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33-4688 10 2 0 2 2 vol. 664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2년 10월 5일통권제664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이정윤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 곁에 125년, 생활법률 전문가 법무사史 『법무사백년사』 발행(1997.) 현재의법무사제도는 1897.9.4. 법무훈령으로제정, 공포된 「대서소세칙」에그뿌리를두고있다. 이후 1954년 「사법서사법」이 제정되며 사법서사제도로 발전했고, 1990년 「사법서사법」이 「법무사법」으로 전면개정되면서현재의법무사제도로이어지게되었다. 이처럼오랜역사를가진법무사제도는 1997년 100주년을맞이하였는데, 당시대한법무사협회(협회 장 조숙연)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법무사 100년 역사를 집대성하기로 하고, 전계원 협회 전문위 원을편집총책임으로하는총 14인의편집위원회를구성, 1997.4.15. 『법무사백년사』를발행하였다. 『법무사 백년사』는 본편과 자료편, 총 2권으로 구성되었다. 본편은 법무사제도 100년 역사의 활동을 연대기적으로정리한것이고, 자료편은그활동에관련된각종자료를묶은것이다. 사진은그중본편. 10월 커버스토리 03
행복한우리집 안전하게지키기 04
전세주택 계약 전·후, 꼭 확인하세요! 주변매매가, 전세가확인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사용 근저당권, 전세권등선순위채권 확인으로부채규모확인 임대인의세금체납여부확인 선순위보증금확인 확정일자부여현황확인 전입세대열람 임대차신고 전입신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전세계약전 전세계약후 05
Contents 법으로본세상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한 건설노동자의 연대보증금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 이의소송 사건(2021. 서울동부지방법원) 16 변화를 넘어 미래를 향해 _ 변화하는 가족 형태와 그 법제적 수용을 위한 과제 22 주목 이 법률 _ 통신비밀 개념 범위 확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 정의 쟁점과 과제 26 법률고민상담소 _ 민사집행, 가족관계등록, 부동산등기, 민사 분야 30 최근 시행법령 _ 「물류창고업 등록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2022.9.1. 시행)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한정아 법무사(서울동부회) 2022년 10월 vol. 664 34 16
현장활용실무지식 46 맞춤형 최신 판례 요약 _ 2022.7.14.선고 2017다213289판결 등 50 나의 사건수임기 _ 약정금청구소송에서 약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판 결 변경 사례 56 신(新) 기업컨설팅 사례연구 _ 회사분할에 관한 컨설팅 64 행복의 심리학 _ 인지행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불안 관리법 법무사시시각각 32 이슈와 쟁점 _ ‘전세피해지원 공익법무사단’의 구성과 운영 _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피해방지 방안’의 검토와 실 제 사례를 통한 보완과제 40 화제의 법무사 _ 검찰 수사관 31년 경력의 형사사건 베테랑, 최진훈 법무사 44 최근 공제사고 사례 _ 법무사의 본인확인 의무 소홀로 인한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판결 선고(2022.8.24.) 슬기로운문화생활 68 문화路 쉼표 _ (비평)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의 책무 _ (시) 코스모스 74 세대유전 2080명곡 _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76 가슴뭉클 가족영화 12선 _ 「결혼 이야기」 8·78 콧바람 하루여행 _ 인천 ‘강화도’ 동정·등록 82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6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_ 산에서 곰과 마주친다면 40 78 76
콧바람하루여행 08
‘강화도’ 레트로여행 교동대교가놓이면서찾아가기도편해진강화교동도에는시간이멈춘대룡시장이있다. 추억의시장골목을구경하고레트로감성의방직공장카페까지 여유로운반나절여행이좋다. (p. 78에이어) 글·사진 / 민혜경 여행작가 09
“억울합니다. 회사에서의무라고 해서서명했을뿐인데…” 유병일 법무사(서울서부회)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한 건설노동자의연대보증금 지급명령에대한 청구이의소송사건 (2021. 서울동부지방법원) 10
업무 관계로 수년간 알고 지내는 A 건설업체의 대 표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자신의 현장에서 일하는 직 원 중 한 명이 전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매번 울분을 토하고 있는데, 나에게 상담을 한 번 해봐 달라 는 것이었다. 그렇게 채무명씨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채무명씨는 현재 A사의 건설 현장에서 관리 업무 를 맡고 있는 직원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경험과 인맥 으로 알음알음 현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고 있는, 평범하 디평범한 건설노동자였다. 원래 필자는 상담할 때 의뢰인이 결론부터 말하도 록 두서없는 곁가지들을 정리해가며 듣는 편이지만, 이 번에는 채무명씨가 하도 억울해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회사 요구대로연대보증서에서명·날인, 회사 부도후지급명령날아와 채무명씨는 이전 근무하던 회사로 전직하면서 모 든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면담 과 정에서 회사가 의무적으로 서명해야 한다며 여러 서류 를 내밀었는데, 자신은 별생각 없이 으레 그러려니 하고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단다. 설사 무슨 내용인지 알았다 고 해도 취업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취업한 회사에서 6개월 정도 근무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회사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더니 실제 로 잠깐씩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고, 다시 6개월 이 흐른 후에는 채무명씨 집으로 ‘지급명령’이라는 것이 날아들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제가 회사의 물품계약 건에 연대 보증을 했으니 연대보증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어요.” 무슨 일인지 놀란 채무명씨는 회사에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갑자기 사장까지 나타나서는 “채무명씨 덕에 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 너무 고맙다. 더 큰 역할을 기 대하고 있다”며 난데없이 칭찬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 데, 채무명씨는 그 칭찬이 싫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마치 회사의 중요 인물이 된 것 같고, 다른 직원들도 우 러러보는 것 같아서였다. 채무명씨는 더 이상 문제를 따져 묻지 않은 채, 사 장이 “지급명령은 회사에서 알아서 할 테니 걱정말라” 며 지급명령서를 가지고 가고, 법원에서도 별다른 연락 이 없어 회사에서 모든 걸 잘 처리한 줄 알았고, 현장 공 사가 마무리되자 퇴사해 현재의 현장으로 전직했던 것 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입니까?” 필자는 참지 못하고 채근했다. 채무명씨는 이제 곧 본론이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귀가하니 아내가 내용증명이 왔 다며 건네주는데, 보니까 강제집행 들어가기 전에 예전 에 지급명령한 연대보증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습니 다. 그런데 그 금액이 수천만 원이더라고요.” 채무명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전 회사 사 장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니 걱정말라고 하지 않았던 가. 그는 사장이 약속했으니 자신의 전화 한 통이면 모 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애써 불안을 달래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불길한 마음으 로 전 회사의 동료에게 전화해 물어보았더니 회사가 부 도나서 모두가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야 채무명씨는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 각에 가까운 법무사사무소를 방문했고, “자세한 내용은 연대보증서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보증서에 서명·날인 을 한 이상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날부터 채무명씨는 식욕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 렸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수천만 원을 변제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너무 억울해 병이 날 지경이 었다. 그런 자신을 보다 못한 현 회사의 사장님이 “잘 아 1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는 법무사가 있으니 함께 가보자” 하여 찾아오게 되었다 는 이야기다. 채권자의 무리한 욕심이부른기회, 청구이의의소 사건의 요지는 간단했다. 취업을 미끼로 법에 무지 한 근로자에게 연대보증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회사의 요구대로 연대보증서에 서명·날인을 했고, 이후 문제가 생겼으나 또다시 회사의 말을 믿고 지급명령을 방치했 다가 퇴사 후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나쁜 회사의 의도에 속은 채무명씨는 억울할 수밖 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필자 역시 어쩔 도리가 없이 같은 말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본인의 이름을 서명하고, 도장을 찍었 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보증인은 채무 없이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충격을 받은 듯 채무명씨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 다. 동행한 사장님은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너무 억울하잖아요.”라고 말했다. 그 억울한 심정이야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필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였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채무명씨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 더니 “법무사님! 연대보증서에 날짜도 없고, 금액도 없 는데 그게 무슨 보증이 된단 말입니까?” 하고 소리쳤다. “네? 그게무슨말입니까? 어디서류좀줘보세요.” 깜짝 놀란 필자가 서류를 살펴보니 정말 연대보증 서에 보증금액과 작성연월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서 류를 보기도 전에 의뢰인의 말만 듣고 경솔한 판단을 했 던 스스로가 몹시 부끄러웠다. 보통은 문서의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확답을 피하 는 편이지만, 법원에서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연대보증서의 적법성을 의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전 회사에서는 연대보증서에 금액을 기 재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채권자가 연대보증인에게 무한 정 보증하게 할 의사였거나 보증 당시에는 금액을 특정 할 수 없어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채권자가 너무 무리하게 이익을 취득할 의사로 「민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채무명 씨에게 법적으로 다툴 여지를 준 것만은 틀림없었다. “채무명씨, 다행입니다. 법적으로다퉈볼방법이생겼 어요. 바로청구이의의소를제기해한번싸워보시지요.” 청구이의소장 하나로, 많은서류제출한상대방을 이길수있을까? 이 사건은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소송관계 가 분명하였다. 필자는 연대보증금 지급명령에 대한 청 구이의의 소장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청구원인에 “지급 명령의 청구이의 방법에 대하여”라고 적은 후, 「민법」 제 428조의3제2항에 의해 연대보증 채무의 최고액을 특정 12
하지 않은 연대보증서는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필자는 소송 결과에 자신이 있었다. 이미 대법 원 판례(2019.3.14.선고 2018다282473판결)에서도 다른 사항의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기 재되어 있지 아니한 사안에서 연대보증의 효력을 인정 하지 않은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 측에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자 상대방은 직접 소송을 진행하면서, 필자가 인용한 법조문 및 판례 는 본 사건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연대 보증서를 작성하게 된 사정에 대해 매우 자세히 기술한 서면을 2차례에 걸쳐 제출하였다. 채무명씨는 우리 측에서도 추가로 준비서면을 작 성해 제출하자고 의뢰했으나, 법적 쟁점도 없고 새로운 사실관계의 주장도 없는 상황에서 준비서면의 제출은 무의미한 것이다. 이미 소장에서 사실관계를 최대한 간 결하게 핵심적으로 기술하고, 법적 견해를 적었다. 분량 은 적었지만, 필요한 얘기는 다 한 것이다. 상대방의 답변서와 준비서면은 분량은 많았을지 몰라도, 법적 쟁점 없이 연대보증서의 작성 경위 및 자신 이 현재 얼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를 호소하 는 등 요건사실과는 관련 없는 내용만 잔뜩 나열되어 있 을 뿐이다. 그럼에도 채무명씨는 상대방의 답변서와 준비서면 의 압도적인 분량에 위축되었는지, “상대는 많은 분량을 제출했는데, 우리는 적은 분량의 소장 제출만으로 되겠 냐”면서, 자신이 더 억울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어려운 상황이니 이런 점들을 상세히 써서 준비서면을 제출하 자고 했다. “물론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많은 자료를 제출하 는 것이 유리하게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재판에 서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서 면 제출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방해물만 될 뿐이지요. 이 번 사건처럼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는 재판은 법리 공방 으로 더 이상 주장할 사항이 없어요. 준비서면을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하세요.” 이는 평소 필자의 지론이다.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 을 의뢰한 위임인들이 “내용이 적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필자는 “장수를 늘리려면야 수십 장도 가능하지만, 핵심 사항만을 압축해 내용을 줄이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말해주곤 한다. 결국 채무명씨도 필자의 이런 지론에 설득되어 상 대방의 답변서와 준비서면에 대응하는 별도의 준비서면 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불안한 기 색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후 변론기일이 지정되었다. 채무명씨가 법정 에 출석한 후 사무실로 찾아왔다. “판사님이 원고, 피고 모두 법률전문가에게 자세한 상담을 받은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하더니 바로 변 론을 종결했습니다.” 자신은 이미 법무사가 작성한 소장을 제출했는데, 판사가 원·피고 모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 니 채무명씨는 몹시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마도 피 사건의요지는간단했다. 취업을미끼로 법에무지한근로자에게 연대보증책임을뒤집어씌우려는 회사의요구대로채무명씨는 연대보증서에서명·날인을했고, 이후문제가생겼으나또다시 회사의말을믿고지급명령을 방치했다가퇴사후사건이터졌다. 연대보증인으로보증금액을 지급해야하는상황이된것이다. 13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고가 너무 비법률적인 사항을 기술하고, 쟁점에 대한 진 술만 하니 판사가 그렇게 지적했을 것이다. 필자는 “판사의 말은 피고에게 한 것이니 불안해할 것 없다”고 다독이며, 판결을 기다려 보자고 했다. 1심판결, “연대보증금특정하지않은 보증서는무효” 원고 주장 그대로인용 얼마 후 기다리던 제1심의 판결이 났다. 내 예상대 로 원고인 채무명씨가 승소했다. 판결문에서 판사는 필 자가 소장에서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원고의 근보증은 「민법」 제 428조의3제2항에따라무효라고할것이다.” 그러나 피고 측은 다른 증거로 연대보증 사실 및 연 대보증 금액을 특정할 수 있다며,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 으로 선임하여 항소를 제기했다. 만약 다른 증거가 나온 다면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나, 채무명씨는 결코 다른 증 거는없다고했다. 필자도 판결의 번복 가능성을 낮게 보았고, 그에 따 라 채무명씨도 안심했다. 얼마 후 피고 측이 제출한 항소 이유서를 보니 ‘연대보증인’이라는 주장은 철회하고, “연 대보증서를 작성하긴 했지만 채무명씨는 계약당사자”라 는 새로운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는 필자가 채무명씨 에게전해들은사실관계와는완전히상이한것이다. 필자는 채무명씨가 계약 당사자인지는 별론으로 하고, 청구이의의 소에서 피고가 지급명령 당시 전혀 주 장한 적이 없는 사실관계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 문이 들었다. 구 소송물 이론에 의하면 동일한 연대보증 계약서에 의한 소송이더라도 연대보증인이라는 주장과 계약당사자라는 주장은 소송물이 다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항소심에서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이 된다. 또, 제1심에서는 채무명씨를 연대보증인이라 극렬 주장하며 입증하려 했다가 패소하자 난데없이 연대보증 인이 아니라 계약당사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1조2항 위반이라는 생 각도 들었다. “법무사님, 무슨 말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항소심 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채무명씨는 1심판결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다. 상대방은 다량의 서류를 제출한 데 비해 우리는 달랑 소 장 하나 제출했으니 불안을 떨칠 수 없던 차에 변론기일 당시 판사의 말을 듣고는 반쯤은 체념 중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의구심과는 달리 1심에서 승소하자 필자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항소심에서도 필자의 말만 따르면 승소할 것이라고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아직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결과 를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상대방 소송대리인도 채 무명씨가 연대보증인이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걸 보니, 사실관계에 의한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 아닌가 싶다. 제1심의판결이났다. 예상대로원고인 채무명씨가승소했다. 판결문에서판사는필자가 “계약에기한원고의근보증은 무효”라는소장의주장을 그대로인정해주었다. 그러나피고측은다른증거로 연대보증사실및연대보증금액을 특정할수있다며, 법무법인을소송대리인으로선임하여 항소를제기했다. 14
거래는반드시증거가되는 서면으로, 서명·날인은 신중히! 채무명씨의 사건에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 은, 어떤 경우라도 서명·날인은 결코 쉽게 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채무명씨는 운이 좋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 런 경우는 흔치 않다. 필자는 1심 판결 후 채무명씨에게 앞으로는 서명, 날인에 신중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였 다. 법무사 업무를 하다 보면 너무 쉽게 서명·날인을 한 후 곤란한 상황에 처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대 부분은 “그런 내용인지 몰랐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라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재판부가 서명·날인이 있는 문서 내용을 부인하는 주장을 받아들인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한편, 채무명씨의 사례가 서명·날인한 서면이 문제 가 되었다면, 그와 반대로 서면이 전혀 없어 곤란한 경 우도 많다. 금전거래나 물품거래에서 현금으로 소액을 자주 대여하거나 소량의 물품을 자주 거래하여 누적 금 액이 커지면, 갑자기 채무자가 잠적하거나 금전거래를 부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입증 방법이 없어 곤란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채권이 소액이라면 억울해도 체념할 수 있으나, 액 수가 억 단위로 넘어가는 경우라면 당사자로서는 억울 한 감정보다 경제적 타격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1~2억 원 규모의 작은 건설공사의 경우, 대개는 지 인들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지다 보니 계약서가 있는 것 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계약서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누가 계약당사자인지도 불분명해서 “누구에게 돈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의뢰인도 제법 있다. 또, 계약서 작성 이후 현장소장의 요청으로 추가공 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런 경우는 별도의 추가계약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 고, 이후 분쟁사건이 되었을 때는 공사비가 얼마인지, 심 지어 원계약 외 추가공사가 맞는지조차 불분명하여 입 증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당사자들은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법이 잘못된 것이다. 사람 말을 믿어야지, 왜 사람 말을 믿지 않냐”며 억울함을 토로하는데, 필자로서는 “법이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거나, “법원은 중립적인 기관인데 아 무런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한다면, 법 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것 외 에 해 줄 말이 없다. 우리 사회가 아직 말을 신용하여 문서 없이 일을 진행하거나, 서면을 작성하고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서면 과 다른 합의를 구두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다 분 쟁이 발생하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 해 두자. 거래는 반드시 증거가 될 수 있는 서면으로 하여 ‘서증(書證)’을 남기고, 함부로 서명·날인하는 일이 없어 야 할 것이다. 채무명씨의 이번 사건이 좋은 교훈이 되기 를 바란다. 15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변화의시대, 미래를준비하는법제도적과제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가족제도가 헌법에 반한다면, 가족법을수정하라 변화하는가족형태와 그법제적 수용을 위한과제 최근들어전통적인가족, 1인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비혼동거가족, 동성혼가족등다 양화하는가족형태에대한인식의변화가일어나고있다. 종래혈연관계를중심으로가족을인 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혈연 및 법적 관계, 심리적 유대 관계 등으로 가족이라는 결합체를 인정 하려는비율이증가함에따라법제적측면에서이를어떻게수용할것인가에대한다양한논의 가필요한시기가되었다. 16
혈연가족에서 벗어나, 가족에대한 인식 변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옛말이 있다. 모두 가 아는 바와 같이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 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집안’은 일반적으로 ‘가족을 구성원으로 하여 살림을 꾸려 나가는 공동체’를 말한다. 결국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가족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은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을 의미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도 혈육의 정이 깊음을 이르는 말 이다. 이러한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전에 우리나라 는 혈연 중심의 가족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강한 사회 적·문화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혈연뿐 아니라 가족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 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결혼’으로, 가족은 혈연을 통해 서 이루어지거나 결혼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 적이고, 이러한 혈연 또는 결혼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 는 가족 구성에 대해서는 부정하거나 이상한 것으로 보 는 것이 전통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전통적인 가족, 1인 가구, 한 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비혼동거 가족, 동성혼 가족 등 다양화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대가족 보다는 핵가족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보니 가족의 범위 도 부모,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 등을 포함하여 실질적 인 가족을 가족 형태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 다. 즉, 종래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가족을 인정하던 것 에서 벗어나, 혈연 및 법적 관계, 심리적 유대 관계 등으 로 가족이라는 결합체를 인정하려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비혼동거가족·동성혼가족등, 법제적수용논의할시점 최근에는 비혼동거 가족이나 동성혼 가족 등과 같 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논의도 대두되고 있다. 예 컨대, 2022.8.1.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2021년 전국 비친족 가구는 1년 전보다 11.6% 증가한 47만 2,660가구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동성혼 및 동성혼 가족 등에 대한 명확한 통 계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동성혼 등의 성 소수자 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4.6. 국회의장에게, 법으로본세상 ▶가족의범위및정의에대한인식과태도의변화 내용 ‘우리가족’의범위 - 부모(87.4%), 자녀(85.4%), 배우자(사실혼·비혼동거 포함, 83.5%), 형제자매(76.1%) 등의 순으로 혈연 및 혼 인관계에기반한좁은범위의가족인식이확인됨. - 함께살고있는비혈연자를가족이라고응답한비율은전체 3.5%로, 30세미만과미혼, 이혼·별거집단의응 답비율높음. 가족의정의 - ‘혈연 관계’(89.0%), ‘법적으로 연결된 관계’(83.7%), ‘심리적으로 유대감을 느끼는 친밀한 관계’(동거 여부 관 계없음)(82.8%) 등의순. - ‘내가 선택하고 구성할 수 있는 관계’(38.7%)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낮으며, 연령이 어릴수록 동의 수준이 높음. <출처> 여성가족부 「2020년가족실태조사분석연구」, 2021.5. ⅵ면 17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성 소수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주거, 의료, 재산분 할 등 성 소수자의 생활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보호기능 등이 포함된 법률을 제정할 것과 실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수용하고, 성 소수 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예방하기 위하여 국회 계류 중 인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심의·의 결하여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의 권고에 대해 “동성 결합은 우 리 「헌법」의 가족제도와 「민법」의 가족 규정을 정면으 로 위반하는 가족 형태이고, 동성 결합 인정 요구는 건 강한 가족을 해체하고, 사회 해체를 가속화할 것”이라 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러한 견해 대립에 대하여 무엇이 타당한가는 국 민적 공감대의 형성, 사회상황을 고려한 정부의 정책적 고려의 필요, 입법의 구체화에 대한 성숙 등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한데, 이를 단기적으로 고려하기는 어렵다. 이에 본 내용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현황적으로 가족 형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하는 가족 형태 를 법제적 측면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 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1인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은지원중심으로법제구축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의 수용 가능성 여부부터 구체적인 법 제도적 구축 방안 등까지 가족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문화·제 도적 개선 방안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현재 법률상 가족 범위와 관련한 법률을 살 펴보면, 「민법」, 「건강가정기본법」, 「군사정전에 관한 협 정 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병역법」, 「소득세법」, 「국민연금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5·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 립에 관한 법률」,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 18
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이 있는데, 이 중 가족 범위와 관련한 법 적 근거가 되는 것은 「민법」 제779조1이다. 우리나라의 1인가구와 관련한 법률로는 「건강가정 기본법」, 「공공주택 특별법」,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주거 기본법」 등이 있다. 이 중 1인가구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제1항제2의 2다.2 또, 한부모가족과 관련한 법률로는 「한부모가족지 원법」과 「건강가정기본법」 등으로, 한부모가족과 관련 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법률은 「한부모가족지원법」 이며, 다문화가족과 관련한 법률에는 「다문화가족지원 법」,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사회복지사업법」이 있고, 다문화 가족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법률은 「다문화가족지원 법」이 있다. 이러한 1인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에 관련한 법제들은 주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법제가 구 축되어 있으며, 정책적으로 지원이 부족하거나 새롭게 지원할 필요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제 개선을 통하 여 보완해 나가고 있다. 국민권익위, 비혼동거·동성혼 가족을 위한법제마련권고 현재 변화하는 가족 형태의 법적 수용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비혼동거 가족과 동성혼 가족이다. 구 체적으로 보면, 동성혼 가족 관련 별도의 법률 규정은 없으나, 사실혼 또는 동거와 관련한 명문 규정이 존재하 는 법률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이 있다. 종래 법 제도적으로 비혼동거 가족과 동성혼 가족 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10.10. 「건강가정기본 법에 대한 권고」 결정문에서 “가족 및 가정생활을 대상 으로 하고 있는 법이라는 특성 때문에 혼인·혈연·입양에 기초하지 않은 가족 형태 및 가정 형태에 대한 차별을 초 래할 우려가 있다. 즉, 무의식적으로 법 규정에서 정의한 가족 및 가정의 개념을 지지·옹호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판단기준과행위규범으로삼음으로써, 이에벗 어난 가족 및 가정 형태를 비정상적으로 인식하고 이들 을다르게대우하려고할수있다.”라고하였다. 그리고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및 가정에 대한 정의로 인해 차별의식·차별행위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재변화하는가족형태의법적수용에서가장 문제가되는것은비혼동거가족과동성혼가족이다. 이와관련하여헌법재판소는2005년 “가족제도가비록역사적·사회적산물이라는 특성을지니고있다하더라도…가족법이 헌법이념의실현에장애를초래하고, 헌법규범과현실과의괴리를 고착시키는데일조하고있다면, 그러한가족법은수정되어야한다”고 판시한바있다. 법으로본세상 1) 제779조(가족의범위) ①다음의자는가족으로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및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배우자, 배우자의직계혈족및배우자의형제자매 ②제1항제2호의경우에는생계를같이하는경우에한한다. 2) 2의2. “1인가구”라함은 1명이단독으로생계를유지하고있는생활단위를말한다. 19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변화하는가족형태관련 법제개선의첫단계로고려해야할부분은 「민법」 제779조(가족의범위)의폐지여부다. 이조문은폐지한다해도현재법제상으로 문제될소지가적다고보고있으며, 다양한법률에서입법목적에맞게 별도의가족에대한범위를설정하여시행한다면, 변화하는가족형태에대한 법적수용이용이할것이므로 오히려폐지하는것이타당하다할것이다.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성혼의 결혼 형 태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 회가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05년, “가족제도가 비록 역사 적·사회적 산물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헌 법의 우위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가족법이 헌법 이념 의 실현에 장애를 초래하고, 헌법 규범과 현실과의 괴리 를 고착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 그러한 가족법은 수 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또,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특별히 혼인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 질서의 기초로 선언함으로써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 전통문화란 적어도 그것이 가족 제도에 관한 헌법 이념인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한계가 도출되므로, 전래 의 어떤 가족제도가 「헌법」 제36조제1항이 요구하는 개 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반한다면, 「헌법」 제9조를 근거 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 다.3 이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이 필요함을 인 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가족범위규정한 「민법」 제779조, 폐지가타당해 변화하는 가족 형태 관련 법제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첫 단계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민법」 제779조(가족의 범위)의 폐지 여부다. 이 조문은 폐지한다 해도 현재 법제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적다고 보고 있으며, 다양한 법률에서 입법목적 3) 헌법재판소[헌재 2005.2.3. 2001헌가9 등, 판례집 17-1, 1 [전원재판 부]] 20
에 맞게 별도의 가족에 대한 범위를 설정하여 시행한다 면, 변화하는 가족 형태에 대한 법적 수용이 용이할 것이 기때문에오히려폐지하는것이타당하다고할것이다. 한편, 이와 반대로 「민법」 제779조 폐지에 대한 반 대 입장도 있다. 이 조문을 폐지하면 「민법」제779조를 준용하는 다른 법률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 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법률의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 안정성의 충돌 문제로 파악하기보다는,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수용해 사회적 변화를 법제적으로 대 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1인 가구,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에 대한 법제 개선 방안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국회 등에서 다 양한 입법 개정안이 제출될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타당성이 있는 법제들이 시행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변화하는 가족의 법제적 수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비혼동거 가족과 동성혼 가족의 경 우는 입법적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①우리나라의 문화 및 사회의 적합성- 관련 법제 화에 대한 반대 여론 존재, ②비혼동거 관련 국민의 법 의식, ③비혼동거 관련 국가 주도의 시스템 구축 및 지 원의 문제, ④종래 법체계에서의 비혼동거 관련 법 개정 전수조사 문제, ⑤어떠한 입법모형 구축이 적합한가의 문제, ⑥비혼동거인에 대한 법적 지위 문제 등이다. 또, 개별적인 법제적 문제점으로 출생신고와 혼인 신고, 사망신고, 주택청약, 상속 등이 문제 되는데, 예컨 대 동성혼의 경우 현재 혼인신고 및 출생신고 시 양측이 동성일 경우에도 접수가 가능하도록 시·구청의 ‘가족관 계등록 전산시스템’이 변경되었으나, 그 수리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이러한 개별적인 문제는 추후 관련 사항의 법제 개 선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나, 문제는 비혼동거 가족 및 동성혼 가족의 법제적 수용에 대해 어떠한 입법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이다. 이러한 상황은 해외의 입법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비혼동거·동성혼가족, 바람직한입법화방안은? 비혼동거 가족 및 동성혼 가족의 법적 수용의 입법 화와 관련하여 ①현존의 목표가 법 규정의 일관된 집행 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는가, ②법령을 통해서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가, ③입법에 대한 헌법상의 근거가 존재하는가, ④규율 을 통한 목표 실현을 위하여 그 도달 범위를 제한하거나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한 정도인가, ⑤선택된 영역(법률, 명령 등)을 통한 규율을 행할 수 있는가, 또는 하위 편성 분야를 통한 규율은 충분한가, ⑥현행의 법령에 흠결이 존재하는가, 또는 어떠한 흠결이 존재하는가 등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입법 체계 구축을 위한 다 양한 입법화 방안이 있다. 우선, 현행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 「가족관계 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을 통하여 비혼동거 가족 및 동성혼 가족의 법제적 수용을 입법화하는 방안 이 있다. 다만, 이러한 방안은 각 개별법률상의 개정 방 안에 대한 유기적 구조의 고려가 면밀히 이루어질 필요 가 있다. 둘째, 비혼동거 가족 및 동성혼 가족의 법제적 수 용을 위하여 새로운 법률 제정 및 현행 관련 법률의 개 정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화 방안은 세부적 으로 비혼동거 가족 및 동성혼 가족을 통합하여 하나의 법률을 제정하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또는 비혼동거 가족 및 동성혼 가족을 각각 개별 법률로 제정하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 한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구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입법방안에 대해서도 각 개별 법률상 의 제정 및 개정방안에 대한 유기적 구조의 고려가 면밀 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법으로본세상 21 변화를넘어미래를향해
대화상대방동의없는녹음, 처벌해야하나? 통신비밀개념범위확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의쟁점과과제 김성천 중앙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 · 법학박사 통신비밀의보호와범죄로부터보호받을권리의충돌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 제정된 것은 30여 년 전인 1993.12.27.의 일이다.1 이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임시우편단속법」2이 정보통신에 대한 국가의 검열행위를 규율하고 있었다. 타인의 우편물을 함부로 개봉하는 행위는 「형법」 제316조에서 처벌하고 있었으 므로, 금지와 허용 규범이 분리되어 있었던 셈이다. 더구나 정보의 소통이 편지를 통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통비법」이 제정되기 오래전부터 전화 기가 통신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범죄 수사 등을 위해 감청을 할 필요가 있을 경우, 통신감청은 「형 사소송법」 상의 압수·수색에 관한 규정을 활용하고 있 었다. 「통비법」 제정을 계기로 이와 같은 규범체계상의 문제점은 일단 해소되었다. 「통비법」의 목적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 치도록 함으로써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것이다(법 제1조).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 제17조와 제18조에 의해서 보장되는 기 본권이다. 하지만 기본권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보장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범죄 피해로 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범죄행위 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자유를 기본권 차원에서 보 호해 주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통신과 대화의 비밀과 자유는 무한정 인정될 수 없 음이 당연하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통신 비밀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통비법」이 이러한 ‘통신제한조 치’를 할 수 있는 경우로 인정하는 유형은 ‘범죄수사 목 적’과 ‘국가안보 목적’ 등 두 가지 감청이다. 통신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서 「통비법」에서 마련 해 두고 있는 제도적 장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내 용은 대부분의 선진국들과 유사하다. 그런데 많은 국가 들 가운데에서도 통신비밀 보호의 정도 측면에서 우리 22 주목! 이법률
고 있다. 그 제한의 방법에는 ①법정형이 일정한 형량을 초과하는 범죄에 대해서만 감청을 허용하는 방식(법정 형 제한방식)과 ②감청대상 범죄를 열거하는 방식(열거 형 제한방식) 등 두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열거형을 취하고 있다. 감청은 피의자가 모르게 진행되어야만 효과가 있 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통신제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당사자에게 비밀로 유지된다. 여기서 발생 하는 문제가 감청도 강제수사의 일종이어서 부당한 인 권침해가 있었을 때 당사자가 항의를 할 수 있어야 적법 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사가 종결되고 나면 통신제한조치를 실시한 집행기관에서 해당 대상자에게 그 사실을 서면 으로 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당사자 통지제도’가 2001 년 도입되었다. 그런데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이면서 아 직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 있다. 통신감청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수사기관이 법원 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 영장을 들 고 전기통신사업자를 찾아가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하게 되는데, 유선전화의 경우 교환기에서 감청대상 전화회선 을 따서 전용선으로 수사기관에 연결해 주고, 수사기관 은 수사기관 내의 감청작업실에서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식으로 감청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유선전화는 추가적으로 별다른 장비를 사 용하거나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아도 감청이 가능한데 이동통신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동통신의 경우에는 가입자가 경우에 따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그때그때 가까운 기지국을 통해서 무선으로 통화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각각의 가입 자에게 따로 배정되는 회선이 없다.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특정 피의자의 통화내용 을 감청하고자 하더라도 기지국을 거치는 통화 신호 중 나라 법체계가 단연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다.3 우리나라 「통비법」은 법률 제정 이후에도 보호 장 치가 끊임없이 강화되고 있다. 「통비법」의 규율대상은 ‘통신비밀의 자유’와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충돌 하는 영역에 위치해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통신과 대 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해주는 강도가 높아질수록 범 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통비법」의 보호대상인 통신비밀의 개념 범 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키자는 내용의 개정안(의안번호 제2116905호, 윤상현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제출되 어 있는 상황이다. 과연 그렇게 해서 범죄로부터 보호받 을 권리를 지금보다 대폭 위축시키는 것이 타당한 일인 지 한번 잘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업자비협조, 불이익규정없어 범죄수사에대한이동통신감청불가능해 「통비법」이 핵심적으로 금지하는 대상은 ‘공개되지 아니한타인간의대화를녹음또는청취하는행위’이다(법 제3조 제1항). 이러한 행위를 불법적으로 하면 ‘도청’이 되 는 것이고,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합법적으로 하면 ‘감청’으로서허용되는강제수사에해당한다. 통신제한조치(감청)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상범죄가 제한되어 있다. 감청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하는 줄도 모르고 당하게 되 는 일인데, 일정 기간 동안 피의자의 평상시 통화내용을 전부 녹음하게 되기 때문에 정보자기결정권 침해의 범 위가 매우 넓게 된다. 이처럼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가 있다는 점을 감안 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감청대상 범죄의 범위를 제한하 1) 법률제4650호. 2) 제정 1948.12.1. 법률제11호. 이법률은 1993년 12월 27일에 「통비법」 제정에따라폐지되었다. 3) 모든나라를비교해보기는어렵지만주요선진국이라고할수있는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등과비교해보면그러하다. 주목! 이법률 23 법으로본세상
에서 감청대상 통화의 신호만 가려내려면 별도의 장치 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각의 시스템이 서 로 다른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감청장비를 개 발해 이동통신에 대한 감청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이동통신의 경우는 전기통신사업자의 협 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2005.5.26.의 「통비법」 개정에서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 의 장이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 사실 확인자료 제공의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내용 의 규정이 신설되었다. 통신제한조치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가운데 후자는 그냥 있는 자료를 내어주면 되기 때문에 통신사 업자들이 영장을 제시하는 수사기관의 협조요청에 응하 고 있다. 그러나 통신감청 협조 요청에 응하기 위해서 일 부러 비용을 들여 감청장비를 구비하는 일은 아무도 하 지 않고 있다. 만약 3개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어느 한 군데에 서 감청장비를 제작해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응하게 되면, 아마도 상당수의 고객이 다른 통신사업자 쪽으로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비법」 제15조의2제1항에 협조의무가 규정되어 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가해질 불이익에 대해 서는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간통신사 업자들은 아무도 굳이 먼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 는 상황이다.4 이러한 관계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 에 대한 감청이 공식적으로 불가능하다.5 이동통신내용감청통한증거수집, 현재는당사자녹음밖에없어 아직도 유선전화가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동전화만 사용하는 생활 을 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범죄와 관련된 정보 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주로 서신을 이용해서 소통하던 시절에는 범죄 관련 정보가 편지를 통해서 왕 래되었고, 유선전화가 등장하면서 서신보다 편리한 전화 기를 사용해서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에 활용하였으며, 이제는 이동통신이 대세이다. 그런데 이동통신 내용을 감청해서 증거를 수집하 는 일은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도 통신사업자들의 협 조의무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의 독특한 법문화 때문에 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하여 남은 방법은 대화의 당사자가 이동통신 등의 내용을 녹음하는 것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담당 공 무원이 민원 해결을 빌미로 뇌물을 요구하였을 경우, 피 해자가 그러한 사실을 신고만 한다고 해서 쉽게 형사 처 벌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뇌물을 요구할 때 이를 녹음해 둔다면 아주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녹 음을 하는 당사자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수 집 증거가 아니어서 증거능력 인정에도 문제가 없다. 또 다른 예로 직무상의 권력을 악용해서 성적 접촉 을 강요하는 행위가 도처에서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는 데,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제출되는 증거는 기본적으 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이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주고받은 문자를 저장해 두고 추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런 것을 금지하자는 취지이 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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