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4월호

ISSN 2233-4688 04 2 0 2 2 vol. 658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2년 4월 5일통권제658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이정윤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 곁에 125년, 생활법률 전문가 법무사史 사법서사 · 법무사배지(1962 · 1990년제작) 1949년 창립된 한국사법서사협회는 1962.11.12. 「사법서사 윤리강령」 및 「윤리장전」 을 제정, 공포하였다. 당시 현상공모를 통해 사법서사협회 심볼 마크의 도안을 마련 하였고, 이마크가새겨진배지를제작하여배포하였다. 왼쪽은당시제작된사법서 사배지. 한편, 1990년 「사법서사법」이 「법무사법」으로 개정되어 사법서사 명칭이 ‘법무사’로 개칭됨에따라 1990.3.3. 개최된임시총회에서새로운명칭에맞는법무사협회심볼 마크를확정하였다. 오른쪽은당시제작한법무사배지. 무궁화속에손과태양을현 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하여 법무사의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봉사적인 이미지 를담았다. 4월 커버스토리 03

생활법률전문가 출생에서 인생의 04

법무사가함께합니다 상속까지 모든 순간 05

Contents 만나고싶었습니다 10 인터뷰 _ 박인복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 중앙회장 법으로본세상 16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교통사고 손해배상 채무부존재확인소송 항소 사건 (2020. 울산지방법원) 22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_ 우리의 의류소비는 정의로운가? 정의가 없다면 평화도 없다 28 주목 이 법률 _ 「녹색성장기본법」과의 비교를 통해 본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의 의의와 과제 32 법률고민상담소 _ 임대차(주택·상가), 가사 분야 36 최근 시행법령 _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일부개정(2022.3.8. 시행) 등 99 내가 만난법무사 _ 안신영 법무사(서울동부회) 2022년 4월 vol. 658 22 10

현장활용실무지식 52 맞춤형 최신 판례 요약 _ 2021.1.13.선고 2017다264072, 264089판결 등 56 법무사 실무광장 _ 제3채무자의배당재단침해문제와제도개선의방향 62 신(新) 기업컨설팅 사례연구 _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관한 컨설팅 70 행복의 심리학 _ ‘후회’에 빠진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법무사시시각각 38 이슈와 쟁점 _ 공정거래위원회의 법무통 주의 촉구 처분의 의미와 과제 _ 국내 프롭테크(Proptech) 현황과 법률전문가의 역할 제고 방안 46 화제의 법무사 _ 사회적기업 ‘프로보노 워커’로 활동하는, 전재우 법무사 50 최근 공제사고 사례 _ 개인회생 의뢰인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1심법원 판결선고(2022.1.14.) 슬기로운문화생활 74 문화路, 쉼표 _ 고 조형근 법무사를 추모하며 _ 불온한 벽보 80 세대유전 2080 명곡 _ a-ha의 「Take on Me」 82 가슴뭉클 가족영화 12선 _ 「미라클 벨리에」 08·84 콧바람 하루여행 _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46 88 80 동정·등록 8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94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8 편집위원회 레터 _다람쥐 쳇바퀴

콧바람하루여행 충남태안천리포수목원 글·사진 / 민혜경 여행작가 08

꽃을좋아하는사람에게는누구나마음속꽃밭이있다. 그곳이스스로가꾼한뼘꽃밭이든, 누군가의수고로꾸며지는대형정원이든, 세상의모든꽃밭은눈부시다. 봄이오면가장먼저떠오르는곳이있다. 태안반도끝자락에 ‘세계에서가장아름다운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이다. <p.84에이어> 09

인터뷰 진행 박철훈 본지 편집위원장·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사진 김흥구 포토그래퍼(더블루랩) 소기업·소상공인이발전해야 법무사도발전합니다 박인복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중앙회장 10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는전국700만소기업·소상공인의권익보호및대변을위해상시 근로자50인이하의사업주들이주축이되어 1996년설립된단체다. 지난해 12.30. 우리협회는연합회와 ‘법률상담서비스지원업무협약’을체결한바있다. 양단체는코로나19로위기를맞은소기업·소상공인을위해필요한법률상담서비스를지원하고, 함께연대하여민생회복을위한 생활법률관련법령개정에힘을모아나가기로하였다. 지난2년간의코로나-19확산은가뜩이나어려웠던소기업·소상공인들을위기에빠뜨렸다. 긴급재난지원금등 정부차원의여러대책이시행되었으나, 턱없이부족하다는비판속에서손실보상에대한보다실질적인지원책이 마련되어야한다는목소리가높다. 우리협회는코로나로인해발생한다양한법률적문제들과자영업경영에 있어필요한법률상담서비스등을소기업·소상공인을위한중요한지원책으로보고, 올해하반기설치를준비중인 ‘생활법률지원센터’를통해실질적인지원을모색할예정이다. 이에이번4월호에서는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박인복중앙회장을모시고, 현재소기업·소상공인의현실과 연합회의활동계획, 그리고우리협회와의연대방안등에대해나누어보았다. 인터뷰는코로나-19변종오미크론바이러스의급속한확산에따라지난3.22.(화) 16:00, 서울마포구염리동 연합회사무실에서서면인터뷰를기초로진행되었다. <편집부> 중소기업의 91%가소기업이지만, 지원은사각지대 코로나-19 지원정책 시행에 따라 소기업, 소상공인, 자영 업자의 분류 기준이 중요할 수 있는데,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우리나라 기업 분류 기준이 각 법령에 따라 정해져 있어조금복잡하기는합니다만, 크게대기업, 중견기업, 중 소기업, 소기업, 소상공인의 5가지로분류할수있습니다. 이중 ‘소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과동시행령에따 라 “연매출액 120억원이하”에해당하는데, 연매출액기 준이업종별로차이가있습니다. 예를들어숙박업, 음식점 업, 학원과 같은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업은연매출액이 10억원이하면소기업에해당합니다. 2016년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상시근로자 수도 소 기업 분류 기준에 들어가서 50인 이하 사업장이면 소 기업에 해당했지만, 지금은 연평균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상공인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 소기업 중에서 상시근로자수 5~10인 미만의 사업장을 말하는데,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 은 10인 미만, 그 밖의 업종은 5명 미만입니다. 그러니까 소상공인도 소기업에 해당하지만, 근로자 수에 있어 규 모가 작은 소기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자영업은 세법상 기준에서 나온 개념이지요. 세법에서 사업자를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로 나누는 데, 이 중 개인사업자를 보통 ‘자영업자’라고 합니다. 상 시근로자수 5인 미만 업종의 소상공인 대부분이 이 자 영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5가지 기업 분류에서 중소기업에 소기업이 포 함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별도로 ‘소기업’을 구분한 이유 가궁금합니다. 사실 5가지로 구분했지만, 전체기업에서 차지하는 Q Q 인터뷰 11 만나고싶었습니다

현재의재난지원금성격의정부대책은 미봉책에불과합니다. 미국의PPP프로그램이나 일본, 일부유럽국가들이시행했던 과감한지원정책을우리도시행하면좋겠지만, 그렇게는못하더라도최소한 재난지원금성격이아닌실질적인손실액을 보전해주는정책으로바뀌어야할것입니다. 비율을 보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중 1%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 99%가 중소기업입니다. 이 중소기업은 중기업과 소기업으로 나뉘는데, 중 기업은 연매출액이 400억 원~1천500억 원 규모로 10억 ~120억 규모의 소기업과는 큰 차이가 있어 정책적으로 소기업과 함께 묶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전체 중소기업에서 중기업 비율을 봐도 9%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1%는 소기업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소기업 중에서도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중기업, 소기업, 소 상공인’으로 구분해야 맞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해 2005년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마련해 소기업· 소상공인을 함께 묶어 보호해 왔는데, 2015년 이 법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되면 서 소기업 관련 내용이 빠졌습니다. 물론 「중소기업 진흥법」 등에서 새롭게 규정하긴 했습니다만, 말씀드린 것처럼 중기업과 소기업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함께 묶는 것은 실효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사실상 소기업이 보호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기업 분류를 5가지로 세분화해 우리 기업의 다수 를 차지하고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와 지원 이 보다 면밀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지원금은미봉책, 근본적인손실보상필요해 말씀을 들으니 소기업·소상공인이 함께 연합회를 만든 것이 이해가 되는군요. 그런데 연합회가 1996년 창립했 네요. 많은 세월이 흐른 만큼 그간 조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것같습니다. 올해로 창립 26년이 되었습니다. 창립 이후 전국 시도에 17개 지부와 시·군·구에 약 250개 지회, 그리고 단체회원 70개에 회원 수 200만 명 정도의 큰 조직으로 발전했습니다. 산하에 독립 법인으로 ‘한국산업경제신 문사’와 모바일방송 채널(555)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시대가 변화하면서 조직도 분화해 나가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고, 10년 전 정관을 변경해 전 국 지부와 지회를 해체하고 ‘중앙회’ 중심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우리 소기업·소 상공인들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공항공사, 중소벤처진흥공단 등과 소상공인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사업을 시작하면서 조직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2월부터 지부와 지회의 재복원 활 동에 들어가 현재 전국 5개 지부에 43개 지회가 재창립 해 회원 수 약 15만 명, 단체회원 5개의 조직으로 정비된 Q 12

상태입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입니까? 언론에 보도되는 것보다 현장에 있는 소상공인들 의 어려움은 훨씬 더 큽니다. 업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 는 있지만, 정부의 거리두기 시책에 따라 실제 영업점 활 용이 거의 50%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이게 생각처럼 영업장 활용이 50% 줄어들었으니 손님도 50% 줄고, 매출도 50% 줄어드는 그런 것이 아 닙니다. 음식점의 경우, 장소가 비좁아지니 단체 손님들 이 회식이나 모임을 하러 아예 오지를 않거든요. 매출 규 모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또, 시간제한제는거리두기시책보다매출감소의직 접적인 원인으로 감소폭이 훨씬 더 큽니다. 특히 저녁 이 후에 매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업종의 경우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요. 이로 인해 임대료 지출은 고사하고, 대 출로연명해야하는상황에직면한분들이급증했습니다. 새 정부에서 코로나 손실보상금 50조 지급을 약속하고 있기도 한데, 그간 정부의 코로나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 해서어떻게평가하고계십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의 소기업·소상공 인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을 만큼 손실을 보고 있기 때 문에 정부의 재난지원금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 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정부의 시책에 충실히 따르느라 입은 손실에 비해 실제 지급되는 지원금은 턱없이 낮았 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재난지원금 성격의 정부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정부에서 받은 대출금을 인건비나 임대료 등에 사용했을 경우에는 상환의무를 면제해주는 미국 의 PPP 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이 나 일본, 일부 유럽 국가들이 시행했던 과감한 지원정책 을 우리도 시행하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최 소한 재난지원금 성격이 아닌 실질적인 손실액을 보전해 주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먹고살기바쁜소기업·소상공인, 법률문제해결어려워 소기업·소상공인들이 주로 겪는 법률적인 문제들에는 어 떤 것들이 있습니까? 코로나로 인해 특별히 더 지원이 필 요한법률적문제들도있겠지요? 저는 소상공인 문제를 산업정책이 아닌 복지정책 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는데, 우 리 소기업·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법률문제를 본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기업과중기업등의갑질문제, △창업이나폐업 관련 문제, △최저 임금과 노사 갈등, △브랜드와 상품명 도용 문제, △특허 신청이나 보호, 사용권에 관한 문제, △프랜차이즈 관련 로열티와 광고비, △인테리어 관련 문 제, △부가세 및 회계 처리에 관련된 문제, △임대차계약 전후 계약갱신 문제, △보증금 반환과 명도 문제 등 법률 적으로해결해야할정말다양한문제들이있습니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한 영업 제한으로 적 자운영이 지속되고, 임대료와 대출금이 연체되면서 다 수의 소기업·소상공인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거나 과 다한 부채를 지게 되어 폐업하거나 파산하는 등 재기불 능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채무조정(탕감)이나 개인 회생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법률전문가들의 조력 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법무사들이 현장에서 만나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은 상가 Q Q Q Q 인터뷰 13 만나고싶었습니다

구체적인민사절차에서법률서비스의접근성과 편의성을높이는법개정이필요합니다. 우리소기업·소상공인이자주겪는소액소송이나 임대차분쟁, 민사집행, 비송사건등에서 법원민원절차를최대한간소화하고, 법무사에게비송사건이나소액사건등의 대리권을부여해서불편사항을해소하고, 원스톱서비스가이루어질수있었으면합니다. 임대차와 관련한 상담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법률가의 조력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비용이나 시간 문제로 고민하 는분들이많아안타까울때가많습니다. 소상공인들대부분은권리금을지불하고영업을하 고 있는데, 권리금 회수를 둘러싸고 임대인과 갈등을 겪 는경우가많아서법률전문가의조력이꼭필요합니다. 우리 회원 중에 요리 전문점을 개업해 맛집으로 키 운 분이 있는데, 계약만료 한 달을 앞둔 시점에 건물주 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고민 끝에 지인에게 권리 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기로 했지만, 건물주가 신규 임차 인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서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권리금이 인정되었지만, 현실에 서 이런 구멍이 생기는 문제들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 러나 무엇보다 법률전문가들에게 쉽게 조력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가에서도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상담을 받 을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먹고살기 바빠 그런 제도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분쟁이 발생하면 지인에게 물어보고 아는 법무법인을 소개받아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 고통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연합회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하여 지자체의 운영·관리 지원을 받는 ‘소기업·소상공인 법률지원센터’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요즘 지 부와 지회 복구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그 이 유 중 하나입니다. 당사자 문제는 당사자들이 나서서 목 소리를 내야만 해결이 빠르니까요. 법무사비송사건대리등, 소상공인위한법개정 지난해 우리 법무사협회와 연합회가 법률상담 서비스 업 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우리 협회도 올해 하반기에 ‘생활법률지원센터’를 설치하려고 준비하고 있 습니다. 연합회와함께연대할수있지않을까요?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가 법률문제와 관련해서 현 실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법률문제와 법률가들에게 접 근하는 게 쉽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경영 상황이 어떻든, 규모가 크든 작든,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노무 와 세무, 법무 등 다양한 법률문제를 처리해야만 하는 데, 법률문제는 상담을 받아도 어렵기만 하니 골치가 아 프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야 하니 생계에 지장을 받고, 비용은 너무 비싸서 걱정입니다. 그런데 절차는 또 왜 그렇게 복잡한지 법률가에게 Q 14

위임을 해도 당사자가 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그렇게 해 서 해결을 해도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지느라 또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법률지원센터’를 통해 법무사 의 법률상담 서비스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구체적 인 민사 절차에서 법률서비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 이는 법 개정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소기업·소상공인이 자주 겪는 소액소송이나 임대차분쟁, 민사집행, 비송사건 등에서 법원 민원 절차 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법무사에게 비송사건이나 소액 사건 등의 대리권을 부여해서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원 스톱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법무사에게 대리권을 부여하는 대신 그만큼 법률서 비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면, 민생법안으로서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법무사협회의 생활법률지원센터로부터많은도움을받으면서, 기업·소상 공인, 민생을위한법개정에연합회도힘을보태겠습니다. 또, 우리 연합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기업·소상공 인 법률지원센터’에도 많은 법무사님들이 참여하여 도 움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소기업·소상공인발전해야 법무사도발전해 앞으로 연합회의 발전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 다면무엇인지요? 올해는 그간 추진해오던 사업들의 마무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우선은 현재 열심히 추진하 고 있는 전국 지부, 지회 복구 사업을 더욱 확대하여 각 지자체별로 법률지원센터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5월에 한국공항공사와 중소벤처진흥 공단 등과 함께 협력 사업으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앞 에 개점을 준비 중인 ‘우수 중·소상품 판매 홍보관’ 사업 을 잘 마무리하고, 2차로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에도 홍보 관을 개점할 수 있도록 관련 광역단체장들과의 협의를 마무리하는 한편, 국내 전국 공항과 항만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특히 철원 글로벌 평화산업단지의 조성 사업을 추 진하다 중단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 사업은 소기업·소상 공인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기 때문에 새롭게 추진해 보려 합니다. 이 밖에도 전국 광역 및 지자체에 현재 사각지대가 되어 있는 소기업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 활동과 소기업· 소상공인의 자립 상생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목표하고 계신 계획들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마지 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을 법무사 등 독자들을 위해 한말씀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기업·소상공인 인구가 약 700 만 명(가족 포함 2000만 명)에 달하며, 국내 산업의 97%를 차지하는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 부의 지원정책은 미비하기 그지없고, 그나마 지원도 골 고루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정 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 다. 연합회는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산하 지부와 지 회를 복구하여 조직의 결집을 통해 소기업·소상공인의 권리를 확보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무사 여러분들도 크게 보면 사무소를 운영하는 ‘소기업’에 해당하고, 우리 소기업·소상공인들을 많은 고 객으로 두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 연합회의 발전과 법무 사의 발전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소상공인의 권익 확보를 위한 소액소송이 나 비송사건 절차 간소화 등의 법 개정에 함께 힘을 모 으겠습니다. 그를 통해 서민경제·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한다면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Q Q 인터뷰 15 만나고싶었습니다

손해입증책임을뒤집은, 나는 ‘고객’이로소이다!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교통사고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소송 항소 사건(2020. 울산지방법원) 16

흔히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다고 한다. 200 마력 이상의 강력한 둔기에 받히면 당장에는 너무 놀라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다가 며칠 지나고 나면 여기저기 아픈 데가 드러나고 심지어 수년 후까지 그 후유증으로 고생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교통사고 합의 때는 이 후 유증 문제 때문에 쉽사리 합의금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 우가 다반사다. 통상 교통사고 합의는 보험사 직원이나 손해사정 사를 통해 적정금액을 제시받게 되는데, 직불 처리된 의 료비 외, 일 못 한 일당과 위자료 명목의 합의금에 더해 서 장래 후유증을 넣을 것인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보험사 측에서는 장래 후유증까지 포함해서 완전 한 합의를 하고 종결하고자 하지만, 사고자 입장에서는 덜컥 합의했다가 후유증으로 고생할 것을 생각해 합의 를 거부하고 장기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원에 장기 투숙하거나 통원 치료를 장기 간 받게 되면, 비슷한 처지의 나일론 소재 옷을 즐겨 입 는 환자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안 아프던 곳도 아파오 기 시작하고, 간헐적으로 보험사 직원이나 손해사정사 가 한두 번 다녀가기라도 하면 더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 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보험사와 합의 를 하고 나면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손해배상채무부존재확인소송, 결과좋지않아 교통사고 손해배상의 합의종결을 위해 보험사가 제기하는 ‘채무부존재확인’이라는 낯선 제목의 두툼한 소장 부본을 받아들고, 당황하는 표정으로 찾아오는 환 자들 대부분은 ‘올 것이 왔다’는, 각오한 듯한 과장 반응 을 내보인다. 안 아픈데도 아픈 것처럼 마치 꾀병을 부려 보험사기를 치는 것인 양 자신을 매도할 수 있느냐는 격 앙된 원성이고, 아직도 아픈데 어떡하냐 하소연이다. 여태껏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주로 50만 원 선에서 조정이 되거나, 의료비 직 불 처리와 소정의 위로금까지 이미 지급된 돈을 초과하 는 채무는 없다며 보험사가 승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까지 별로 좋지 않은 기억으로는 2020.9.경 수 임한 사건인데, 보험사 측 화물차가 차선변경을 시도하 려 하자 뒤따르던 의뢰인의 승용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 며 달려드는 바람에 화물차가 의뢰인 승용차 조수석 뒷 문짝을 충격한 사고로, 의뢰인이 1년여간 합의를 보지 않고 한방치료를 계속해 온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1년 2 개월 만에 원고 일부승으로 종결되었다.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통원치료확인서 등 이 것저것 짜 맞춰 790만 원으로 추가손해액을 항변한 것 이 1차 화해권고결정에서 400만 원으로 나왔고, 그때만 해도 도로 폭과 교차로에서 화물차가 주행하고자 하는 목적지까지의 거리, 교차로 통행 방법 및 「도로교통법」 상 차선준수사항 등의 교통상황과 근거 규정을 들어 치 열하게 과실을 다툰 결과로, 아쉽지만 선방했다는 자평 을 했는데 보험사 측이 이의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중년여성분이 1심패소판결문을들고 내사무소를찾았다. 교통사고손해배상 채무부존재확인소송사건이었다. 의뢰인은2018.5.경야간에H건설사의 언양-영천간확장공사구간을지나다 H건설사가유도등과방호벽등의안전시설도 해놓지않은상태에서종전차선을지우지않아 무심결에종전차선을따라주행하다가 차량이도로절삭구간으로빠져 파손되는사고를당했다. 17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보험사 측이 의뢰인의 지난 10년간의 보험신용정 보를 조회해 제출한 자료에서, 해마다 평균 3~4건의 교 통사고가 있었고, 그때마다 대물배상, 대인배상 등 평균 3~400만 원씩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나는 의뢰인의 지능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의뢰인은 불운이 겹친 것일 뿐이라며 억울하다고 했지만, 비스듬히 흘겨 볼 수밖에 없었다. 2020.6.22. ‘경추, 요추의 염좌 및 긴장’으로 첫 2주 진단을 받은 이후 1년이 넘도록 한방치료를 계속해 온 진료 이력에서도, 후방추돌도 아니고 측면 충격만으로 그만큼 중상을 입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법원도 사고 과실을 떠나 장기간 치료를 인정하지 않은 듯, 2차 화해권고결정에서는 150만 원으로 나왔다. 이에 의뢰인이 이의하여 받은 판결 금액은 163만 1,813 원이었다. 이마저도 보험사 측에서 항소할지 여부에 대 해 불안해해야 할 금액임을 충분히 받아들인 결과였다. 피해자인의뢰인은왜패소했을까? 위 사건이 한창일 무렵, 한 중년 여성분이 1심 판결 문을 들고 내 사무소를 찾았는데 채무부존재확인사건 이었다. 1심 기록을 보니 2020.6.6. 소가 제기된 후 3번 의 변론을 거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과실비율 50 대 50으로 차량수리비와 의료비는 직불 처리되었고, 위자 료는 50만 원이 상당하므로 책임보험에서 추가로 지급 된 2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다며 2021.2.2. 의뢰인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 승소 판결이 된 것이었다. 원고는 H건설, 소송대리인은 서울 서초동 대형 로 펌이었다. 의뢰인은 진실이 승리한다는 믿음으로 나홀로 소송을 해왔다는데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사고개요 는 이렇다. 의뢰인은 2018.5.경 야간에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 향 언양 톨게이트 진입 구간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 구간 은 당시 H건설사가 언양-영천 간 확장공사(제1공구) 중 으로 임시 차선을 그어 진입하는 차량을 유도하고 종전 도로는 아스팔트 절삭공사 중이었다고 한다. 의뢰인은 당일 야간에 그곳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H건설사가 종전 차선을 지우지 않은 채 유도등과 방호 벽 등의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지 않아 무심결에 종전 차 선을 따라 주행하다가 도로절삭 구간으로 차량이 빠져 아랫부분이 파손되는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당시 의뢰인은 화가 나서 ○○도로공사 콜센터에 항의하고, 가까운 지구대로 가서 사고방지 조치를 요구 했다고 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이런 공익을 위한 현장 대 처가 H건설사의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인과관 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잘못 알았던 것 같다. 이 대목에서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의뢰인이 받은 진단서도 ‘경추, 요추의 염 좌 및 긴장’이었고 다발성 타박상이 추가된 정도였다. 사고 직후 스스로 절삭구간을 빠져나와 지구대까 지 차량을 운행하여 갔다는 점, 경찰관들을 대동하고 사 18

고 현장으로 돌아와 현장 브리핑을 한 정황 등은 그 후 장기간 지속된 병원 치료의 신빙성을 오히려 방해하는 정황증거가 되었다. 나는 왜 1심에서 패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의뢰인에 게아직도아프냐고물어보니아직도안나았다며나이도 있으니 평생 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대 기업인것도빨리안낫는원인일수도있겠다싶었다. 의뢰인이 찾아왔을 때가 항소기간 종료 마지막 날 이라 나는 밤늦게까지 기록을 검토하여 2021.2.17. 자정 무렵 법원 당직실에 항소장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이 사건은 울산지방법원 2021나11244 채무부존재확인사건 으로접수되어, 곧바로원고측에준비명령이내려졌다. 원고 측은 도로절삭구간 단차부는 채 10cm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운전자의 전방주시 의무 태만으로 인한 것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며, 특별한 직업이 없는 이상 일 실수익이랄 것도 없으며, 그 정도의 사고 충격으로 3년 여가량 치료를 받았으면 기왕증에 의한 것일 뿐, 사고로 인한 신체상해는 이미 충분히 치료가 되었다는 주장으 로 답변을 해왔다. 준비서면, 의뢰인이느꼈을 ‘본능적공포’ 강조 내가 항소이유를 쓸 때만 해도 나홀로소송에 나서 는 일반인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법률요건 분류설에 터 잡은 증명책임 소재에 대해, 1심법원이 의뢰인에게 석 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위법을 주로 지적했다. 즉, H건설사를 ○○도로공사의 이행보조자로 보 고,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사건을 구성하 면 ‘손해 없음’을 가해자인 원고 측이 증명해야 하는 것 인데도, 만연히 원고 측이 주장하는 대로 「민법」 제750 조 불법행위책임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손해 있음’을 피 해자인 피고 측에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으 니, 적어도 같은 불법행위책임의 일종이라도 무과실책임 으로 사실상 증명책임이 전환되어 피고에게 유리한 「민 법」 제758조 공작물 설치·보존책임을 주장해야 하지만 그것은 엄두도 못 내고,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패 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고 측의 준비서면을 받아본 나는 의뢰인 이 나일론 소재 옷을 입었는지는 관심 밖이고, 로펌에서 100여 장 분량의 논문과 자료 등을 첨부해온 것에 화가 나서 그들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식으로 억압 해서 소송을 이어갈 엄두도 못 내게 하는구나’라는 생 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준비서면에서 그 무렵 공교롭게도 모 장관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불의의 사고 를 당한 젊은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두고 ‘조금만 주의 를 기울였어도 죽지 않았을 텐데’라고 실언하여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을 예로 들며, “야간에 운전자가 가중 된 주의의무를 부담하기 전에, 야간에 도로관리자가 더 가중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순서”이고, “‘다치지 말아야 할 의무’가 ‘다치게 하지 말아야 할 의무’보다 앞 서지 않는다”며, “윤리경영과 가치경영을 내세운 대기업 이 사고 당일 퇴근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맨발로 달려와 100% 책임보상을 약속했던 현장소장의 인성보다 못할 결정적으로항소심기류가바뀐것은, H보험사에서의뢰인에게보낸 ‘사고 접수사항’에서사고직전또다른한건의 사고가확인되면서였다. 원고측로펌과 1심재판부모두이를놓쳤다. 무엇보다 접수문건에 “고객”이라고표시된점이 불법행위책임에서채무불이행책임으로 한순간에뒤바뀌는단서가되고말았다. 원고측로펌은사임계를냈고, 소송은 한동안멈춰섰다. 19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특히 당시 의뢰인이 느꼈을 일시적 공포와 충격에 대해 공감이 갈 정도로 깊이 있게 묘사했는데, 그 부분 이 재판의 기류를 바꾼 듯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차량에 탑승하여 운전하는 운행 자는장기간차량의주행진동과수평면의기대에의존된 채안정감을유지하게됩니다. 인간의눈이기계와같지않 아서 사물을 그대로 인지하기보다 재해석을 통해 인식하 는원리때문입니다. 장문의글속에오타가있어도오타를 인식하지못하고매끄럽게읽어나가는이치와같습니다. 이 같은 기대심리 속에서, 더구나 야간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과 주간보다 정서적으로 위 축되어 생존 활동에 다소 제약된 심리와 차량에 안전벨 트로 결박된 신체 상태에서 앞바퀴가 쿵 떨어지는 순간 느꼈을 공포를, 사망 직전 주마등처럼 긴 인생사가 스치 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아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어도 차량은 멈추지 않 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찰나의 순간이나마 차 량이 늪으로 빠져드는지, 절벽으로 떨어지는지, 아니면 두 동강이 나는지 차량의 처분에 맡겨진 몸을 빼지도 못하고 탈출하지도 못하는 좌절을 꼼짝 못 하고 받아들 여야만 했습니다. 천우신조로 생명에는 지장 없는 정도의 상해에 그 쳤으나 당시 피고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에 서는 ‘지금이 그 죽을 때’ 내지 ‘이대로 죽는가’의 본능 적 공포를 느꼈을 것임은 동질의 인간이 아닌 바에 의문 이 없다 할 것입니다.” 손해에대한 증명책임, 한순간에뒤바꾼결정적단서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H보험사’에서 의뢰인에게 직불 처리한 차량 수리비 및 의료비, 소정의 위로금 200 만 원 지급 결정 당시 의뢰인에게 보내온 팩스본 ‘사고 접수사항’을 면밀히 살펴보니, 의뢰인의 사고 직전 또 다 른 한 건의 사고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는데, 개인정보 보 호를 위해 성명 중 가운데자 일부, 차량번호와 차종 일 부가 공백으로 나와 있어 원고 측 로펌에서 이를 놓치고 그동안 위로금 전액이 의뢰인 사고 한 건에만 보상되었 다고 주장해 온 탓에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었다. 1심 재판부도 당일 또 다른 사고가 한 건 더 있었다 는 사실을 놓쳤던 것 같다. 이는 그만큼 원고 측의 안일한 현장 대처와 내부 보험 규정에 따라 소정의 금액만 지급하면 끝난다는, 대 수롭지 않은 사후 처리를 반증하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그 문건의 기재 내용상 ‘피해자(물) 목록관계/유형’란에 “고객”이라고 표시된 점이 불법행위책임에서 채무불이 행책임으로 한순간에 뒤바뀌는 단서가 되고 말았다. 즉, H건설사의 대외적 보상책임을 맡았던 H보험사 는, 의뢰인이나 그 전에 한 건 더 발생한 사고자 모두에 대해 ‘도로 통행료를 지불하고 안전한 주행환경을 보장 받아야 할 계약관계에 있는 자’로 인식했다는 것이고, H 건설사는 그 계약을 위반한 책임을 진다고 판단한 것인 2022.1.20. 최종판결이선고되었는데, 원고는총 5,648,750원을초과하여서 채무가존재하지않는것으로, 사실상의뢰인의승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이례적인것은순수한정신적 위자료만으로 350만원을결정한 것이었다. 이판결은원고측에서 항소하지않아그대로확정되었다. 의뢰인은 3년6개월여간의병원치료와 1년6개월여간소송끝에억울함이 풀렸다며기뻐했다. 20

데, 이 같은 선행행위에 비추어 정작 H건설사는 단지 ‘사 고’ 책임만을 지겠다며 불법행위책임을 근거로 증명책임 을 사고자에게 떠넘기는 소송에 나선 것이었다. 이 같은 반전을 맞이한 “고객”이란 글씨는 매우 작 고희미했지만내눈을피하지는못했다. 이후원고측로 펌은사임계를내고, 소송은한동안멈춰서게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재판부는 2021.11.12. 석명준비명령 을 내렸는데, 원고 및 피고 모두에게는 블랙박스 영상 제출을, 피고에게는 통원치료 기록과 실제 지출한 교통 비 영수증 제출을 요구했다. 나는 재판부가 이 명령을 통해 손해액을 직권으로 산정할 것임을 예감하고, 의뢰 인을 불러 결과가 낙관적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200여 장이 넘는 통원치료 진료기록 일체 와인터넷포털사이트지도거리뷰에서집과병원사이의 거리를 재고 자동 계산되어 나오는 택시비 화면을 캡처 해서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후 두 번의 변론을 거쳐 나온 2021.12.21.자화해권고결정은 500만원지급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이 이의함으로써 해를 넘 겨 2022.1.20. 최종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원고는 총 5,648,750원을 초과하여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 로, 사실상 의뢰인의 승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례적인 것은 순수한 정신적 위 자료만으로 350만 원을 결정한 것이었다. 이 판결은 원 고 측에서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건설사의통근판결금지급과사라진(?) 의뢰인 의뢰인은 기나긴 3년 6개월여 간의 병원 치료와 1년 6개월여 간 소송 끝에 억울함이 풀렸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H건설 측에서 판결금을 입금해 주겠다고 계좌번호를 달라고 해서 불러줬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 다며 알아봐 달라는 전화가 몇 번 오고는 한동안 연락 이 없기에, 얼마 전 전화를 걸어 배상금이 입금되었는지 를 물어보았는데, 반가운 척 놀라면서 판결금은 물론이 고 이자까지 더해 총 600만 원이 입금되었다며 모두 법 무사님 덕이라며 치하했다. 내가 보기엔, 이 사건에 우리가 반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연손해금은 받을 수 없는 것인데, H건설사가 이미 패소한 이상 민원 발생을 우려하여 쿨하게 봉합한 듯 보였다. 그런데 항소할 당시에는 대형 로펌의 소송비용 부 담 때문에 어떻게든 패소만 막아달라고 했다가 재판의 기류가 바뀌자 반드시 사례하겠다며 최선을 다해달라 부탁했던 의뢰인은,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의뢰 인도나일론소재옷을선호했었는지는알수없다. • 울산지방법원 2020가단112262 채무부존재확인 • 울산지방법원 2021나11244 채무부존재확인 ※ 이 글은 재판상 증명책임의 소재에 관하여 일반인들의 이 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서,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에 대한 비방 이나명예를훼손할의도가없음을밝힙니다. 2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22 우리의의류소비는 정의로운가?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상임위원 정의가없다면, 평화도 없다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평화학 1호박사가쓰는평화이야기

팔지 못할만큼많이생산되는옷 사람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고, 때로는 잘 치장해서 나은 평가를 얻기 위해 옷을 입는다.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서 옷은 더 중 요하게 여겨진다. 길을 걷다 보면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라는 평가가 헛된 말이 아님 을 실감한다. 이런 이유로 의류업은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성장 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옷이 새로 만들어진 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버려진다. 계절이 바뀔 때 이 전 시즌에 팔리지 않은 옷들이 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왜 다 팔지도 못할 만큼 옷을 만드는 건지 의 문이 들 때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옷은 얼마큼일까, 필요한 만큼만 사고 만들 수는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옷이 넘쳐나는 건 한국의 상황만은 아니다. 경제 수 준이 높은 나라들의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높은 소비 욕구는 과다 생산을 자극하 고, 많은옷이쓰레기가된다. 시즌이나유행이지난옷은 할인판매되다최종적으로는무게로계산돼팔린다. 그런 옷 중 많은 양이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으로 수출된다. 집에 쌓인 옷은 의류 수거함으로 가고, 그렇게 쌓인 옷 또한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으로 간다. 라오스 여행을 할 때 사진사들이 한국 노동조합 이름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그 외에도 다 양한 한국어가 써진 재활용 옷을 볼 수 있었다. 재활용은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 수준이 높은 선진 국들에서는 기부받은 옷을 팔고 사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고, 우리나라도 그렇다. 나도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할 때 재활용 가게에서 옷을 산 적이 있다. 창고 세일을 통 해 입던 옷을 주변 사람들에게 싸게 팔기도 하고, 바자 회에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버려지는 옷 을 처리할 수 없다. 경제적 발전을 이룬 나라들, 그러니까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들에서 버려지는 옷은 기부 또는 재활용이 라는 명분으로 수집돼 다른 나라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많은 양의 옷이 그곳에서 쓰레기가 된다. 가난한나라에기부? 실상은옷쓰레기처리 2021년 가을 미국의 뉴스 매체들은 아프리카 국가 들의 골칫거리가 된 옷 쓰레기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 다. 이미 오래된 문제였지만 미국 매체들이 보도하면서 봄이다! 바람은살갑고도온화하고, 날씨는가벼운옷으로갈아입으라고재촉한다. 여기저기서터지는 꽃망울을보면기분이좋아지고꽃놀이를생각하면마음이설렌다. 쇼윈도에전시된화사하고날렵한봄옷은 사람들의눈길을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봄이되면너도나도새옷한벌쯤은사서봄맞이를한다. 인간에게있어서옷은먹는것, 자는곳과더불어생존을위한필수적인요소다. 그런데우리는옷이전통적인기능을넘어선세상에살고있다. 옷은입는사람이어떤사람이고어떤생각을 하는지를드러내는상징이됐다. 법으로본세상 23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마침내 선진국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가 낳은 실상을 알 게 됐다. 매체들이 보도한 건 가나의 상황이었다. 가나의 수 도 ‘아크라’에는 매주 1,500만 벌의 중고 의류가 도착하 는데, 대부분 북미나 유럽, 호주인들이 기부한 것이다. 업자들이 기부한 옷을 모아서 수출하는 것이다. 옷들은 커다란 꾸러미로 묶여 아크라의 시장에 하역된다. ‘죽은 백인의 옷(Dead White Man’s Clothes)’이 라 불리는 이 옷들을 산 상인들은 세탁하고 다시 재단 하거나 염색을 해서 판매를 한다. 하지만 애초 품질이 안 좋아 팔 수 없는 옷이 많다. 패스트 패션이 대세가 되면 서, 기업은 질 낮은 옷을 대량 생산하고 소비자는 값싼 옷을 자주 사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 의류 시장에서 외면받은 옷들은 결국 쓰레기 가 되는데, 전체 수입 중고 의류의 약 40%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나는 일 년에 수십억 벌의 옷을 쓰레기 로 처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결국 옷 쓰레기는 여기저기에 마구 버려져 쓰레기 산을 만들 고 생활환경은 물론 산, 하천,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가나만 옷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건 아니다.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의 상황도 비슷해서 2016년엔 공동 으로 중고 의류 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 국 등 수출국의 반발과 자국 내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 에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작년 겨울에는 남미 국가 칠레의 사막에 버려지는 옷 쓰레기 문제도 보도됐다. 매년 약 6만 톤의 중고 의류 가 칠레로 들어오는데 그중에 3분의 2인 약 4만 톤이 아 타카마 사막에 그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남 미,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옷 쓰레기 문제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다 생 산이다. 특히 패스트 패션이 생산과 소비를 지배하고 있 기 때문이다. 요즘 옷들은 품질이 그닥 좋지 않다. 패스 트 패션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의류업계는 유 행과 소비자 취향을 빨리 반영해 생산하고 싼 가격에 빨 리 많이 파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쇼핑 채널에서는 매일 그렇게 만들어진 옷을 판매 한다. 소비자 또한 계절마다 유행을 따라 구매하고 조금 입다가 버린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24

일이다. 미국 CBS 뉴스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인이 구매 한 의류의 양은 5배 증가했지만, 옷을 입은 횟수는 한 벌당 평균 7번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옷을 버렸고 자선단체에 기부했지만, 사실은 쓰레기를 처리한 것이라고도 했다. 가나 아크라 시의회의 폐기물관리국장은 인터뷰를 통해 “기부라는 말 뒤에 숨어 우리에게 문제를 떠넘기지 말고 중고 옷들을 직접 처리하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전체 직물의 85%가 쓰레기 로 버려지고 있다고 했다. 저임금노동에 기대는의류생산의 不정의 과다 생산과 소비로 자원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지 만, 더 큰 문제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을 쓰레기 처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 연코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의류 생산자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만든 문제를 다 른 나라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버려진, 그리고 의류 수거함에서 수집된 옷들 도 다른 나라에서 쓰레기가 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은 사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여 러 문제를 안고 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그리고 백화 점이나 쇼핑몰에 걸려 있는 많은 옷이 해외에서 생산된 다. 상표를 보면 생산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캄보디 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 인도네시아, 스리 랑카 등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이 나라들은 한국 옷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옷을 생산한다. 세계 의류업계가 이런 나라들에서 제품을 생 산하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의류 생산 공장의 환경이 아주 열악하고, 그런 상황이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있었던 의 류공장 붕괴 사고는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붕 괴된 건물은 ‘라나플라자’라는 9층짜리 건물로, 다섯 개 의 의류공장이 있었다. 건물 붕괴로 1,13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최악의 산업 재해였다. 라나플라자는 애초 허술하게 지어진 건물이었는 데, 후에 몇 개 층이 불법으로 증축됐다. 결국 건물이 무 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세계인들은 충격을 받았다. 워낙 큰 사고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전 세계 유명한 의류업체들의 옷이 생 산됐고, 전 세계인이 그곳에서 생산된 의류를 소비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인들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착취당한 대가로 자신들이 적 은 돈으로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됐다. 중고의류시장에서외면받은옷들은결국쓰레기가 되는데, 전체수입중고의류의약 40%에달한다. 이중고의류수입국인가나는 일년에수십억벌의옷을쓰레기로처분해야하는 상황에처했다. 결국옷쓰레기는마구버려져쓰레기산을만들고, 생활환경은물론 산, 하천, 바다를오염시키고있다. 법으로본세상 25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