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8월호

ISSN 2233-4688 08 2 0 2 2 vol. 662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2년 8월 5일통권제662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이정윤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 곁에 125년, 생활법률 전문가 법무사史 논현동사법서사회관준공기념신주(1988.12.12.) 1984년 당시 사법서사회관이 소재하고 있던 서울 종로구 공평동 일대의 재개발로 인해회관의이전필요성이제기되었다. 대한사법서사협회는 회관관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회관의 매도와 새 회관 건립 을 추진, 1987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151-31, 25, 26의 세 필지(대지 615평4합)를 매 입해그해 9.22. 회관신축을시작했다. 새회관은이듬해인 1988.11.30. 준공되어현재와같은모습을갖추게되었다. 사법서 사협회는준공2주후인 12.12. 개관식을열고본격적인논현동시대를열었다. 사진은당시개관식을맞이하여제작한신축회관준공기념신주. 8월 커버스토리 03

출생 에서 04

우리인생의 모든순간, 생활법률전문가, 법무사가함께합니다 상속 까지! 05

Contents 법으로본세상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30대 신도 부부의 대여금청구소송 사건 (2017. 서울서부지방법원) 16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_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 좋은 시민으로 살아가기 22 주목 이 법률 _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발의(안)의 기대효과와 입법 과제 26 법률고민상담소 _ 개인회생·파산, 가족관계등록, 민사소송 분야 30 최근 시행법령 _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일부개정 (2022.7.5. 시행)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권오복 법무사(서울중앙회) 2022년 8월 vol. 662 22 16

현장활용실무지식 46 맞춤형 최신 판례 요약 _ 2022.5.3.자 2021마6868결정 등 50 법무사 실무광장 _ 분쟁 사례로 본 ‘법인 아닌 사단’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56 신(新) 기업컨설팅 사례연구 _ 외국인 투자법인 설립등기에 관한 컨설팅 64 행복의 심리학 _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법무사시시각각 32 이슈와 쟁점 _ 주식·가상화폐 투자손실금 처리에 관한, 제정 「서울 회생법원 실무준칙(제408호)」 해설 _ 2022년 제7회 세계성년후견대회(에든버러) 참가기 40 화제의 법무사 _ 대구광역시의회 재선의원으로 활동 중인, 김대현 법무사 44 최근 공제사고 사례 _ 모 지역농업협동조합에 법무사의 업무상 과실에 대 한 공제금 지급(2022.6.30.) 슬기로운문화생활 68 문화路 쉼표 _ (수상) 아들의 소풍 제안 _ (서예) 시골의 매화나무를 찾아서(次韻鄕里訪梅) 70 세대유전 2080명곡 _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72 가슴뭉클 가족영화 12선 _ 「남매의 여름밤」 74 콧바람 하루여행 _ 강원도 양양 ‘서피비치’ 동정·등록 7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4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_ 지방에서 산다는 것 40 74 72

콧바람하루여행 강원도양양 ‘서피비치(SURFYY BEACH)’ 글·사진 / 민혜경 여행작가 08

와이키키나 보라카이에서 본 듯한 이국적이고 감성적인 풍광이 강원도 양양의 바닷가에 펼쳐지고 있다. 코발트 빛의 푸른 바다에서 파도와 한 몸이 되는 절정의 순간을 향유하는 서퍼들의 성지, 양양 서피비치로 지금 떠나보자. (p. 74에이어) <사진제공 : 서피비치) 09

헌금한돈아닙니다. 빌려준돈입니다! 황대환 법무사(서울서부회)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철저한 사전 증거확보로승소한, 30대 신도 부부의 대여금청구소송사건 (2017. 서울서부지방법원) 10

대기업 산하 건설사에 다닌다는 30대 중반의 의 뢰인.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5.5.경, 전세보증금 1억 4,000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집주인과 연락이 되지 않 는다며 찾아오면서부터다.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살던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 를 통해 2016.12.경 보증금 전액을 회수하며 마무리되었 다. 절망적이었던 사건이 말끔히 해결되자 그는 내게 신 뢰감을 느꼈던 것 같다. 되찾은 전세보증금 중 1억은 전 세자금 대출을 받은 것이라며, 굴지의 대기업에서 과장 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이 어떻게 이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는지 털어놓기 시작했다. 개척교회신도였던아내, 3년간목사부부에게1억4천만원대여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의 아내는 2006.경부터 한 개척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교제하던 사이였던 의뢰인도 그 교회에 함께 다니게 되었고, 두 사 람은 2009.11. 결혼했다. 결혼 후에도 두 사람은 성실히 신앙생활을 했고, 이를 좋게 보던 목사 부부와 해가 갈수록 돈독한 사이 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목사 사모가 초등학교에 들어 간 자신의 딸 학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내 에게 120만 원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당시 의뢰인 부부에게도 두 살 된 딸이 있었고, 시 골 부모님 생활비까지 챙겨야 하는 빠듯한 살림이었지 만, 부부는 목사의 딸을 안쓰럽게 여겨 2012.9.1. 소액의 돈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후 목사 부부는 이런저런 대여 요청을 계속했고, 3년도 채 되지 않는 2015.6.25.까지 대략 1억 4천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대여금이 발생하게 되었다. 심성이 착하고 신앙심이 깊었던 의뢰인의 아내는 매번 목사 부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금융기관으 로부터 대출을 받아 빌려준 후 자신이 그 이자를 갚거 나, 대출금을 대출금으로 변제하는 돌려치기, 제1금융기 관을 넘어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까지 돈을 대출받아 건네주었다. 심지어는 의뢰인 몰래 의뢰인 명의로 대출 을 받아 빌려주는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 의뢰인을 더 기막히게 했던 것은, 한도 초과 로 금융기관이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하는데 도 목사 사모가 자신의 지인을 보증인으로 소개하면서 까지 대출을 받도록 했고, 그 돈을 현금으로 대여해 간 일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의뢰인은 월급의 상당액을 이자로 지출하는 상황이 되었고, 생활은 말할 수 없이 궁핍해졌다. 설상가 상으로 전세보증금 문제까지 터지자 그는 아내와 크게 다투고 서로 이혼에 합의까지 했다는 것이다. “법무사님, 이제 목사 부부가 빌려 간 돈을 모두 돌 려받아야겠습니다. 제 소송 좀 도와주세요.” 재판은생물, 사전에최대한증거를확보해야 합니다 대개 이런 사건은 분쟁 발생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 고, 아무런 법적 대비 없이 대여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 아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돈을 빌려줬다는 증빙자료는 있습니까?” “아니요… 일부 계좌 이체한 것 외에는….” 예상했던 대로 돈을 대여할 당시 평소 친소관계와 목회자라는 신분이 주는 신뢰감으로 차용증은 생각조 차 하지 않았고, 전체금액 중 대략 1/3 정도인 일부 금액 만 목사 사모와 그 딸 명의 계좌로 송금한 자료만이 남 아있는 상태였다. 목사 부부에게 전체 대출금을 빌려주었다는 증거 도, 돈이 흘러간 경로도 알 수 없고, 심지어 정확한 채무 금액의 확정조차 힘든 상태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다 툼이 생긴다면 재판 결과로 인한 파장의 경중에 따라 때 로는 위증이 판을 치고 거짓말이 난무하거나, 거짓이 참 1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으로 뒤바뀌는 가치 전도의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재판은 생물과 같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 고, 평소 우호적이었던 사람도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소송하기 전에 미리 유리한 증 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나는 현재 채무액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확정하 는 작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의뢰인에게 평 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목사 부부를 만나서 채무를 확정하고, 구체적인 과정 모두를 녹취해 오라고 일렀다. 의뢰인은 내 조언에 따라 은행별 거래내역서 등을 미리 준비하여 2016.12.17. 연신내역 주변 모 카페에서 목사 부부를 만나, 채무액에 대해 상호 대조·검증 작업 등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최종적으로 원만하게 합의에 이르게 되는 과정, 전부를 녹음하였다. 그리고 목사 부부가 대여금에서 제외를 요청한 금 액은 삭제한 표시를 남겨두었고, 그렇게 작업한 문서 전 부에 간인 형식으로 목사 부부의 자필서명을 받았다. 며칠 후 의뢰인이 사무실로 가져온 녹취내용을 들 어보니 목사 부부는 녹음을 예상치 못했는지 사실관계 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차례 의뢰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했 고, “지금 목사와 형제 등 4명 명의의 부동산을 49억에 내놓았으니 팔리는 대로 지급하겠다”고 했으며, 의뢰인 이 “만약 안 팔리면 어떡하냐?”고 묻자 “매일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언급을 회피했다. 채무확인 과정에서도 목사 부부는 “이것은 빼자” 는 등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했고, 이러한 과정이 모두 편 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녹취되어 있었다. 그러나 목사 부부는 차용증을 작성하자는 의뢰인 의 요구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의 우려가 있다며, “좋게 좋게 해야지, 어떻게 목사님께 차용증서를 받으려고 하 냐?”, “집이 팔릴 때까지 우리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 하며계속적으로거부하였다. 의뢰인으로부터 진행 과정을 수시로 듣고 있던 나 는 채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면 되니까, 차용증이란 형식에 너무 구애받지는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마침내 이런 노력 끝에 의뢰인은 목사 부부와 합의 하에 채무액을 138,886,237원으로 확정지었다. 차용증 작성은 목사 부부가 계속 거부하였으나, 의뢰인의 꾸준 한 설득으로 결국 ‘채무확인서’를 받아낼 수 있었다. “빌린게아니라헌금받은 것”, 돈앞에무너진목회자의양심 다음 날 채무확인서를 들고 찾아온 의뢰인은 지금 까지 본 중에서 가장 생기있고 활기찬 표정이었다. 며칠 뜸을 들였지만, 정말 다행스럽고 잘한 판단이었다. 이제 사건은 6부능선을 넘었다. 나는 먼저 목사 부부가 매물로 내놓았다는 부동산 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 다행히 목사의 어머니와 형 제 등 4명의 명의로 각 1/4씩의 지분이 있었다. 그 지분 의 공시지가만 해도 대략 5억 5천만 원 정도가 되어 소 12

송에서 이기기만 하면 채권확보는 충분해 보였다. 이렇게 사전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는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때다. 나는 바로 목사의 공유지분에 대 한 부동산가압류를 신청, 2016.12.30. 가압류 결정을 받 았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카단0000). 그리고 이어 2017.1.9. 대여금청구지급명령을 신청해 결정을 받았다. 결정서가 목사 부부에 송달되자, 그들은 바로 법무 법인 변호사를 선임해 이의신청을 해왔다. 사건은 본 소 송으로 넘어갔고, 피고측이 답변서를 제출하자 재판부 는 3.6. 조정에 회부했다. 채무확인서 작성 전 과정이 녹취되어 있다는 사실 을 전혀 모르는 피고측은, 여기서부터 거짓말 향연을 시 작했다. 2017.3.3. 제출한 답변서와 5.7. 제출한 준비서면 에서, 원고로부터 돈을 차용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원 고가 10여 년 동안 교회 신도로서 헌금으로 증여한 금 액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어려운 형편을 알게 된 원고가 사모와 그 딸 명의 계좌로 수차례 헌금을 보냈다면서 2010.~2016. 까지 실제 헌금으로 납부한 3,600여 만 원의 기부금납 입확인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또, 자신들이 채무확인서를 작성한 것은 강박에 의 한 것으로, 약 1년 전부터 의뢰인(원고 남편)에게 각종 협박을 받아온 상황에서 의뢰인이 내용을 미리 작성해 온 채무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어떤 고통을 줄지 몰 라 마지못해 서명했다는 것이다. 일부 이자를 납입한 것 또한, 원고가 금융권 대출 을 받으면서까지 헌금을 한 것에 감동 받아 이자라도 내 줘야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며, TV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를 꾸며냈는데, 돈 앞에 무너져버린 목회 자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피고 측은 이런 주장과 함께 의뢰인의 협박 내용이 담겼다는 2014.7.4.자 녹취록과 대여금을 돌려달라는 요 구가 담겼다는 2017.2.8.자 녹취록을 하나의 녹취록으로 만들어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자칫 2014.7.4.부터 계속 의뢰인의 협박을 받아온 것처럼 재판부가 오해할 수도 있었다. 나는 이러한 의뢰인의 협박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어 적잖이 당황하였다. 바로 의뢰인에 연락 해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랬다. “2014.7.4. 그날은 우리 부부가 심하게 다투고 이혼 하기로 합의한 날이었어요. 아내가 대부업체에서 몰래 제 명의로 수천만 원의 대출을 받고, 친인척에게까지 돈 을 빌려 목사 부부에게 빌려줬더라고요. 그간 쌓였던 분 노가 폭발해 아내와 새벽까지 심하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그날 회사 동료들과 술을 한잔했는데, 취기 가 오르니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목사 부부에 대해 참 을 수 없는 원망과 분노가 솟구쳐 오르더군요. 그래서 그날 밤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동 안의 모든 울분과 분노가 터져 목사에게 욕설을 하고,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도 사실입니 다. 하지만, 만취 상태였고, 그날 딱 한 번뿐이었어요.” 의뢰인은 그마저도 아내의 설득에 못 이겨 다음 날 바로 목사 부부에게 사과했고, 그들의 요구에 따라 교회 채무확인서작성전과정이 녹취되었다는사실을모르는피고측은, 거짓말의향연을시작했다. 답변서와준비서면에서는원고로부터 차용한사실이전혀없으며, 10여년동안교회신도로서헌금으로 증여한금액일뿐이라고주장했다. 그러면서2010.~2016.까지 헌금으로납부한기부금납입확인서를 증거자료로제출했다. 13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도 집 근처 다른 교회로 옮겼다고 했다. 이후 서로 일절 연락하지 않고 지내다가 이번에 채무확인서 작성을 위 해 처음 연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법무사님, 제 얘기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목사 부부가 이런 상황에 대비라도 한 듯 그날 의뢰인의 전화를 녹음해 보관하고 있다가 증거자 료로 제출했다는 것인데, 나는 그들이 ‘강박에 의한 법 률행위의 취소’라는 법리에 맞춰 아주 지능적이고 치밀 하게 작업을 한 것이라고 느꼈다. 거짓말의 향연, 대승적차원에서 ‘소송사기미수죄’로고소 한편, 이 난리통에도 목사 부부에 대한 신뢰를 버 리지 않고 있던 의뢰인의 아내가 목사 부부의 답변서 등 을 보고는 마침내 그들의 거짓을 알아차렸다. 당시 임신 6개월의 임산부였던 아내는 깊은 배신감 으로 충격을 받고 쓰러져 태아까지 위험해질 정도였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깊은 신앙심과 목사 부부에 대한 믿음으로 온갖 후폭풍을 감당하며 돈을 빌려준 것인데, 그 돈을 갚지 않기 위해 헌금이라는 등 거짓을 일삼고, 증거를 조작한 목사 부부의 행위는 인간의 도리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배은망덕한 행위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 거짓말의 고리를 끊어 의뢰인 부부의 고통 과 불안을 덜어주고, 목사 부부의 증거 조작 공세에 브 레이크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비양심이라면 신앙심을 이용한 또 다른 피해자가 충분히 나올 수도 있 는 상황이었다. 나는 부부에게 목사에 대한 ‘소송사기 미수죄’ 고 소가 가능하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이번에는 의뢰인의 아내도 대승적 차원에서 그들의 죄를 물어야 한다는 데 적극 찬성했다. 소송사기는 진행 중인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어야 기수로 되기 때문에 우리가 승소하면 굳이 고소할 필요 가 없을 수도 있으니, 바로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 했다. 이후 나는 준비서면을 통해 목사를 소송사기 미수 로 고소했다는 사실, 채무확인서의 금액이 상호 대조·검 증 과정을 거쳤다는 내용, 그리고 피고 측의 주장이 거 짓임을 밝혀줄 그동안의 증빙자료들과 녹취록을 첨부하 여 피고측의 항변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1년 전부터 계속 협박을 받아왔다면, 2년여 전 딱 한 번 만취 상태에서 협박한 사실도 놓치지 않고 녹취를 한 사람들이 왜 그 이후에는 녹취를 하지 않았느냐, 증 거가 있으면 뭐든 제출해보라고 강변했다. 대여금반환조정결정에도불복, 계속되는거짓말 2017.5.25. 재판부의강제조정결정이내려졌다. 원고 의 주장이 타당하다며, 신도와 성직자로서의 관계회복을 위해 “피고는 2017.6.23.까지원고에게금 140,000,000원 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 측은 법원의 이런 기회조차거부하고또다시이의신청을했다. 1년남짓진행된소송은2017.10.20. 예상했던결과를받았다. 원고전부승이었다. 그런데목사부부가승소6개월이 넘도록임의변제를하지않아 강제경매신청을했다. 그러자황급히청구금액보다 대략 4,000만원이나증가한금액을 의뢰인에게지급하고, 당일경매신청을취하했다. 14

피고 측은 2017.7.10. 준비서면을 제출하면서, 채 무확인서는 의뢰인의 협박으로 공포상태에서 작성 된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딸을 필리핀 으로 유학을 보낼 정도로 불안했다며, 그 증거자료로 2016.9.19.~12.19.(3개월간), 2017.1.5.~2.13.(1개월 10일가 량) 초등학생딸의두번의출입국사실증명을첨부했다. 또, 2014.7.4. 전화 협박 이후에도 의뢰인이 지속적 으로 “가족을 죽이겠다, 목회를 못 하게 하겠다”는 문자 를 수차례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문자들은 모두 지 우고 초기화해 최근 복구한 문자라며 2014.10.13.자 이 상한 문자 등을 증거자료로 첨부했다. 피고 측의 주장과 증거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나도 준비서면을 작성했다. “삭제 기간이 짧을수록 복구 가 쉽고, 8개월이 넘어가면 복구가 어렵다”는 복구업체 의 확인서를 첨부하고, “1년 전부터 각종 협박을 받아왔 다면서 복구하기 쉬운 1년 내 문자는 하나도 없고, 왜 복 구가 어려운 2년 8개월 전 출처 미상 문자 하나만 제출 했는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맹공했다. 또, “협박은 2014.7.4. 받았는데, 딸의 출국은 그로 부터 2년 2개월이 지난 2016.9.19.이었고, 2017.1.5. 다시 출국해 1개월여 만에 돌아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협박과는 무관한 조기 어학연수의 일환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피고 측은 우리가 제기한 의문에 대해서 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목사의 진술서 등 을 다시 서증으로 제출했다. 물론 나도 지지 않고, 피고 에 대한 소송사기 미수 고소 사건의 혐의가 인정되어 2017.9.8. 검찰도 대승적 차원에서 사기미수로 기소했다 는 사실(고양지원 2017고단0000)과 피고 측 진술서의 모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원고전부승! 철저한사전준비가 의뢰인을살렸다 이런 공방 속에 소송은 1년 남짓 진행되다 드디어 2017.10.20. 법원으로부터 예상했던 결과를 받았다. 물 론 원고 측의 전부 승이었다. 하지만, 목사 부부는 승소 6개월이 넘도록 채무금 을 변제하지 않았다. 나는 2018.5.30. 서울중앙지방법원 에 부동산 강제경매 신청(2018타경0000)을 했다. 그러자 어디서 구했는지 목사부부가 청구금액보 다 대략 4,000만 원이나 증가한 2018.6.19.까지의 금액 178,478,327원을 황급히 의뢰인에게 지급하고, 당일 경 매신청을 취하했다. 이후 소송비용 확정 결정에도 군소 리 없이 바로 소송비용 모두를 변제했다. 파탄 직전 상황에서 2억에 가까운 금액을 회수하 게 된 의뢰인 부부는, 그동안의 모든 고통이 사라진 듯 무척 기뻐했다. 그런 모습을 보자니 만약 목사 부부가 대여 사실에 대해 인정은 하고 있다는 의뢰인의 말만 믿 고서 사전 준비 없이 이 소송에 뛰어들었다면, 과연 어 찌 되었을까 싶어 아찔해졌다. 나의 이런 불온한(?) 상상 을 깨우는 듯 의뢰인이 소리쳤다. “법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우리 초등 학생 딸 이름도 개명해 주세요!” 15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평화학 1호박사가쓰는평화이야기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상임위원 빈곤앞에서 공존을생각한다 빈곤이사라지지않는 세상, 좋은시민으로살아가기 16

예측할 수 없는위기와재난, 그피해는 빈곤층부터 폐지수집 노인들이 노동 강도와 시간에 비해 형편 없는 수입을 손에 쥐는 이유는 단순히 폐지수집이 원래 돈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은 아니다. 작년에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종이상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폐지 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제지기업들의 영업이익 도 두 배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폐지 수입 노인들이 손에 쥐는 돈은 그대로 였다. 폐지수집상 – 압축상 - 제지기업으로 이어지는 유 통과 이익 구조의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는 수요 급증의 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폐지 유통업체들은 제지기업이 폐지 매입가격을 주먹구구식으로 정하거나 도매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에 인상된 가격으로 노인들이 가져오는 폐지를 사줄 수 없 다고 주장했다. 제지기업들은 국내 폐지가 물에 젖어 있 거나 이물질이 많아 수입 폐지에 비해 질이 너무 떨어지 고, 그래서 가격을 높게 쳐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제지기업들은 이전 해보다 120%에서 많게는 900%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1 수요가 많으니 폐지수집상이나 압축상들의 이익도 이전 보다 증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 의 이익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익 구조의 맨 아래 자리 하고 있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힘없는 노인들 만 이익 구조에서 배제된 것이다. 노인 빈곤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정부조차 극빈층 인 폐지수집 노인들의 노동 및 수입과 관련한 적극적인 대책이 없었다. 정부는 폐지수집 노인 숫자도 제대로 파 악하지 못했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폐지수집 노인의 수 입이 조금도 늘지 않았던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폐지 가격이 조금 오른다고 폐지수집 노인들 의 빈곤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열 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사회 빈곤층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사실 청년들도, 중년층도 똑같은 문 제에 직면해 있다. 빈곤은 산업화가 최고조에 도달하고 다양한 방식 으로 부의 창출이 가능해진 지금도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오히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빈곤 인구가 늘 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물가의 상승으로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월 KBS 대구방송총국의 보도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를 기획한 기자는 폐지수집 노인 들의 강도 높은 노동을 증명하기 위해 리어카에 GPS(위치정보시스템) 장치를 달고 3주 동안 폐지수집 노인들 을동행취재했다. 이를통해설득력있는정보를얻을수있었고, 그결과를보도했다. GPS 추적결과에따르면폐지수집노인 10명의하루평균노동시간은 11시간 20분이었다. 이들은 13km정도의 거리를매일이른새벽이나자정즈음에리어카를끌며걸었다. 폐지를조금이라도더모으기위해끼니를거르 는게보통이었고, 가까운고물상을두고도조금이라도값을더쳐주는멀리있는고물상까지가곤했다. 그렇게 번 돈을 시급으로 환산하니 948원이었다. 이것은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9,160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노인들은 자신이 하루에 얼마를 이동하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지도 몰랐다. 6~7시간정도걷는다고답한노인도있었다고한다. 법으로본세상 1) 『서울신문』 2021.2.24.자 「폐지줍는노인 ‘도돌이표가난’」 기사 17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UN은 지난 6월 8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계적 영 향」이라는보고서를냈다. 이보고서는우크라이나전쟁의 영향으로 전 세계 94개 국가의 약 16억 명이 식량, 에너지, 생활비등적어도한가지위기에는노출돼있다고했다. 그중 약 12억 명은 악재의 동시 발생으로 엄청난 파 괴력이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했 다. 보고서는 2022년 말에는 식량 부족을 겪는 세계인 이 전년보다 4,700만 명 더 늘어서 3억 2,300만 명에 달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은 빈곤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사회적으로, 세 계적으로 재난이 닥치면 평범한 사람들은 예측 불가능 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중에서 빈곤층이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피해를 입는다. 한국의 높은소득불평등 지수, 상·하위소득격차독일의 16배 빈곤은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의 책임인가? 이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그리고 세계의 빈곤은 단언컨대 개인의 책 임이 아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가의 셧다운 명령으로 가 게를 닫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건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물가가 급등하고 상대적으로 적어진 수입으로 빈곤층이 된 건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사례는 많다. 우리 사회 청년들이 빈곤층이 되 는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일할 의지가 있고 일하기 위 해 계속 스펙을 쌓아도 일자리가 없고, 제대로 대우를 받 을수있는일자리를찾기힘든건그들의책임이아니다. 노인들이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도 결국 폐지수집 같은 일밖에 할 수 없고, 일한 만 큼 수입을 얻지 못하는 것 또한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현재의 세계 에서는 국가의 부가 증가해도 빈곤층은 사라지지 않는 다. 오히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게 자산 및 소득 불 18

균형이다. 토마스 피케티 등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참 여하는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World Inequality Report 2022)」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면 서 세계 불평등은 악화됐다. 2021년 말 현재 세계의 상위 10%는 전 세계 자산 의 75.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가 차지한 비율은 2%에 그쳤다. 하위 10%가 차지한 비율이 2%여도 기함할 지경인 데 무려 세계 인구 50%가 차지한 자산 비율이 고작 전 체의 2%란 얘기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 비 해 상위 10%가 차지한 자산 비중은 0.4% 정도 증가했 지만, 하위 50%의 비율은 그대로였다. 상위 10%와 하위 50%의 자산 차이는 190배에 달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세계 부호들의 자산은 증가 했다. 소득 불평등 또한 나빠졌다. 상위 1%는 전 세계 소 득의 19.3%를, 상위 10%는 52.2%를 차지했다. 반면 하 위 50%가 차지한 소득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한국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는 한국 사회 전체 자산의 25.4%를, 상위 10%는 58.5%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가 차지한 비율 은 5.6%에불과했다. 소득불평등지수또한좋지않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 지수는 세계 평균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상위와 하위의 소득 격차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다. 상위 1%는 한국 사회 전체 소득의 14.7%를, 상위 10%는 46.5%를 차지했다. 상위 10%의 소득은 하위 50% 소득의 14배에 달했다. 이것은 프랑스의 7배, 이탈 리아의 8배, 영국의 9배, 독일의 10배보다 월등하게 높 은 수치였다. 2 국가의 부가 늘어나면개인도부유해질까? 이러한 자산 및 소득 불균형 지표는 국가 경제 성 장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기업이나 부자 투자 자들이고, 개미처럼 일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혜택을 보 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기업이나 돈을 대는 투 자자들이 있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이나 투자자가 이익을 가장 많 이, 또는대부분가져가야한다는의미는아니다. 일반노 동자나 소비자도 제 역할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 사회, 그리고 세계의 경제 구조는 기업의 수 익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나 소비자의 역할보다 기업과투자자의역할과이익에호의적이고관대하다. 경제 침체 상황에서도 기업과 부자들의 이익은 보 호되고, 노동자와 소비자의 이익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그런데도 낙수 효과 이론(trickle-down theory)이 주장 국가인권위원회 「2021 국가인권실태조사」에의하면 응답자의 35.6%가인권침해와차별을받는 가장취약한집단(복수응답)으로 경제적빈곤층을꼽았다. 그다음은장애인(32.9%), 이주민(22.3%), 학력․학벌이낮은사람(16.7%) 순이었다. 이조사결과는빈곤을한사람의 인격과품성을판단하는기준으로삼는사람들이 우리사회에많다는씁쓸한현실을보여준다. 법으로본세상 2) 연합뉴스, 2021.12.7.자 「한국, 서유럽처럼부유하지만소득·부불평등심각」 기사참조(편집자주) 19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좋은시민이라면자신이 부유층이든, 중산층이든, 빈곤층이든상관없이 누구나, 특히가난한사람이 편견이나차별을받지않고권리를누리며사는 공존의사회를만들기위해노력해야한다. 그들이적어도일한만큼은정당하게 대가를받는사회를만들어야한다. 빈곤이사라지지않는세상에서 우리가진지하게생각할건결국공존이다. 되곤 한다. 이것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주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고소득자들이 내는 세금을 대폭 깎아주면 그들 의 투자 의욕이 높아지고 그 결과 더 많은 부가 창출되 어 소비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 많은 사람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런 논리에 따라 레이건 정부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빈곤층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고 최소 임금을 동결했다. 부자는 더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 은 더 가난하게 만드는 이 이상한 논리는 그후 미국 경 제 정책의 기본 신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3 이는 실패한 논리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힘을 발휘해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임금을 동결시키 면 투자가 늘어나고,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 를 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자기 이익의 창출이 우 선인 기업이 국가 경제를 위해 투자를 하거나 직원을 더 뽑거나 임금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낙수 효과를 강하게 주장하는 경제 정책 과 정치적 주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며 구조적 문제를 만들고,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는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 하며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입게 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다. 기 업과 돈 많은 투자자들을 우선적으로 지원·보호하면 국 가의 부는 늘겠지만, 그것이 개인의 빈곤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산과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인권침해·차별에 가장취약한집단은 ‘빈곤층’, 응답률높아 가난하다는 건 사는 게 힘들다는 의미다. 그러나 빈 곤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수십 년 전의 3) 장하준지음·김희정옮김.(2014) 『장하준의경제학강의』 부·키, pp.96-7. 20

가난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이개인이나가족을평가하는기준이되지않았다. 그러나 국가의 부가 늘고 돈이 흔한 세상이 되면서 경제 수준이 개인이나 가족을 평가하는 잘못된 기준으 로, 누군가를 하찮게 대해도 되는 핑계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생들은 아파트 거주와 일반주택 거주로, 그 리고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평가하고 어울릴 것인지 아 닌지를 결정하기도 하고, 청년들은 대기업에 다니는지, 중소기업에 다니는지, 또는 자유직업인지에 따라 그 사 람의 능력과 미래를 판단하기도 한다. 일반분양아파트단지에사는학부모들은자녀들을 일반주택이나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내기 싫어서교육청에새학교를지어달라고요청하기도한다. 이 모든 일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 은 평범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다는 의사와 그들에 대한 무시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 국가인권실 태조사」를 발표했다. 2019년 첫 조사 이후 세 번째 조사 결과였다.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41.8%가 우리 사회 에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47.4%였다. 특이한 것은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는 가장 취약한 집단(복수응답)으로 35.6%가 경제적 빈곤층을 꼽았다는 점이다. 그다음으로 장애인(32.9%)과 이주민(22.3%), 학 력·학벌이낮은사람(16.7%) 순이었다. 이조사결과는빈곤을한사람의인격과품성을판 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는 씁 쓸한현실을보여준다. 흔히 사람들은 가난해지는 이유가 개인이 노력하 지 않고 창의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목격한 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열심 히 창의적으로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한 푼이라 도 더 벌고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 도 가난한 이유는 단순히 임금이 높지 않고, 일할 기회 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고, 국가 경제구조가 그들을 돌보 지도, 최우선으로 보호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 곤층은 국가경제가 발전해도 맨 마지막으로 혜택을 보 거나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빈곤이사라지지않는 세상에서 공존하려면? 몇 년 전에 한 청소년 독서모임으로부터 빈곤에 대 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청소년들에게 빈곤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글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아이들 중에 가난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쓴 내용은 가난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고 돈이 많고 없고에 상관없이 좋 은 시민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좋은 시민이라면 자신이 부유층이든, 중산층이든, 빈곤층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특히 가난한 사람이 편견 이나 차별을 받지 않고 권리를 누리며 사는 공존의 사회 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다 시 말해 노동에 대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회 구조를 지적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빈곤층이 나 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을 능력 없다 탓하지 않고, 적 어도 그들이 일한 만큼은 정당하게 대가를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사회적 투자와 정책이이뤄지는지감시해야한다. 그것이함께사는안전 하고행복한사회를만드는길이다. 빈곤이사라지지않는 세상에서우리가진지하게생각할건결국공존이다. 법으로본세상 21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1.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제정과현황 보험사기의 형태가 점점 다양화·전문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보험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 실정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각각의 법규를 통해 보험사기를 방지할 수 없는 것 은 아니지만, 보험사기를 예방하고자 함에 있어서 실정법만으로는 미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별법에 보험사기 관련 규정을 담는 방법, ▵「형법」에 담는 방법, ▵「보험업법」 에 담는 방법 또는 ▵산재되어 있는 보험사기 관련 규정을 통일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 등 여 러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각각의 대처방안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험사기를 근절하는 방 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표에는 한목소리를 내왔으며, 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 지난 2016년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특별법으로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되었다. 동 법은 보험사기 행위의 조사·방지·처벌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그 밖의 이해관계 인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일련의 목적과 보험업의 건전한 육성과 국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제 1조) 제정되어 2016.3. 국회를 통과하였고, 같은 해 9.30.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기 건수나 금액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고도화되며 증가하고 있어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제21대 국회 에서는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4건의 개정안(2020.6.30. 이주환 의원 발의안, 2020.7.31. 윤창현 의원 발의안, 법있어도보험사기점증, 실효성높이는 개정안속히통과돼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발의(안)의기대효과와입법과제 유주선 강남대정경학부교수 22 주목! 이법률

2020.12.9. 홍성국의원발의안, 2020.12.23. 김한정의원발의안등)이발의되어계류중이다. 본 글에서는 발의되어 있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별로 주요 개정내용을 살펴보고, 그 기대효과와 과제 등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별주요내용과기대효과 가. 심평원입원적정성심사기준및세부절차 김한정 의원 발의안은 건강심사평가원(약칭,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심사기준 및 세부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심평원의 심사지연 기간 동안 수사관의 인사이동 등 교체로 인해 수사 진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의료쇼핑 환자의 과다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김한정의원발의(안) 제7조(수사기관의입원적정성 심사의뢰 등) ① · ② (생 략) 제7조(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의뢰등) ① · ② (현행과같음) <신 설> ③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제2항에 따른 입원적정성 심사를 위한 기준을 대통 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마련하여야 한다. 이 경우 수사기관 등 대통령령으 로 정하는자와사전에협의하여야한다. 나. 보험사기컨트롤타워 김한정 의원 발의안 제4조의2에서는 보험사기 행위 관련 전담조직의 설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 사기 컨트롤 타워를 통해 효과적이고 통일성 있는 보험사기 대응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김한정의원발의(안) <신 설> 제4조의2(보험사기 행위 관련 전담조직의설치 등) ① 자본금 규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보험회사는 보험사기행위의 예방 및 대응을 위 하여 보험사기행위조사업무를 수행하는전담조직(이하 “전담조직”이라 한다)을설치하여야한다. ② 제1항에 따른 보험회사는 전담조직이 보험사기 행위 조사업무와 관련하여 준수하여야 하는 기준을 대 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마련하여야한다. 다. 보험사기자에대한경제적제재강화 주목! 이법률 23 법으로본세상

이주환 의원의 발의안에서는 보험사기행위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 등 경제적 제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보험 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보험사기로는 이익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개정안은 보험 사기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로 인한 누수 보험금을 환수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행 이주환의원발의(안) <신 설> 제11조의2(보험사기 행위로 인한 보험계약의 해지 등) ① 보험계약자 등이 제8조부터 제11조까지의 죄를 범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을 즉시 반환하여야한다. ②보험회사는제8조부터제11조까지의죄를범하여유죄의확정판결을받은자가청구한보험사기행위와 관련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라. 보험사기행위유인ㆍ알선및광고금지 김한정 의원 발의안 제7조의2에서는 보험사기 행위의 알선과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이나 취약 층을 상대로 하는 보험사기 행위의 유인·알선 및 광고가 금지되어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될 것이다. 현행 김한정의원발의(안) <신 설> 제7조의2(보험사기행위의 알선·광고 금지) ① 누구든지 보험사기행위를 알선하거나광고하여서는 아니된다. ②금융위원회는제1항을위반한행위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정보통신망을통하여이루어진경우방송통신위원회에대하여필요한조치를할것을요청할수있다. 마. 공·민영보험간정보교류 홍성국 의원 발의안 제5조의2에서는 공·민영보험 간 보험사기 행위 조사를 위한 정보 교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민영 실손보험 사기와 공단의 요양급여 부당 청구가 결합된 공·민영보험 연계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는바, 이에 대한 조기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홍성국의원발의(안) <신 설> 제5조의2(자료의 제공요청 등) ①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행위의 조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관계 행정기관, 보험회사, 그밖에대통령령으로정하는기관·단체에대하여필요한자료를제공할것을요청할수있다. 이경우요청 가능한 자료의 범위는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② 제1항에따른 자료의제공을 요청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없으면그 요청에따라야 한다. 24

3.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의입법과제 법률이 있음에도 그 법률로 실효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법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들여다보면, 갈수록 증가하는 보험사기를 예방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보험사기를 정의하고, 처벌 조항을 강화하였으며, 수사기관에 금융감독당국 및 보험회사의 고발 의무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는 하나의 선언적 의미 부여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또한, 처벌 조항이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형 법」 상사기죄에비해벌금상한이일부상향되었을뿐이라는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특별법에 담기지 않은 사항이 많아 이를 개선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개정안들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바,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또한 특별법과 함께 「보험업법」, 「의료법」 등 관련된 법령이나 제도개선도 보험 사기를예방할수있는조치들이라할것이다. 특별법의실효성제고를위한여러가지방안을마련할필요성이있다. 4. 맺으며 – 보험금은눈먼돈? 그릇된인식개선도필요해 최근에는 보험사기의 수법이 비급여 과잉진료를 통해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는바, 수사를 위해서는 보험·의료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보험사기를 담당하는 경찰 수사관을 상대로 보험사기 수사 교육을 의무화하여 경찰 수사관의 수사역량을 강화 하고, 경찰수사연수원 내 심화 교육과정(경제범죄 수사 등)을 보완하여 보험사기 관련 전문지식 교육을 통한 이해도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보험사가 보험사기 적발 가능성과 처벌 수위를 높여 실효적 예방효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앞에 서 제기한 사항들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서 개정되어야 하며, 계몽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 어야보험사기가 줄어들 것이다. 또한, 보험사기는 그 피해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전가되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니 만큼 ‘보험금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의 개선 역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주목! 이법률 25 법으로본세상

법률고민 상담소 파산신청과 면책은 법률상으로는 별개의 절차이나, 면책 이 되지 않은 파산선고만으로는 파산신청자가 소기의 목적 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는 파 산신청을해서는안되고, 또권장할사항도아닙니다. 귀 사례에서는 먼저, 학자금 대출 채무가 있다 하더라도 2022.1.1. 「채무자회생법」 개정에 따라 면책이 가능합니다. 대학생들이 재학 중 이자 부담 없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출 받고, 졸업 후 소득수준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대출금을 상 환하도록하는제도가시행중입니다. 그런데 일부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이후 곧바로 대출 금을 파산채무로 등재해 파산신청을 하는 사례가 빈발하여 2010.1.22. 법을 개정하면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의 경우에 는 파산면책 이후에도 면책되지 않도록 특칙을 신설해 학자 금대출에대한파산을실질적으로봉쇄시킨바있습니다. 이는 파산제도를 이용해 학자금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 으려는 도덕적해이를 방지한다는 취지였으나 「채무자회생 법」의 입법 취지상 파산제도의 기본목적은 경제적 파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채무자의 경제적 재활 에 도움을 주려는 제도이니만큼, 학자금 대출에만 예외를 두 는것이맞지않다는지적이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1.12.28. 관련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비면 책채권을 규정한 해당 조항을 삭제(「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9호 삭제), 그에 따라 학자금 대출 채무도 면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근로자에대한임금채무나 4대보험료미납채무는 파산선고를받더라도면책대상이되지않습니다. 파산선고로 인한 면책 결정은 기본적으로 파산채권에 대하여만 면책이 되는 것인데, 임금채무나 4대 보험료는 「채 무자회생법」 제473조에 따라 파산채권이 아니라 재단채권 에해당합니다. 재단채권은파산여부와관계없이채무자가별도로변제 할 대상인 채무로서 파산선고나 면책 결정을 받는다고 해도 여전한 재단채권의 성격으로 인해 면책의 대상이 될 수 없습 니다. 특히 임금채무의 경우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제5호 에서도 비면책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음에 따라 더더욱 면책 의대상이될수없습니다. 따라서 귀하의 채무 상황을 보아서는 파산신청을 통해 파산선고를 받는다고 해도 이와는 별개로 근로자들의 임금 미지급분과 4대 보험료 미납분에 대해서는 변제를 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회생·파산 학자금 대출채무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에 따라 면책이 가능하나, 직원 급여와 4대보험료는 파산선고와 별개로변제해야합니다. 파산신청을하고싶은데, 학자금대출금과직원급여및 4대보험료미납분이있으면면책이될까요? 개인사업체를운영하다사업부진으로폐업한후개인파산신청을하려고하는 30대남성입니다. 파산채무중에학 자금대출금과직원들의급여미지급분및4대보험료미납분이있는데, 면책이가능할까요?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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