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1월호

ISSN 2233-4688 11 2023 vol .677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3년 11월 5일 통권 제677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혜영드로잉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시 민 을 위 한 법 률 강 의 11 월 법 무 사 의 소 소 일 상

Contents 2023년 11월 vol. 677 42 44 법으로 본 세상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국제부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사건 (2023 창원지방법원) 16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_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삶을 생각한다 22 주목 이 법률 _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의 쟁점과 과제 26 법률고민 상담소 _ 민사, 상속 분야 30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2023.10.12. 시행)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조희창 법무사(광주전남회)

법무사 시시각각 32 이슈와 쟁점 _ 고령자를 위한 공공신탁제 도입과 성년후견제 도 _부동산 분양대행제도 개선을 위한 쟁점과 과제 40 발언과 제언 _ 법무부의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처분 취소의 의미와 법무사업계의 과제 42 이슈 투데이 _ 2023년도 제2회 등기법포럼 개최 44 법무사가 사는 법 _ 27년 경찰복 벗고 법무사가 된, 박홍식 법무사 48 성년후견 사례 _ 후견인의 부정행위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변경한 사례 86 64 슬기로운 문화생활 08 미경유람 _ 제주 한라산과 감귤밭 70 한국인은 왜 _ ‘흥(興)·신명·멋’으로 폭발하는, 한(恨)의 문화 74 문화路 쉼표 _ (시) 사람이 다 꽃이어라, 아수라에 핀 꽃 76 부자되는 책읽기 _ 토니 로빈스, 『거인의 생각법』 78 소확행 건강관리 _ 온전한 휴식을 위한 ‘쉼의 기술’ 동정·등록 80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7 법무사 등록공고 · 신규등록 90 편집위원회 레터 _ 배려의 빛 현장활용 실무지식 50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 요약 _ 2023.8.18.선고 2019다200126판결 등 54 나의 사건수임기 _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주택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및 임차보증금반환소송 승소기 58 법무사 실무광장 _ 조각투자 관련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 64 유비무환, AI 이야기 _ AI업계의 성장동력, 파운데이션모델과 SaaS

제주 한라산과 감귤밭 08 미경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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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 법무사(경기중앙회) 이중국적 ‘레오’의 진짜 ‘성(姓)’을 찾아서 국제부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사건(2023 창원지방법원)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법무사가 실제 수임한, 이 시대 민초들의 생활사건 이야기

2023. 11 vol.677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 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중에서 한국인의 이름은 가족관계등록부 “성명”란에 표 기된다. 성명의 “명”에 해당하는 이름은 자유롭게 지 을 수 있지만, “성”은 「가족관계등록법」 및 관련 예규 에 따라 그 표기가 엄격히 제한된다. 이는 가문을 중시하는 유교적 관습이 아직도 남 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어떻든 현재 대한민국에 서 성의 표기를 정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성”을 변경하 고자 할 때는 “법원의 결정”을 받은 후 처리되도록 엄 격히 관리된다. 대한민국에서 이름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보 니 법무사들에게도 이름 정정 등 가족관계등록과 관 련한 사건은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나도 이와 관련한 가사비송(성·본 변경) 사건이나 가족관계등록비송(등록부정정) 사건을 종종 맡고 있 는데, 지난 6월경 카카오톡 상담을 통해 맡게 된 레오 엄마의 사건도 그런 사건 중 하나였다. 남아공 국적의 남편, 한국어 성(姓) 표기를 정정하고 싶어요 나는 ‘젊은 법무사’라는 특성을 내세워 비대면 채 널(카카오톡 등)을 통해 사건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제결혼 후 외국에 거주하는 젊은 엄마들의 상담을 자주 받고 있다. 대개는 중국이나 대만 국적의 외국인 아빠를 둔 자녀들의 “성”과 관련한 상담이다. 나름 경쟁이 치열한 비대면 채널에서 나를 어필 하기 위해 ‘중국어 가능 법무사’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런데 자신을 ‘레오 엄마’라고 소개한 이번 의뢰 인의 사례는 조금 특별했다. “안녕하세요! 법무사님, 우리 아이 여권을 만들려 고 하는데, 여권과에서 외국인 남편의 성 표기를 바꿔 야 한다고,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라고 하네요. 법 무사님을 통해서 할 수 있을까요?” 법적인 의미에서 등록부 정정이란, 「가족관계등록 법」 제104조, 제105조에 따라 위법 무효한 가족관계등 록부를 진실한 가족관계와 일치하도록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정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레오 엄마네와 같은 국제 부부가 주로 진행하는 등록부 정정은, 착오가 있는 등 록부의 기록을 법원의 허가를 통해 정정하는 사건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남편의 성을 혼인신고 당시에 착오로 기재한 경우, 실제 성과 일치하도록 (주로 「외래 어표기법」상 표기법과 일치하도록) 정정해달라는 등의 신청인 것이다. “그럼요, 할 수 있지요. 일단 외국인 남편의 성이 어떻게 표기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니 발급받아 둔 가족 관계등록부가 있으면 한 번 보내봐 주실래요?” 레오 엄마는 필자의 요청에 곧장 서류를 보내왔 다. “성 : 판더메르브, 국적 :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족관계등록부를 살펴본 나는 약간 당황했다. 남편분의 국적이 생소했고, 성씨 역시 생전 처음 보는 외국 성이었기 때문이다. 레오 엄마는 그 성이 네덜란 드 계통의 성이라고 알려주었다. “지금 남편의 성이 ‘판더메르브’라고 표기되어 있 는데, ‘판더메르베’로 정정하려고요. ‘판더메르베’로 표 기되어야 아이의 여권에 남편과 동일한 영문 성으로 기재할 수 있거든요.” 레오 엄마의 남편은 남아공 국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성씨가 ‘판더메르브’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레오의 여권을 만들려면, 이를 실제에 맞게 ‘판더메르베’로 정정해야 하고, “등기부 기록에 착오가 있음”을 소명해야 한다. 그러나 생전 처음 보는 외국 성에 어떤 착오가 있는지 어떻게 알고 법원을 설득한단 말인가.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낯선 외국 성의 표기에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소명할 수 있을까? 현재 외국인 남편의 ‘판더메르브’라는 성은 영문 으로 표기된 성을 한글 원지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그 러나 이를 다시 영문으로 표기했을 때는 실제 남편의 영문 성과는 다른 엉뚱한 성이 되어버린다. 이를 실제 에 맞게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한글 원지음 표기를 ‘판 더메르베’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정해 놓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신원 확인 문제로 입출국이 어려워지거나 나 중에 해외에서 아이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하게 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등록부 정정 신청을 위해서는 “등기부의 기록에 착오가 있음”을 소명해야 하고,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빠른 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성 표기를 변경해야 할 필 요성”이 간절함을 표현해야 한다. 레오 엄마로서는 아이의 앞날에 지장을 줄 수 있 는 표기를 하루속히 수정하는 것이 절실하고도 중요한 문제였으므로 빠른 결정의 조건은 충족되었으나, 문제 는 착오에 대한 소명 여부였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 성 에 어떤 착오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고 법원을 설득 한단 말인가. “제가 외국인 관련 등록부 정정 사건을 많이 해 보았지만, 아버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인 경우는 처음입니다. ‘판더메르브, 판더메르베’라는 성도 처음 봤고요. 중국이나 대만 국적인 경우는 제가 알아서 신 청이유를 쓰고 있지만, 이번 건은 의뢰인께서 좀 도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양해를 구했다. 레오 엄마는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돕겠다며, 흔 쾌히 이해해주었다. 필자는 소명의 어려움을 피할 방법 으로 법원을 통하지 않고 등록부직권경정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로 하고, 아이의 출생신고 관련 정보를 찾아 보았다. 아이의 이름은 “판더메르브 레오”. 한국인 엄마 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고, 출생지는 중국 상하이. 코로나로 인해 아직 한 번도 한 국에 오지 못한 상태로, 출생신고는 주 광저우 대한민 국 총영사관 재외국민 가족관계등록사무소를 통해 마 쳐져 있었다. 바로 이거지! 필자는 광저우 영사관의 연락처를 찾아 담당 가족관계등록관에게 직권경정이 가능한지 질의했다. 등록관은 남편 성을 혼인신고 시에 엄마가 직접 기재했고, 해당 사안의 경우 “명백한 오기”이거나 담당 행정부서의 착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직권경 정은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회신 결과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법원을 통해 등록부 정정 결정을 받는 길밖에 없다. 나는 기록상 착오의 근거를 소명하기 위한 자료 를 찾아 나섰다. 판더메르브 vs 판더메르베, 듣기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발음 아이 아버지의 성을 원명 그대로 표기하면, “Van der merwe”다. 이 이름의 한글 원지음이 정확히 무엇 인지 알아내야 했다. 네이버와 구글 등을 검색해 이 성 의 기원과 표기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자료를 찾으면서 이 성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 12

2023. 11 vol.677 어족의 성으로, 네덜란드 계통의 보어족 언어인 ‘아프 리칸스어’로 표기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보어족은 네덜란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 주한 이들을 선조로 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족이 다. 보어족과 네덜란드의 관계는 중국에 사는 조선족 과 한국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인의 뿌리를 가진 조선족이지만, 중국에 정 착하며 지나온 시간과 역사적 간극으로 인해 언어와 문화가 더 이상 한국인과 똑같다고 보기는 힘든 것처 럼 그들 역시 그랬다. 갑자기 세계사 시간이 된 것 같지만, 어쨌든 이런 역사적 맥락을 공부하고 나니 등록부 정정 신청이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각이 잡혔다. 레오 엄마에게도 남편 의 가족이 언제 남아공에 이주했는지 등 좀 더 디테일 하게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았다. 한편, 표기와 관련해 구글에서 “Van der merwe” 에 대한 정확한 아프리칸스어 원어민 발음을 들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냈다. 유레카! 나는 한글 원지음 표 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며, 부푼 기대감을 가지 고 “Van der merwe”의 발음 영상을 100번은 넘게 반 복해 들었다. 오 마이 갓! 그러나 낯선 발음의 “Van der merwe” 는 이렇게 들으면 “판더메르브”로, 저렇게 들으면 “판 더메르베”로 들렸다. “판더메르브”라고 생각하고 들으 면 “판더메르브”로, “판더메르베”라고 생각하고 들으 면 “판더메르베”로 들리는 요지경 속 발음의 세계. 나는 들리는 발음만으로는 소명이 어렵겠다는 판 단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외래어표기법’을 찾 아보았다. 외국인 부와 외국인 배우자의 성 표기 착오 로 인한 등록부정정 시 반드시 참고하고 있는 자료다 보니, 이보다 강력한 소명자료는 없었다. 여기서 답을 구한다면 승산은 있다. 과연 외래어표기법의 네덜란드어 표기일람표에는 네덜란드어 ‘e’가 ‘에’와 ‘어’로 발음된다고 적혀 있었 다. 외국어 발음에서 ‘어’와 ‘으’는 유사하게 들릴 수 있 으므로, 의뢰인은 “merwe”의 “we”를 “브”로 기록하여 “판더메르브”라고 작성했을 것이다. 당시는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말이다. 어떻든 외래어표기법에 네덜란드어의 “e”가 “에” 로 발음된다고 기록되어 있음에 따라 필자는 “판더메 르브”를 “판더메르베”로 바꿔달라는 레오 엄마의 등 록부 정정신청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착오의 근거는 유사한 발음 그 자체이고, 네덜란 드어와 보어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자료 를 부가적으로 제출하면 될 것이다. 애매한 발음이 착오의 원인, 솔직하게 작성한 신청서 오 마이 갓! “Van der merwe”는 이렇게 들으면 “판더메르브”로 들리고, 저렇게 들으면 “판더메르베”로 들렸다. 들리는 발음만으로는 소명이 어렵겠다는 판단에 ‘외래어표기법’을 찾아보았다. 여기서 답을 구한다면 승산은 있다. 과연 외래어표기법의 네덜란드어 표기일람표에는 네덜란드어 ‘e’가 ‘에’와 ‘어’로 발음된다고 적혀 있었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좋은 서면이란 무엇일까. 등록부 정정신청서를 앞 에 놓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법무사로 일하며 항상 고 민하는 문제다. 나는 솔직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서면이라고 생각한다. 레오 엄마의 등록부 정정신청서도 솔직하게 작성하기로 했다. 나는 경쾌하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Van der merwe’는 ‘판더메르브’로도 들리 고, ‘판더메르베’로도 들리는데, 여권과에서는 “판더 메르베”로 한글 기재가 되어야만 영문명을 ‘Van der merwe’로 기재할 수 있다고 하니 이를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렇게도 들리고, 저렇게도 들린다”는 것이 착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판사와 법원이 전 세계 모든 민족과 언어에 통달한 것은 아니니, 내가 그 랬던 것처럼 판사 역시 신청서와 가족관계 서류를 보 고 레오 아빠의 생소한 국적과 성에 당황할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어족에 대해 조 사하며 찾은 자료를 모두 제출하였고, 그 발음법을 들 을 수 있는 유튜브의 주소도 링크해 제출했다. 마지막 으로 여권과에서 의뢰인의 질문에 대해 회신한 내용도 제출했다.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최대한 성실하게 수 집해 제출했다. 국제부부의 혼인신고·출생신고에서 주의할 점은?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사이 레오 엄마의 사건을 통해 국제부 부의 혼인신고와 출생신고에 있어 알아두어야 할 점들 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외국인과 결혼하고자 하는 한국 여성들은 남편 국적에 따른 여권의 영문표기법을 미리 관련 부 서에 알아본 후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좋다. 레오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이중국적 을 가지고 있다. 레오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이중국적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각 국가의 여권을 모두 발급받게 되 는데, 두 여권의 영문명 표기가 다를 경우 입출국에 문 제가 생길 수 있고, 한 번 여권이 만들어진 후에는 이름 정정 등의 이력을 남기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한다. 레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생신고를 했을 때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해 여권을 만들 때도 아빠 의 영문 스펠링과 동일하게 성이 표기된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출생신고 후 여권을 만들 려고 알아보니, 네덜란드어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판 더베르브”라는 성 표기로는 아빠와 동일한 영문표기 를 할 수가 없으니 등록부정정을 통해 아빠와 아이의 등록부정정 신청서를 접수한 지 13일 후. 드디어 법원의 결정문이 나왔다. 결과는 인용 결정! 레오는 비로소 진짜 성을 찾은 것이다. 생각보다 신속한 결정이 내려졌다.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성실하게 수집해 소명자료로 제출한 때문일까. 인용 결정에 레오 엄마는 진심으로 기쁜 마음을 전했다. 14

2023. 11 vol.677 성 표기를 정정한 후 여권신청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 다. 레오 엄마가 부랴부랴 카카오톡을 통해 나에게 등 록부 정정 사건을 의뢰했던 이유를 이제는 정확히 이 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국제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성”과 관 련한 문제를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인 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복잡한 법적 문제 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아버지를 둔 아이는 외국인 부의 성을 따 르거나 한국인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다. 외국인은 한 국에 가족관계등록부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 인 부의 성은 한국인 어머니 혼인관계등록부에 기재 된 “성”을 참고하게 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7절은 혼인 에 대한 사항을 정하고 있으며 혼인당사자가 외국인일 때에는 그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 및 외국인등록번호 를 기재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한국 여성이 외국 인 남성과 결혼할 경우에는 자녀의 성이 이때 기재한 남편 성을 따르게 된다는 점이다. 국제부부 아이의 경우 부부가 한국에서 아이를 주로 양육하고, 아이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에 한 국에서 취업하길 바란다면, 즉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면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고자 할 것이 다. 그러면 아이가 출생신고를 할 때 부의 성을 따른다 는 대원칙의 예외로서 엄마의 성을 따를 수도 있다. 한국 여성과 한국 남성이 결혼한 경우에는 혼인신 고를 할 때 사전에 협의해야만 아이에게 엄마의 성본을 줄 수 있다. 혼인신고 시 협의하지 않은 채 출생신고를 할 때 아이에게 엄마의 성본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 문에 일단 아버지의 성본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성본변 경 절차를 거쳐야만 엄마의 성본을 따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경우 에는 다르다. 혼인신고를 할 때 엄마의 성본을 쓰기로 사전 결정하지 않았더라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때 엄마의 성본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단, 엄마의 성본을 따르기로 협의했다면 이후 외 국인 아버지의 성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는 없다. 먼저 엄마의 성으로 출생신고를 한 뒤에 외국인 아버지의 성으로 성본 변경을 해야 한다. 신속한 인용 결정! 의뢰인만큼이나 기뻤던 레오의 성씨 찾기 등록부정정 신청서를 접수한 지 13일 후. 드디어 법원의 결정문이 나왔다. 결과는 인용 결정! 레오는 비 로소 진짜 성을 찾은 것이다. 나로서는 다소 난관을 예 상했는데, 소명자료를 최대한 충실하게 제출한 때문이 었을까, 생각보다 신속한 결정이 내려졌다. “법무사님, 정말 감사해요. 아이가 한국 들어가기 전 에 여권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제 제대로 된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레오 엄마는 진심으로 기쁜 마음을 전했다. 사건 을 진행하면서 매일 레오의 이름을 생각해서인지, 내 가 친자녀나 조카의 이름을 지어주기라도 한 것처럼 나 역시 매우 기쁘고 뿌듯했다. 법무사로서 많은 사건을 다루지만, 이번 사건처럼 아이들과 관련한 사건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을 때, 더 특별한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비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레오였지만,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 며, 이번 사건과도 작별을 고했다. “안녕! 레오야, 무럭무럭 잘 자라고 행복하렴.”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5

위기의 시대에도 행복을 찾아가는 12가지 인문학적 성찰 ⑪ 유창선 ● 인문학 작가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삶을 생각한다 16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023. 11 vol.677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낳는다.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예상할 수도 없는 죽음은 언제나 두려운 상대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했던 많은 철학자들은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했다. 에피쿠로스는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는 데 익숙하라고 말했다. 년에 진시황은 불로장생할 수 있는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서불(徐巿)을 바다 건너로 보냈다. 황제의 명을 받은 서불은 어린 남녀 3천 명을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나 한반도의 남해 금산, 제주를 거쳐 일본까지 갔지만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불로초를 구하 지 못했던 듯하다. 그때 진시황의 나이가 마흔이었다고 하 니, 영원히 죽고 싶지 않은 황제의 마음은 이미 그때부터 간절했던 것 같다. 천하를 통일했던 황제에게도 죽음은 어 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불로장생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대신 인간들은 죽음을 늦추기라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현대의학 의 발달은 질병이 제약해왔던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했고, 마침내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말하는 단계에 이 르렀다. 불치병으로 불리던 전염병과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은 수명을 연장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개인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도 높아져 각 자 건강히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몸에 좋은 건강식들을 찾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좋은 공기를 찾아 나선다. 죽음을 늦추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한 인간의 집념은 대단 하다. 그만큼 죽음은 인간에게 가능만 하다면 피해야 할, 그 것이 어렵다면 늦추기라도 해야 할 대상이었다.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 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보다 죽음을 꼽을 것이다. 자신이 죽어서 한 줌의 재가 되는 일은 누구나 상상하면 무섭고 공포스러운 광경이다. 사람은 죽으면 숨도 의식도 멎고, 아무것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말 그 대로 존재의 모든 것이 영원히 끝나버린 다. 다시는 살아나서 돌아올 수가 없다. 그러니 두렵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은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를 찾아 왔다. 유명한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 子東方朔)’은 『한서(漢書)』의 「동방삭전 (東方朔傳)」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에는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에 관한 설화가 나온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동경 전한(前漢)의 무제(武帝)는 인재 를 구한다는 소식을 천하에 공포했다. 제(齊)나라 사람인 동방삭은 글을 써서 무제에게 올렸는데, 그 내용이 많을 뿐 만 아니라 필체도 당당하여 읽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고 한다. 동방삭은 해학과 변론에 뛰어났 고, 속설에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에 죽지 않고 장수했 다 하여 ‘삼천갑자 동방삭’이라고 불렸 다. 1갑자가 60년이니까 동방삭은 그 3 천 배인 18만 년을 살았던 셈이다. 동방 삭의 설화는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동경 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사마천의 『사기(史 記)』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기원전 219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더 이상 만질 수가 없다. 그래서 슬프다. 눈물이 난다. 죽음을 인식하고 슬퍼하는 것이 인간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무엇이 있다. 그것은 죽음을 삶의 전 과정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기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생 각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다. 죽음 을 이해하고 자기 삶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고. 인간은 자 기 삶 속에서 죽음이 무엇인가를 미리 생각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해 왔던 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어 인간은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삶과 죽음 사이를 배회하게 된 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 이후를 전혀 알지 못하는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갔다가 되돌아온 사람이 없기에 우리 는 죽음 이후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 생(生)과 사(死)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는 순간부터 죽음 에 대해 지각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인간에게 죽음은 영원한 미지의 영역이 고, 그래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 릴 수가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어가고, 죽어가면서 사는 존재 그러다 보니 우리는 죽음의 한 면만 보며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죽음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 마주해서는 안 될 상대였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종말, 고 통, 불안, 공포 같은 것들이다. 죽음은 삶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죽음은 삶과 같이 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하고, 죽 어가면서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제인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에 우리는 자신 의 삶을 그에 맞춰 채워나가는 것이고, 결국 죽음을 생각함 으로써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우리의 얘 기는 생각처럼 어둡고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죽음을 이야 기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죽음으로 슬픈 것은 사실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이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플 수가 없다. 죽은 사람에게 죽음은 더 이상 슬픔도 고통도,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를 떠나보낸 우리는 슬프다. 다시는 그를 볼 18

2023. 11 vol.677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죽음에서 주로 두려 워하는 것은 습관적으로 죽음에 앞서 오는 고통이다”라고 했던 몽테뉴, 이들 모두가 죽음은 막상 아무런 고통이 아닐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 것을 얘기했다. 이렇게 현인들에게 죽음은 그렇게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죽음은 거대한 자연의 이치 물론 죽음은 나에게는 일생일대의 최대 사건이다. 내 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 겠는가. 하지만 나의 죽음은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만 큰일 일 뿐, 거대한 자연의 이치로 보면 아무 일도 아니다. 사실 세상에 태어나서 생식의 임무를 마친 개체가 노 화하고 죽게 되는 것은 진화의 법칙으로 볼 때 지극히 당연 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한번 태어난 개 체가 영구히 살게 된다면 지구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생식의 임무를 마친 개체는 자신이 낳아놓은 개체들 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죽어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렇게 내가 죽어야 내가 낳은 개체들이 뒤를 이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언 제 나를 찾아올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 다. 죽음은 예정대로 오지 않고 불시에 닥쳐온다. 각종 사고나 재난으로 갑자 기 죽게 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길을 가다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경우도 있고, 갑자 기 심각한 병을 발견하게 되어 뜻밖에 단명의 비운을 맞기도 한다. 위험사회 속에서 생물학적인 수명 을 다 채우는 삶은 막상 쉽지 않다. 그 래서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언 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죽음에 대 한 두려움을 낳는다. 우리가 알 수도 없 고, 예상할 수도 없는 죽음은 언제나 두 려운 상대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했던 많은 철학자들은 죽음을 어떻 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말 또한 했다. 에피쿠로스는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 도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는 데 익숙하 라고 말했다. “죽음은 여러 가지 재액 가운데서도 가장 두려운 것으로 되어있는데,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이다. 왜냐하면 현실로 우리가 살아서 존재하고 있을 때에는 죽음은 우리가 있는 곳에는 없고, 죽음이 실제로 우 리에게 닥쳐왔을 때는 우리는 이미 존 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 게 있어서나, 또 죽어버린 사람들에게 있어서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죽음은 그것을 기다리는 만큼 괴롭지 않다”고 했던 오비디우스, “죽 음은 한순간의 이동이니만큼, 생각으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 속에 던져진 존재이며, 죽음을 향해 가는 불안한 존재다. 인간은 끝에 이르면 존재가 사라지고, 끝에 이르지 못하면 전체 존재에 이르지 못한다. 그렇기에 죽어서야 내 모습이 완성된다. 죽음의 불안을 마주 보고, 죽음까지 가는 길을 내 삶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죽음의 불안은 삶에 대한 의욕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9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죽음의 불 안은 삶에 대한 의욕으로 전환될 수 있 을 것이다. 내가 늙어간다는 것이 의미 없는 삶을 유지하는 퇴락이 아니라, 마지막 까지 나를 원숙하게 성장시켜 가는 과 정이라 생각할 때, 남아있는 삶은 여전 히 의지와 활력이 도는 시간일 수 있다. 늙을수록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 나 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함께 한다면 말 이다. 영원히 산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의미를 잃을 것 결국 죽음의 의미는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는 닥칠 죽음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소 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빌헬름 슈미트는 『나이 든다는 것 과 늙어간다는 것』에서 죽음에 대한 해 석에 따라 삶의 귀중한 의미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해석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죽음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 건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해석은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 있 다. 그래서 죽음은 삶을 가치 있는 것으 로 만드는 경계선을 그어준다. 한정적으 로만 쓸 수 있는 것은 귀중하기 때문이 다. 그렇다. 모든 인간은 수명이 제한 되어 있다. 언제인가는 죽을 수밖에 없 다는 삶의 유한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누구나 언제인가는 죽게 되어있다는 삶의 비극성이, 이제 죽음이 있기에 오늘의 삶이 귀중하다는 새로운 인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삶의 유한성, 즉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것이요,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높이게 된다. 죽음을 상상하라. 죽음을 잊지 말라. 그러면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희망 일 뿐, 진화의 법칙에서 그같은 사정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 다. 나에게는 잔인한 일이지만, 그래야 지구상의 모든 개체 가 평화롭게 사는 환경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나는 죽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당사자 로서의 집착을 떠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생각한다면 죽 음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렇기에 너무 슬퍼할 일 은 아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기에는 충분히 늙어 있다”며 인간을 가리켜 ‘죽을 자(das Sterbliche)’라고 했다. 산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인간은 원래 자기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 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게 세상에 던 져졌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 속에 던져진 존 재이며, 죽음을 향해 가는 불안한 존재다. 인간은 끝에 이 르면 존재가 사라지고, 끝에 이르지 못하면 전체 존재에 이 르지 못한다. 그렇기에 내가 누군지 말하기가 어렵다. 죽어 서야 내 모습은 완성된다. 죽음에 대한 불안을 굳이 피할 필요는 없다. 죽음의 불안을 마주 보고, 죽음까지 가는 길을 내 삶을 완성시켜 20

2023. 11 vol.677 한 자신의 책임을 높이게 된다. 죽음을 상상하라. 죽음을 잊지 말라. 그러면 살아있다 는 것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스탠퍼드대 졸 업식 연설에서 자신이 받았던 죽음 선고가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하며, 죽음을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스 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 나가 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 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 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그 러면 나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나는 과연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죽는 것은 나이다. 나는 내 모습을 지킨 채로 나의 죽음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삶의 숙제이다. 이 시간의 의미를 각별하게 만든다. 만약 인간의 삶이 유한하지 않고 영원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대 부분의 인간은 자기 삶에 대해 긴장하 지 않게 될 것이다. 어차피 무한성이 보 장되어 있는 삶에서 절박한 것은 없다.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그러다 안되면 다시 저렇게 살아보고, 그런 식의 삶의 태도가 생겨날 것이고, 삶의 소중함 같 은 것은 성립하기 어려운 얘기가 된다. 그때의 삶은 가치 없는, 거리에 뒹 굴어 다니는 돌멩이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독일의 철학자 로베르 트 슈페만은 『도덕과 윤리에 관한 철학 적 사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영원히 산다는 것은 모든 순 간, 모든 기쁨, 모든 인간적 만남이 무 의미한 것으로 퇴색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 을 우리는 내일 또는 그다음 날도 똑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매 순간의 귀중함은 우리의 인생에서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영원한 삶 속에서는 어 떤 것도 귀중하지 않다.” 죽음이 있기에 오늘의 삶이 귀중하다 누구나 언제인가는 죽게 되어있 다는 삶의 비극성이, 이제 죽음이 있기 에 오늘의 삶이 귀중하다는 새로운 인 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삶의 유한성, 즉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의 귀중함을 일 깨우는 것이요,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1

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내실 있게 추진하 기 위해 ‘고독사예방협의회’의 구성을 위원에서 관 계 중앙행정기관의 차관급 공무원으로 변경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고독사 예방·관리에 대한 내실 있 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였고, 고독사 예방 대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실천될 수 있도록 운영 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2 「고독사 예방법」 도입의 배경 –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 의 발굴과 지원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3.4%(2021년 기준)에 달하며, 연령대별 분포로는 29세 이하 1인가구가 19.8%로 1 들어가며 – 「고독사 예방법」 일부개정법률 공포 지난 8.24. 국회를 통과한 「고독사 예방 및 관 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이하 ‘「고독사 예방 법」’) 9.14. 공포되어, 내년 3.15. 시행될 예정이다. 「고독사 예방법」은 지난 2020.3.31. 처음 제정(법률 제17172호)되어 2021.4.1. 시행되었으나, 지난 6.13. 고독사 정의와 관련해 일부 개정되었고, 이번이 두 번째 개정이다. 이번 개정은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된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여 그 예방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 하기 위함이다. 우선,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종합 적인 정보시스템의 구축이 우선되는데, 이번 개정법 에서 고독사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보장정보가 포함된 행정데이터를 연계, 고독사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의 쟁점과 과제 ‘고독사 위기대응시스템’ 구축, 지역과의 연계가 관건 고숙자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2 주목! 이 법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70세 이상 18.1%, 30대 17.1%, 60대 16.4%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1 그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비중이 매년 증가하 고 있어, 사회적 고립 문제도 함께 증가하면서 사회 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 적 고립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통계청 의 사회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사회적 고립 경험자는 노년층(65세 이상)과 장년층(50~64세)의 비중이 각각 9.2%, 6.6%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무연고 사망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데, 최근에는 40~50대 중년층의 무연고 사망이 증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40~50대 중 년층 무연고 사망자가 65세 이상 노인 무연고 사망자 보다 586명이 더 많았을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무연고 사망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다.2 이에 2020.3.31. 그간 사회적 합의가 모호하였 던 ‘고독사’의 정의를 규정하고, 정책당국 또는 유관 기관이 고독사에 대한 예방·관리를 위해 해야 할 역 할 등을 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되었다. 당시 제정 이유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 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으로부터 단절되 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된 채 홀로 임종을 맞이하는 고독사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나, 고독사 예방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통합적이고 체 계적인 정책은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개별 법령에 따라 독거노인, 노숙인 등 일부 취약계층에 대하여 부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을 고독사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책무가 있으므로, 고독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대상자의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고독사를 체계적으로 예 방,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고독 사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자 한다.” 3 「고독사 예방법」의 쟁점 - ‘고독사 정의’를 둘러싼 논쟁 「고독사 예방법」이 처음에 제정되었을 때, 고 독사를 정의한 제2조(정의)에서는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라고 규 정하였다. 그러나 이런 고독사에 대한 정의에 대해 지금 까지 여러 쟁점이 논의 중이다. 우선, “고독사”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일본에서도 연구자 또는 행정 기관에 따라 서로 상이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고립 사’ 또는 ‘입회자가 없는 죽음’과 같이 객관적 사실 이나 상황에 따른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 고독사의 정의와 관련하여 ①1인가구, ②집 에서 사망, ③자살, ④고립과 단절을 특정하기 어려 운 홀로 죽음, ⑤사후 방치기간 등 5가지의 쟁점이 논쟁 중에 있다.3 이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쟁점은 ‘1인가구’ 관련이다. 예를 들어, 2020.12. 발생한 방배동 모자 사건 의 경우를 보면, 발달장애가 있는 30대 아들(미등 록 장애인)과 60대 어머니가 동거하던 중 어머님이 지병으로 사망해 집에 전기가 끊어지자 아들이 집 1)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통계청, 2022: 7-8에서 재인용 2) 기동민 의원실, 2018. 3) 고숙자 외, 고독사 실태조사 설계연구. 2022 ┃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3 2023. 11 vol.677

밖으로 나와 노숙하다 발견되었다. 집에서 발견된 어머니는 사망한 지 5개월 정도 지난 상황이었다. 고독사에 대한 정의를 ‘홀로 사는 사람’(1인 가 구)으로 한정했는데, 위 방배동 사건처럼 성인과 보 호가 필요한 아동, 정신지체 장애인, 치매 노인과 거 주하면서 생계의 모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주 부양 자가 사망한 경우는 어떻게 볼 것인가. 행정적으로 는 2인 가구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극단적인 고립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처럼 1인 가구에 대한 논의가 쟁점화되어 문 제들이 지적되면서, 지난 6월, 「고독사 예방법」의 정 의가 새롭게 규정되었다. 제2조(정의)를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 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 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개정 2023.6.13.>”라고 좀 더 포괄 적이고 실질적인 고독사의 정의로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5가지 고독사 정의와 관련 한 쟁점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고독사에 대한 용어, 고립과 단절, 그리고 사후방치 된 기간 등에 대해 여전히 수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4 「고독사 예방법」의 의미 –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위기 대응시스템 구축 근거 마련 최근 혼자 거주하는 고령자뿐 아니라 전 연령 대에 걸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웃과의 관계도 적어지고 타인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사회적 고립 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은 생애사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이러한 사회적 고립 상태 가 지속되고 경제활동 참여나 사회적 관계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고립이 만성화되다가 결국 고독 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청년기에 경험하는 부정적 생애 사건들, 예를 들어 학교 폭력, 입시 실패, 가족 간 불화, 직장 내 따돌림 등의 경제활동 참여나 사회적 관계 실패 경 험이 누적되면서 관계 단절 및 고립이 고독사로 진 행될 위험이 높다. 그리고 중장년의 경우는 실직 및 은퇴로 인한 상실감과 생활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관계 단절과 고립으로 이어져 고독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립되기 쉬운 사람은, 긴급 시는 물론, 일상적 으로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문제인데, 때로 는 간섭받고 싶지 않은 고독사 위험자도 많기 때문 에, 지역사회 내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을 발 굴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에 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 지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고립은 신체 및 정신 기능 제한 과 연계되므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과 연계하 여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적 고립 가구를 발굴·지원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사회보장과 관련한 행정데이터를 연계하고, 연계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고독사 위험자를 발굴하는 과정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개정된 「고독사 예방법」은 ‘고독 사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 거를 마련, 그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행정데이터의 연계 과정에서 반드시 필 요한 자료의 수립과 관리가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상충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자료 범위가 축소될 우 려가 없도록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5 사회적 고립 해결을 위한 ‘사회적 처방’과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 24

우리나라의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378 명으로, 전체 사망자 중 1.1%가 고독사로 사망한 것 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 해 동안 인구 10만 명당 6.6명이 고독사로 사망한 것이다. 특히, 다른 연령층이나 여성보다 50~60대 남 성의 고독사 사망률이 높아 50대가 900명, 60대가 860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기존의 고독사 예방 정책이 독거노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 연령대 의 고독사 문제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회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는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 회적 처방’을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각 조직들이 사회적, 감정적, 실제적으로 필요한 욕구를 지원하 기 위한 일련의 서비스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 공해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회참여의 문제에 대해 지원이 필 요하다고 진단받은 개인에게 자원봉사 활동이나 공 통취미를 가진 커뮤니티, 취업 지원 등을 처방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이 란,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활동 및 서비스 등의 사회 참가의 기회를 처방하는 것이 라 볼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고립자의 건강과 웰빙을 향상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관계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적으로 케어가 필요한 경우를 포함한다. 예를 들면, 장기간의 만성적인 질병을 안고 있는 사람이나 정신 건강 측면에서 지원이 필요한 사람, 사회적으로 고 립되어 있거나 취약한 상황에 있거나 하는 사람 등 이 대상이 된다. 질병의 예방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 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가 수행하는 역할이 매우 중 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 있어서 외로 움과 고립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지역사 회의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영국에서는 교육부(DfE), 고용연금부 (DWP), 환경·식량·농촌개발부와 협력하여 공동 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래 디지털 포용 프로그램(Future Digital Inclusion Programme)’을 2014년부터 시작하고 있다.4 그 일환으로 공동체의 공간으로 학교 또는 고 용센터를 활용하여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 록 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보편적인 지원뿐 아니라 외로움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층을 식별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선별적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선별적 지원에는 우선적으로 16~24세의 청년 층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연령대가 취약계층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이행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학교· 직장·가정 생활에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 이 높기 때문이다. 6 맺으며 – 고독사 예방관리체계, 기존 사회보장체계와 유기적 연계 필요해 이번 「고독사 예방법」의 개정을 통해 범정부 차 원에서 ‘고독사예방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고독사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수행체계가 실행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실제 지역사회에서 원활하게 실행되 기 위해서는 기존의 ‘보건의료 – 복지 – 고용’ 등의 사 회보장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하에서 고독사 위험자의 실제 요 구와 제공되는 서비스 활동이 미스 매치되거나 서비 스 제공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4) UK government, 2018. ┃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5 2023. 11 vol.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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