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1월호

ISSN 2233-4688 01 2 0 2 2 vol. 655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2년 1월 5일통권제655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이정윤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 곁에 125년, 생활법률 전문가 법무사史 우리나라첫 「민법」 초안(1948) · 형사소송법전(1954) 1948.5.31. 제헌국회는초대국회의장에이승만을선출, 헌법기초위원회를구성하여 7.17. 「헌법」을공포하였다. 이에기초해8.15. 대한민국정부가수립된다. 정부는 9.15. 대통령직속으로법전편찬위원회를설치하고, 법치주의의근간이되는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등의기본법전들을편찬했다. 이번신년호표지자료는당시법전편찬위원회에서편찬한 「민법」 초안과 1954.9.23. 제정공포된 「형사소송법」 법전. 1월 커버스토리 03

Contents 새해를열며 08 신년사 10 신년기획 좌담회 _ 법무사, 2030세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 법으로본세상 18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재개발지역 상가임대차건물 인도소송사건(2016. 울산지방법원) 24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_ 평화로운 세상은 가능한가? 30 주목 이 법률 _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의주요내용과과제 34 법률고민상담소 _ 형사, 행정, 부동산등기, 가사 분야 38 최근 시행법령 _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2021.12.04. 시행) 등 99 내가 만난법무사 _ 박충근 법무사(서울중앙회) 2022년 1월 vol. 655 24 10

현장활용실무지식 58 맞춤형 최신 판례 요약 _ 2021.10.14.선고 2016다201197판결 등 62 나의 사건수임기 _ 배당이의사건의 유의점 및 배당이의소송에서의 부당이득반환청구 68 신(新) 기업컨설팅 사례연구 _ 소규모 주식회사에 관한 컨설팅 76 행복의 심리학 _ 행복이란 무엇인가? 법무사시시각각 40 이슈와 쟁점 _ 법무통 및 인터넷 저가수임(덤핑) 사이트에 대한 대응과 경과 _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형행 관련 법제의 변화와 개선과제 46 발언과 제언 _ 4차산업시대의 법무사,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48 업계 투데이 _ 대한법무사협회-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2021 동계 공동학술세미나 개최 등 _ 연말연시 법무사업계 공익활동 전개 52 화제의 법무사 _ KAIST에 20억 기부한, 김동명 법무사 56 최근 공제사고 사례 _ B은행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제1심 판결 선고 (2021.11.4.) 슬기로운문화생활 80·90 문화路, 쉼표 _ (수상) 구도(求道)의 신성 _ (시) 고향의 겨울 82 세대유전 2080 명곡 _ 무한궤도 「그대에게」 84 가슴뭉클 가족영화 12선 _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06·86 콧바람 하루여행 _ 강원도 정선 ‘만항재’ 동정·등록 91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9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8 편집위원회 레터 52 91 84

콧바람하루여행 강원도정선만항재 시리도록맑고파란하늘로우뚝솟은낙엽송에눈꽃으로피어난상고대가황홀한설경을보여준다. 회색빛도심을벗어나하얀설국에들어서면복잡했던머리도마음도깨끗하게비워진다. 만항재가선사하는순백(純白)의힐링이다. (p. 86에이어) 글·사진 / 민혜경 여행작가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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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존경하는 법무사 가족 여러분!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위드코로나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교차하는 가운데 어 느새 한 해가 저물고, 2022년(임인년) 새해를 맞이하였 습니다. 여러 가지 혼란과 경기 침체의 지속으로 지난 한 해 사무소 운영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습니까. 임인년새해, ‘생활법률지원센터’ 설립으로사법보좌관사건 대리권획득에전력하겠습니다! 새해에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과 법률시장의 치열한 경쟁구조로 인해 법무사업계를 둘러싼 환경 또 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125년 장구한 역사를 지내오면서 우리 법무사는 위기 시마다 강인하고 지혜롭게 극복해 왔듯이 새해에도 새로운 희 망의 길을 찾아 매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협회는 더욱 비상한 각오로 임인년 새해를 시작하며, 대 법원의 미래등기시스템 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대법원규 칙에 의한 본인확인제 도입과 미래등기시스템에서의 법 무사의 역할이 강화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법무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변호사도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제도 도입에 최대한 변호 사업계의 협조를 이끌어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 니다. 또한 ‘직역수호특위’를 가동하여 시간적·공간적·인적 제 한 없이 덤핑과 부당한 경쟁으로 법무사에게 피해를 주 는 법무통 및 인터넷 저가수임(덤핑) 사이트를 규제하 고, 나아가 공기업·금융기관의 덤핑강요 등 갑질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08

대한법무사협회상설기구와일하는사람들 그뿐만 아니라, ‘생활법률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소기업· 소상공인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생활법률 지원사업을 적 극 시행하며, 사법보좌관 업무 및 조정·화해 등 비송 분 야 전반의 대리권 획득에 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호랑이해 새해는 포효하는 법무사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우리의 갈 길은 험난하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쉼 없이 나아가려고 합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법무사 가족 여러분의 일터와 가정에 축복과 건강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새해 아침에 대한법무사협회장 이남철 올림 협 회 장 이남철 부협회장 최희규(상근) 오영나 박철훈 정성구 전문위원 조신기 금동선 유석주 정경국 감 사 박태열 박영극 김홍배 이 사 유종희 이복노 이우연 최영민 김영태 박창규 서원석 윤원서 최재훈 김진영 정미숙 황승수 백성기 최인수 정돈교 신경철 오병래 최성수 권영하 최철이 성종화 황윤찬 이성수 김재영 임채열 유재근 강항숙 고 문 이재연 박태원 박경호 공정환 임재현 노용성 최영승 법무사연수원 운영위원회 원 장 이남철 부 원 장 최희규 위 원 김정실 최희영 김혜주 고용환 강채원 정일영 정종현 유봉성 김태겸 조명호 김석민 배희건 안재문 김영호 하상철 정덕안 이형구 고태현 등록심사위원회 위 원 장 이남철 위 원 이중재 정병산 김중제 이좌용 정창교 박영기 전웅기 정일권 법제연구소 소 장 황정수 부 소 장 조규일 연구위원 김경중 김효석 박해현 송양수 윤상철 이창원 안재옥 서유석 강동호 권용산 김상호 정형석 윤리위원회 위 원 장 육학수 부위원장 권철현 위 원 (당연직)박인기 유문희 운행준 김탁경 윤원서 성용국 홍진표 오웅철 이창주 이병재 김시익 장정호 강철구 김춘섭 임채열 장시재 고은호 (위촉) 윤성호 황선웅 김진수 김종철 권영하 최정현 회관관리위원회 위 원 장 최희규 위 원 김명연 서성태 김형곤 김영길 이남윤 이상권 조지훈 전영인 공제사업위원회 위 원 장 정성구 위 원 김정실 최희영 김혜주 고용환 강채원 정일영 정종현 유봉성 김태겸 조명호 김석민 배희건 안재문 김영호 하상철 정덕안 이형구 고태현 정보화위원회 위 원 장 김진석 위 원 권혁헌 김도현 정경표 최원영 김승호 유병일 손명재 정기성 분쟁조정위원회 위 원 장 장선규 위 원 임정규 안상기 전두표 김지회 김영진 김학수 회지편집위원회 위 원 장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신기 권중화 김정호 정진홍 강성구 윤정진 강상수 박윤숙 장태헌 김정준 이경록 최상익 윤평식 박성익 홍보위원회 위원 장 김성홍 부위원장 정정훈 위 원 김영두 오종규 윤민식 조 현 신혜주 김신희 김정근 이남헌 공익활동위원회 위 원 장 홍진표 부위원장 최옥환 위 원 김희엽 홍동희 김린경 우귀환 최명재 이운우 김근표 김강일 미래등기대책 특별위원회 위 원장 이남철 부위원장 최희규 위 원 조신기 김진석 황정수 안갑준 고용환 강채원 정종현 김원회 김일수 직역수호특별위원회 위 원 장 정일영 부위원장 임승완 위 원 김종모 김영표 류규열 박희봉 표규태 김현율 최현진 박찬계 김진영 금동선 홍동기 우종철 09 신년사 새해를열며

신년기획좌담회 일시 및장소 2021.12.23(목) 10:30, 법무사회관 7층소회의실 사회 김병학 본지 편집주간 패널 권진혁 법무사(서울중앙회) / 1993년생(28세), 2019년등록 김지안 법무사(서울북부회) / 1988년생(33세), 2019년등록 서영준 법무사(서울중앙회) / 1986년생(35세), 2017년 등록 정선우 법무사(서울중앙회) / 1982년생(39세), 2014년등록 사진 김흥구 포토그래퍼(더블루랩) 가성비를넘어 ‘가심(心)비’까지잡아라! 법무사, 2030세대와어떻게만날것인가? 새해를열며 10

최근2030세대가우리사회소비와문화의트렌드를주도하는핵심세대로떠올랐다. ‘MZ세대’라불리기도하는이들세대는, 2021.11. 행정안전부의연령별인구현황기준에따르면 우리나라경제활동인구(37,351,149)의30%를차지하고있으며, 심각한저출산추세에따라 2040년에이르면, 경제활동인구의50%를차지할것으로예상되고있다. 이에따라전산업분야가이들2030세대들을어떻게고객으로만들것인지에사업의성패가달려있다고 해도과언이아닌상황이되었다. 법조시장도예외는아니다. 최근법조계의핫이슈로떠오른 ‘로톡’ 등 법률서비스온라인플랫폼의주요이용자들도이들2030세대들이다. 우리법무사업계도지금은중장년층고객이많다해도앞으로이들이주도할미래시장에대비하지않으면, 시장경쟁력은축소되고퇴보할것이분명하다. 2030세대를어떻게법무사의고객으로만들것인가. 회지편집위원회에서는신년을맞아2030세대이기도한네분의법무사를모시고, △2030세대고객의 특성과이들이원하는서비스, △2030세대고객을위해준비해야할점등에대해이야기해보았다. 이번 좌담회가MZ세대에대한이해를넓히고, 이들이주도하는미래에대비하는계기가되었으면한다. <편집부> 2030세대소비성향, 절약하지만 가치를느끼면과감히소비 사회(김병학) 신년을 맞아 우리 업계의 젊은 법무사님들과 2030세대 고객에 대한 의미 있는 좌담회를 개최하게 되 어반갑습니다. 먼저 MZ세대가 우리 사회의 소 비 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법 무시장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실무를 하면서 2030세 대고객들의수요가과거와달리많아졌다고느끼고있는지요? 정선우 제가 일을 시작한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2030세대 고객이 사무실을 방문해 사건을 맡기는 경우 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 시국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상 황이 변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거나 가상화폐 혹은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부동산을 매매하려는 2030 세대 고객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어요. 최근 고객층의 변 화를 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김지안 저는 도봉구 창동에서 개업 중이라 대부분의 고객층이 50대 이상이고 젊은 고객은 많지 않은데, 최 근 정 법무사님과는 반대로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로 돈을 잃어 개인회생·파산을 의뢰하러 오는 2030세대들 이 꽤 있었어요(웃음). 서영준 저도 최근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설립등기를 하러 찾아오는 2030세대 고객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런 데 부동산등기의 경우는 요즘 2030세대들이 셀프등기 를 많이 해서 그런지 외려 사건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권진혁 저도 최근 법인 설립을 위해 찾아오거나 부동 산소유권 취득을 위해 등기를 하러 오는 2030세대 고 객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실수요를 위해 부동 산을 매수하는 경우보다는 가족 간 매매나 증여가 훨씬 많아 실제 의뢰인은 그 부모님인 경우가 많지요. 신년기획좌담회 11 새해를열며

사회 코로나 시대를 기점으로 2030세대의 수요가 늘어 났다는 점은 흥미롭네요. 오늘 패널로 참여한 법무사님들도 2030세대들인데, 이들이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은 무엇 일까요? 김지안 2030세대의 소비 성향은 한마디로 ‘절약과 가 치소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만 원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인터넷을 뒤지고, 가성비를 엄청 따지는 반 면에 자신에게 의미가 있거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또 돈을 아끼지 않고 쓰거든요. 그리고 2030세대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나 환 경문제, 실업률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5년 뒤, 10년 뒤 이 지구와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는데, 왜 오늘을 희생 하고 살아야 하냐는 것이죠. 권진혁 요즘 2030세대들은 근로소득만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대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젊을 때 열심히 일 해서 중장년이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산다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투자에 과감하고 관심이 많은 데다 취향에도 민감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거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 는 것에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하고 소비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영준 요즘 2030세대들이 비트코인이나 NFT같은 무형 자산에 많은 가치를 두고 투자하려는 경향도 높은 것 같아요. 저도 2030세대지만,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던데 NFT 작품이 몇백 억에 거래되고 그러는 거 보면 신기합니다. 정선우 『매일경제신문』에서 MZ세대의 5가지 특징으 로 ▵다양성, ▵사회참여, ▵후렌드(Who+Friend), ▵놀 이터, ▵스마트 소비를 꼽은 바 있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SNS를 통한 사회참여에 적극 적이며,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쉽게 친구가 되지만 의리 나 우정과 같은 짙은 감정은 배제된 느슨한 관계망을 선 호하고, 온라인상의 이벤트나 플랫폼 이용을 놀이라고 생각하며, 합리적이고 절제된 소비를 한다는 것이죠. 저 도 상당히 동의가 되었습니다. 전문가의말무조건신뢰하기보다 자기요구에맞도록주도하려해 사회 사회적으로 그런 특성을 가진 2030세대의 영향력 이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그런느낌을 받은 적이있나요? 정선우 최근 삼성 임원에도 30대가 선임되고, SK하이 닉스도 40대 CEO를 발탁했잖아요. 제 거래처 중에 한 신탁회사도 얼마 전에 50대 분이 대표이사가 되었어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앞으로는 제 또래인 30, 40 대가 실무 결재라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2030세대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선 결 재라인을 통과하기 어렵고, 결국 거래처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걸 실감하지 않을 수 없어요. 권진혁 요즘은 유튜브나 온라인을 통해 지식정보를 빨리 습득하고 그만큼 간접경험도 빨라져서 2030세대 가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최근 20대 중반 의 청년이 아버지가 시행사를 하셨다며, 자신도 친구들 과 함께 시행사를 창업해 보겠다고 찾아왔습니다. 물론 경험이 없어 좌충우돌하는 느낌도 있지만, 나 름대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공부하고, 이리저 리 부딪쳐가며 시도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참 달라졌다 는 생각을 했지요. 새해를열며 12

서영준 1년 전 한 비즈니스 조찬모임에 참여하면서 깜 짝 놀랐어요. 거기에 너무 많은 2030세대가 참여하고 있는 거예요. 이분들 대부분이 저보다 사회경험도 풍부 하고, 사업체 운영도 너무 잘 하고 있어서 그 도전정신과 유능함에 지금도 볼 때마다 놀라고 있어요. 사회 정말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2030세대들이 법무사 고객으로 찾아온다고 하면, 중장년세 대와는확실히다른측면이있겠네요? 권진혁 2030세대들은 학력이 높고, 스스로 합리적이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기 보다는 충분한 정보 검색을 통해 원하는 바를 분명히 요구하는 편이에요. 얼마 전 애플리케이션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 중 인 20대 중반의 고객이 매출이 커져 법인전환을 하겠다 고 찾아왔어요. 그런데 제가 제안하는 표준정관이 아니 라 자신이 원하는 정관이 있다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 더군요. 앞으로 자신의 회사가 투자받을 계획이 있는데, 그 에 맞는 종류주식 발행 규정과 주식매수 선택권 규정을 넣어달라고 하는 겁니다. 법인전환에 필요한 정보를 이 해하고 요구하는 수준이 너무 높아서 놀랐습니다. 김지안 저도 2030세대 고객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알 고 와서 어쩔 때는 당황스러울 정도예요. 저도 찾아봐야 상담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관련 정보를 줄줄 외우 면서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문제는 이 조문에 해 당할 것 같은데요, 하는 식으로 물어보거든요. 심지어 어떤 분은 제 블로그에 있는 글을 처음부 터 끝까지 모두 정독하고 찾아오기도 했어요. 자신이 사 건을 맡겨도 좋을, 믿을 만한 법무사인지 미리 탐색해보 고 난 후 찾아온 거죠. 정보탐색에도 능하지만, 많은 정 보 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능력도 높 은 겁니다. 서영준 그런데, 정보력이 좋아서 상담이 수월하게 되 는 것은 장점이지만, 반대로 온라인에 있는 잘못된 정보 를 습득하고 오는 경우도 많아서 우려되는 점이 있기도 합니다. 2030세대고객, 법무사를정말잘이용한다 2030세대의소비성향은한마디로 ‘절약과가치소비’라고할수있을것같아요. 정말만원이라도더싸게사려고인터넷을뒤지고, 가성비를엄청따지는반면에자신에게의미가있거나 가치가있다고생각하는것에는또돈을아끼지않고잘쓰거든요. 김지안 법무사(서울북부회) 신년기획좌담회 13

사회 어찌 보면 까다로운 고객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들이 법무사에게 원하는 법률서비스도 이전 세대들과는 구별 될수있을것같습니다만. 서영준 스타트업 설립과 관련해 의뢰를 하는 고객들 은 법무뿐 아니라 세무, 노무, 특허나 상표에 관한 것까 지 종합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세무 사나 회계사, 변리사, 노무사분들과 교류를 하면서 필요 할 때 문의를 해가면서 상담을 해주고 있어요.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려면 법무 상담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이 떨어질 겁니다. 정선우 저도 마찬가지예요. 세무에 특허까지 모든 질 문을 다 제게 하기 때문에 다른 전문가들과 친분을 쌓 아두고, 필요한 전문가를 그때그때 연결해주는 허브 역 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2030세대의 절약과 가치소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최근 그에 대해 크게 느낀 사건이 있었어 요. 임대차와 관련해 톡으로, 전화로, 메일로 문의만 계 속하던 30대 고객이 있었는데, 비용도 받지 않고 많은 상담을 해주는 것이 귀찮기도 했지만 성의껏 답변을 해 드렸어요. 한동안 연락이 없더니 얼마 전 다시 연락이 왔는 데, 사실 이번에도 상담만 원하면 다른 법무사를 소개해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이분은 강남에 빌딩을 소유한 젊은 부자였고, 자기 빌딩 의 호수별로 계약이나 재계약을 할 때 계약서를 검토하 거나 기타 법률자문역을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수임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죠. 어찌 보면 고객이 제가 믿을 만한 법무사인지를 검 증해 본 것일 수도 있는데, 어떻든 이 일을 겪고 나서 젊 은 고객들이 가성비도 따지지만, 그만큼 ‘가심비(價心 比)’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권진혁 2030세대들은 법무사에게 맡겼으니 무조건 따라가겠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사건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이 주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요. 오늘 저녁에도 아는 세무사님과 함께 기업법무와 세 무에 관한 특강을 하기로 했는데, 법인 예비창업자나 초 기창업자들의 요청이 있어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수강생 나이를 물어보니 대부분이 2030세대라고 하더군요. 자기 사업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 대해 이해하 고 주도하려는 성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지안 요즘 느끼는 건, 2030세대가 법무사를 정말 1년전한비즈니스조찬모임에참여하면서깜짝놀랐어요. 거기에너무많은2030세대가참여하고있는거예요. 이분들대부분이저보다사회경험도풍부하고, 사업체운영도너무잘하고있어서그도전정신과유능함에 지금까지도볼때마다놀라고있어요. 서영준 법무사(서울중앙회) 새해를열며 14

잘 써먹는다는 거예요. 정보가 빠르다 보니 변호사를 찾 아갈 때와 법무사를 찾아갈 때의 가격을 비교해 보고, 이제는 법무사를 찾아가면 되니까 더 이상 참지 말자는 식이거든요. 또, 네이버 엑스퍼트는 ‘10분에 10,000원’ 하는 식으로 시간당 유료상담을 하는데, 대부분의 이용자가 2030세대들이에요. 돈을 주고라도 전문가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젊은 세대들의 욕구를 잘 반영하 고 있죠. 이런 것을 보면 알뜰하게 법무사를 잘 이용하 고 있구나 싶어요. 사회 2030세대가 고객으로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그와 달리 좋은 점도 있지 않을 까요? 정선우 MZ세대들은 SNS 활용에 능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도 빨라요. 20대 후반 고객과 임대차 관련 카톡 상담을 하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업무를 처리해 줬는데, 만족스러웠는지 자기가 라인(네이버 메신저 앱)에 다니 고 있다며, 사내 게시판에 제 홍보를 해주겠다는 거예 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메신저, 유튜 브, 블로그 등 SNS나 온라인 매체에 능한 2030세대 고 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해주면, 이런 식으로 알아 서 홍보를 잘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점도 2030세대 고객의 큰 장점이죠. 김지안 저도 비슷한데, 서비스가 만족스러우면 바로 카톡으로 커피 쿠폰을 보내거나 생일이시네요, 하면서 선물 쿠폰을 보내는 등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자기표현을 잘 해요. 그리고 일처리가 빨라서 좋아요. 중장년 세대 고객 들은 서류를 준비해 달라고 하면, 내가 직접 발급해야 하냐고 불만도 표하고 질문도 많은데, 젊은 고객들은 안 내하면 몇 시간 안에 준비를 해오거나 아예 모든 정보를 다 찾아보고 미리 알아서 준비해오기도 하거든요. 또, 무엇보다 저에 대한 존중감이 있어서 좋아요. 중장년 고객들은 제가 나이도 젊고 여성이다 보니 반말 을 하거나 권위로 기선제압을 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지 만, 젊은 고객들은 같은 세대여서 그런지 저를 전문가로 서 존중하고 인정해 줍니다. 권진혁 상담이나 서류 준비에 있어서는 확실히 2030 세대 분들이 효율적입니다. 연세 있으신 분들은 전화 상담도 힘들어하고, 전화상담 후에 찾아오면 좋겠는데, 제거래처중에한신탁회사도얼마전에 50대분이대표이사가되었어요. 이것이무엇을의미하냐면, 앞으로제또래인3, 40대가 실무결재라인이된다는것입니다. 이제는2030세대의특성을 이해하지못하고선거래처유지가어려울수있다는것이지요. 정선우 법무사(서울중앙회) 신년기획좌담회 15

“일단 찾아가겠다”는 경우가 많거든요. MZ세대 고객들은 필요한 자료를 카톡이나 이메일 로 먼저 보내주기 때문에 제가 자료를 확인한 후 피드백 을 해줄 수 있고, 필요한 서류 중 사본이면 되는 것들은 스캔해서 파일로 보내주니까 정말 편하고, 이것은 기록 으로도 남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하 기도 좋지요.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완전한 비대면 업무 처리도 가능하니 더욱 효율적이죠. 서영준 앞에서 좋은 점은 다 말씀하셨으니 단점을 좀 언급해 보자면, 2030고객들은 요구도 많고 까다롭기 때 문에 그만큼 업무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비용도 더 청구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또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거든요. 이 럴 때는 제가 더 많은 일을 했고, 실력이 있다고 증명할 길이 없어 무척 난처하고, 힘이 빠지기도 해요. 2030세대에게어필하는 법무사의확실한정체성필요해 사회 급변하는 시대에 지식정보로 무장한 2030세대 고 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법무사 개인과 업계 차원에서도 대 비가필요한데, 어떻게해야할까요? 서영준 아직까지 전자소송이나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 은 법무사님들도 있는데, 온라인 활용능력을 서둘러 키 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정보에 강하고 복합적 인 서비스를 원하는 2030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는 다른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넓히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공부와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협회 차원에서는 전자소송이나 전자등기와 같 은 정보화 프로그램들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 육을 더욱 강화해 주었으면 합니다. 정선우 2030세대들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서는 친절 한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가상화폐나 메타버스와 같은 시대흐름에 따른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법무사 도 2030세대들이 잘 활용하는 SNS를 적극 활용해 홍보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협회 차원에서는 전자등기나 전자소송뿐 아니라 SNS의 효과적 활용법 같은 것도 교육해 주면 좋 겠어요. 김지안 저는 203O세대가 젊은 고객이라고 해서 어리 MZ세대에게법무사가어떻게인식되느냐가매우중요한데, 자칫하면변호사보다조금못한법률가, 저렴한법률가, 이런식으로인식될수있기때문에 확실한법무사의컨셉이중요하고, 단순히법률지식을넘어, 더많은부가가치를제공하는것에대해고민할필요가있습니다. 권진혁 법무사(서울중앙회) 새해를열며 16

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2030세대 고객들이 저에게 친절하다고 해서, 제가 그리 부드러운 스타일도 아닌데 싶어 물어보니 연세가 많은 법무사를 찾아갔다가 꾸지 람만 듣고 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2030세대가 젊다고 해서 어리게 보거나 나이 든 사람으로서 권위를 앞세우는 일은 없어야지요. 그리고 저는 애매한 시대에 법무사가 되었다고 생 각하는데, 지금이 예전처럼 등기가 호황을 누리거나 전 문성을 인정받는 시대도 아니고, 변호사가 넘쳐나니 소 송업무로 어필하기도 어렵고요. 2030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법무사 의 정체성, 컨셉이 필요합니다. ‘생활법률전문가’라는 컨 셉도 좋지만, 두루뭉술한 점이 있고, 저는 비송사건 전문 가로 컨셉을 잡으면 확실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법률 서 류의 처리를 조력하기 위해 탄생한 취지와도 맞고요. 협회에서 비송사건 전문가로 법무사의 정체성을 잡 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면 좋겠습니다. 권진혁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온라인을 통한 영향 력이 막강한 MZ세대에게 법무사가 어떻게 인식되느냐 가 매우 중요한데, 자칫하면 변호사보다 조금 못한 법률 가, 저렴한 법률가 이런 식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법무사의 컨셉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단순히 법률지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거 래안전이라든지 지방세에 대한 정보라든지 등등의 더 많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개인과 협회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조금은 도발적인 질문을 드려봅니다. 2030세대 당사자인 법무사로서, 우리 법무사가 2030세대에 게경쟁력이있다고보십니까? 서영준 「민사집행법」과 「부동산등기법」을 이렇게 깊 이 있게 공부하는 전문직은 법무사밖에 없잖아요. 요즘 가성비를 찾으며 셀프등기나 법무통 등을 이용하는 고 객들이 많은데, 저는 실제로 셀프등기를 해보면 법무사 의 필요성을 오히려 절감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상업등기 분야에서는 법무사의 역할과 업무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선우 지금 2030세대는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고 있 으니까 법무사가 다른 전문가들을 연계하는 허브가 되 면 법률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는 무조건 법무사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제가 처리하고 있는 업무 중에 민사소송을 위 해 법무법인을 선임해야 할 필요가 생겼는데, 법무법인 과 미팅을 할 때마다 제가 참여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 부터 사건을 맡아서 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이고, 의뢰인들은 법률지식이 없으니 의사표현 에 한계를 느껴 제가 참여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법무사가 허브로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 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김지안 법무사는 서류 하나당 수수료를 받고, 변호사 는 심급당 수임료를 받잖아요. 그래서 금방 끝날 수 있 는 사건을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건 낭비고, 법무사에게 의뢰하면 가성비가 굉장히 좋죠. 가성비를 따지는 2030 세대에게 이런 수수료 시스템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무사의 경쟁력이 된다고 보고요. 이러한 가성비에다 업무의 처음부터 끝까지 본직 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가심비까지 더할 수 있는 전문직 이 법무사이기 때문에 2030세대에게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권진혁 법무통 같은 저렴한 서비스를 찾으면 서비스 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고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법무사 에게 의뢰를 하면 더 비쌀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 문에 저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년기획좌담회 17 새해를열며

재개발보상금을둘러싼피말리는 소송전, 과연승자는누구인가?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재개발지역 상가임대차건물 인도소송 사건(2016. 울산지방법원) 18 법으로본세상

우리는 임대차계약을 신분계약으로 오해하는 경향 이 있다.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이 임대차의 목적물을 임 차인에게 빌려주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그 목적물의 사용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인데 도, 임대인을 ‘집주인’ 또는 ‘건물주’, 임차인을 ‘세입자’라 고 부르고, 차임을 ‘월세’라고 하는 것처럼 ‘주인에게 세 를 들어가서 남의집살이를 하는 관계’로 이해한다. 이 같은 고유정서로 인해 임대차관련 소송은 그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감정적 동기가 개입된 경우가 대 부분으로 지난한 민사소송 절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재개발앞둔임대인, 임대차계약 해지 및인도소송 이 사건의 임대인은 60대 중반의 노인으로서 구도 심 재개발지역에 상가건물을 가지고 있었는데, 재개발조 합설립 인가가 나고 사업 시행을 위해 보상이 단계적으 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조합으로부터 보상을 받고 자 신의 건물을 철거해줘야 할 입장임에도 임차인에게 건 물인도소송을 냈다. 사건을 의뢰한 임차인은 30대 중반의 젊은이로서 임대인의 상가점포 1층을 임차하여 4년째 영업을 해오 고 있었다. 그는 임대인이 무리하게 차임을 올리는 것에 화가 나서 몇 달간 차임을 지급하지 않고 시위하다가 소 송을 당하게 된 것인데, 조합으로부터 영업보상을 받기 도 전에 쫓겨날 처지가 되었다. 처음 계약은 2012.11.경으로 보증금 500만 원에 월 차임을 66만 원으로 정해서 2년을 계약했는데, 그때 계 약서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차 임을 77만 원으로 올리기로 특약사항에 적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임차인은 2년 계약기간이 끝나자 보증 금과 차임을 올려드렸지만, 3년 차에 접어들 무렵 임 대인은 2015.11.부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 동 시행령 제4조(현 시행령은 5%로 규정하고 있지만, 2018.1.26. 이전에는 9%였다)에 따라 보증금 1,000만 원에서 9%를 인상하고, 차임 77만 원도 9% 인상하여 보증금 인상분을 차임으로 환산한 금액과 차임 인상분 을 합한 증액 월 차임을 85만 원으로 통보했다. 임차인은 이런 계산법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면 서 차임을 몇 달간 지급하지 않았고, 그러자 임대인은 차임 연체를 이유로 계약해지와 원상회복을 위한 복구 공사 비용 300만 원을 더해 건물을 비우라고 소를 제기 해 온 것이었다. 나는 차임을 연체한 것은 임차인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아무리 임대인의 차 임 인상이 부당하다 해도 일단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금 액을 뺀 나머지 원래 차임이라도 지급했어야 했다고 나 무랐다. 임차인도 당시에는 임대인이 앞뒤가 꽉 막힌 노 인이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애를 좀 먹이 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60대중반의임대인은 재개발조합설립인가후 보상이단계적으로시작된다는것을알고, 임차인에게건물인도소송을냈다. 30대중반의임차인은 임대인이무리하게차임을올리는것에 화가나서몇달간차임을지급하지않다가 소송을당하게된것인데, 영업보상을받기도전에쫓겨날처지가되었다. 19 법으로본세상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재개발 영업보상 나올때까지소송을끌어달라 나는 일단 벌어진 일은 안타깝지만 어떻게든 임차 인을 도울 방법을 고민해 봤다. 소송에는 ‘요건사실’이라 는 것이 있다. 법관이 사실관계를 법리에 적용하는 매뉴 얼에 해당한다. 이 사안의 경우 임차인이 차임을 3기 이 상 연체한 사실은 계약해지의 요건사실에 해당되므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 반드시 판단의 기 초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이대로라면 패소가 자명하다는 것인데, 이 같은 난처한 사정을 설명하자 임차인은 어차피 재개발로 영 업은 못 하게 될 것이니 재개발 영업보상이 나올 때까지 만 소송을 끌어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이 사건은 임대인 이나 임차인이나 양쪽 모두 재개발보상을 앞두고 상가 점포를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한편으로는 딱하기도 하고 한심한 면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임차인 쪽 의뢰를 받은 이상 임차인의 이익을 위해 법리 공방을 이어갈 만한 쟁점 사실을 부각시켜 시 간을 벌어보기로 했다. 나는 임차인의 답변서를 통해 다 음과 같이 포문을 열었는데, ①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 하지 않았다는 점, ②차임의 이중 누적 계산은 위법하다 는 점, ③철거될 건물의 원상회복은 권리남용이라는 점 을 들었다. 첫 번째 항변은 원고가 소장에 붙여온 계약해지 내용증명이 피고에게 미배달된 사실을 우체국등기번호 를 통해 확인하여, 의사표시의 도달주의를 취하는 「민 법」 제543조제1항 및 민법 제111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으므로 임대차 목적물의 원상회복과 인도 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항변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제 1항에서는 ‘차임 또는 보증금’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차임이나 보증금 둘 중 하나만 인상할 수 있는데도 원고 는 차임과 보증금, 둘을 다 인상해서 합산 증액한 것이 므로 법을 위반한 것이고, 경기변동으로 인한 차임 증액 사유도 없다고 했다. 마지막 항변은 원고의 동의를 얻어서 설치했던 인 테리어를 모두 철거하고 4년 전 상태로 원상회복할 경 우, 피고는 사실상 영업보상을 못 받게 되고 원고는 재개 발로 어차피 철거될 건물에 원상회복을 한들 아무런 이 득이 없는 것이므로 오로지 피고를 괴롭힐 목적의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원고일부승소, 그러나임차인이원했던판결 이 사건은 2016.1.8. 원고가 접수한 소장이 2016.1. 27. 피고에게 송달된 이후, 2016.2.8. 피고의 답변서를 시 작으로 앞서 본 세 가지 쟁점 사실에 대해 치열한 서면 공방이 이어졌다. 피고의 첫 번째 항변에 대해 원고는, 소장에 해지 사유를 청구원인으로 적었으므로 피고가 소장 부본을 받음으로써 해지의사 표시가 도달된 것이라고 반박했 20 법으로본세상

고, 나는 내용증명이 폐문부재 반송된 것은 명백하고 소 장은 이미 해제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제기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고 재반박했다. 두 번째 항변에 대해서도 원고는 차임과 보증금은 모두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의 대상이므로 차임이나 보 증금을 각각 올릴 수 있다고 반박했고, 나는 국어의 문 법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세 번째 항변은 감정적으로 더욱 심하게 대립했다. 원고는 재개발에 관심 없다며 피고가 계약을 위반한 이 상 원상회복은 당연하다고 반박해 왔는데, 나는 의뢰인 이 알려온 원고의 행적을 문제 삼아 재판부에 탄원했다. 원고는 피고를 어떻게든 연말까지 내보내고 자신의 아 들을 임차인으로 들여 건물보상과 함께 영업보상도 이 중으로 받으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재판부는 끝나지 않을 임대인과 임차인의 감정싸 움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법리를 떠나 원만하게 마 무리하라는 취지로 조정을 명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 한 채 불발되었다. 이후 추가변론을 거쳐 재판부는 양 당사자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결 정 사항은 이랬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7.3.31.까지 임차목적물을 인도 하여 주고, 차임은 원고가 계산한 증액차임대로 지급하 고 원상회복도 마쳐주라고 했다. 세 가지 쟁점 모두 원고 의 주장이 인용된 것처럼 보였으나 피고가 연말까지 조 합으로부터 영업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간을 허여한 것으로서 사실상 피고가 바라는 대로 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원고가 반발하여 이의신청 을 해오면서, 이 고심 끝에 내린 재판부의 후견적 권고 는 무산되고 말았다. 원고는 내년 3월 말까지 보류할 법 적 근거가 없다며 즉시 인도를 강력히 주장하여 결국 2016.10.26.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판결은 법리대로 내려졌다. 피고는 원고에게 임차 목적물을 인도하고, 차임은 원래 차임 77만 원을 지급하 는 것으로, 원상회복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세 가지 쟁점 가운데 2승 1패라고 할 수 있는데, 의뢰인에게 있어 서는 법리의 승패는 관심 없고 오직 영업보상을 받기 전 에 상가점포를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임대인의항소, 시간을더끌기위한중간확인의소 나는 바로 항소장을 접수하고 더 시간을 벌기 위해 중간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이 원고의 차임 증액분 을 인정하지 않은 근거가 이중누적계산의 위법을 지적 하는 피고의 항변에 따른 것이 아닌, 차임을 증액할 만 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인정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함으로 써 판단을 회피한 것을 판단누락으로 문제 삼았다. 항소이유로는 다시 세 가지 쟁점을 보완해서 다퉜 다. 즉, 해지 의사표시의 도달에 있어 원고의 소장은 법 원에 대한 취효적(효과를 구하는) 소송행위일 뿐, 그 자 체로 피고에 대한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것은 아니고, 원 고가 주장하는 차임과 보증금의 동시 증액을 위해서는 임차인이차임을 3기이상연체해 이대로라면패소가자명했다. 임차인은어차피재개발로 영업은못하게될것이니 재개발영업보상이나올때까지만 소송을끌어달라고부탁했다. 결국이사건은임대인이나임차인이나 양쪽모두재개발보상을앞두고상가 점포를누가먼저 차지하느냐가관건이었다. 2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법에 ‘차임 및 보증금’으로 표현되어 있어야 하므로 이 중누적계산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하면서, 1심에서 주 장하지 않았던 보증금반환의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했 다(1심에서 보증금반환을 조건으로 구하면, 인도 의무를 자인하는 격이어서 주장할 수 없었다). 피고가 항소하자 원고도 1심에서 패소한 차임증액 부분과 원상회복청구 부분에 대해 부대항소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사건의 쟁점 사실이 복잡해지고 관련된 소 송이 여러 개 물릴수록 피고 입장에서는 그만큼 시간을 버는 것이어서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시간은 벌써 연 말을 지나고 있었다. 그사이 뉴스에서는 해당 재개발지 역 조합에서 보상업무를 시작한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 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원고는 1심판결로 가집행을 신청했고, 집행관이 피고를 찾아와 임의인도를 경고하고 2017. 1.20. 예정기일을 고지하고 돌아갔다. 피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를 찾아와 임차인 영 업보상을목전에두고집행이먼저이루어지는것을막아 달라고 발을 동동 굴렀고, 나는 급하게 법원에 집행정지 결정신청을 했는데, 법원은 피고에게 담보금으로 1,000 만 원을 거는 것을 조건으로 인용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피고는 현실적으로 그만한 공탁금을 마련할 수가 없어 사실상인도집행을막을방법이없게되자좌절했다. 그러나 나는 임대차가 종료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제2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9조제2항에 그렇게 규정되 어 있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이상 임대차 목적물 을 반환했더라도 임차인임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굳이 집행비용을 발생시키지 말고, 임의인도를 해 주고 동시 이행의 관계에 있는 임대인을 보증금반환 의무의 지체 상태로 빠뜨려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해 주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2017.1.20. 집행착수 전 임의 인도를 마쳐주었다. 보상금은 받았고, 아쉬울건없고 그 무렵 피고는 아슬아슬하게 조합으로부터 보상 금 수령통지와 안내서를 받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조합사무실을 찾아가 임차인이 상가점포를 비웠 다며 임차인에게 영업보상금을 지급하지 말라며 항의했 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피고가 임대차 목적물의 인도를 완료했으면서도 주민등록을 남겨 두었다며 직권거주불 명 주민등록말소를 요구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피 고에게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을 방해했다(당시 임차목 적물은 상가주택으로서 임차인은 주민등록으로 대항력 을 갖추고 있었다). 이 같은 원고의 민원을 받은 조합과 주민센터에서 확인전화를 받은 피고는 불안해하며 날마다 내게 전화 로 한숨과 걱정을 쏟아냈다. 긴 시간 소송을 이어온 목적이 하루아침에 물거품 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 뢰인으로서의 심정은 이해가 가는 바이지만 업무를 보 이제원고와피고의입장이바뀌었다. 원고는보증금을지급하지못해 채무불이행상태가되었고, 피고는원하던보상금도다받고, 상가건물까지인도한이상 지연손해금이붙고있는보증금을 일찍받아야할이유도없었다. 재판장은중간확인의소를취하하고 합의를권유했지만, 피고는아무대답을하지않았다. 22 법으로본세상

지 못할 정도로 전화가 잦았다. 그 불안한 시간이 계속 되던 중 항소심의 변론기일이 지정되었다. 나는 의뢰인에게 항소심 기일이 정해졌다는 사실 을 알리려 전화를 했는데 의뢰인은 어느새 너무도 편안 하고 여유로웠다. 말소리도 느리고 다소 지루하다는 느 낌도 받았다. 그 무렵 이미 영업보상을 무사히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변론기일은 2017.4.6. 열렸는데 원고와 피고는 이제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원고는 보증금을 지급하지 못한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어 있었고, 피고는 보상금도 받을 것 다 받았고 임차목적물을 인도해 준 이상 보증금에 지 연손해금이 붙어가고 있으니 일찍 받을 이유도 없었다. 재판장은 피고가 재개발보상을 받은 사실을 감지 하고 있었는지 중간확인의 소를 취하하고 원만하게 합 의할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피고는 아쉬울 것 없다는 듯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날 내가 방청석에서 그 장면을 지켜 보고 있었는데, 배석판사가 피고를 흘겨보고 있었다. 원하는것다얻은의뢰인, 과연승자일까? 나는 변론을 마치고 피고를 설득하여 이미 게임은 끝났으니 법리 다툼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며 중간확인 의 소를 취하하도록 했다. 중간확인의 소에 대해 취하서가 접수되자 재판부 는 원고에게 1심 재판기간 동안 피고로부터 받은 차임명 목의 금원 일체를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명하고, 피고에 게는 인도 완료 시까지 원고에게 지급한 차임 명목의 돈 가운데 1심판결에서 정한 금원을 초과하는 증액분 부당 이득 액수를 구체적으로 제출하도록 명하는 석명준비명 령을 내린 뒤 변론재개결정을 내려 2017.5.25. 재개된 변 론기일에 직권으로 조정을 통해 이 사건을 마무리 지었 다. 조정기일에 원고는 보상금 받은 것 모두 빚 갚는 데 쓰고 형편이 어렵다며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증 금을 깎아달라고 부탁하는 처지가 되었고, 피고는 백발 고령의 임대인이 부탁하고 재판장이 적극적으로 달래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의 칼자루를 쥔 형국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피고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은 만큼 85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종결했다. 당초 소송 을 끌어달라던 취지대로 항소심 재판부는 모든 일이 자 연스럽게 해결되기를 기다려 넉넉하게 변론기일을 잡았 고, 나 역시 1년 6개월을 끌어주었으니 만족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 울산지방법원 2016가단 50220건물명도(기) •울산지방법원 2016나 24017 건물명도(기) ※ 이 글은 임대차계약 관계에 관한 일부 사례를 통해 임대인 과 임차인의 법적 지위를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것으로서, 특정 인에대한비방이나명예를훼손할의도가없음을밝힙니다. 23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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