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2월호

ISSN 2233-4688 02 2 0 2 2 vol. 656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상수·강성구·강신기·권중화·김정준·김정호·박성익 박윤숙·윤정진·윤평식·이경록·장태헌·정진홍·최상익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2년 2월 5일통권제656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더블루랩 일러스트 이정윤 정기간행물등록 1965년 5월 7일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강남구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민 곁에 125년, 생활법률 전문가 법무사史 위토등록서류(1950) 단기 4284년(1950년), 경남 산청군의 위토로 인정된 토지에 대해 등록을 필하였음 을증명하는서류. ‘위토’는묘에서지내는제사의비용을마련하기위해서경작하던 토지다. 1950.4.28. 제정된 「농지개혁법시행규칙」제12조에따라당시위토의인정을받고자 하는 자는 신청서정부 3통을 농지소재지 읍, 면장을 거쳐 구청장이나 시장 또는 군 수에게제출해야했다. (※경남지방법무사회성종복법무사기증) 2월 커버스토리 03

Contents 법으로본세상 8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상가 사기분양 부당이득금청구소송 사건(2017. 울 산지방법원) 14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_ 코로나 시대의 차별과 혐오,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20 주목 이 법률 _ 퍼블리시티권 보호 「부정경쟁법」 개정법률의 법적 쟁점과 과제 24 법률고민상담소 _ 민사, 상속등기, 상가임대차 분야 28 최근 시행법령 _ 「가족관계 등록법」 일부개정(2022.1.1. 시행) 등 91 내가 만난법무사 _ 박우만 법무사(부산회) 2022년 2월 vol. 656 20 14

현장활용실무지식 46 맞춤형 최신 판례 요약 _ 2021.11.11.선고 2018다250087판결 등 50 나의 사건수임기 _ 유부녀의 혼외자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 추가판 결 사건 _ 「도로법」 위반 과태료부과처분결정 즉시항고 인용 결정 58 신(新) 기업컨설팅 사례연구 _ 주주총회 실무에 관한 컨설팅 66 행복의 심리학 _ 불쾌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행복을 되찾는 8 가지 생각의 전환 법무사시시각각 30 이슈와 쟁점 _ 협회 교육사업의 현황과 2022년도 계획 _ ‘부동산 신산업 육성방안’ 등 정부의 부동산 관련 디지털 정책과 법무사 38 업계 투데이 _ ‘법무사 바로알기’ 사례, 박영덕 법무사의 실종선고 심판청구 인용 결정 _ 광주전남회, KBS방송총국에연말이웃돕기성금기탁 40 화제의 법무사 _ 법무사 사무소 브랜드화에 도전하는, 조희창 법무사 44 최근 공제사고 사례 _ 모 신용조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제2심 판 결 선고(2021.11.25.) 등 슬기로운문화생활 70 세대유전 2080 명곡 _ 사이먼 앤 가펑클 「Bridge over Troubled Water」 72 가슴뭉클 가족영화 12선 _ 「이장」 74 콧바람 하루여행 _ 인천시 ‘무의도’ 동정·등록 7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0 편집위원회 레터 _ 갓의 넓이, 소통의 크기 40 78 72

콧바람하루여행 인천 ‘무의도’의노을 호랑이와용이싸웠다고전해지는호룡곡산에서일출, 일몰을모두만나는무의도는 드넓은하나개해수욕장에서바라보는노을맛집으로도유명하다. 말탄장수가바람에옷깃을날리며달리는모습이마치춤추는여인의모습같아서불린이름, 무의도는붉디붉은노을속에서더욱더고혹적이다. (p. 74에이어) 글·사진 / 민혜경 여행작가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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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그리순수하지않습니다, 의뢰인님!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법무사가실제수임한, 이시대민초들의생활사건이야기 상가 사기분양부당이득금청구소송 사건(2017. 울산지방법원) 08

퇴직 후의 노후를 대비해 도심 중심상권에 신축 중 인 주상복합상가 한 호실의 분양권을 계약한 부부의 사 건이다. 아내가 남편의 퇴직금으로 지인과 함께 투자했 다가 낭패를 보게 되어 부부가 함께 내 사무소를 찾은 것인데, 남편은 평생 대기업에서 직장생활만 해 온 분이 라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 한 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를 대비한 ‘순수한’ 동기도 막상 사회로 나오게 되면 하루아침에 ‘순진한’ 동기로 바뀌고 만다. 시장의 위험은 평생 모은 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 볼 수없는 분양상가, 조감도만보고호실변경계약 의뢰인이 가지고 온 상가 분양계약서의 뒷면 계약 자 명의승계 내역을 보니 의뢰인은 여섯 번째 수분양자 로서 직전 수분양자 ‘주식회사 OO’로부터 전매를 받은 것이었다. 최초 분양가 200,460,000원에서 중간 누적 프리미엄을 더해 356,860,000원에 계약했음에도 주변 상권 시세를 감안하면 싸게 잘 받았다고 나름대로 만족 하고 있었던 터라 중간마진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을 감 수하고 계약을 한 것 같은데, 분양사에 현혹된 듯한 느 낌이 들었다. 의뢰인은 친분이 있던 분양사 소속 분양보조원으 로부터 ‘반반으로 들어가자’는 제의를 받고 상가 225호 실을 분양가 356,860,000원에 계약하면서, 분양가의 70%는 대출로 처리하고 나머지 30%만 그 분양보조원 과 반분하여 53,154,000원을 ‘주식회사 OO’ 법인계좌 로 입금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달은 물건을 보지 않고 사야 하는 분양권 의 특성상, 계약 변경에서 일어났다. 약속한 분양대금을 다 입금하고 대출 신청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의뢰인 은 그 분양보조원으로부터 의뢰인과 함께 계약한 225호 는 다른 고객이 분양받기를 원한다며 면적이 조금 적기 는 하지만 상가 앞면부에 위치한 207호로 옮기자는 제 안을 받았다. 의뢰인은 어차피 현장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실물 을 확인할 수도 없는 터라 상가 조감도와 예상전경도만 을 보고, 후면부보다 전면부가 더 낫겠다는 생각에 흔쾌 히 승낙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의뢰인은 2016.11.7. ‘주식회사 GG’ 로 상호가 변경된 분양사와 207호에 대하여 분양가 49,846,000원으로 하는 분양권 전매계약을 다시 체결 하고, 앞서 225호에 대해 납부한 분양대금을 207호로 전용하여 차액 3,308,000원을 환급받았다. 그리고 함께 들어가기로 한 분양보조원도 자신이 납부할 분양대금 중 20,000,000원을 분양사에 납부하 고, 나머지는 자신이 분양사로부터 받을 수당과 상계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변경계약후분양보조원이보내온현장사진에는 폭 1.8m상당의콘크리트기둥이 떡하니상가출입문현관을가로막고있었다. 의뢰인은분양사대표자를찾아가항의했으나, 법인이바뀌어자신은더이상 대표가아니라며발을뺐다. 바뀐대표자역시인계받은사항이없다며 책임을회피했고, 계약은법인하고한것이지 대표하고한것은아니지않느냐고되받았다. 09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변경계약후 ‘출입문 앞 기둥’ 발견, 분양사는상호바꾸고먹튀 그 변경계약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의뢰인은 분양 보조원으로부터 “아무래도 기분이 쎄하다. 현장을 가봐 야 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 분양보조원은 기겁을 하고 문자메시지로 현장 사진을 보내왔다. 보내온 사진에는 출입문에서 한 발짝도 더 들 어서기 전에 폭 1.8m 상당의 콘크리트 기둥이 떡하니 현 관을 가로막고 있었다. 의뢰인은 분양보조원에게 왜 기둥이 있다고 설명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했으나, 자기도 몰랐고 분양팀장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더라며, 호실 변경은 분양사 대표가 부탁해서 그렇게 한 것인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 랐다, 자기도 피해자라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의뢰인은 분양사 대표자를 찾아가 “하자가 있어 안 팔리는 물건을 만만한 사람에게 떠넘기느냐”고 항의했 으나, 그 대표자는 법인이 상호도 바뀌고 대표이사도 바 뀌어 자신은 더 이상 대표가 아니라며 발을 뺐다. 그 법인의 새로 바뀐 대표자 역시 전 대표자가 추 진한 일이라 인계받은 사항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기둥은 어느 건물에나 있는 것이라며 하자가 아닐뿐더 러, 계약은 법인하고 한 것이지 대표하고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받았다. 그러는 사이 위 신축 상가건물은 2017.5.31. 준공검 사와 함께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어 한국토지신탁에 신탁되었고, 분양사는 현장을 모두 철수하고 다른 물량 을 받아 떠났다. 의뢰인과 공동 투자한 분양보조원은 가 운데서 입장이 난처해져 분양팀에서 일시 낙오하게 되었 는데, 분양사로부터 계약을 이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으라는 압박이 시작되면서 의뢰인과도 분란이 일기 시작했다. 분양대금의 70%가 대출금인데 협약은행 대출신 청이 곧 마감되는 상황이라 무엇이든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그렇다고 이 지경을 두고 계약을 이행한다는 것은 하자를 추인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 는 처지가 되었다. 부당이득금청구소송제기, 사건의키를쥔분양보조원 이 사건의 발단은 분양보조원의 변경계약 권유로 부터 시작된 것으로서 분양보조원의 과실을 도관으로 삼아 분양사의 사용자 책임을 물을 것인지, 아니면 의뢰 인과 같은 수분양자로 보고 사기분양을 주장하며 분양 사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것인지의 향방에 따라 승패 가 날 것으로 보여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분양보 조원을 사무소로 불러 말을 들어 봤다. 그 분양보조원은 분양사 전 대표에게 자신도 속았 다며 동료 분양보조원들이 전화통화로 207호 기둥에 대 해 분양사 전 대표를 성토하는 음성파일을 들려주었다. 나는 의뢰인 부부를 불러 사건의 향방을 설명하고, 10

분양보조원과 공동원고로 소를 제기할 것인지 여부를 타진해 봤는데, 분양보조원이 계약 1건당 2~3,000만 원 씩의 고수익이 나는 분양업무에 합류하지 못한 것에 못 내 불만을 품은 채 의뢰인에게 계약을 유지할 것인지 파 기할 것인지 결정하라며 공을 넘기고선 의뢰인과 분양 사 사이에서 이익을 저울질하며 줄타기를 하는 듯 점차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말을 듣고, 2017.6.2. 의뢰인을 단독원고로 하여 법원에 착오 취소 내지 사기 취소에 따 른 부당이득금청구의 소장을 작성해 제출했다. 그러자 곧바로 분양사는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 로 선임해 답변서를 제출해 왔는데, 분양사무소 내부에 상가 설계도면을 A3용지로 코팅해서 벽면에 게시했고, 그도면에는각호실마다기둥을뜻하는 ‘□’ 표시가있었 으므로 사기가 아니며, 기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을취소할만큼의중대한하자가아니라는반박이었다. 법원은 첫 기일을 잡기 전,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 했고, 2017.9.6. 열린 조정기일에 분양보조원과 한배를 탄 의뢰인이 순수고객이 아니었다는 문제가 불거져 조 정은 불성립되었다. 의뢰인을 통해 조정실의 분위기를 전해 들은 나는 곧바로 분양보조원에 대한 소송고지를 신청했다. 분양 보조원이 분양사측 사용인으로서 처신을 할 것인지, 의 뢰인과 같은 수분양자의 지위에서 피해를 주장할 것인 지 기로에 서서 쉽게 입장정리를 못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선을 분명히 하라는 경고였다. 그러자 2017.9.21.자로 원고의 소송고지신청서 가 접수된 것을 확인한 피고측 소송대리인도 분양보조 원의 신병확보가 이 사건 승패의 관건임을 파악한 듯 2017.9.26.자로 뒤이어 역시 분양보조원에 대한 소송고 지신청서를 제출했다. 나는 의뢰인에게 분양보조원과 통화한 통화녹음 파일을 달라고 해서 들어본 후 분양보조원에게 분양사 전 대표를 비난하는 본인의 음성파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면, 기둥이 있는 걸 몰랐다는 의미가 과실로 평가 되어 혼자 덮어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내게 찾아와 원고 측에 보조참가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7.10.25. 속행된 변론기일에 재판장은 분양보조 원에게 “원고 쪽에 붙었네?”라며 웃었다. 그만큼 분양보 조원의 행보가 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였음을 알 수 있다. 분양사대표고소는무혐의처분, 부당이득청구는승소 이 사건과 별도로 의뢰인은 분양사 전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 달라고 해서, 나는 분양보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료 분양보조원 및 분양팀장과 나눈 통화내 용을 증거로 2017.9.19.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원고에 보조참가한 분양 보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분양보조원들이 분양사 전 대표와 사전에 입을 맞춘 듯 앞서 보조참가 분양보조원 과 주고받은 격앙된 전화통화 내용과는 상반되게 한결같 1년여간가슴을졸이게했던재판은 원고의승소로끝났다. 법원은출입문에서점포내부의 시야를차단하는기둥의존재는 물건의하자에해당하고, 분양사는기둥표시에대해고지하거나 설명하지않았으므로, 원고의계약해제와계약취소는 모두합당한이유를갖추었다며 원고가청구한의뢰인몫과 분양보조원몫의청구모두를인용했다. 11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이 대표로부터 기둥이 있다는 사실을 교육받았고, 고객 들에게도 다 설명하고 안내했다고 진술함으로써 전 대표 자는 2017.12.29. 증거불충분으로무혐의처분되었다. 형사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자 피고측은 이 형사사 건 처분 결과를 민사사건 재판부에 제출해 자신의 면책 을 주장하면서 의뢰인에게는 변경계약된 207호에 대한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통보하고, 계약금을 몰수하였다는 통보를 해왔다. 조정 이후 2번의 변론을 더 거치는 동안 해를 넘기 고 판세가 불리하게 전개되는 듯해 초조해하는 의뢰인 에게 나는 형사상 사기와 민사상 사기는 다르게 볼 수 있다며 차분히 재판을 지켜보자고 위로했다. 재판부는 2018.1.22. 현장검증과 감정을 거쳐 2018.3.14. 변론을 종결하고 2018.4.11. 판결을 선고했다. 1년여간 가슴을 졸이게 했던 재판은 원고의 승소 로 끝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증거로 제출된 도면 일부 중요 부분을 jpg그림파일로 붙여넣으면서 자상하게 판 결 이유를 설시하고, 평면도와 1.8m 기둥사진을 별지목 록으로 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결론은, ①출입문에서 점포 내부의 시야를 차단하 는 기둥의 존재는 물건의 하자에 해당하고, ②건축전문 가가 아닌 일반인들이나 특별한 자격을 요하지 않았던 분양보조원으로서는 ‘□’ 표시가 기둥을 뜻한다고 바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우며, ③분양사 는 이 표시가 기둥이라는 취지로 고지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④그리고 분양팀장의 수사과정에서 제출된 진 술서는 선행한 자연스러운 경험을 얘기한 통화녹음에 비추어 오히려 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⑤그렇다면 피고에 대한 원고의 계약해제와 계약취소는 모두 합당 한 이유를 갖추었다며 원고가 청구한 의뢰인 몫과 분양 보조원 몫의 청구 모두를 인용했다. 판결이 선고되자 나는 의뢰인 부부에게 즉시 분양 사의 법인계좌를 가집행으로 압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분양 현장을 옮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같은 계좌로 분양청약금을 받고 있고, 상호는 변경되었어도 법인의 실체는 동일하므로 집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8.4.27. 분양사가 항소하자 의뢰인 남편 은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면 받았던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하고, 이자도 물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 고 와서는 평생 남한테 피해를 주고 산 적이 없다며 서 두를 것 없이 완전히 종결된 다음에 하겠다고 가집행을 보류했다. 분양사법인계좌가집행을보류한의뢰인이 맞은결말 분쟁 현장에서 수많은 인간군상을 지켜본 나로서 는 못내 안타까웠으나 대기업 간부 출신의 점잖은 분의 식견에 내가 미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더는 설득하지 못했다. 항소심도 1년여를 끌어 4번의 변론과 3번의 연기 분양사대표를눈앞에버젓이마주하고도 집행을할수없었다. 이미 ‘주식회사GG’는법인등기기록상 다른곳으로본점을이전한상태였고, 신설법인 ‘주식회사DD’가 간판만바꿔달고 사실상 ‘주식회사GG’의분양업무를 이어가고있었다. 집행대상법인의본점주소가 형식상다른이상집행력은미치지못했다. 법인이아닌대표자개인에게 집행할수도없는노릇이었다. 12

끝에 2019.7.25.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원심과 같이 원고 의 청구를 그대로 유지하고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 다. 의뢰인 부부는 법무법인을 두 차례나 이긴 기념비적 인 판결이라며 가보로 간직해야겠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의뢰인 부부는 얼마 가지 않아 순수함의 무 책임성을 감내해야 하는 시련을 맞아야 했다. 판결이 확 정되기 전 2019.8.5. 가집행문을 부여받아 급하게 집행 에 나섰는데도 분양사의 청약용 법인계좌에는 잔고가 남아있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압류목록에 끼워 넣은 농 협은행으로부터 추심한 돈 2,488,937원이 전부였다. 채권압류가 무위에 그치자, 2019.8.23. 다시 집행문 을 재도부여 받아 유체동산 압류를 위해 집행관을 대동 하고분양사의사무소를찾았다. 의뢰인이 계약했던 기둥 있는 상가 207호를 분양사 의 대표자 개인이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2017.10.31. 이 전등기 받아 반으로 쪼개어 창고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회사 보유분으로 남겨둔 것이라는 분 양보조원의짐작이맞았다. 그러나 그 사무실에서 분양사 대표를 눈앞에 버 젓이 마주하고도 집행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주식회사 GG’는 법인등기 기록상 다른 곳으로 본점을 이전한 상 태였고, 그곳에는 신설법인 ‘주식회사 DD’가 간판만 바 꿔 달고 사실상 ‘주식회사 GG’의 분양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대표자는 분양사 ‘주식회사 GG’와 신 설법인 ‘주식회사 DD’의 대표를 겸직하는 상태로서 동 일인물이기는 하나 집행대상 법인의 본점 주소가 형식 상 다른 이상 집행력은 미치지 못했다. 법인이 아닌 대표 자 개인에게 집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의뢰인은 집행관과 함께 다시 분양사 ‘주식회사 GG’의 이전된 본점 주소로 찾아갔는데 도심에서 한참 벗어나 1시간을 달려 산골 어느 허름한 고시원 건물 앞 에 도달하게 되었고, 402호라는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열린 창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몸 하나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침대 하나에 술병과 약봉지가 뒹굴고 있었다. 집행관은 도저히 대(大)주식회사의 주소지로 보기 어렵다며 집행불능을 선언하며 철수했고, 의뢰인은 끝 내 집행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은 순수함으로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불지옥과도 같은 곳임을 뒤늦게 깨달은 듯 의뢰인 부부는 탄식했다. • 울산지방법원 2017가단58115 부당이득금 •울산지방법원 2018나21999 부당이득금 ※ 이 글은 매매목적이 현실로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가상 의 권리를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분양계약의 위험성과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격인 법인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으로특정직업이나특정인에대한비방이나명예를훼손 할의도가없음을밝힙니다. 13 열혈법무사의민생사건부 법으로본세상

14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평화학 1호박사가쓰는평화이야기 코로나시대의 차별과 혐오, 누구도안전할수없다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상임위원

외국인은여권을보여달라는식당주인 여기서 잠깐 차별과 혐오의 언어적 의미에 대해 생 각해보자.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둘 또는 여럿 사이에 차등을 두어 구별함’이다. 실제로는 정당하지 못한 이유 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다르게 대우하는 부당한 태도와 행위를 말한다.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싫어하고 미워함’인데 혐 오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표출될 때 실제 의미를 가 진다. 누구나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할 수 있다. 그것 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해당하고 자기 안에만 가둔 태도와 감정이라면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자신을 해칠 수는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이 누군가를 향해 표출되는 순간, 상대에게 부정적 영향과 해를 끼치 고 사회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바로 ‘혐오’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은 외국인에 대한 경계 심을 자극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대응과 방역을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응과 방역이 한국보 다 허술한 국가 출신 외국인에 대한 경계는 오히려 자연 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염병에 대응하는 조심 스러운 태도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아슬아슬하게 선 을 넘거나 모호하게 뒤섞여 혐오로 나타나곤 했다. 2020년 초 대학원 강의에서 만났던 한 태국 학생 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한국에 와서 처 음 식당에 갔는데 식당 주인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단 다. 당황스러웠지만 당시는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 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선 여권을 보여줘야 되는구나’라 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식당 주인이 손님에게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식당 주인은 그가 중국인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식당 주인의 행동 은 차별일까, 혐오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아니면 전염 병을 조심하는 당연한 행동일까?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곤 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중국인에 대 해서, 그 후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그리고 그 후엔 모 2021년의마지막날한기사가눈에들어왔다. 코로나19상황을틈타제노포비아가판친다는것이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는이방인이나이민족집단을혐오하거나배척하는것을말하는데우리사회에서는 흔히 ‘외국인혐오’로해석된다. 기사제목에서특히 “한국이름만들어오라”는따옴표속말이눈에띄었다. 내용을읽어보니한식당주인이 아르바이트로일하는베트남유학생에게국적을손님들에게알리지말라고요구했다는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코로나때문에외국인이라고하면손님들이별로안좋아한다고했단다. 심지어부를때티가나지 않도록한국이름을하나만들어오라고했단다. 그유학생은차별이라고생각돼일을그만뒀다. 기사에는헬스장에서차별을받았다는영국출신프리랜서기자의이야기도있었다. 어느날헬스장입구에 “코로나19로외국인출입을금한다”며 “언어소통이어렵고사고위험이있다”고안내문이붙어있었단다. 기사는여러사례를열거하며코로나19상황으로인해외국인에대한의심, 혐오, 차별이많아지고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외국인이주노동자 305명을대상으로조사한결과에따르면 일상에서코로나19와관련해차별을경험했다고답한외국인이60.3%에달했다고한다. 법으로본세상 15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든 외국인에 대해서 의심과 경계, 나아가 차별과 혐오가 나타났다. 지금도 코로나19 관련 기사에는 혐오의 댓글 이 무더기로 달린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는 아니지만 비슷한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다인종, 다문화 사회 였던 곳에서 특정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가 드러났다. 특히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는 북미와 서유럽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를 기록한 미국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무차별 폭언과 폭행 등 혐오 범죄가 증가했고, 심지어 살인사건까지 있 었다. 이런 혐오가 모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 에 생긴 일일까? 평소엔 전혀 특정 인종 및 문화집단에 대한 혐오가 없던 사람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정신적, 심 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돌출 행동을 한 것일까? 외국인차별과 혐오, 과연 코로나때문일까? 먼저 우리 사회의 상황을 보자.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문화적, 민족적으로 폐쇄적이다.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들 은 한국인들이 정이 많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지 만, 유감스럽게도한국인의정은차별적이고선택적이다.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은 여러 면에서 제작진의 검 증을 통과했기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 다. 그들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열거할 준비가 되 어 있고,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호의적이다. 하지만 우리 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외국인은 다르다. 그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이고 식당이나 건설 현장, 농장 혹은 공장 등 에서 일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돈을 벌 목적으로 한국에 온 가난한 나라 출신 노동자로, 그래서 하찮게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본다. 심지어 그들을 이태원이나 학원가 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과 구분하고, 그들에게 혐오의 태도와 행동을 드러내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온 건 다 마찬가지고 그것은 세계화 시대에 자연스러운 일인 데 말이다. 다문화가정과 그 아이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도 같 16

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다문화’라는 용어 자 체가 차별적이고, 무시하고 공격해도 되는 대상에 대한 꼬리표가 됐다. 애초엔 이주 여성이 속한 국제결혼 가정 과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지 만, 신중하지 못한 접근으로 차별과 혐오의 상징이 됐다. 타의로 ‘다문화’라는꼬리표를달게된아이들은초 등학교 때부터 다른 아이들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가 의무교육 기간이 끝나고 고등학생 나이가 되면 학교를 그만두는경우가많다. 차별과혐오를견디지못해서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반 국민 의 다문화수용성지수는 100점 만점에 52.81이었다. 이 조사는 3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데, 2012년 기준으로는 51.17점, 2015년 기준으로는 53.95점으로 지난 10년 동 안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년 4월 조사에 따 르면 전국 초등학교 4학년 다문화 학생 부모 응답자 중 28.24%가 ‘한국에 살면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 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73.52%가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상대 방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는 답은 8.16%에 불과했다.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다문화가정과 그 아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생각하면 코로나19 상 황에서 우리 사회가 외국인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차 별과 혐오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억제돼 있던 것 이 표출된 것이고, 일부 사람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표출 됐던 것이 확대된 것일 뿐이다. 미국의 아시안증오범죄, 2019년 145%증가 북미나 서유럽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의 태도와 폭력적 행동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예외적 상 황에서 표출되고 대체로 억제되어 있었던 차별과 혐오 가 코로나19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노골적이고 빈번한 방식으로 표출됐을 뿐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아시아 인에 대한 혐오가 심해졌다. 우리 언론이 미국 내 아시아 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보도하기 시작한 계기가 된 건, 2021년 3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 백인 남성이 저 지른 증오 범죄로 한인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전에 미국에는 아시아인 혐오가 확 산되고 범죄가 급증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 너디노의 한 연구소가 발표한 「반아시아 증오범죄 보고 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해인 2020년 미 국 16개 대도시에서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는 120건으 로 전 해인 2019년에 비해 145% 증가했다.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도 시는 뉴욕으로 833%나 증가했다. 아시아인에 대한 증 오범죄 중단을 위해 활동하는 한 단체는 2020년 3~12 월 사이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에 대해 증오를 표출한 사 건이 2,800건 이상이었다고 발표했다. 그중 신체에 대한 차별과혐오는폭력의정의에딱들어맞는다. 폭력은자기이익을위해타인을억압하고, 타인에게무언가를강제하거나강제로하지못하게 함으로써해를입히는것을말한다. 이러한차별과혐오는 불균등한힘의관계에서비롯된다. 항상상대적으로힘이우월한개인이나집단이 자기보다힘이약한개인이나집단에게 폭력을가하는데, 차별과혐오도마찬가지다. 법으로본세상 17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물리적 공격을 동반한 사건은 8%였다. 증오범죄율의 ‘증가’는 과거에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범죄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다만, 자기 안에 숨 겨두었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코로나19 확산을 빌 미로 표출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차별과혐오, 힘의불균형이가져오는폭력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가지 사례는 차별과 혐오가 명백한 폭력임을 말해준다. 폭력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차별과 혐오가 그 대상이 되는 개인과 집단에게 구체적 으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가해를 하는, 그러니까 차별과 혐오를 하는 가해자에게 이익이 된다. 가해자가 얻는 이익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결 코 하찮지 않다.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자기 뜻에 맞게 행동하도록 강제해 정신적, 심리적 우월감과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 로운 행동을 억제하고 자신의 눈에 띄지 않게 강제하는 것, 그리고 자기 앞에서 말과 행동을 삼가게 하고 자신의 말에 복종하게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한 이익이다. 폭력은 가해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타인을 억압하 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제하거나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하며 그 결과 피해자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말하는데, 차별과 혐오는 그런 폭력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차별과혐오는불균등한힘의관계에서비롯된다. 항 상 상대적으로 힘이 우월한 개인이나 집단이 자기보다 힘 이 약한 개인이나 집단에게 폭력을 가하는데, 차별과 혐 오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학생에게 한국 이름을 요구하고, 태국 학생에게 여권 제시를 요구했던 식당 주인은 자신이 사회곳곳에존재하는상대적약자에대한 차별과혐오를줄이고없애야하는 가장큰이유중의하나는 방치하면차별과혐오가 전염병처럼번지기때문이다. 기존의차별과혐오가코로나19로인해 다른방식으로퍼진것처럼 사회전체가노력하지않으면 차별과혐오는다른대상에게옮겨져계속된다. 차별과혐오가만연한사회에서는 누구도안전하지않다. 18

그들보다우월한힘을가지고있음을인지하고있었다. 헬스장에 ‘외국인 출입 금지’ 안내문을 붙였던 업 주도 경제적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여기 는 한국이고 그들은 이방인이니 자신이 상대적으로 힘 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괴 롭히는 아이들은 자신과 부모가 한민족이라는 점이 상 대적으로 우월한 힘의 원천임을 잘 알고 있고, 우월감을 과시하고 만족감을 얻기 위해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붙 은 아이들을 괴롭힌다. 다문화가정 부모에게 차별과 혐 오를 드러내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차별과 혐오는 사회적 의미와 맥락을 가지고 있다. 모두 집단과 사회 안에서 생기고 대상이 되는 개인과 집 단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해 행해진다. 특히 혐오는 그 이 유와 목적에 있어서 차별보다 심각하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차별은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다르게 부당한 대우 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별 대상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하는 대상의 존재를 부인하고, 집단이나 사회에서 배제하고 나아가 축출하 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사람들 은 자기 주변에 그들이 없기를 바란다. 난민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한국 사회에 난민이 존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인을 혐오하는 미국인들은 아시 아인이 미국 땅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다문화가정과 아이들을 혐오하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은 자기 학교나 지역에서 다문화가정과 그 아이들이 없어지기를 바란다. 방치하면전염병처럼 퍼져, 사회적감시와제재강화해야 지난 수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혐오’가 사회 현 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노인 혐 오, 여성 혐오, 남성 혐오, 가난 혐오, 노숙자 혐오 등등 수많은 혐오가 존재한다는 점을 전체 사회가 인지하게 됐다. 혐오가 빈번하게 언급돼 그 의미가 중화되거나 약 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혐오가 많다는 건 우리 사회에 폭력이 만연해 있음 을 의미한다. 자신과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인정하지 않 고 그들에게 피해를 줌으로써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폭 력 민감성이 부족하거나 부재한 사람들이 많음을 의미 한다. 또한, 불균등한 힘의 관계를 인지하고 그것을 자기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의 미한다. 다른 사례는 몰라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자기 보호 를 위해 한 행동을 차별과 혐오로 해석하는 건 지나치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 의 태도와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무엇보다 폭력 적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것은 인식과 민감성의 부족 내 지 부재에서 비롯된 일일 뿐, 변명의 여지는 없다. 상대를 생각했다면 다른 선택을 통해 모두의 안전 을 지켰을 것이다. 사회적 제재의 부족도 문제다. 코로나 19라는 예외적인 상황일지라도 차별과 혐오의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다면, 그리고 사회적 감시와 제재 가 충분하다면 차별과 혐오를 표출하는 사람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감시와 제재가 충 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상대적 약자에 대한 차별 과 혐오를 줄이고 없애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 는 방치하면 차별과 혐오가 전염병처럼 번지기 때문이 다. 기존의 차별과 혐오가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방식으 로 퍼진 것처럼 사회 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차별과 혐 오는 다른 대상에게 옮겨져 계속된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하 지 않다. 또한 세계가 다양성 존중과 평화적 공존을 강 조하는 시대에 차별과 혐오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거부 하는 것이다. 법으로본세상 19 세계의평화우리의평화

1. 「부정경쟁법」 개정, ‘퍼블리시티권’ 입법적보호 올해 2022년 4월 20일부터 시행될 「부정경쟁방 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법률(이하 ‘개정 「부정경쟁법」’이라 칭한다)에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에 대한 보호가 입법화되었다. 물론 명시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법률용어 를 사용한 것은 아니고, 제2조제1호타목에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한 가지 유 형으로 규정함으로써 퍼블리시티권이 마침내 입법적 수 단을 통해 보호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퍼블리시티권’이란, 특히 연예인 혹은 유명 운동선수에게는 자신의 높은 인지도에 의하여 성명이나 초상 등의 소위 동일성 표지(identity)가 인격권적 의미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 내지 가치를 가지게 되는데, 이 것의 상업적 이용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관리 내지 지배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연예인 혹은 유명 운동선수는 성명권 내지 초상권이라는 인격권을 가지는 동시에 이에 대한 상업 적 사용권으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을 별도의 재산권으로 서 가지게 된다. 반면, 일반인은 인격권으로서 성명권 내 지 초상권을 가질 뿐, 별도의 재산권으로서 퍼블리시티 권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 하급심 판결(서울지방 법원 1999.7.30.선고 99가합13985판결)의 입장이다. 2. ‘퍼블리시티권’의양도성과상속성 그동안 우리나라 대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은 그 법 률적 근거가 없다고 하여 인격권 침해로 파악하여 위자 인격권과다른퍼블리시티권, 양도·상속도가능하다 퍼블리시티권보호 「부정경쟁법」 개정법률의법적쟁점과과제 윤석찬 부산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 주목! 이법률

퍼블리시티권의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여부에 있어 핵심적 관건은 “침해자의 표현의 자유 내지 객관적 정보 취득 등에 관한 공중의 이익”과 “퍼블리시 티권자의 재산적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판례에 따르면 게임업체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명 기타 인적사항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상 업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 및 성명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그 게임업체는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가지게 된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의 무단이용 등을 통하여 침해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면 설령 퍼블리시티권이 인격권과 분리된 별개의 재산권으로 파악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은 저작권 등의 무체재산권과의 유사한 성 격에 근거하고 인격권의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에 피해자는 침해행위의 금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는 것이다.4 퍼블리시티권의 무단사용에 의한 권리침해로 인하 여 본인에게 발생한 손해는 “그 사용을 승낙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을 대가 상당액”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우리 하급심 판례에 의하면 퍼블리시티권 자가 자신의 성명에 관하여 사용계약을 체결하거나 사 용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일응 “그 업계에 서 일반화되어 있는 사용료”를 손해액 산정에서 한 기준 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고,5 기존 계약이 존재하는 경 우에는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가상의 계약을 전제하여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다.6 그리고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된 경우, 이러한 퍼블 리시티권은 재산권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 의 위자료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우리 판례는 판 료만 인정하였으나, 이번 개정 「부정경쟁법」에 따라 연 예인 등에게 인격권과는 달리 재산권1으로 퍼블리시티 권이 경합하여 발생하게 된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은 인격권과 구별되는 별개의 재산권이므로 양도성도 인정된다.따라서 제3자에게 양 도하거나 권리행사를 포괄적 혹은 개별적으로 위임할 수도 있다. 특히 상속성 여부는 결국 사자(死者)의 퍼블 리시티권 보호의 문제로 귀결된다. 퍼블리시티권을 별도의 재산권으로 인정한 최초의 하급심 판결인 소위 “이휘소 사건”은 퍼블리시티권의 상 속성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는 없으나, 동 판결 은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을 전제로 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다 이후 2006년 이효석 사건 판결2은 상속성 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는데, 만약 상속성을 부정할 경 우에는 ‘사망’이라는 우연한 요소에 의하여 그 재산적 가치가 크게 좌우되기에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점이 그 논거이다. 학설에서도 상속성을 지지하는데, 그 논거로는 사 망자 자신이 노력에 의해서 획득된 명성 또는 동일성의 표지 등을 제3자에게 이용하도록 하여 상속인의 경제적 이득취득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이다. 만약 상 속성을 부정하게 되면 제3자가 무단으로 피상속인의 동 일성의 표지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이 방치되기 때문이다.3 3. ‘퍼블리시티권’의침해와불법행위책임 1) 서울고등법원 2000.2.2.선고 99나26339판결. 2) 서울동부지방법원 2006.12.21.선고 2006가합6780판결. 3) 구재군, 「퍼블리시티권에관한연구」, 222면참조. 4) 한위수, 「퍼블리시티권- 성명, 초상등의상업적이용에관한권리-의침해와민사책임」, 『인권과정의』 (통권제243호), 573면참조.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06.4.10.선고 2005가합80450판결. 참고로 이러한 산정방식은 토지의 불법적 무단점유자가 그 토지의 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할 손해배상액을그인근토지의임대료상당액을보는것과동일한맥락이다.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11.28.선고 2007가합2393판결. 주목! 이법률 21 법으로본세상

단하였다. 재산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는 통상 그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만으로도 정신적 손해는 치유 될 수 있기 때문이다.7 물론 정신적 손해를 별도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 정이 존재한다면 특별손해로서 인정될 수는 있다. 일례 로 사업자에 의한 퍼블리시티권의 무단사용이 단순히 권리자의 영업상 이익의 침해를 넘어서 권리자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올 경우, 예를 들어 저속한 상품의 광고에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위자료 지 급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4. ‘퍼블리시티권’의침해와침해부당이득반환 침해자에게 고의 혹은 과실이 없어 불법행위에 기 한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침해부당이득 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 반환의 내용은 라이센스 료의 반환에 한정될 것이다. 따라서 침해자가 침해행위 로 인하여 취한 이윤을 완전히 회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독일민법 제687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임 을 알면서 감히 이를 자기의 사무라 하여 부당하게 행하 는 불법관리의 경우에 본인은 관리자에게 취득물의 반 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명문 규정이 없는 우리 민법에서는 사무관리에 관한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관리의 결과로 발생된 이익 전부에 대하여 본인은 관리자에게 반환 청 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권리자의 퍼블리시티권을 고 의로 침해한 경우에는 우리 민법상의 사무관리의 유추 적용을 통하여 침해자가 취득한 이윤의 회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침해자가 무단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사용하였 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이윤, 다시 말해서 매출액의 증가 가 그러한 동일성 표지의 무단이용에 따른 것이라는 개 연성을 바로 인정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한 매출액의 증가에는 침해자의 영업적 수완 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개정 「부정경쟁법」의평가와과제 일반인의퍼블리시티권제외는아쉬워 퍼블리시티권은 사람의 동일성 표지가 상업적 이 익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에 주장될 수 있기에 일반 인의 경우에도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 등에 자신의 동일성 표지가 사용되게 되면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이 일반인 것보다는 훨씬 재산적 가치가 높으나 일반인에게 전혀 인정될 수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8 결국 퍼블리시티권은 상업적 이익을 위하여 사용될 때 그 동일성 표지의 주체, 즉 유 명인이든 일반인이든 불문하고 인정되는 “상황적 권리” 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 「부정경쟁법」은 “국내에 널리 인 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초상,음성, 서명 등”이라 하여 퍼블리시티권의 향유자에서 일반인 은 제외시켰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유명인의프라이버시권침해주장에유리 그동안은 유명인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당할 때 는 언론의 자유가 우위에 있으나, 앞으로는 유명인의 동 일성 표지로서 퍼블리시티권이 상업목적으로 허가 없이 침해당하면 그 유명인은 프리이버시권보다 개정 「부정 경쟁법」상의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것이 유 리하다. 왜냐하면 동법상의 퍼블리시티권이 “상업적 목적 에 의한 언론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9 따라 서 유명인의 경우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권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되어서 사실상 보호받지 못하였던 자신들의 22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상실감이 개정 「부정경쟁법」 상의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권리에 대한 보호로 인하여 상쇄 내지 보충될 수 있게 된다. 명확한권리성부여, 권리구제수월해져 그동안 퍼블리시티권을 별도의 재산권으로 보호 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대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하 급심 판결들은 서로 엇갈리고 있었고, 학설의 입장도 다 양하였다. 이러한 시기에 이번 개정 「부정경쟁법」을 통 하여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확한 권리성 부여는 굉장 한 의미가 있다. 한류문화의 전도사인 국내 연예인 등의 퍼블리시 티권의 침해가 중국 등의 외국 사업자에 의하여 발생하 는 경우에 국제사법적 분쟁의 해결에 있어서도 우리나 라의 개정 「부정경쟁법」이 준거법이 될 경우, 퍼블리시 티권의 침해로 인한 권리구제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 「부정경쟁법」이 재산권으로서 양도성과 상속성도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지만, 인격적 속성의 재산권으로 파악되기에 해석 론적으로 양도성와 상속성이 인정된다. 퍼블리시티권존속기간, 사후 20년타당해 특히 개정 「부정경쟁법」이 그 권리의 존속기간에 관해서도 규정하지 않았지만, 퍼블리시티권도 결국 공공 의 이익을 도외시하면서 보호만을 할 대상은 아니기에 그 존속기간이 너무 장기간으로 보호될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 「민법」 제162조제2항을 유추 적용 하여10 퍼블리시티권의 존속기간을 사후 20년으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그동안퍼블리시티권을별도의재산권으로 보호할것인지여부에관해 대법원판결이없는상태에서 하급심판결들은서로엇갈리고있었고, 학설의입장도다양하였다. 이러한시기에이번개정 「부정경쟁법」을통하여퍼블리시티권에대한 명확한권리성부여는굉장한의미가있다. 7) 대법원 1993.12.24.선고 93다45213. 그리하여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가해자가그러한사정을알았거나알수있었을경우에한하여그손해에대한위자료배상이이루어진다. 8) 독일의 다수적 견해는 일반인도 광고에 등장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에서 비단 연예인, 스포츠선수에게만 아니라 일반인 모두에게 퍼블리시티권 이인정되어야한다는것이다. 이에관해서는 Ahnrens, 「Die Verwertung persönlichkeitsrechtlicher Position」 (2002), S. 231. 9) 미국의 Eastwood v. National Enquirer, Inc 사건으로서 미국의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이름과 초상을 잡지 표지와 이를 선전하는 텔레 비전 광고에 사용한 잡지사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피고의 언론의 자유 주장에 대하여 상업적 사용에 해당하기에 피고 의언론자유의보호는성립할수없으며원고의퍼블리시티권이침해되었다고인정하였다. 10) 국내에서는 구재군 교수와 김상중 교수의 견해에 의하면 퍼블리시티권은 재산적 성격이 강한 권리이므로 「민법」 제162조제2항을 유추하여 본인의 사 후 20년간존속한다고볼수있다는것이다. 이에관해서는구재군, 「퍼블리시티권에관한연구」, 『외법논집』 제30집(2008.5), 230면. 주목! 이법률 23 법으로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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