서 를 제출했다. 얼마 후 법원은 “집행문 발급 거부 처분 이 없었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집행문부여거부이의신청, 4개월만에인용결정 법원이 명한 서류를 첨부하지 못했으니 각하결정 이 난 것은 당연한 결과. 뭐 다시 절차를 밟으면 될 일. 필자는 발급불가통지서를 다시 받기 위해 집행문 발급 신청서를 작성해 스캔하여 보관한 후 법원을 방문해 새로 집행문 부여 신청을 했다. 법원 담당자도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이라 발급불 가통지서를 발급해 주었다. 통지서에는 조정사항 제3 번의 집행대상이 불명확하여 집행문 발급을 거부한다 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발급불가통지서를 받았으니 이제 이의신청서에 집행문발급신청서와 함께 첨부하고, 제출하면 된다. 필 자는 이의신청서의 신청이유에 “피신청인 ○○○는 기 판력을 받는 당사자이므로 법원도 후소에서 조정조항 과 상이한 판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정조항 과 동일한 판결주문을 받기 위해 다시 소송을 한다는 것은 소의 이익이 없고, 같은 효과를 다른 표현으로 하 는 의미의 판결을 받는 것은 무용한 절차일 뿐입니다.” 라고 작성했다. 그렇게 다시 “집행문 발급거부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의신청 3개월이 지나도록 법원에서 아 무 소식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자 김채권 씨도 답답했 는지, 필자에게 진행 상황을 물었다. 필자는 신청이 각하되어 다시 신청했고 아직 결 정 전이라고 답했는데, 사업을 하며 여러 번 소송한 경 험이 있는 김채권 씨는 “법원 일은 이상하게 오래 걸려 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시간으로 치면 별일은 별일이었다. 이의신 청을 제기한 2018년이 지나고, 2019년 1월에서야 인용 결정이 난 것이다. 인용결정문상의 주문은 “법원사무 관 등이 한 집행문부여 거절처분을 취소하고, 법원사 무관 등은 위 제1항의 조정조서 중 조정조항 제3항, 제 1항에 대하여 집행문을 부여하라”는 것. 김채권 씨와 필자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필자는 법원의 결정문을 첨부해 다시 집행문부여 신청을 했고, 무사히 집행문을 발급받았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시작했건만, 이 집행문을 받기까지 4개월이 란 시간이 걸렸다. 한 번의 시행착오로 근 1달의 시간 을 허비한 탓이다. 시간이 너무 걸린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으 나, 김채권 씨는 “다른 곳에서는 소송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소송도 안 하고 4개월 만에 집행문을 발급받 았으니 잘된 거예요”라며 크게 기뻐했다. 모든노력이허사! 조정참가인의파산신청 집행문 발급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니 필자는 신속하게 부동산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급히 서두른 탓에 작은 실수도 있었으나 집행법원이 절차를 계속 진행하며, 보정명령으로 보완토록 하여 다행히 절차 지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연은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집행법원에서는 부동산 가압류를 한 김 채권 씨가 강제경매 신청도 했는데, 가압류 채권과 강 제집행 채권이 동일한 채권인지에 대해 명백히 하라고 했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가압류 채권자 로 배당된 후 다시 집행채권자로 배당되어 이중 배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가압류 결정문과 신청서 사본을 제출해, 가 압류 채권과 강제집행 채권이 동일 채권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여 혼선이 없도록 했다. 이로써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는가 했지만, 며칠 후 김채권 씨가 헐레벌떡 사무실로 찾아와 법원에서 무슨 서류가 왔다며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봉투가 두툼한 것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필 자는 약간 긴장하며 서류를 꺼내 보았는데, 조정참가 인의 파산선고결정문이었다. 김채권 씨의 승소 후 상대 법인의 대표이사인 조정참가인이 파산을 신청했고, 그 에 대해 법원이 파산 결정을 인용한 것이었다. “법무사님, 파산이선고되었다면이제어떻게되는 건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경매사건에서 배당을 받을 수있나요? 제돈을받아낼수있는방법은있는거죠?” 서류가 조정참가인의 파산선고결정문이라는 말 에 김채권 씨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필자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아뇨, 이후채무자가면책되면받을수없습니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어서 짧은 답변 외 달리 말 할 방도가 없었다. 김채권 씨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늘 긍정적이기만 한 그였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화가 나는지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저는 애초부터 조정에 응할 생각이 없었어요. 어 차피 못 받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조정참가인이 조정기일에 “모든 법인통장 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내려져 사업을 할 수가 없 어 변제도 할 수 없다. 압류 및 추심명령을 풀어주면 사업을 해서 분할 변제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채권 씨는 이 말을 믿지 않았으나 조정위원이 설득하고 사건을 위임받은 법률사무실에서도 극구 조 정을 권하여 청구 금액 일부를 포기하고 남은 금액을 분할로 받는 조건으로 조정에 응했단다. 그에 따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성립되었고, 조정조항 제2항이 그 내용이라는 것이다. 조정위원이나 법률사무소의 주된 설득 논리는, 피고가 법인이므로 재판에서 전부 승소해도 법인에 재 산이 없으면 받을 수 없지만, 법인 대표는 다른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할 수 있으니 자연인인 법인 대표를 조 정에 참가시켜 분할로라도 얼마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채권 씨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 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정 결정 이후 김채권 씨는 조정조서대로 피고 법인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해제·포기하는 신청서를 제출하여 정상적으로 피고 법인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러나 조정참가인은 통장압류 가 풀리자 3번가량 분할상환을 한 후, 더 이상 변제하 지 않고 법인재산 모두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조정을 하면 뭐 합니까. 어차피 못 받을 돈, 고생 이나 더 하게 할걸 그랬어요.” 김채권 씨는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실무에서느끼는원금감액조정의문제점 14

2023. 06 vol.672 집행문발급에많은시간을허비했으니 필자는신속하게부동산강제경매를신청했다. 그런데김채권씨의승소후 상대법인의대표이사인조정참가인이 파산을신청했고, 그에대해법원이 파산결정을인용했다. 채무자가면책되면변제를받을수없으므로 허무한결말이었다. 이러한결론은과연누구의책임일까? 필자가 법무사로 일하며 느끼는 조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금 감액이다. 원금에서 일부 금액을 감액 하여 분할 상환키로 하고, 분할상환을 못 하게 되는 경 우 변제키로 한 금액의 전액을 일시불로 변제, 남은 금 액에 대해서는 지연 이자를 지급하기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조정이성립된후채무자가나몰라라하며 일절변제하지않는경우가의외로많다. 이경우채권자 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받은 돈만 줄어든 어이없는 결 과를초래한다. 이러면애써조정을한이유가없어진다. 지금까지 토로한 이야기가 십분 공감이 간다는 필자의 말에 김채권 씨는 다른 대응책은 없는지 물었 다. 필자는 채무자의 ‘파산 및 면책신청서’를 발급받아 혹시라도 신청내용에 허위가 있으면, 법원에 면책을 불 허해 달라는 이의신청을 하라고 일러 주었다. 이후 김채권 씨는 신청내용 중 허위가 있다며, 그 에 대해 정리한 장문의 글을 가지고 찾아왔다. 필자는 사실에 관한 진술이니만큼 본인이 직접 최대한 자세하 게 기술해 제출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했다. 그러나 채무자의 면책 불허가를 위한 김채권 씨 의 이런 노력도 법원이 면책을 허가하면서 수포로 돌 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배당에서도 판결이 아닌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라는 이유로 다른 채권자가 허위채권 으로 이의를 신청하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적은 금 액을 아주 어렵게 받아내야 했다. 이토록허무한결말이라니! 누구의책임인가? 오랜 시간 들인 비용과 노력에 비해 김채권 씨가 최종적으로 맞이하게 된 결말은 너무나 허무한 것이었 다. 이는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불명확한 조정안을 그 대로 받아들인 김채권 씨의 책임일까, 조정안을 이행하 지 않은 채 파산·면책을 신청한 조정참가인의 책임일 까, 아니면 불명확한 조정조항을 그대로 인용하고, 조 정안을 이행하지 않은 채무자의 파산·면책을 인정한 법원의 책임일까. 법원과 법률사무소의 권유와 설득에 따라 조정 에 임했으나 조정조항이 불명확해 집행문 부여에 어려 움을 겪다가 겨우 이의신청을 통해 집행문을 부여받아 경매신청을 했지만, 채무자는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했 다. 부랴부랴 면책 불허가를 받도록 장문의 사유서를 써 이의신청을 했으나 결국 면책 결정이 났고, 적은 금 액의 배당조차 간신히 받아낸 김채권 씨. 분명 그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5

위기의시대에도행복을찾아가는 12가지인문학적성찰⑥ 걷고달리는것은, 철학하는것과 같다 유창선 ● 인문학 작가 happiness 16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023. 06 vol.672 하루키에게달리는것은육체적인운동을하는것 이상의인생철학을담은행위였다. 그는달리면서 인생을이끌어가는힘을키웠던것이다. 하루키는 만약자신의묘비명같은것이있다고하면, 그리고 그문구를자신이선택하는게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싶다며책을맺었다. “적어도끝까지걷지는않았다.” 그리고 시간과세월을들여, 그와같은레이스를하 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 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조금이라도그것들과비슷한장소에근접하는것이 다.” 하루키에게 달리는 것은 육체적인 운동을 하는 것 이 상의 인생철학을 담은 행위였다. 그는 달리면서 인생을 이 끌어가는 힘을 키웠던 것이다. 하루키는 만약 자신의 묘비 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자신이 선택 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며 책을 맺었다. “적어도끝까지걷지는않았다.” 무너져버릴것같았던삶을회복시킨, 걷기의힘 소설가 하루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면 서 상황에 따라 끝까지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끝까 지 걷지는 않았다’는 생각은 자기 인생에 대한 자긍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걷고 달리기를 하면서 인생을 키워나간 경험 하루키의묘비명, “적어도끝까지걷지는않았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단한 러너였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마라톤 풀코스도 수십 차례 완주했다. 그가 50대 후반에 냈던 책 『달리 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는 달리기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 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하루키가 문학과 마라톤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성취이자 덕목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 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침묵속을그저계속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 간멋진일이아니다.” 이 책에 달리기에 대한 무슨 가르 침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달리기를 통해 문학과 인생에 대한 하루키의 생 각들이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이런 구 절들은 또 어떠한가.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 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 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 인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 나 가는것에있다. ┃ 법으로본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때문이었다. 몸을 원상회복 시키는 데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었다. 실제로 제주 한 달 살기를 하며 정 말 많이 걸었더니 몸이 뚜렷하게 좋아 짐을 느꼈다. 제주에 도착했을 때만도 걷다가 어지러워질까 조심조심 걷던 사 람이 어느 사이에 힘차게 발을 내디디 며 제주의 오름들을 오를 정도로 체력 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다. 한때 무너져버린 것 같았던 삶에, 이제는 무기력하게 살아갈 일만 남은 것 같았던 인생에, 새로운 기운이 돌기 시작함을 느꼈다. 걷기가 가져다준 힘이 었다. 달리기는거짓말을하지않는다 걷기 운동이 우리 삶에 어떤 활력 을 주는지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된 내 용이다. 걷기 운동은 체내 대사를 촉진 시키고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준다. 뇌혈관 및 심장혈관 건강 에도 좋다. 걷기는 육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 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기분이 가라앉 거나 우울해지려고 할 때 밖으로 나가 걷기 운동을 하면 이내 기분이 달라짐 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걷기를 하면 혈액 순환이 촉진되 어 몸속 세포 안으로 산소가 공급되는 가 하면, 근육과 관절의 긴장이 풀리게 되면서 몸의 활력이 생겨난다고 한다. 그리고 엔돌핀 형성에 도움을 주 어 스트레스나 불안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매일 30분 이상 걷기 을 갖고 있다. 여러 해 전에 큰 수술을 하고는 걷는 것조차 어려워 제법 긴 시간 동안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던 투병 과 재활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사람이 자신의 두 발로 걸 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일인가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느린 속도로 몸이 조금씩 회복되고 나서야 내 두 발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감격을 어찌 잊을 수 있 을까. 그 뒤로도 한참 후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재활의 시간 을 가졌을 때 시간과 체력만 되면 밖으로 나가 걸으려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날씨가 차가워지기 시작했 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결정한 것이 제주로 가서 한 달 살 기를 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지만, 제주로 가서 올레길을 실컷 걷자는 마음보다 앞설 수는 없 었다. 서귀포에서 지냈던 때가 겨울철이었는데도 봄날처럼 포근한 날들이 이어져 걷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래서 정말 많이 걸었다. 올레길이며, 사려니 숲길이며, 한적한 마을 길 이며, 가리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요양 온 것이 아니라 전 지훈련을 온 것 같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곤 했다. 때로는 걷기를 힘들어하고 지겨워도 하는 나를, 아내 는 때때로 달래다시피 하면서 많이 걷도록 이끌었다. 그 시 기에 많이 걸을수록 내 몸의 회복이 빨라질 것임을 믿었기 18

2023. 06 vol.672 니 유용하다. 이 외에도 달리기를 단지 인내해야 하는 자기와의 힘 든 싸움이 아니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에너지를주고받으며, 함께달리는기쁨 걷고 달리는 운동을 일시적이거나 간헐적으로 할 것 이 아니라 루틴한 생활로 만드는 사람은 인생의 행복감마 저 느낄 수 있다. 걷고 달리는 사람에게는 활력과 자신감을 낳는 삶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른 저녁 시간, 집 근처에 있는 좋은 산책길로 나가서 사람들과 함께 걸어보시라. 함께 걷는 사람들 속에 서 서로가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걷는다는 것은 자기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을 의미한다. 필자는 투병 이후 마라톤대회에 도전했다. 우연히 달 리기 모임에 가입하여 크루들과 함께 달리는 연습을 하다 가 능력이 향상되자 마라톤대회 참가 신청을 한 것이다. 난 생처음 참가한 마라톤대회였지만, 삶에 대한 자신감과 에 너지가 고양됨을 경험했다. 한때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사람이 비록 5km의 짧은 코스였지만, 수많은 러너들 속에서 함께 달리며 대회 를 생활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 도 많다. 걷기도 많이 하면 다리 근육이 생 기는데, 특히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면 새로운 근육이 생겨난다. 물론 헬스장 에서 근력운동을 하거나, 피트니스나 요 가를 해도 근육이 생겨나지만, 달리기를 통해서생겨나는근육은또다르다. 운동마다 사용하는 신체의 부위 가 다르기 때문인데, 달리기 근육은 그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필자의 경우 도 달리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언제부터 인가 허벅지와 종아리에 이전에는 없었 던 단단한 근육이 생겨났다. 평소 헬스 장에서 기구들을 사용해 여러 근력운 동을 해왔지만, 달리기를 통해 얻어진 근육은 또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달리기는 거 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번, 두 번 달릴 때마다 달리는 능력이 조금 씩 향상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전까지 는 달리기를 전혀 하지 않고 지냈기에 처음에는 수백 m만 달려도 숨이 차고 다리를 움직이기 힘들어 쩔쩔맸다. 그런데 꾸준히 계속 달리곤 하니 까 이내 폐활량도 점점 늘어가고, 다리 에 힘이 붙어서 지구력이 조금씩 생겨 났다. 달리기 횟수에 비례해서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니, 힘들어도 재미 와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좋은 스마트워치 제품들이 많이 나와서 달릴 때 손목에 차고, 그때그때의 기록을 보면서 달리 는 것도 무척 재미있다. 평소보다 기록이 좋지 못할 때는 조금 속도를 붙이기도 하고, 너무 빨리 달리고 있다 싶으면 자기 페이스를 지키 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며 달릴 수 있으 걷고달리는운동을루틴한생활로만드는사람은 인생의행복감마저느낄수있다. 걷고달리는사람에게는활력과자신감을낳는 삶의에너지가만들어지기때문이다. 이른저녁시간, 집근처산책길로나가서 사람들과함께걸어보시라. 서로가좋은에너지를 주고받음을느낄수있을것이다. 그래서걷는다는것은 자기를돌보는시간을갖는다는것을의미한다. ┃ 법으로본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9

못하고 살아왔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달라질 줄은 미처 몰랐다. 세계어디든사람들은 오늘도열심히달리고있다 혼자 사유하기를 즐기는 철학자들 이나 작가들 가운데는 걷기 예찬론자 들이 많다. “우리는 책 사이에서만, 책을 읽 어야만비로소사상으로나아가는그 런 존재가 아니다. 야외에서, 특히 길 자체가 사색을 열어주는 고독한 산이 나 바닷가에서 생각하고, 걷고, 뛰어 오르고, 산을오르고, 춤추는 것이우 리의습관이다.” - 프리드리히니체, 『즐거운학문』 “나만의 도보 여행에서만큼 많 이생각하고많이존재하고많이체험 한 적은 결코 없었다. 감히 말하건대, 이 여행에서만큼 나 자신이었던 적은 결코없었다.” -장자크루소, 『고백』 그들은 대체로 혼자 걷는 것의 즐 거움을 말했다.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 리크 그로는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는 책에서 “걷기의 가치를 제 대로 음미하려면 혼자 걸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혼자 걸으면 나만의 시간 을 가질 수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은 음악을 즐기며 걸을 수도 있고, 평 소 못했던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걸 지금이시간은내인생에서다시오지않는다. 골방의정신세계에갇혀 미움과질투와증오의싸움을하고있을시간에 좋은길을찾아가서마음껏걷고달려보시라. 세상이달라보이고, 내삶이다르게생각될것이다. 그래서걷고달리는것은 철학하는것과다르지않다. 인생후반기에깨친진리다. 장의 넘쳐나는 에너지가 내 것이 되는 기분을 느꼈다. 걷고 달리는 행위가 이처럼 인생에 새로운 행복감을 안겨주는 것임은 과거에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마음 가는 대로 밖으로 나가 혼자 달리는 것도 좋지 만, 함께 달리는 기쁨은 또 다른 맛이 있다. 크루들과 함께 어울려서 달리다 보면, 뿜어져 나오는 서로의 에너지를 주 고받으며 공유됨을 느낄 수 있다. 요즘은 크루들이 함께 모여 달리는 모임들이 많아졌 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러닝 크루 모임이 유행처 럼 번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동료들과 대오를 형성해서 함 께 달리는 것의 즐거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이기도 하다. 필자도 그랬듯이, 주변에서 그런 달리기 모임이 있다 면, 꼭 참여해서 그 기쁨을 누리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것을 권하고 싶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들이안걷게된것은걸을만한장소가없어져 서이기도하지만걸을시간이없어져서이기도하다.” 좀처럼 걷지 않게 되는 우리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얘 기일 듯하다. 내가 그랬었다. 방송이다 뭐다 분주하게 살아 오면서 통 걷지를 않았다. 방송하러 다니면서 가까운 거리 도 택시를 탔고, 한 정류장 이동하는 데도 버스를 탔다. 그 러니 계절을 천천히 곱씹으면서 걸을 마음의 여유를 갖지 20

2023. 06 vol.672 갈에서도 프랑스에서도, 세계 어디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열심히부지런히달리고있구나싶었다. 한강변을 달리다가 마주치는 러너들로부터 삶의 활력 과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었듯이, 그 길이 어느 나라의 것이 든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삶에 대한 성실한 의지를전해받을수있었던것은마찬가지였다. 세계인들은 오늘도 함께 달리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 가 된다면 해외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수 있으면, 그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 각이들었다. 미움·질투·증오할시간에마음껏달려보자 걷고 달리는 행위는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찌 생각하면 그 단순한 행위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주는 변화가 무척 크니 말이다. 남은 인생의 시간 동안 육체 가 허락할 때까지 좋은 길을 많이 걷고 달리려 한다. 지금 이 시간은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는다. 골방 의 정신세계에 갇혀 미움과 질투와 증오의 싸움을 하고 있 을 시간에 좋은 길을 찾아가서 마음껏 걷고 달려 보시라. 세상이 달라 보이고, 내 삶이 다르게 생각될 것이다. 그래서 걷고 달리는 것은 철학 하는 것과 다르지 않 다. 인생 후반기에 깨친 진리다. 을 수도 있다. 그냥 무념무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할 수 도 있다. 그 어느 것이든 다 나만의 시 간이다. 하지만 고독의 사유를 즐기는 철 학자들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함께 걷 는 것도 무척 좋다. 칸트처럼 정해진 시 간에 언제나 같은 길을 혼자 걷는 것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좀 무미 건조한 걷기다. 굳이 혼자이기를 고집하지 않는 다면 좋은 사람과 함께, 가보지 않은 새 로운 길을 걷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다. 부부, 부모와 자식, 연인, 친구와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사랑과 우정은 더욱 두 터워진다. 얼마 전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과 리스본, 파리 를 다니면서 길 위를 달리고 있는 러너 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운동복을 입 은 남녀들이 이른 아침부터 공원 길을, 박물관 앞길을 달리고 있었다. 특히 파 리에서는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져 운치 가득한 센강변을 달리고 있는 사람들 을 많이 보았다. 리스본에 있는 벨렘지구를 걷다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달리고 있는 러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워낙 숨돌릴 틈 없는 여행 일정을 진행하느라 센강변 한 번 제대로 달려 보지 못하고 돌아와 서 아쉬웠다. 하지만 내가 아닌 그 나라 의 다른 사람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 여행의 길 위에서 러너들을 만났을 때 드는 느낌은 이를테면 연대 감 같은 것이었다. 스페인에서도 포르투 ┃ 법으로본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1

계 2위다. 3위는 일본 엔화(4.26%), 4위는 EU 유로 화(3.76%)인데, 4개 통화의 시장점유율이 96%를 상회하고 있어, 기타 통화의 거래량은 사실상 미미 하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우리 나라의 위상과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나. 법제정의배경과제정안의취지 최근 가상자산의 일 거래량이 주식시장을 뛰 어넘을 만큼 급격하게 증가하고, 특히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에 김치 프리미엄이 붙는 등 시장 과열 양 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과 관련해 지난 2019년,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1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추진배경및방향 가. 시장의변화및이용자보호의필요성 2009년 최초의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출시 된 지도 14년이 지났다. 2023년 5월 현재, 24,000여 종류의 가상자산이 전 세계에 산재한 625개 거래 소를 통하여 24시간 거래되고 있으며, 하루 거래금 액만 해도 무려 340억 달러(약 45조 원)에 달한다. 2010년 미국에서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 을 구매하며,1 최초의 가상자산 실물거래가 이루어진 것에비하면, 가상자산의가치와거래량은폭발적성 장을거듭해왔다. 비트코인은전체가상자산중시장 점유율이 50%에육박하고있어서독보적이다. 주요국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 통계를 보면, 한국 원화(5.26%)는 미국 달러(83.36%)에 이어 세 국회정무위통과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안의주요쟁점과향후과제 가상자산발행업도규제대상포함, 모든과정규율해야 박선종 ●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금융법) 22 주목! 이 법률

Laundering)2의 권고를 반영하여 자금세탁 및 테 러 방지를 목적으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을 개 정하였을 뿐, 가상자산 관련 산업이나 이용자 보호 규정을 둔 별도의 법은 미비한 상황으로, 건전한 시 장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지난 5.11.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법률안을 심의, 의 결하였다. 이 법안은 ①국가가 블록체인 기술의 연구·개 발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지원하는 등 구체적 노력을 하도록 하 며, ②가상자산사업자의 등록 및 신고 등에 관한 규 정을 두어 제도권 내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 율규제 및 책임을 부과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여, 가상자산시장의 위험을 해소하고 이용자 를 보호하는 등 건전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 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 법안의진행상황 정무위제정법안은기존의가상자산관련법안 19건을 통합·조정한 것으로, 그 주요 내용은 가상자 산시장의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하여, 이용자 자산의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중심으로 정 무위원회가제안한대안으로구성되어있다. 한편, 정무위원회는①가상자산의발행·유통체 계, ②스테이블코인3에 대한 규율, ③가상자산사업자 에 대한 영업행위 규제 등 향후 추가적인 논의가 필 요한 사항들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개선방안을 마련 하여국회소관상임위원회에보고토록하였다.4 이하에서는 19건의 관련 법안 중, 우선적으로 통과된 ‘이용자 보호’ 목적에 가장 유사한 것으로 평 가되는법률안을중심으로주요내용을소개한다. 2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안의주요내용5 ● 제정목적 : 이법은블록체인기술및가상자산업 발전에 필요한 사항과 이용자 보호에 관한 사항 을 정함으로써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자산업을 진흥하고, 건전한 시장질서와 신뢰성을 확보하는 한편, 가상자산업의 이용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 의발전에기여함을목적으로한다(안제1조). ● 국가의 블록체인 기술 지원 의무 : 국가는 블록 체인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그 성과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 한 지원을 해야 한다(안 제5조). ● 업자의 등록 및 신고 : 가상자산거래업 및 가상 자산보관관리업을 하려는 자는 등록을, 일반적 1) 1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은 약 3,600만 원이다.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 면피자두판에약 3,600억원을지불한셈이다. 2) 1989년OECD산하기구로설립된자금세탁방지금융대책기구 3) 스테이블코인이란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화폐 와 1 대 1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는데,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 도록설계된다. <출처 : 다음백과> - 편집자주 4) 미 국은 기존의 법 제도의 해석을 통해서 가상자산 전반을 규율해왔 고, 일본과 EU는 기존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규의 제정을 통하여 대응 해왔다. 이에비교하면, 우리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추진은 이미늦은감이있다. 5) 이하 법안의 내용은 2021년 5월 18일, 국회에 제출된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김병욱 의원 등 11인, 의안번호 2110190)을기준으로작성하였다. ┃ 법으로본세상 주목! 이 법률 23 2023. 06 vol.672

인 가상자산업을 하려는 자는 신고를, 금융위원 회에 하도록 한다(안 제2장). ● 가상자산사업자의 의무 : 가상자산사업자는 신 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야 하며, 이해상충 관리 의 무가 있다(안 제10조 및 제11조). ● 허위·과장광고 금지 :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사실 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부풀려 광고하는 행위 등 이용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광고 행위를 금지한다(안 제12조). ● 정보확인 의무 : 가상자산거래업자가 가상자산 에 대한 상장 등을 할 경우, 발행자에 대한 정보 확인 의무를 부여한다(안 제13조). ● 정보공시 의무 : 가상자산거래업자가 온라인시스 템에 가상자산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한다 (안 제14조). ●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관 의무 : 가상자산거래업 자의 예치금 보관 및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 산 보관을 의무화한다(안 제15조 및 제16조). ●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 가상자산사업자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의 이용 및 시세조 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한다(안 제18조 및 제19조). ● 정기적 보고의무 : 가상자산거래업자는 이용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위하여 상시적으로 자율 감시하도록 하고, 협회(가상자산업협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한다(안 제20조). ● 손해배상 책임 :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한다(안 제21조). ● 자율규제 기능 : 가상자산업의 업무 질서를 유지 하고, 가상자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보호 를 위하여 ‘가상자산업협회’를 설립하도록 하고, 자율규제 기능을 부여한다(안 제5장). ● 감독 권한 :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사업자의 업 무 감독 및 영업정지 등을 규율한다(안 제6장). ● 벌칙 및 과태료 : 이 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벌칙 및 과태료 규정을 명시한다(안 제7장). 3법률안의쟁점과평가 가상자산과 관련한 별도의 입법 필요성에 대 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예컨대, 가상자산 시장 규모의 급속한 성장 및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 을 이유로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가상자산 관련 입법이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 로 편입함으로써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를 촉진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 효과를 보아가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6 가. 가상자산발행업의가상자산업포함여부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의 종 류를 가상자산의 매매, 교환, 이전, 보관 또는 관리, 매매 및 교환의 중개·알선·대행 등을 영업으로 하는 경우로 열거하고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 발행업은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에 해당하지 않 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발행업을 가상자산업의 일부로서 규제 24

대상에 포함하고, 신고·등록·인가 등의 의무를 부과 한다면, 스캠코인7 등의 발행을 방지하여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가상자산의 발행부터 거래 및 보 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규율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상자산업 규제의 완결성을 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 이용자의안전한가상자산예치를위한별도기관설립 한편,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가상자 산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획득(ISMS)8,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춘 신고 의무만을 지니고 있는바, 이번 법안은 다양한 의무 규정을 도입하여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 비해 보 다 강화된 진입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예치금”에 대해서는 별도 기관에 대한 예치 의무를 규정하여 가상자산사업자의 도산 위험 등으로부터 이용자 보호 수단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용자가 매입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 치 의무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콜드 월렛9 저장은 외부해킹으로부터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보호할 수 있으나, 가상자산사업자의 횡 령 또는 파산 등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의 가상자 산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이에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예치할 수 있는 별도의 예치기 관설립또는지정에대해서도논의할필요가있다. 4향후과제 – 금융투자상품으로서의가상자산에 대한논의필요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상 금 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 는 금융상품이 허용되어 출시된 바 없으나, 국내 가 6) 금융위원회는 국제 논의 동향 및 해외사례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 고, 제도화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기대에 따른 투기 수요나 시장 불안 을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특정금융정 보법」 등을통해취급업소진입규제, 이용자재산보호등기본적인제 도화가 이루어져 있으므로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업 등록 신 고만료일(2021.9.24) 전까지는 「특정금융정보법」상제도를이용하여 시장건전화및연착륙을유도할필요가있다는입장이었다. 7) 사실과다른내용으로투자자를현혹해투자금을유치하려는목적으 로발행하는코인 8) 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정보통신망의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수립·운영하고 있는 기술적·물리적 보호조치 등 종합 적인관리체계에대한인증제도 9) 암호화폐지갑(cryptocurrency wallet)에는핫월렛과콜드월렛이있 다. 핫 월렛은 온라인에서 동작하는 지갑으로 바로 입출금과 송금이 가능한 암호화폐 지갑을 말하며, 콜드 월렛은 오프라인에서 동작하 는지갑이다. 콜드월렛에는하드웨어지갑, 유에스비(USB) 보관, 종이 지갑 등이 있으며, 핫 월렛이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어 사용이 편리하지만해킹에취약한반면, 콜드월렛은인터넷에연결되어있지 않아해킹이거의불가능하다. <출처 : 다음백과> - 편집자주 10) 캐나다는 2021년 2월전세계에서최초로비트코인 ETF를승인한바 있으며, 다양한글로벌운용사에서가상자산펀드를출시한바있음. 상자산의 주된 거래유형은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매매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향후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 생상품, 펀드 등 다양한 수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 으므로,10 향후 이에 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가상자산의 거래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 라 세계 각국 및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제 도화가 진행되고 있는바,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대 한 입법이 이루어지면 해외의 주요 관련 규제와의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크다. ┃ 법으로본세상 주목! 이 법률 25 2023. 06 vol.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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