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2월호

ISSN 2233-4688 12 2023 vol .678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3년 12월 5일 통권 제678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혜영드로잉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화 이 트 크 리 스 마 스 , 홀 로 야 근 하 는 밤 12 월 법 무 사 의 소 소 일 상

총 ‘1만 사례 이상’ 상담 ‘연인원 5,000명’의 공익법무사단 전세피해 지원, 법무사가 함께합니다 ● 서울·경기·부산·인천·대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 ● 서울 전월세 종합지원센터 ● 찾아가는 상담서비스(전국) ●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 지원서비스 ●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신청 지원

법무사는 국민의 가장 가까이 있는 생활법률전문가입니다.

Contents 2023년 12월 vol. 678 44 56 법으로 본 세상 18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한정승인 결정과 건물인도청구소송 취하사건 (2021 서울가정법원) 24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_ 내 얼굴을 지키는 삶을 산다는 것 30 주목 이 법률 _ 전자주주총회 도입 「상법」 개정안의 의미와 과제 34 법률고민 상담소 _ 상속, 민사, 개인회생·파산 분야 38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2023.11.19. 시행) 등 99 내가 만난 법무사 _ 최병문 법무사(경기중앙회) 법으로 본 세상 10 2023 대한법무사협회 10대 뉴스

법무사 시시각각 40 이슈와 쟁점 _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선 과제 _ 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지원 활동의 성과와 향후 과제 52 이슈 투데이 _ 법무부, 「부동산등기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제출 _ 제18회 한·일 학술교류회(화상회의) 개최 _ 협회, ‘부동산거래 안전과 전세피해 대책에 관한 성명’ 발표 56 법무사가 사는 법 _ ‘시흥갯골사회적협동조합’ 3선 이사장 역임한, 서정우 법무사 60 성년후견 사례 _ 성년후견인의 피후견인에 대한 의료행위(행정 입원) 동의 사례 88 54 슬기로운 문화생활 08 미경유람 _ 청계천의 크리스마스 78 한국인은 왜 _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한국인의 힘, 대한민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82 문화路 쉼표 _ (수상) 곶감유감 _ (서예) 感懷老來吟(감회노래음) 84 부자되는 책읽기 _ 선대인, 『대한민국 위기와 기회의 시간』 86 소확행 건강관리 _ 사는 대로 꾸려지는 ‘몸 가방’, 새해에는 ‘건강’만 담자 동정·등록 8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94 법무사 등록공고 · 신규등록 98 편집위원회 레터 _ 나만의 행복한 시간 현장활용 실무지식 62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 요약 _ 2023.9.1.자 2022마5860결정 등 66 나의 사건수임기 _ 유명 맛집 사장님의 ‘임차권 분쟁’ 전략적 해결기 72 유비무환, AI 이야기 _ MS ‘코파일럿’ 드디어 출시, 잔치는 시작되었나?

청계천의 크리스마스 08 미경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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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23년 10대 뉴스

회지편집위원회가 선정하는 2023년 대한법무사협회 10대 뉴스 Top 10 News 어느덧 2023년 한 해의 막바지다. 지난 한 해는 코로나 후유증과 금리 인상에 따른 고물가 부담으 로 경제 한파가 몰아친 한 해였다. 법무사업계도 사건 수가 급감하고, 등기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며 휴· 폐업을 하거나 직원 없는 1인 사무소로 전환하는 법무사들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협회는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고, 직역 수호와 확대를 위해 사법보좌관 업무와 비송사건 대리권 확 보를 위한 「법무사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4.26.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대표발의로 법안이 발의되었다. 협회는 국회 설득을 위해 6.9. 한국갤럽에 의뢰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국민의 다수가 법무사의 사법보좌관업무 대리를 찬성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7.13.에는 학자, 언론인, 시민사회 활동가가 참여하는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여, 「법무사법」 개 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7.3. 법무사의 역할과 업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의뢰인이 쓰는 법무사 이 야기, 『내가 만난 법무사』 단행본을 발간, 전국 지자체 민원실에 배부하였다. 2023년 협회의 활동은 이러한 「법무사법」 개정을 한 축으로 한다면, 다른 축에는 전세피해지원 활동이 있다. 지난해 HUG와의 전세피해지원 협약으로 공익법무사단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 법무사 의 전문성과 상담 능력이 빛을 발했다. 법무사의 상담을 받은 임차인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국토부와 HUG 관계자들도 법무사의 진가를 알아보며, 전세피해지원위원회 법무사 위원 위촉, HUG 운영위원회 위원 위촉 등 중요 회의에 법무사의 참여를 요청하고 있으며, 전국으로 확대되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비롯해 경공매지원센터의 구성을 법무사 상담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협회는 전세피해지원 활동과 같은 공익활동이 민생과 연관되어 생활법률전문가로서 법무사의 위상 을 제고하는 모범적인 활동으로 보고, 새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공익법무사단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협회는 2024년 새해, 「법무사법」 통과에 최대한의 조직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법무사법」 의 국회 통과를 발판으로 법무사업계의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현재 법안은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를 거쳐 본회의 통과 여부를 가르는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어 있다. 2024년에는 우리 법무사업계에 행운이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어둠은 짙지 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편집부> 전세피해지원 활동 확대, 법무사 위상 한껏 높아진 한 해 ┃ 연말 특집 2023년 10대 뉴스 11 2023. 12 vol.678

비송사건대리권 부여 「법무사법」개정안 국회 발의(4.26.) 올해 협회의 뉴스 중 가 장 핫한 뉴스는 단연 「법무사 법」 개정안 발의다. 지난해 정 기총회에서 의결된 법무사의 사법보좌관업무 및 비송사건 대리권 부여를 골자로 하는 「법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121668)이 지난 4.26. 권인숙 의원의 대표발의로 마침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법무사의 사법보좌관 업무 및 비송사건 업무에 대해 신청대리권 을 부여하고, 그동안 명시되지 않았던 법률관계 서류의 작성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국 민의 사법접근권 확대와 단계별로 위임 절차를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등의 국민적 불 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또, 공수처 설치 및 이른바 검ㆍ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형사민원 현장에서 법무사 의 업무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부당사건 유치 금지 등의 내용을 더욱 확대ㆍ상세 화하며,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경우의 처벌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법무사의 역할과 기 능을 보다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법무사의 업무를 규정한 제2조에서 제1항제1호의 법 무사 작성서류 제출기관에 현행 법원·검찰청에 더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청(단, 형사사법절차 서류에 한정)’을 추가하고, 제8호~10호를 신설해 사법보좌관 업 무로 정한 사건 신청의 대리(제8호), 민사·상사·가사비송 및 가족관계등록비송 사건 신청의 대리(제9호), 법률관계에 관한 서류의 작성을 새롭게 법무사의 업무(제10호) 로 포함하였다. 또, 현행 제2조제2항에서 “법무사는 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서류라고 하더 라도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되어 있는 것은 작성할 수 없다”고 한 규정을 삭제하였다. 한편, 법무사가 아닌 자의 금지행위를 규정한 제3조에 제3항을 신설하여, 법무사 가 아닌 자가 법무사를 고용하여 사무소를 개설·운영할 수 없게 하고, 부당한 사건 유 치에 대해 금지한 제24조에도 제2항제1·2호를 신설, 누구든지 법무사의 업무 수임과 관련해 사전·사후의 금품·향응을 대가로 법무사 및 그 사무원에게 당사자 및 그 밖의 관계인을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등의 금지 및 법무사나 사무원의 소개·알선·유인 대가의 금품·향응 제공과 제공 약속 행위를 금지하였다. 위 금지행위를 위반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 고, 취득한 금품 및 이익을 몰수(몰수할 수 없을 때는 그 가액 추징)하는 처벌 규정도 신설하였다(제73조의2). 이번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심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회부, 계 류 중에 있다. 12

법무사의 사법보좌관 업무 관련 ‘한국갤럽 국민인식 조사’(6.9.) 지난 6.9.~15., 협회 ‘생활법률지원 TF(위원장 이남 철)’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법무사의 사 법보좌관 업무 관련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이 법무사를 통해 사법보좌관 업무를 처리할 때 느끼는 현 실적 문제를 파악하여, 「법무사법」 개정을 통해 보다 나 은 법률서비스 개선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법률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 하는 대상으로는 가족·지인(33.6%) 다음으로 법무사 (24.5%)가 많았고, 경매·집행, 상속포기·한정승인, 지급 명령, 임차권등기명령 등 사법보좌관 업무처리 시 “법 률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899명(89.8%) 중 46.3%가 “법무사에게 도움을 받겠다”고 답해 법무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법률가의 도움이 왜 필요한가를 물어본 결과, “법률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서”(51.3%), ‘법적 절차가 복 잡해서’(26.6%),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17.5%), ‘시 간이 없어서’(2.8%) 등의 순으로 나타나, 사법보좌관 업무 에서 법무사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법무사에게 사법보좌관 업무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과반수(52.4%)가 한 번의 위임으로 시작부터 종결 시까지 처리할 수 있다면, “절 차를 간소화한 것으로 찬성한다”고 답했고, 비송업무를 법무사에게 위임한 경우, 과반이 넘는 56.7%가 “서류 작 성 및 제출에 대해 사전에 한 번에 위임”하는 방식이 좋 다고 답해, 국민 대다수가 비송업무에 대한 법무사의 신 청대리권 부여를 통한 절차 간소화를 희망하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 찬성 52.4 반대 38.0 법무사에게 대리권을 부여하자는 의견에 대한 견해 법무사 중심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 지원센터’ 개소(8.9.) 지난 8.9.에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도 생 업 등에 쫓겨 경·공매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 는 임차인들을 위해 법무사의 지원활동을 중 심으로 하는 ‘경공매 지원센터’가 개소되었다. 경공매지원센터는 지난 7.2. 「전세사기피 해자지원특별법」의 시행에 따라 대한법무사 협회와 국토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협 력하여 개소한 것으로, 협회는 공익법무사단 에 153명의 공익법무사를 추가적으로 선임하 여 오리엔테이션 실시 후 경·공매지원센터에 배치했다. 위 공익법무사들은 선순위·후순위 임차 인, 최우선변제금 대상 여부 등 전세사기 피해 자 개인별 상황에 맞춰 경·공매 유예·정지신청, 우선매수권 행사, 조세안분신청 등 피해 최소 화를 위한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절차 지원에 있어서도 경매신청부터 낙찰, 배당에 이르는 전 과정을 대행한다. 이남철 협회장은 이날 개소식에서 “경매 시작부터 입찰, 배당까지 경·공매 절차에 대해 피해자들이 신속하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 을 수 있도록 공익법무사에 대한 교육 등 최선 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이남철 협회장과 정경국 전세피해공익법무사단장이 참석했고, 국토교 통부에서 박병석 전세피해지원단장, HUG 김 옥주 자산관리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 연말 특집 2023년 10대 뉴스 13 2023. 12 vol.678

협회는 지난 7.13.(목) 14:00,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 회의실에서 인재근·김종민·권인숙·김영배 의원과 공동으로 ‘국민의 불편 해소와 사법접근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공청 회’를 개최했다. 국민의 실생활에 밀접한 사법보좌관 담당업무들은 비쟁 송적, 부수적 업무이니 만큼 법무사에게 신청대리권을 부여해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법무사법」을 개정하자는 취지다. 이번 공청회를 공동 주최한 권인숙 의원은 개회사에서 “2021년 기준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 445만 8천 건 중 300 만 건 정도가 비쟁송적 사건으로, 많은 부분 법무사를 통해 처리되고 있으나 현행법상 신청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아 의뢰 인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남철 대한법무사협회장은 “「법무사법」 개정안은 민 생법안으로서 법무사가 실제 처리하고 있는 가족관계등록, 상속승인, 임대차와 경매, 비송사건 등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된 분야에서 국민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라 고 밝혔다. 안갑준 전 한국등기법학회장을 좌장으로 본격적으로 진 행된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법보좌관 업무와 국민의 사법접 근권 강화’(한국외국어대학교 강구옥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 표) 및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법무사법」 개정의 필요성’(대한 법무사협회 황정수 법제연구소장 발표)의 2가지 주제 발표가 있었고,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동주 머니투데 이 정책사회부 차장, 윤철한 경실련 기획연대국장, 박인복 한 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장, 장희정 한국한부모연합 대표가 각 토론자로 참여해 법무사법 개정의 필요성을 토론하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국회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인 소병철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지난 7.3. 협회는 기관지 『법무사』에 서 절찬리 연재 중인 「내가 만난 법무사」 꼭지의 지난 7년간 연재분 중 68편의 이 야기를 선별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발 간했다. 「내가 만난 법무사」는 의뢰인이 쓰는 법무사 이야기로, 일상생활의 법률적 어 려움에 부딪혀 법무사를 찾아온 의뢰인이 법무사와 함께 사건을 성공적으로 풀어 가는 과정에서 법무사에게 느낀 고마움 과 긍정적인 인상에 대해 기술한 글이다. 『법무사』지 지난 2016년 1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해 지금까지 매월 연재되고 있는 장수 콘텐츠로, 이번 책은 68편의 이야기를 국민 삶의 기반이 되는 가정·회 사·사회·개인 생활 편으로 나누고, 각 편 들을 공감, 열정, 신뢰, 친절이라는 4개의 키워드와 연결되도록 4개의 챕터를 구성, 총 160페이지로 묶어냈다. 이남철 협회장은 발간사에서 “이번 단행본의 발간이 생활법률 전문가로서 12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법무 사의 진면목을 새롭게 발견하고, 평가하 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책은 전국의 등기소를 비 롯해 시·군·구청, 동·주민센터 등 국민들 이 직접적으로 민원을 해결하는 기초단 체를 중심으로 배부되었다. 국민불편 해소와 사법접근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국회 공청회(7.13.) 의뢰인이 쓰는 법무사 이야기, 『내가 만난 법무사』 단행본 발간(7.3.) 14

지난 3.15.에는 등기신청에 있어 등기원인 증명서류의 공증 및 등기관에게 실질적 심사권 을 부여하는 내용의 「부동산등기법」 및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발의안)이 우리 협회의 적극적 인 의견 표명 등에 따라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 위 개정안(철회)은 부동산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 예방 조치로서 등기부등본의 공신력 제고 를 위해 등기원인증서의 공증을 도입한다는 취 지였으나, 우리 협회는 전세사기 피해는 깡통전 세나 중복계약 등 부동산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역전과 같은 가격영역의 문제로서 부실등기와는 관련이 없고, 등기원인증서 공증제 도입 시 전국 320개의 공증사무소가 서울지역에만 편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큰 국민적 부담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협회는 대법원과 법무부에 이러한 의 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3.8. 회장회 (2022회계연도 제9회)를 개최하여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한 후,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의 사무소 를 방문해 공증제의 문제점과 반대입장을 적극 표명하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법안은 발의 19일 만에 결국 철회되었다. 협회는 회원과 지방회 등 모두의 노력으로 법안 철회를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등기원인증서 공증 제에 대한 반대 논거 등을 모은 자료집 발간 등 후속 대비를 해 나가고 있다. 등기원인증서 공증제 도입 「부동산등기법」·「민법」 개정안 발의 철회(3.15.) 지난 6.1.에는 국토부 산하 전세사기피해지원위 원회의 위원에 정경국·곽 재근·안소현 법무사가 위 촉되었다. 위 위원회의 위원은 지 난 5.25. 제정된 「전세사기 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세 사기피해자로 신청한 임차인들의 전세사기피해자 여 부를 심의·의결하여,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된 임차인 에게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경공매 우선매수 신청 권을 부여하고, 임대인이 2개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경 우 국세·지방세를 주택의 가격비율에 따라 안분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그런데 4.27. 발의된 법안 초안에서는 위원 자격 규정에 “법무사”가 누락되어 있었다. 협회는 즉각 의견 서를 작성하여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 제출하고, 위원 자격에 법무사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 대구경북회장과 함께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정재 의원(포항시 북구)을 방문하여 법무사 추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법안에 법무사를 추가하겠다는 확 답을 받았다. 이에 이후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법 무사가 포함된 대안이 의결되며, 국회 본회의에서 최 종 확정되었다. 이번 법안의 수정 통과가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9 월부터 총 220여 명의 법무사가 전세피해지원 공익법 무사단으로 활동하며, 높은 전문성으로 피해자 지원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국토부 산하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위원에 법무사 3명 위촉(6.1.) 정경국 안소현 곽재근 ┃ 연말 특집 2023년 10대 뉴스 15 2023. 12 vol.678

협회는 지난 9.4.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최민호)의 민원 서비스에 대한 적절 조치 협조를 요청했다. 세종 특별자치시는 누리집에 ‘부동산 스스로등기’ 서비스 코 너를 마련하여 등기유형별 절차 확인과 구비서류 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도 내 려받아 직접 신청서를 작성해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그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협회는 위와 같이 민원인에게 등기신청서 작성 방 법 안내 또는 조력으로 사실상 작성 대행 등을 진행할 경우, 대법원의 회신내용에 근거해 「법무사법」 위반 소 지가 있다고 보고, 세종시에 적절한 조치를 요청하였다. 또, 지난 9.14.에는 네이버 주식회사 측에 네이버 의 지도 및 플레이스 서비스에 관한 개선 조치를 요청 했다. 네이버 검색창에 “개인회생 법무사”를 검색하면 ‘개인회생 법무사 진행 독촉추심금지 면책 신용회복상 담” 등 법무사 사무소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의 유령 사무소들이 해당 지역과 인접 지역에 다수 노출되고 있는바, 「법무사법」 및 「법무사표시·광고규칙」의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시정 조치를 요청한 것이다. 협회는 새해에도 위와 같은 법무사업무에 대한 부 당한 침해사례에 대해 법제연구소와 직역수호특별위 원회를 중심으로 각 사안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 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6.1.부터 서울시 마을법무사 활동이 전 자치구로 확대되었다.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 가 2년 임기의 마을법무사 1기 활동이 종료됨에 따라 우리 협회에 마을법무사 후보자 추가 추천 협조를 요청해 5.31. 서울시 중구 15개 행정동 전 역을 포함한 8개 자치구 24개 동에 총 100명의 마을법무사를 새롭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마을법무사제도는 지난 2016년 ‘서 울시 공익법무사’ 제도로 출발해 2021년 ‘마을 법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기존의 전통시장 및 복지관에서 서울시 각 자치구 동 주민센터로 활 동 범위를 넓혀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 한 생활 속 법률문제를 상담해 왔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마을법무사의 상담 건수는 1,578건(방문 720 건, 전화 816건, 비정기 42건)을 기록했으며, 주 민 만족도 조사에서도 100점 만점에 80점을 받아 성공적인 주민 서비스 제도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협회는 서울시 마을법무 사제도가 대표적인 법무사 의 공익사업으로 안착되 어감에 따라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 체로 확대될 수 있 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시 민원서비스 개선 조치(9.4.), 네이버 지도 허위표시·광고 개선 조치 (9.14.) 서울시 마을법무사 전 자치구로 확대(6.1.) 16

지난 3.6. 협회는 경제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등기 사건의 축소와 경·공 매 사건의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제3회 법무 전문가과정으로 ‘경공매 전문가과정’을 개설하 였다. 총 548명의 법무사가 참여한 교육과정은 온라인연수원에서 3.6.~4.28.까지 6주간 총 36시간의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었으며, 경공 매 투자·입찰 분석에서부터 권리분석, 매각허 가결정 이후 절차, 배당실무 절차, 경매절차와 불복, 집행관실무 절차, 공매 및 형식적 경매에 이르기까지 경·공매 절차 전반의 실무와 이론 을 습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구성하였다. 강의진도 경·공매 업무에 풍부한 실무경 험을 갖춘 베테랑 법무사들과 외부 전문강사 로 구성하여 실속있고 효과적인 강의가 되도 록 하였다. 협회는 위 경공매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법무사들을 위해 11.13.~12.15. 5주간 총 36시간의 제2차 경공매 과정도 추가 실시 중 에 있다. 한편, 지난 6.29. 개최된 제61회 정기총회 에서 법무사연수 교과목에 성년후견 실무, 지 방세 실무를 추가하고, 현행 민사집행 실무에 ‘사법보좌관 업무(Ⅰ·Ⅱ)도 포함하는 내용의 「법 무사연수원규칙」 개정규칙안이 통과됨에 따 라 현재 법무사연수 교과목에 반영되어 교육 중에 있다. 경공매 전문가과정 개설(3.·11.), 등록전연수 과목에 사법보좌관업무 포함(6.26.) 2023년 대한법무사협회 1. 비송사건대리권 부여 「법무사법」 개정안 국회 발의(4.26.) 2. 법무사 중심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 지원센터’ 개소(8.9.) 3. 법무사의 사법보좌관 업무 관련 ‘한국갤럽 국민인식 조사’(6.9.) 4. 국민불편 해소와 사법접근권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국회공청회(7.13.) 5. 의뢰인이 쓰는 법무사 이야기, 『내가 만난 법무사』 단행본 발간(7.3.) 6. 등기원인증서 공증제 도입 「부동산등기법」· 「민법」 개정안 발의 철회(3.15.) 7. 국토부 산하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위원에 법무사 3명 위촉(6.1.) 8. 세종시 민원서비스 개선 조치(9.4.), 네이버 지도 허위표시·광고 개선 조치(9.14.) 9. 서울시 마을법무사 전 자치구로 확대(6.1.) 10. 경공매 전문가 과정 개설(3.·11.), 등록전연수 과목에 사법보좌관업무 포함 (6.26.) Top 10 News ┃ 연말 특집 2023년 10대 뉴스 17 2023. 12 vol.678

김선미 ● 법무사(경기중앙회)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지켜낸, 새터민의 거주지 한정승인 결정과 건물인도청구소송 취하 사건(2021. 서울가정법원) 18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법무사가 실제 수임한, 이 시대 민초들의 생활사건 이야기

2023. 12 vol.678 나는 고등학생 시절에 교지부에서 활동을 하였는 데, 당시 NGO 활동에 관한 취재를 하면서 나중에 어 른이 되면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가 되어 공공의 이 익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은 작은 일에 만 분개하는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울분을 토해냈던 김수영 시인처럼, 동네 법무사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내가 짧게나마 함께한 공익사건이 있었다. NGO 취재 당시 함께 취재했던 친구 중 하나로, 이제 는 변호사가 되어 한 공익재단 법무법인에서 공익변호 사로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어느 날 걸 려온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김 법무사, 요즘 일은 잘되고 있니? 내가 뭐 하나 부탁할 일이 있는데, 좀 도와줄래?” 친구의 말인즉슨, 함께 일하는 공익변호사 중 북 한 이탈주민(새터민, 혹은 탈북민이라고 하는데, 이 하에서는 ‘새터민’이라고 함) 법률지원 담당 변호사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건물인도청구소송으로 거주 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새터민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데, 현재 압류 해제 문제로 소송이 잘 풀리지 않고 있으니 법무사로서 집행 경험이 많은 내가 좀 도와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그럼, 누구 부탁인데, 도와줘야지. 담당 변호사님 한테 내 명함 전달해 줘봐.” 나는 친구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친구의 중개 로 곧 담당 변호사와 연락해 새터민의 상황을 전달받 고, 그 새터민 의뢰인과도 직접 통화하여 건물인도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압류 해제 부분 을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난제가 된, 탈북형제의 임대주택 보증금 압류 해제 새터민 관련 사건은 처음 해보는지라 의뢰인에게 돌아가신 분의 재산이나 채무 관련 자료를 가지고 방 문이 가능하신지 여쭤보았다. 며칠 후 여느 의뢰인과 같은 모습으로 나의 첫 새터민 의뢰인이 방문하셨다. “법무사님, 안녕하세요!” 작고 다부진 체격의 의뢰인이 나에게 인사를 건 넸다. ‘새터민’이라는 것을 모르고 만났다면, 그냥 평범 한 동네 어르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담당 변호사에 게 전달받은 내용과 의뢰인 상담으로 파악한 내용을 종합해보니 당시 의뢰인의 상황은 이러했다. 의뢰인은 30여 년 전 동생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 우리 정부에서는 탈북민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통일부를 통해 가족 인원수에 따른 일정 금액의 주거지원금을 지급(대여가 아니라 전액 지원1)하고 있는데, 의뢰인 또한 동생과 함 께 주거지원을 받아, 동생이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임대계약을 맺은 임대주택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갑자기 사망하였다. 동생 의 배우자와 자녀들도 한국에서 살고 있었지만, 무슨 사연인지 서로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보였고, 새터민 의 입장에서는 큰 금액일 수 있는 채무를 남기고 사망 한 관계로, 그 배우자와 자녀들은 모두 법원에 상속포 기를 한 상태였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결국 고인의 채무는 유일한 형제이자 다음 순위 상속인인 의뢰인에게 상속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SH는 의뢰인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계약자가 사망했으 친구와 함께 일하는 공익변호사 중 북한 이탈주민 법률지원 담당 변호사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건물인도청구소송으로 거주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새터민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데, 압류 해제 문제로 소송이 잘 풀리지 않고 있으니 법무사로서 집행 경험이 많은 내가 좀 도와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1) 조선일보, 2020.10.22.자, 「[단독] “직접 신청하라” … 통일부 쌓인 탈북 민 주거지원금만 40억원」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9

니 상속인이 계약자 변경 등을 진행해야 함에도 하지 않고 있고, 그사이 임대차 기간이 종료했다는 이유에 서였다. 예기치 않은 소송에 당황한 의뢰인은 ‘국민신문 고’에 이런 사정을 알리는 글을 올렸고, 덕분에 나의 친구가 속해 있는 공익재단의 새터민 담당 변호사와 연결되었다. 의뢰인과 변호사는 계약자 변경을 통해 의 뢰인이 현 거주지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방안 을 찾던 중 동료인 내 친구 변호사의 소개로 나와 인연 이 닿게 된 것이다. 일단 이 사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채무가 많았던 동생이 카드 대금을 잘 갚지 않자 카드사에서 거주 중 인 임대주택의 보증금을 압류한 것이었다. 동생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SH 측에서는 상속인인 형이 이 집에 합법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는 동생으로 되어 있는 계약자를 형으 로 변경해야 하는데, 계약자를 변경한다는 것은 곧 보 증금을 상속인이 상속받는다는 의미이므로, 압류 해제 가 먼저 되어야 계약자를 변경해줄 수 있고, 계약자가 변경되면 소 취하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채무 해결이 선행되어야 소송을 원활히 매듭지을 수 있기에 담당 공익변호사는 일단 한정승인 결정까지 는 받아둔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어떤 절차를 밟 아야 하며, 한정승인 이후 채무변제는 또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정승인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 공고-최고-배당부터 할 것 현재까지의 상황을 완전히 파악한 필자는, 담당 변호사로부터 한정승인 결정문, 안심상속 결과 자료를 전달받고, 압류와 관련된 소송사건 기록 등을 검토하 면서 압류 해제 계획을 세워나갔다. 무엇보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한정승인 이후 반드시 해야 하는 기본적인 공고, 최고(내용증명)였다. 한정승인 결정문을 받은 이후에는 「민법」 제1032조에 따라 한정승인을 한 날로부터 5일 내에 일반상속채권 자와 유증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 사실과 일정한 기 간 내(통상 2개월)에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을 공고해야 하고,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는 채권신고를 최 고(통상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나는 빠르게 공고와 최고 절차를 진행하고, 다음 수순인 배당을 위해 필요한 업무를 시작했다. 채권신 압류채권자인 문제의 카드사는 채권 최고(내용증명)를 받고 난 후에 채권 신고를 해왔다. 채권신고서에 담당자에게 연락해 압류 해제 방안에 대해 의논했다. 그리고 의뢰인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압류채권자인 카드사 측에서는 필자가 제시한 대략적인 배당표를 검토한 후 배당표에 배분된 금액이 입금되면 압류를 해제해 주겠다고 확답을 주었다. 20

2023. 12 vol.678 고기간(통상 2개월)이 끝나면 채권신고기간 내에 채권 을 신고한 채권자와 한정승인 상속인이 알고 있는 채 권자(한정승인 결정문에 명시된 채권자)에게 상속재산 을 각 채권액의 비율로 변제(배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안심상속을 통해 채무자의 채권을 파악하고, 누락된 채무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지 금은 사망신고를 할 때 안심상속 신청을 하면 사망한 분의 재산과 채무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채무로는 국세와 지방세, 은행과 저축은행 및 카 드사 등의 금융권 채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된 소송채무, 경기신용보증재단 등 공공기관에서 보증한 채무 등이 파악 가능하다. 그러나 통신사 관련 채무나 채무불이행자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판결금 채무, 영세 대부업체가 채권자인 채무, 개인이 채권자인 채무 등은 안심상속 결과로 파 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한정승인 결정 후 배당이 이루어 져야 하는 경우, 채무가 누락되지 않도록 세심한 채무 조사가 필요하다. 또, 고인이 생전에 신용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연 체가 오래된 채무가 양도·재양도되어 채권자가 변경되 었을 수 있기 때문에 채권의 양도 여부도 세심하게 신 경 써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채무자가 압류결정 이후 사망한 때는 압류채권이 양도되었을 경우 그 해제를 양수인이 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의 양도 관계를 정확 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다양한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처리하면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분들이 금융권 채무 외에 어떤 채 무를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래서 한정승인 업무를 할 때는 이 부분을 꼼꼼히 챙기 고 있다. 특히 서울보증보험에 단말기 채무가 있는 경우에 는 통신비 채무도 함께 있을 가능성이 크고, 역으로 통 신비 채무가 있는 분들은 단말기 채무가 있을 가능성 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을 꼭 알아보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담당 변호사가 안심상속 결 과지를 참고해 재산목록을 작성해 주었기에, 나는 안심 상속에서 파악되지 않는 누락된 채무가 있는지를 중점 적으로 파악해 나가기로 하고, 의뢰인에게 동생 앞으 로 독촉 우편물이 왔던 게 있으면 모두 챙겨서 방문하 도록 했다. 또, 동생이 생전에 주요 통신사(SK, KT, LGT)에 모두 채무가 있을 것으로 보여서 미납 요금이 있으면 미납대금 고지서도 함께 챙겨오라고 했다. 누락된 채권까지 샅샅이 파악해 배당표 완성 아뿔싸. 그런데 첫 단계부터 일이 쉽지 않았다. 의 뢰인이 통신사에서 미납대금 고지서를 받는 일부터 막 히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부모님과 함께 탈북한 것이 아니라서 한국에 들어와서 호적을 만들 때, 동생 과 의뢰인이 각각의 호적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제적등본으로도 두 사람이 ‘형제’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가 없어, 통신사에 제출해야 할 서류 를 발급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현재의 가족관계등 록부로는 형제 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 다행히 통일부에서 두 사람이 형제임을 입증하는 사실확인서를 발급해 주었으나, 통신사 입장에서는 그 런 서류를 처음 받아보기 때문에 미납고지서를 발급 해줘도 되는 것인지 무척 난감해했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21

“법무사님, 통신사 담당자분이 사실확인서로는 미 납고지서를 발급해 줄 수는 없다고 하는데 어쩌지요?” 서류 발급이 안 되면 나한테 현장에서 바로 연락 을 하라는 필자의 말에 의뢰인이 전화를 했다. 나는 담 당자를 바꿔 달라고 해서 담당자에게 차근차근 상황 설명을 했고, 긴가민가하는 담당자로부터 겨우 고지서 를 받아낼 수 있었다. 다음날, 의뢰인이 문제의 그 미납대금 내역서와 함께 추심사에서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독촉장을 들고 사무실을 방문했다. 독촉장의 채권은 결정문에서 누락된 채무였고, 독촉장에는 소송 진행을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는 바로 추심사 담당자 에게 전화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김선미 법무사입니다. 이 사건 은 한정승인 결정이 되었으니 소송 진행을 멈춰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절차에 따라 배당할 예정이니 채 권 신고를 해주세요.” 나는 그간의 경험에서 배운 실무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파악 가능한 범위에서 누락된 채권까지 포 함한 배당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압류채권자인 문제의 카드사는 채권 최고(내용증 명)를 받고 난 후에 채권 신고를 해왔다. 채권신고서에 담당자가 기재되어 있어 그 담당자에게 연락해 압류 해제 방안에 대해 의논해 나갔다. 그리고 의뢰인의 어 려운 처지를 호소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채무자와 상속인은 북에서 탈출한 새터민 형제 들입니다. 두 분 중 사망한 동생분의 채무로 보증금이 압류된 것인데, 남아있는 형님분이 SH로부터 건물인 도청구소송을 제기받아 압류 문제로 지금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압류가 해제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필자의 부탁이 통했는지 압류채권자인 카드사 측 에서는 필자가 제시한 대략적인 배당표를 검토한 후 배 당표에 배분된 금액이 입금되면 압류를 해제해 주겠다 고 확답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공고 기간이 종료되면 바로 배당표 대로 입금하겠습니다.” 한편, SH에서 “임차보증금에 대한 권리침해 유무 확인서”라는 서류를 보내주었는데, 거기에서 가압류 사건이 하나 확인되었다. 이 채권은 대부업체로 이미 양도가 된 상태였다. 필자는 대부업체 담당자에게 연 락해 배당액을 입금받으면 가압류를 해제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드디어 고지가 바로 저기다. 문제의 압류와 뒤늦 게 발견된 가압류, 이제 이것만 해제되면 SH와 계약자 변경계약을 진행한 후, 소 취하를 받아 사건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배당금은 어떻게 마련하지? 그러나 역시 고지 점령은 쉽지 않았다.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배당을 위한 금원을 어 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임대보증금은 보험해약 금 등과는 달리 피상속인의 재산이라고는 해도 상속인 이 그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배당금원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쉽게 말해 의뢰인이 그 집에 살려 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결국 그 집에 계속 살려면 보증금만큼의 돈을 따 로 마련해 배당한 후 계약자 변경을 해야 하는데, 새터 22

2023. 12 vol.678 민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의뢰인이 1,000만 원 정도나 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나는 걱정이 되었다. “법무사님, 괜찮습니다. 계약자를 저로 변경하면 통일부에서 저한테도 보증금을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지인들에게 일단 돈을 빌려서 배당금으로 쓰고, 나중 에 보증금 지원을 받아 갚으면 될 것 같아요.”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필 자는 마음 편히 채권자들과 배당에 관한 업무를 마무 리할 수 있었다. 의뢰인은 계획대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배당금을 냈고, 난제였던 압류와 가압류가 모두 해제되었다. 의뢰인은 계약자 변경을 통해 임차인이 되었고, 통일부에서도 임차인인 의뢰인에게 보증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의뢰인에게 빚진 돈을 모 두 갚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의뢰인의 거주지를 지킨 사람들, 세상은 선의로 가득하다 사실 필자는 이번 사건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터민과 직접적인 소통도 해보고, 업무도 진행해 보 았다. 머리로는 늘 남북 화합을 염원하고 통일을 바라 는 사람이었지만, 문화적 배경도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 른 새터민을 도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 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에게 너무 의존하고 부 탁하는 부분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업무를 하면서 의뢰인의 소송대리를 맡았던 담당 변호사님과 SH 담당자님뿐 아니라 심지 어 채권자 측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압류채권자 담당자 님과 추심사 담당자님, 그리고 필자와 필자의 사무소 직원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의뢰인이 상속채무를 잘 정리해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각자의 영역에 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가끔씩 뭉클한 감동을 받곤 했다. 법무사는 여러 분쟁의 한가운데에서 일하는 사 람이다 보니 업무 긴장도가 높고, 사람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직업이다. 그런 와중에 작고 사 소한 도움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 사람을 돕기 위한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 뤄낸 이번 사건은 나에게 특별한 보람과 즐거움을 남 겨 주었다. 의뢰인 분은 지금도 가끔씩 법률적인 문제가 있 으면 연락을 해온다. 앞으로도 안정된 보금자리에서 건 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해 본다. 소송대리를 맡았던 담당 변호사님과 SH 담당자님뿐 아니라 심지어 채권자 측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압류채권자 담당자님과 추심사 담당자님, 그리고 필자와 필자 사무소 직원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의뢰인이 상속채무를 잘 정리해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가끔씩 뭉클한 감동을 받곤 했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23

위기의 시대에도 행복을 찾아가는 12가지 인문학적 성찰 ⑫ 유창선 ● 인문학 작가 내 얼굴을 지키는 삶을 산다는 것 24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023. 12 vol.678 하나의 기준만이 절대시 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갖는 생각도 개성을 잃은 채 하나의 것으로 닮아가 버린다. 나만의 색깔이 없어지고 모두가 같은 색깔로 동질화되고 만다. 생각해 보면 그것처럼 무미건조한 삶도 없다. 과연 나는 나의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일까. 고, 서로 존중해야 할 ‘다름’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기준만이 절대시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갖 는 생각도 개성을 잃은 채 하나의 것으로 닮아가 버린다. 나만의 색깔이 없어지고 모두가 같은 색깔로 동질화되고 만다. 생각해 보면 그것처럼 무미건조한 삶도 없다. 그래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닥터 지바고』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고, 미리부터 갖 고 있던 관념과 어긋나는 건 좋은 일이죠. 하나의 유형에 속한다는 것은 그 인간의 종말이자 선고를 의미하니까.” 과연 나는 나의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일까. 내가 생각을 하지 않고 살다니,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많을지 모르겠다. 살아가느라고 내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 한데 말이다. 물론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아간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어려움을 겪는 생업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나와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대 해서도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내가 하는 그 많은 생각들 가운데 서 정작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생각은 얼마나 될까. 그 저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잣대에 맞춰 나이 들어가며 생각이 드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개성에 따른 삶을 살고 자 하는 욕구다. 내 경우는 젊은 시절 이래로 오랜 세월 ‘정치적 진영’이라는 집단에 갇혀 살아왔기에 언제나 개인보 다는 집단의 도덕이나 문화를 의식하 는 삶을 살아왔다. 자신의 욕구가 집단의 도덕과 어 긋날 때는 그 욕구를 죄악시했던 시절 도 있었다. 이제 나이가 들고 나니 회한 이 든다. 그것이 그럴 일이었을까. 인간의 본성적 욕구들을 집단적 규율 아래 숨기고 억압하던 삶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이제는 까마득한 그 시절, “세상을 바꾸자”라고 말하던 사 람들 사이에서는 개인의 욕망은 통제받 고 억압되어야 할 무엇이었다. 정반대 편의 철학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집단적 사고가 존재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세상에서 의 성공을 위해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가치가 전부인 것처럼 받들어졌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사는 사회는 하나의 인간형만을 미덕으로 찬미하며 모든 사람이 그런 하나의 인간이 될 것 을 권장하곤 했다. 과연 나는 내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일까? 사람에 대한 획일적인 요구는 획 일적인 응답을 낳곤 한다. 그러나 삶의 가치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어떤 인간형이 좋은 것인가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다. 거기에는 옳고 그름이 있기 어렵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5

깨어있는 사람은 우상을 만들지 않는다 철학자 칸트는 ‘미성년 상태’로부 터 벗어나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칸트 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 서 계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계몽이란 우리가 마땅히 스스 로 책임져야 할 미성년 상태로부터 벗 어나는 것이다. 미성년 상태란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 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 미성년 상태의 책임을 마땅 히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은, 이 미성년 의 원인이 지성의 결핍에 있는 것이 아 니라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도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의 결핍에 있을 경우이다. 그러므로 ‘과감히 알려고 하라!’,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 라!’ 하는 것이 계몽의 표어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지 도에서 해방된 뒤에도 미성년 상태에 머무르고, 다른 사람들이 손쉽게 후견 인으로 들어앉는 이유는 게으름과 비겁 함 때문이라고 칸트는 지적한다. 사실 미성년으로 머무르는 것은 무척 편안하다. 만약 나에게 나를 대신 해 지성을 가진 책이 있고, 나를 대신해 양심을 가진 목사가 있고, 나를 대신해 음식을 준비하는 요리사가 있다면, 나 는 조금도 수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그런 일에 보수를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나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다 른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서 골치 아픈 습관과도 같은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을 외부에 의존하는 데 길들여 진 것이 사실이다. 내가 사는 의미가 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가치에 의해 주입되고 이입된다. 많은 부와 높은 지위, 화려한 명예를 선망하거나 그리 는 나의 생각은,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 내게 입힌 기성복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 몸에 안 맞아도 억지로 입어야 한다. 사회가 요구한 성공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 며 살아야 한다. 옷을 나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옷 에 맞추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되고 있다. 우리는 세상 일에 대해 판단하는 것도 아주 습관적으 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의존한다. 특히 자신이 속해 있는 진영의 집단적 사고에 자신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일은 가장 흔한 현상이다. 자신의 생각이 집단의 생각과 같음을 확인하면서 자 신이 집단의 일원임을 확인하고 안도하게 되는 심리적 속성 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굳이 내가 속한 집단과의 불화를 겪는 일 없 이, 가장 익숙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으로서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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