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5월호

ISSN 2233-4688 05 2023 vol .671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3년 5월 5일 통권 제671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혜영드로잉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의 뢰 회 사 방 문 상 담 5 월 법 무 사 의 소 소 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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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2023년 5월 vol. 671 10 46 법으로 본 세상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보증금채무 청구에 대한 항소 (2013. 서울서부지방법원) 16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_ 인생 후반이 좋아야 행복하다 22 주목 이 법률 _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법률의 내용과 향후 입법 과제 26 법률고민 상담소 _ 주택임대차, 형사, 민사집행 분야 30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동물보호법」 제정(2023.4.27. 시행) 등 89 내가 만난 법무사 _ 이용득 법무사(부산회)

법무사 시시각각 32 이슈와 쟁점 _ 미혼부자녀 출생신고 관련 「가족관계등록법」 조항 위헌 판결(2021헌마975)의 의미 _ 빚 대물림 끊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23.3.23.자 2020그42)의 의미 _ 국회 과방위 통과한 ‘인공지능법안’의 쟁점과 과제 44 이슈투데이 _ 「법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1668) 국회 발의 _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법률 공포(2023.10.19. 시행) 46 법무사가 사는 법 _ ‘동네 법무사’가 적성에 딱 맞다는, 정해민 법무사 50 성년후견 사례 _ 무연고자인 피후견인의 사후 사무 처리 슬기로운 문화생활 08 미경유람 _ 합천 황매산의 철쭉 68 문화로 쉼표 _ (수상) 내가 사랑한 오페라 아리아 70 한국인은 왜 _ 한국인의 ‘고속버스 춤판’에 숨겨진 비밀 74 부자되는 책읽기 _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76 소확행 건강관리 _ 운동이 부족하다면, 하루 30분 산책하기 동정·등록 7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4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88 편집위원회 레터 _ 인구감소, 어찌하나 80 78 현장활용 실무지식 52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 요약 _ 2023.2.2.선고 2019다232277판결 56 나의 사건수임기 _ <특조법 사건> 이의신청 받은 미등기대지의 소유 권이전등기청구소송 62 법무사 실무광장 _ 물상대위 압류 등에 대한 시론

합천 황매산의 철쭉 08 미경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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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래 한 연대보증도 내가 책임져야 하나요? 보증금채무 청구에 대한 항소 사건(2013. 서울서부지방법원) 유병일 ● 법무사(서울서부회) 10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법무사가 실제 수임한, 이 시대 민초들의 생활사건 이야기

2023. 05 vol.671 나사장 씨와 주부임 씨는 부부다. 결혼 후 남편 나사장 씨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는데,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고,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나사장 씨는 여 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당시 금융기관에서도 많은 대출 을 받았는데, 본인뿐 아니라 아내 주부임 씨 명의 혹은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출까지 해가며 자금을 쏟아부은 사업 체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어려워졌고, 급기야는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그렇게 사업체가 쓰러지자 채권자들의 추심이 시작되었다. 부 부 사이에도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두 사람은 별거해 각자 생활하면서 연락마저 두절되었다. 남편과의 별거로 인해 주부임 씨는 더 이상 채권 자들에게 시달리는 일은 없었으나, 자신의 명의로 대 출받거나 연대보증한 채무는 변제할 책임이 있었다. 다 행히 금액이 크지 않은 일부 대출금은 변제했으나, 일 부는 채권자들로부터 제기된 소송을 진행하며 감당해 야 했다. 사업가 남편 채무의 연대보증인 아내에게 날아온 지급명령서 필자가 그런 주부임 씨를 의뢰인으로 만나게 된 것은, 2010년경 서류 한 장을 들고 황급히 필자의 사무 실을 찾아왔을 때였다. “법무사님! 법원에서 이런 서류가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쁜 숨을 내쉬며 주부임 씨가 내민 것은 지급명 령서였다. 내용을 살펴보니, 채권자는 ○○카드주식회 사, 채무자는 주부임 씨. 그리고 총 청구금액 7,238,833 원, 이 중 원금은 2,440,000원, 지연이자는 연 26%였 다. 일단 필자는 주부임 씨에게 차 한 잔을 권하고, 신속하게 사건번호를 검색해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는지 부터 확인해 보았다. 지급명령 접수는 2010.2.3., 주부 임 씨에게 송달된 것은 2.12.였다. 그런데 주부임 씨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2.27.자로 지급명령이 확정되어 있었다. 대신 지급명령정본은 아직 채권자에게 송달되 지 않은 상태였다. “보여주신 서류는 지급명령서인데, 지급명령에 이 의가 있을 경우에는 명령서를 받고 2주 내에 이의신청 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셔서 지 급명령이 확정되었네요. 이의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식으로 다투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부임 씨는 그렇지 않아도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러 갔는데, 2주가 지났으니 전문가와 상의해 해결하 라고 해서 찾아왔다며,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다퉈야 하냐고 물었다. “지급명령서의 채무를 연체한 기간이 대충 보아 도 10년은 다 되어가니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 승소 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본인도 모르 는 변제 사실 등 다른 사실이 있다면 시효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는 결과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급명령 내용대로라면 승소에 무리는 없었다. 그 럼에도 필자가 굳이 토를 단 것은 이전에도 주부임 씨 사건과 비슷하게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명령이 나 이행권고결정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를 진행하다가 극히 소액을 당사자가 변제한 기록이 나오면서 패소한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법무사님! 남편이 저 몰래 제 명의로 카드론을 쓴 건데, 제가 어떻게 알고 그걸 갚았겠어요? 절대로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필자의 말에 주부임 씨가 펄쩍 뛰었다. 주부임 씨 말대로 자신은 몰랐던 일이고, 그래서 소액이라도 변제 한 사실이 없다면 소송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필 자는 소장 작성을 수임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소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채권자인 ○○카드주식 회사가 상인(商人)에게 적용되는 5년의 소멸시효가 완 성되었음에도 지급명령을 신청했으니 변제 이유가 없 다는 주장이었다. 소장을 제출한 후 채권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결국 무변론으로 승소 확정되었 다. 법원에 출석 한 번 안 했는데, 승소해 채무를 변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뻐해야 할 주부임 씨는 의외로 황당하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1

직접 진행한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당혹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법무사님 소장을 참고해서 답변서,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소멸시효 완성 등 내용을 모두 써넣었는데, 왜 패소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법원이 변호사나 법무사가 아니라고 무시한 것 같다며 항소하고 싶다고 했다. 는 반응이었다. 수많은 시간 애태우며 속을 끓이던 일 이 너무도 쉽게 종결되다 보니 외려 허탈해지는 모양이 었다. 필자는 이제 의뢰인들의 이런 모습에 익숙하다. 남편과 함께 찾아온 의뢰인, “청구이의에서 승소한 소장을 보고 싶어요.”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고 몇 년이 지나 사건에 대 한 기억도 흐릿해져 갈 즈음, 갑자기 주부임 씨가 한 남 성을 대동하고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몇 년 전 자신의 지급명령 사건에서 청구이의한 소장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가끔 이런 경우가 있어 필자는 당시 소장을 출력해 건넸다. “법무사님, 사실 이 사람이 제 남편이에요. 그동 안 별거하며 연락도 끊어졌다가 최근 다시 연락이 되 어 이제 같이 살기로 했어요.” 주부임 씨와 동행한 남성은 바로 나사장 씨였다. 주부임 씨는 말없이 소장을 건네는 필자에게 미안했던 지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남편이 자기 몰래 자신 을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돈을 빌렸던 채권자(△△은 행)가 최근 보증채무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 소 송도 지난번처럼 쉽게 끝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제가 아내 모르게 연대보증서를 작성한 것이 사 실이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면 쉽게 승소할 수 있을 겁 니다.” 나사장 씨도 승소를 확신한다고 했다. 주부임 씨 는 최근 이행권고결정서를 송달받은 후 지난번 일이 기억나 재빨리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사건을 위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지난번 필자가 작성한 소장을 참조해 직접 소송을 진행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소장의 내용이 간단해 자신도 할 수 있 겠다며, 남편이 파산 결정까지 받았으니 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긴 내용을 압축해 단 순화하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실력이라는 것을 주부임 씨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증채무소송 직접 대응했다 패소, 다시 찾아와 그렇게 두 사람이 돌아가고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주부임 씨 부부가 또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소송에 12

2023. 05 vol.671 서 패소했다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당 혹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법무사님 소장을 참고해서 소멸시효 완성과 제 가 파산·면책을 받았다는 내용, 그리고 아내 몰래 아내 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제가 서명·날인했다는 내용 을 넣어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대체 왜 패소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사장 씨는 법원이 변호사나 법무사가 아니라고 자신들을 무시한 것 같다며 항소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일단 소송기록을 봐야 항소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으니 일단 소송기록을 모두 가져와 보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사장 씨가 엄청난 분량의 소송 기록을 가지고 왔다. 기록이 너무 많아 당장 답변은 어 렵겠다고 했더니 꼭 소송에서 이기고 싶다며 항소장 작성을 위임하고 갔다. 필자는 급한 용무를 끝내고 차분하게 책상에 앉 아 나사장 씨가 남기고 간 기록들을 검토해 보았다. 우선 소송진행 내역을 보니 변론기일을 2번 진행 한 후 원고승소 판결이 있었다. 이어 주부임 씨가 제출 한 답변서를 보니 자신이 얼마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 는지와 나사장에 대한 원망, 그리고 자신은 절대 연대 보증을 한 사실이 없고, 나사장이 파산·면책을 받았으 므로 채무를 변제할 필요가 없으며, 원고의 채무는 이 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답변서의 분량은 많았으나 안타깝게도 법률적으 로 의미 있는 주장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재판부에서 변 론기일을 1회에 종결하지 않고 1회 더 지정한 이유는, 주부임 씨가 생활의 어려움을 간절하게 호소하므로 판 결 전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법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 의 준비서면을 제출하도록 배려해 준 것이 아닐까 판 단되었다. 그러나 이런 재판부의 의중을 알지 못했던 주부 임 씨가 답변서와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바람에 결국 패소판결을 한 것 같았다. 복잡한 사실관계, 단순한 정리 밤늦도록 기록을 검토하던 필자의 눈에 원고가 깨알 같은 글씨로 작성한 대출약정서가 들어왔다. 이 약정서에는 연대보증인으로 주부임 씨의 이름이 서명 되어 있었고, 그 옆에 도장까지 날인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부임 씨가 자신은 서명·날인한 사실이 없 으며, 남편인 나사장 씨가 무단으로 서명·날인한 것이 라는 주장만으로 승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한편, 나사장 씨가 2009.10.27. 의정부지방법원에 파산·면책사건을 접수해 2011.3.14. 면책 결정을 받은 자료도 있었다. 채권자 목록에는 원고를 포함해 총 17 명의 채권자가 있었는데, 나사장 씨의 채무관계가 얼마 나 복잡했는지를 알 수 있다. 주부임 씨가 답변서에서 주채무자인 나사장 씨가 원고를 채권자로 포함해 파산·면책을 받았으므로, 자 신은 채무를 변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검토도 필요했다. 필자는 대출약정서 제8조의 내용을 눈여겨보았 는데, “본 대출은 기존 대출의 법적 성격에 관계없이 새로운 대출로서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므로, 본 대출 약정에 의한 원리금 납부일로부터 30일 이상 지연한 경우는 회사의 별도 통지 또는 최고가 없더라도 본 약 정 및 여신거래기본약관에 의하여 기한의 이익이 상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사장 씨의 대출연체 개시일은 2002.12.20., 파 산 및 면책신청일은 2009.10.27.인데, 채권자는 연체 후 10년이 다 되어가는 2012.06.14. 보증채무금청구소송 을 제기했다. 따라서 언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는지, 그리고 나사장 씨의 파산·면책이 주부임 씨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따라 소송의 결론이 달라질 것이었 다. 소송을 판가름할, 대출약정서 제8조의 해석 결국 소송 결과를 좌우하게 될 소멸시효에 있어 그 기산일은 대출약정서 제8조의 해석에 달려 있었 다. 이에 필자는 이 사건과 유사한 분쟁의 대법원 판례 (2002다28430)를 찾아보았다.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 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 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정 지조건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 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형성권적 기한이 익 상실의 특약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기한이익 상실 의 특약이 위의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느냐는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 이 채권자를 위하여 둔 것인 점에 비추어 명백히 정지조건 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 는 이상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으로 추정하는 것 이 타당하다.” 판례만 보면, 나사장 씨의 경우도 채권자의 통지 나 청구 등이 필요한 형성권적 기한이익 상실 특약으 로 추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대출약정서 제8조에서 “원리금 납부일로부터 30일 이상 지연한 경우는 회사 의 별도 통지 또는 최고가 없더라도 본 약정 및 여신거 래기본약관에 의하여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이른바 정지조건부 기한상실 특약인 것이 명백했다. 따라서 나사장 씨가 연체한 2002.12.20.부터 30 일이 경과한 후, 5년이 경과한 2008.1.20.에 소멸시효 가 완성되었다고 봐야 했다. 나사장 씨는 소멸시효 완 성 후인 2009.10.27. 파산·면책 신청을 한 것이므로, “보증인은 주 채무자의 항변으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주 채무자의 항변포기는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다”는 「민법」 제433조(보증인과 주채무자항변권)에 따라 주부임 씨가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즉, 나사장 씨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채권 자목록에 기입하여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했으 나, 이는 보증인에게 효력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주부 임 씨가 채권자에게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나는 변제 책임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 항소 논리 인용해 “원고 패” 판결 나사장 씨가 전달한 소송 서류의 검토를 통해 사 실관계와 관련 법리가 명확히 정리되자, 항소장을 작성 하는 일은 간단하게 끝이 났다. 항소장을 제출하자 1회 14

2023. 05 vol.671 “종국 : 원고 패”. 예상대로 주부임 씨가 승소했다. 며칠 후 판결문이 도착해 읽어보니 재판부에서 필자가 항소장에서 주장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그대로 인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항소의 논리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필자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원고도 더 이상은 다투지 않아 소송은 그대로 종결되었다. 변론기일이 지정되었고, 곧 판결선고일이 지정되었다. 변론기일 후 법정에 출석했다 사무실을 방문한 주부임 씨는 재판이 1분도 안 되어 끝났다며 황당해했 다. 판사가 원·피고 출석을 확인한 후 항소장을 보았다, 주장하는 바를 잘 알겠다, 원고에게 할 말 있냐고 묻고 는 없다고 하자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 정하더니 판결선고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며 재판 을 끝냈다는 것이다. 주부임 씨는 너무 간단하게 끝나는 재판이 불안 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는 법률 공방 이라 굳이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므 로,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얼마 후 판결선고기일이 되었다. 필자는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법원사건 진행 내역을 검색했다. “종국 : 원고 패”. 예상대로 주부임 씨가 승소했다. 며칠 후 판결문 이 도착해 읽어보니 재판부에서 필자가 항소장에서 주 장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사자의 판단 부분 약술, 그 근거로 제시한 법 리의 인용, 특히 소멸시효 완성에 대한 필자의 판단 내 용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면서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 다”고 마무리하고 있었다. 또, 마지막에는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 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결론짓 고 있었다. 항소의 논리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던 필 자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원고도 더 이상은 다 투지 않아 소송은 그대로 종결되었다. 판결문을 가지 러 오겠다는 주부임 씨는 승소 소식만으로도 충분했 는지 이후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았다. 실무를 하다 보면 주채무자는 파산·면책을 받았 으나 사실상 경제공동체인 연대보증인들이 책임을 지 느라 고통받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래도 주부임 씨는 항소를 통해 이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 으니 다행이었다. 그러나 면책으로 주채무자는 변제 책임에서 벗어 나고, 사실상 경제공동체인 연대보증인이 책임을 지는 것은 면책의 취지가 반감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 다고 무작정 연대보증인의 책임을 채무자와 함께 면해 주면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 되니 그럴 수도 없 다. 이번 사건을 통해 채권자와 주채무자, 연대보증인 의 이해를 조정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5

위기의 시대에도 행복을 찾아가는 12가지 인문학적 성찰 ⑤ 인생 후반이 좋아야 행복하다 유창선 ● 인문학 작가 happiness 16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023. 05 vol.671 인생의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있으니, 아마도 인생 종반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실패하거나 좌절해도 충분히 재기 가능한 힘이 있다. 그러나 장·노년기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젊었을 때 망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늙어서 망하면 일어서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나에 담았다. 우리는 모두가 이렇게 태어나고 늙어간다. 고갱의 그림처럼 우리 인생에는 거스를 수 없는 사이 클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하고 나면 세상의 한복판 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시간을 오랫동안 갖게 된다. 그러고 난 뒤 나이가 들면 일의 현장에서 은퇴하고 그동안 노력하 며 살아온 인생의 열매를 수확하며 차츰 노년의 시기를 맞 게 된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프랑스 화가 고갱은 대표작 「우리 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 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통해 인간 삶의 행로를 그렸다. 그림은 오른쪽에서 시 작해 왼쪽으로 나아가도록 구성되었다. 그림의 가장 오른쪽에는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기와 젊은 세 여인이 있 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에 해당하 는 부분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두 팔을 올려 과 일을 따고 있는 젊은이와 과일을 먹고 있는 여성이 그려져 있다. 개인의 자아 인식을 통해 삶에 대한 이해와 노력을 하고 있는, ‘우리는 무엇인가?’에 해당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림의 가장 왼쪽에는 죽 음을 기다리는 듯이 고통과 절망에 찌 든 모습으로 앉아 있는 노파가 있다. ‘우 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해당하는 모습 이다. 고갱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태 어나서 늙어가는 인생의 길을 긴 화폭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 미국 보스턴 미술관/ Public Domain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그런데 나이가 들어 50대에 들어서고, 순식간에 60 이 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제적인 능력이든 일에 대 한 능력이든, 아니면 정신적·육체적 능력이든 불문하고 영 원하지 않다. 살아가면서 사람마다 키워지고 지켜졌던 힘 은, 일정한 나이대에 들어서면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 그 래서 ‘젊었을 때 망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늙어서 망 하면 일어서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노년은 인생 가운데서 가장 평화롭고 평온하게 살아야 할 시기다. 평생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는 은퇴하 고, 즐기고 싶은 것들을 누리면서 여생을 살아가는 것이 누 구나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노년 에 그런 삶을 사는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 지 것들이 준비되고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자기가 원하는 노 년의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노년을 맞았지만 아무것도 대비해놓지 못했을 때, 인생이 순식간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노년에 들어 그런 상황을 맞게 되면 견뎌 내는 힘도 약할 수밖에 없으니 인생 전체가 비참해진 것 같 은, 실패한 인생 같은 생각에 갇히게 된다. 그러니 노년의 시기만큼 삶의 질이 극과 극으로 갈라 지는 시기도 없을 것이다. 이런 얘기는 곧 노년이 될 나이 많은 사람들의 얘기만이 아니다. 이미 노년의 단계에 들어 선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듣고 공감한들 특별히 새롭게 무 엇을 도모하기 어려운 시점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이런 얘기는 아직 젊은 세대들이 귀담아듣고 행복한 장년과 노년의 시절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일이 다. 인생 후반기 행복을 위한 3가지 1. 건 강 –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 후반기의 행복을 위해 젊었 을 때부터 중요하게 챙겨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먼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들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건강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실제로 그런 것이, 사람은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리 높은 권 인생의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노년기 인생은 지나고 나면 짧지만, 길다 면 긴 시간이다. 그 시간 가운데서 어느 시절 하나 중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다. 태어나 성장하면서 자아가 만들어 지는 시절, 성인이 되어 자기 일을 열심 히 하고 가족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시 절, 그리고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물러 나 자신을 돌보는 여생을 꾸려나가는 시절, 그 모두가 의미를 갖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인생의 시기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있으니, 아마도 인생 종반 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젊었을 때 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 한 차이가 그렇게 크게 나타나지는 않 는다. 어떻든 다들 열심히 살려 하고, 젊음이 주는 힘과 자신감이 있으니 어 려움이 있더라도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던 일이 실패하거나 좌절하 는 상황을 맞는다 해도 아직 나이가 있 으니 다시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일어설 수도 있다. 적어도 40대까지는 조금 힘 든 상황을 맞이한다 해도 자기 하기에 따라서 재기 가능한 힘이 있는 것이다. 18

2023. 05 vol.671 노력이 따라야 할 일이다. 나이와 세대 를 불문하고 필요한 일이다. 생활 속에 서 많이 걷고 근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 도 꾸준히 하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트 레킹도 자주 하는 생활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자신의 건강한 몸과 정신을 만 들어나가야 한다. 젊었을 때부터 몸을 건강하게 만 들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노화 앞에서 무기력해질 위험이 크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오래 산다고만 해 서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건 강하게 오래 살아야 행복하지, 아프면 서 오래 사는 것은 고통의 연장일 수도 있다. 2. 경 제적 대비 – 돈 없는 노년의 삶, 불행해질 수 있어 인생 후반기의 행복을 설계할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경제적 대비이다. 우리 인생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고 그 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것도 우리의 인생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의 물신주의를 력과 지위에 있고,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모 든 것이 소용이 없게 된다. 건강을 잃어 세상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권력과 재산 은 갖고 갈 수가 없다.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것들이 부질없 게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많은 항목 가운데서 건강이야말로 으뜸가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는 건강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모르고 살 아간다. 물론 말로는 건강하자고 다들 주장하지만, 막상 실 제 생활에서는 건강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다. 식생활도 엉망이고 운동도 하지 않고 심지어 걷는 것도 귀찮아한다. 그러나 한번 건강을 잃고 나면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 암 투병을 하다가 이제는 고인이 된 이어령 교수의 책 『마지막 수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도스토옙스키가 사형 5분 전에 쓴 글 봐. 사형수한 테는 쓰레기도 아름답게 보인다네. 다시는 못 보니까. 날 아다니는 새, 늘 보는 새가 뭐가 신기해? 다시는 못 본다, 저 새를 다시는 못 본다. 내 집 앞마당에 부는 바람이 모 공 하나하나까지 스쳐 간다네. 내가 곧 죽는다고 생각하 면 코끝의 바람 한 줄기도 허투루 마실 수 없는 거라네.” 죽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건강을 잃어본 사람이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일상에서의 인생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섭기도 하다. 청년과 중년의 시절에 정신 차리고 긴장하며 앞날을 대비하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큰 인생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 최대한 재산도 모아나가고, 연금에도 가입하는 등 대비한다면 훗날 그 요긴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기의 경제적 대비는 인생 후반기의 행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9

년과 중년의 시절에 정신 차리고 긴장 하며 앞날을 대비하지 않았다가는 나 중에 큰 인생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 최 대한 재산도 모아나가고, 노년을 위한 연금에도 가입하는 등 대비한다면 훗 날 그 요긴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 이다. 젊은 시기의 경제적 대비는 인생 후반기의 행복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3. 가 족 – 은퇴 후 가족관계에서 소외되 지 않아야 인생 후반기에 들어가면 또 하나 소중한 것이 바로 가족의 존재다. 특히 은퇴하고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 들과의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은퇴한 후 어쩐지 가족 안에서 ‘왕 따’가 된 것 같아 서운하고 외로운 감정 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이제는 자신을 반겨주며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하는 분위기를 기대했 건만, ‘찬밥’ 신세가 된 현실 앞에서 고 독과 고통을 겪는 것이다. 가족들과의 관계는 대개 ‘뿌린 만 큼 거둬들인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 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평소에 가족들 과 어떤 관계였는지, 가족들에게 잘해 왔는지에 따라서 인생 후반기에 가족들 과의 관계가 많이 좌우된다. 건강이나 경제적 대비와 마찬가지 로, 가족들과의 관계도 젊었을 때부터 미리 의식하면서 노력해야 훗날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비혼주의자들도 늘어나고 있으니 나중에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때는 가족이 없어도 자기 혼자서, 혹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에 따르면, 죽음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해석은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은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삶의 유한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의 의미를 각별하게 만든다. 비판하는 철학자나 생태주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 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내 손에 돈이 없으면 삶의 자유를 얻 기 어려운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필자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쓰는 칼럼들에서 종종 나 오는, ‘돈이 없어도 아름다운 영혼만 간직하면 행복할 수 있 다’는 식의 얘기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욕망은 지나치면 탐욕이 되어 자신과 남들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인 욕망은 적절히 조절되 기만 하면 우리가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가는 동기가 되고, 실제로 우리에게 행복한 삶을 열어주기도 한다. 물론 물질적 욕망으로부터 초연한 삶에서 자기를 발 견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훨씬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 에게는 경제적 궁핍은 돈 때문에 구속당하는 힘든 삶을 낳 을 위험이 크다.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돈 때문에 인생이 몰락하는 광 경들을 많이 보았다. 한창때는 대기업 임원도 지내며 잘나 가던 사람이 은퇴 후 노후에 대한 대비를 해놓지 않아 고통 받으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절망하는 모습을 보았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부가 서로 책임 공방 을 벌이다 관계가 악화되어 끝내 이혼하는 경우도 많이 보 았다. 우리가 돈 때문에 사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다고 행 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 말년에 가서 돈 때문에 비 참해지고 서로 갈라설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탐욕을 이루려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인생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섭기도 하다. 청 20

2023. 05 vol.671 의 소중함 같은 것은 성립하기 어려운 얘기가 된다. 그때 삶은 가치 없는, 거리에 나뒹구는 돌멩이 같은 것 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철학자 로베르트 슈페만은 “영 원한 삶 속에서는 어떤 것도 귀중하지 않다. 우리가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존재의 소멸의 위협에서 오는 불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매 순간이 귀중한 이유는 우리의 인생에서 그 시간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삶의 유 한성, 즉 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요,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높이게 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생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 설에서 자신이 받았던 죽음 선고가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말하며 죽음을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 치스러움과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선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 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죽을 몸입니 다. 그러므로 가슴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그러 면 나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 사는 삶의 소중함을 깨 닫는다면, 끝이 좋은 인생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며 자신을 돌봐야 할 일이다. 은 동료들과 잘 살면 되는 일이다. 인생을 자기 혼자서만 살 것이 아 니라면, 가족에게 들일 노력을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들이면 된다. 죽음을 기억하면, 지금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단 한 번밖에 살지 못한다. 모든 생명은 유한하기에 누구 나 죽게 되어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된다. 언젠 가는 닥칠 죽음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 임으로써 삶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 게 되는 것이다.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죽음에 대한 해석에 따라 삶의 귀중한 의미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해석의 문제”라고 설명한 다. 죽음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건 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 한 해석은 우리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은 삶을 가치 있는 것 으로 만들어준다. 한정적으로만 쓸 수 있는 것은 귀중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삶의 유한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의 의미를 각 별하게 만든다. 만약 인간의 삶이 유한하지 않고 영원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대 부분의 인간들은 자기 삶에 대해 긴장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차피 무한성이 보장되어 있는 삶에서 절박한 것은 없 다. 이렇게 한번 살아보고, 그러다 안 되면 다시 저렇게 살아보고, 그런 식의 안이한 삶의 태도가 생겨날 것이고 삶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1

개월의 경과규정을 둔 것이 아쉽긴 하지만, 현장에 서 꼭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였다는 점만으로도 충 분히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이번 개정법률의 내용을 간 단히 살펴보고, 향후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주택임 대차보호법」에서 더 보완되어야 할 과제에 대해 중 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전세피해 방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법률의 내용 1) 임대인의 정보 제시 의무 신설(법 제3조의7) 이번 개정법에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해당 주택의 선순위 확정일자 부여일, 지난 2022년 하반기 발생한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최근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악의적인 전세 사기 사건의 사회적 후유증이 심각한 상태다. 빌라왕 사건은 일시·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법망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누적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허점을 메우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 법 원에서도 그동안 전세 사기 문제의 제도 정비를 위 해 다양한 입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해 왔다. 특히 지난 4.18. 공포·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 법」 개정법률은 지난해 11.21.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 과 기타 의원 발의 개정안들을 통합한 대안으로, 실 질적인 내용을 담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 관련 개정은 공포 후 6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법률의 내용과 향후 입법 과제 주택 양도에 대한 임차인의 이의제기 기간도 규정해야 이주원 ● 법무사(서울중앙회) · 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지원 공익법무사 22 주목! 이 법률

차임 및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와 ▵「국세징수법」,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개정내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임 대인이 제시한 정보가 사실과 다를 경우, 임차인이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특 약사항 체결을 권고하는 내용으로 임대차표준계약 서도 개정하였다. 2) 임차권 등기 신속화(법 제3조의3 제3항) 이번 개정법에서는 임차권등기명령 조항(제3 조의3 제3항)도 “‘가압류 집행’은 채무자에게 재판 을 송달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는 「민사집행법」 제 292조제3항 규정을 준용토록 함으로써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등 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종래에는 법원의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되어 야만 비로소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임대인의 주소불명, 송달 회피, 또는 사망 후 상속관 계 미정리 등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의 송달이 어려운 경우,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어 임차인은 이사를 하 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법의 이 조항이 시행(10.18.) 되면 이러한 문제들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 개정조항 및 부칙 개정 조항 부 칙 ● 제3조의7(임대인의 정보 제시의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임차 인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1. 제3조의6제3항에 따른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 다만,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 하기 전에 제3조의6제4항에 따라 동의함으로써 이를 갈음 할 수 있다. 2. 「국세징수법」 제108조에 따른 납세증명서 및 「지방세 징수법」 제5조제2항에 따른 납세증명서. 다만, 임대인이 임 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국세징수법」 제109조제1항에 따 른 미납 국세와 체납액의 열람 및 「지방세징수법」 제6조제1 항에 따른 미납 지방세의 열람에 각각 동의함으로써 이를 갈 음할 수 있다. ●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 행한다. 다만, 제3조의7 개정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 제2조(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관한 적용례) 제3조의3 제3항 각 호 외의 부분 전단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내 려져 이 법 시행 당시 임대인에게 송달되지 아니한 임차권등 기명령에 대해서도 적용한다. ● 제3조(임대인의 정보 제시의무에 관한 적용례) 제3조의 7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부터 적용한다. ● 제3조의3(임차권등기명령) <개정전> 제291조 및 제293조를 준용한다 <개정안>제291조, 제292조제3항 ~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 한다. 다만, 제3조의7 개정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관한 적용례) 제3조의3 제 3항 각 호 외의 부분 전단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내려 져 이 법 시행 당시 임대인에게 송달되지 아니한 임차권등기 명령에 대해서도 적용한다. ┃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3 2023. 05 vol.671

2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향후 입법 과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제1조에서 전세금을 보 호하기 위해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하여 「민 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 주거 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 며, 제10조(강행규정)에서 “이 법에 위반된 약정으 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임차인을 위한 편면적 강행 규정임을 밝히고 있으나 일부 불명확한 법 조항과 악용에 대비한 보다 촘촘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1)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승계 조항 명확화 - 판례의 반영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제4항에서는 “임차 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라고 하여 양수인이 원칙적으로 전세금 반환책임을 지는 것으 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2002.9.4.선고 2001다64615판 결에서는 (예외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 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 관계의 구속으로부 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 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 1996.7.12.선고 94다37646판결에 서는 “임차인이 임대차의 승계를 원하지 아니할 경 우 스스로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공 평의 원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한 것이므로, 해지 통고 즉시 그 효력이 생긴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 대부분은 부동산의 양도·양 수 시 양수인(현 소유자)에게 보증금을 반환받는 것 으로 알고 있을 뿐, 위 예외적인 판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잘 몰라 억 울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위와 같 은 예외적인 판례까지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 판례의 취지를 반영하여 법 제3조 제4항에 아래와 같이 단서조항을 넣어 개정한다면, 더 많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 규정에 대해 쉽게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개정 희망안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등) ④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 단, 임 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 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때 이의한 날로 부터 3개월 후 임대차계약 해지의 효과가 발생한다. 위 판례에서 “상당한 기간 내”라고 한 부분이 어느 기간까지가 “상당한 기간”인가에 대해서는 적 시하지 않았고, 대법이나 하급심 판례에서도 명확 한 규정이 없으므로, 만약 위 단서조항을 넣은 규정 을 입법화한다면, 3~6개월의 기간을 추가하여 명확 하게 입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빌라 전세 사기의 경우는 통상 신축 빌라를 건 축한 건축주(양도인)가 매입률을 높이기 위해 인테 리어 등에 공을 들인 후 전세금을 높여 임대한 후, 그 보증금액으로 빌라의 매매가격대로 인수하는 양수인(통상 신용불량자)을 구한 후, 양수인에게 보 증금 반환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통상 주택의 양도·양수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 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차인은 전세 기 간 만료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양도·양수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때는 이미 늦었다. 무자력자인 양수 인에게 보증금 반환책임을 물어봤자 보증금을 반환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4

따라서 위와 같이 제3조의 단서 조항이 입법 화된다면, 임차인은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알 수 있 고, 위와 같이 무자력 양수인에게 전세금 반환책임 을 떠넘기는 행태의 사기 사건은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최소한 양도·양수 사실 통지 의무와 보증금 반환책임은 명확해진다). 위 규정이 명확해져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 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3개월 내 이의를 제기함으 로써 승계되는 임대차 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면, 기존 임차인이 있는 임대인(양도인)은 후일의 보증금반환 책임을 우려해 최소 3개월 전에 는 양도에 대해 사전통보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임차인은 기존 임대차 관계를 해지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임차인 몰래 부동산을 양도·양수하거나, 임차인의 전입일에 양도·양수 사 실을 알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2) 계약갱신권 계약해지 기간 연장 – ‘3개월 → 6개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서는 임 차인에 의한 계약갱신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2020.7.31. 개정).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의 보호 필 요에 의한 규정이므로, 개정 자체에 대해서는 시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제6조의3 제4항에서 “계약갱신요구권 에 따라 체결된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 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6조의2 제2항에서는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 생한다”고 하여 해지기간을 고작 3개월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로 인한 악용사례 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묵시적 갱신에 대해 규정한 제6조에서도 해지 통고 후 3개월이 지나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도 록 되어 있으나 이는 임차인이나 임대인이나 둘 다 기존 계약의 유효성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계약조 건을 변경하지 아니한 경우 둘 다에게 적용되는 것 이기에 3개월의 기간이 과하지는 않다. 그러나 제6조의3에서 계약의 갱신은 임차인의 적극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강제 규정으로, 임대인 이 원하든 원치 않든 상관없이 지켜야만 하는 것이 다. 따라서 임차인이 갑작스럽게 변심하여 일방적으 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는 경우 등을 감안하면, 해지 효력 발생기간으로 3개월은 짧다.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서 계약갱신 기간을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2개월 전 까지의 기간으로 설정해 두고 있으므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한 해지 통고의 효력 발생 기 간은 통보 후 6개월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최근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떨어지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계약갱신을 한 임차 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4항(3개월) 을 이용하여 해지 통고를 하고, 3개월 만에 보증금 을 반환을 요구하면서, “만약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 으면 소송을 제기해 임차권등기 후 보증금액에 연 12%의 소송 지연이자를 청구하겠다”고 임대인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임대인은 다시 임차인을 구하려고 애쓰겠지만, 100%를 넘는 주택보급률과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임대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급매매를 강요당하는 꼴이다.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한 갱신 후 해지기간 3개 월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방에게 너무 유리한 법 은 악용되기 쉽다. 임차인을 보호하되 그렇다고 임대 인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감수토록 해서도 안 된다. 계약갱신요구권에 의한 계약해지 기간을 해 지 통고 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개정하는 것이 임대인에게도 적절히 대응할 시간을 주어 형평성을 맞추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 법으로 본 세상 주목! 이 법률 25 2023. 05 vol.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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