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5월호

ISSN 2233-4688 vol. 707 2026.5

02 발행인 이강천 편집인 배종국 편집주간 김정준 편집위원 강신기, 권중화, 김여원, 김지안, 김천규, 박윤숙, 박재승 박찬계, 서영준, 이경록, 장태헌, 전재우, 한응도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상우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인 2026년 5월 5일 통권 제707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레디투워크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3 2026. 5. May Vol. 707 『법무사』 2026. 5월호

04 2026. 05 May vol. 707 CONTENTS 08 10 14 - Let them - 제5주자 유정원 법무사(서울동부회) - “지역이 살아야 법무사도 산다” 기획 연재 특별 좌담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대한법무사협회-(재)희망제작소 공동좌담회 22 28 32 36 83 - 공유지분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 사건(2022) - 「스토킹처벌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 - 민사, 부동산등기 분야 - 「도로교통법」 일부개정(2026.4.2. 시행) - 강지영 법무사(광주전남회)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주목! 이 법률 법률고민 상담소 새로 시행되는 법령 내가 만난 법무사 -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 바람이 붑니다 72 78 82 동정 등록 협회는 지금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편집위원회 레터 14 48

05 2026. 5. May Vol. 707 68 70 - 확장된 의미 & 반대말인데 같은 뜻 & 헷갈리는 단어 바로쓰기 - 삶의 의미를 몰라 방황할 때, 「소울」 슬기로운 문화생활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 사례를 통해 본 ‘고소득자 기타생계비 인정 기준’ - 【2026.2.26.선고 2025다210305판결〔배당 이의〕】 등 - 예외 판례로 풀어낸,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사건 해결기 - 상황별 대응법 ⑪ -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고객과의 상담법 현장활용 실무지식 개인회생 노&하우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나의 사건 수임기 고객 상담의 기술 Ⅱ 법무사 시시각각 06 38 42 46 48 - 대한법무사협회-통일부, ‘하나센터 후원협약’ 체결 - 개정 「민법」 시행에 따른 상속등기 실무의 변화와 과제 - 강원회의 ‘사무원 채용승인 거부처분 취소 소송’ 대응과 교훈 - 다주택자 겨냥 ‘부동산 규제 3종’, 4~5월 집중 시행 - 사건 해결을 위해 연구하고 기록하고 실천하는, 김광수 법무사 현장 리포트 이슈와 쟁점 발언과 제언 뉴스 투데이 법무사가 사는 법 70 72 52 54 58 64

06 대한법무사협회-통일부, ‘하나센터 후원 협약’ 체결 현장 리포트 북향민 생활법률 서비스 지원, 법무사가 나선다

07 2026. 5. May Vol. 707 현장 리포트 법무사 시시각각 ON-SITE REPORT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이강천)는 지난 4.16.(목) 11:30, 서울정부청사 7 층 대회의실에서 통일부(장관 정동영)와 ‘북향민을 위한 하나센터 후원 협 약’을 체결했다. 하나센터는 전국 각지에 위치하여 각 지역에 거주하는 북 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상담·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지역적응센터로, 현재 전국에서 25개가 운영 중이다. 이번 협약은 고령·장애·취업 실패 등으로 기초적인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심리·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인 위기 북향민을 실질적으 로 지원하기 위한 재능기부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이날 협약식은 이강천 협회장과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서명하는 형식으 로 진행되었으며, 대한법무사협회 외에도 대한한의사협회·불교(천태종)· 기독교(한교총)·천주교 주교회의(민족화해위원회)·원불교·성균관·한국민 족종교협의회 등 7개 기관과 단체도 통일부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한법무사협회는 이번 협약에 따라 ▵북향민 법률서비스 지원을 위한 교류 확대, ▵법률상담 및 서비스 지원, ▵사회 정착에 필요한 기타 법률적 지원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앞으로 협회 산하 18개 지방법무사회와 전국 각 지역의 하나센터(시도)를 상호 연계하여,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법률 지 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법무사협회는 북향민이 남한 정착 초기에 직면하는 임대차 계약, 재 산 관리, 각종 신청 서류 작성 등의 문제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전문 직역 단체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강천 협회장은 “북향민들이 낯선 법률 환경 속에서 겪는 어려움은 일 반 국민에 비해 훨씬 클 것”이라면서 “전국 조직망을 갖춘 법무사가 하나센 터와 긴밀히 협력하여, 북향민 한 분 한 분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대차계약, 각종 신청서류 작성 등 정착 초기 생활법률 지원

08 기온이 서서히 오르는 중이다. 작년보다 꽃이 일찍 피 었다고 들었다. 꽃이 피었는지 봄이 왔는지 크게 관심이 없 는 나에게 출근하는 도중 남편이 얘기해줬다. 근무하는 날이 하루하루 쌓여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전에도 언급했듯 상속과 가사사건 상담이 주인데, 이 번 달에는 가족들이 많은 상속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 그 리고 본인의 후견업무를 매우 힘들어하는 한정후견인들 의 상담도 거쳤다. 나는 사람들의 감정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 편이다. 그들이 속얘기를 할 때에도 가능하면 들어주려 하고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다행히 그런 전략(?)이 별 어 려움 없이 잘 통한다. 간혹 감정노동을 하게 하는 분들을 만나지만, 나는 그나마 힘든 감정 내보내기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어 쩌면 이런 모든 것들이 모두 지나가는 과정의 일부일는지 도 모른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고, 그들의 다 양한 태도에 대응하며 또 배우기를 반복한다. 사무소를 시작하면서 포스트잇에 짧은 문구를 메모 해서 붙여놓았는데, ‘Let Them’은 그중 하나다. 사인펜 으로 둥글둥글 써서 붙여 놓았다. 사람들과 대면하며 일어 나는 불편한 감정을 흘려보내기 위한 방식이다. 처음 사무소를 개업할 때에는 많은 걱정이 들기 마련 이다. 그럴 때마다 바라보고 되뇔 수 있는 간단한 메모들 을 적었다. 관계를 통해 내 안에 일어나는 것과 그 사이에 서 일어나는 것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이것은 비단 의뢰인과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얘기 는 아니다). 나는 이전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 들과 띄엄띄엄(간격은 다양하게) 소통한다. ‘소통’은 내 게 언제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업무를 하다 보면 어 쩔 수 없이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난다. 따뜻한 기운이 찾아들면서 겨울잠에서 깬 사람들이 모처럼 외출을 한 것처럼 똑똑, 사무소 문을 두드린다. 전 화를 건다.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저마다 한 손에 또는 양손 에 가득 가져온다. 함께 해결해 나가는 와중에 부득이 튕 겨나가는 분들이 있다. 함께 달려야 하는데 혼자 라인 밖 에 나가서 주저앉아버리거나, 돌아서 가버리려는 사람들. 도와주려는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 상속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속재산분할심판을 받 은 가족들 중 협조하지 않는 공동상속인 상대로 전화 몇 번 걸고 나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한정후견인과의 상담 도 내용이 제법 많다. 진행을 앞두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 하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드린다. 충분 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바쁜 와중에 부연설명이 길어지면 이제는 조금씩 정 리도 해준다. 일이 마무리된 후는 물론이고 도중에 맞닥 뜨리는 그들의 선택이 살짝 엇나가더라도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놓아준다.’ 법무사로서 사람 을 상대하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Let them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09 2026. 5. May Vol. 707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기획 연재 ⓒ이우연 2026

10 청춘불패: 법무사 릴레이 2030 제5주자 유정원 법무사 잘하고 있어, 더 잘될 거야! 신세대 법무사 이야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는 법무사업계에도 청춘의 열정으 로 열심히 일하는 2030세대 젊은 법무사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매월 한 명 의 젊은 법무사를 소개하며, 그들 의 일과 일상, 취향과 가치관을 위 트 있게 담아냄으로써 신세대 법 무사들의 활약상을 한눈에 보여주 고자 한다. 그달의 주자가 다음 주 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세대를 넘어 지속될 ‘법무사’의 가 치를 전한다. <편집부> <사진> 이성원 포토그래퍼

11 2026. 5. May Vol. 707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법무사의 “길” 6. 현재 주력 업무 분야 & 앞으로 개척하고픈 분야 현재 상업등기, 민사집행, 상속 등을 주로 하고 있습 니다. 개척해야 할 분야가 너무 많아요! 7. 내 사무소 운영에 별점을 준다면? 칭찬 한 줄, 혹평 한 줄 중간 정도의 별점을 주고 싶어요. 천천히 꾸려나가 는 중입니다! 8.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 사건이 종료된 지 수개월 후 어느 여름날, 갑자기 제가 생각났다며 더운 여름 시원한 커피 드시라며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보내주셨던 의뢰인이 기억에 남아요. 9. 의뢰인이 고마울 때 & 서운할 때 필요서류와 질의사항을 한 번에 깔끔히 전달해 줄 때 고맙습니다. 그러나 수임 이후에도 반드시 전달 해야 할 사항을 숨기거나, 늘 자신의 사건이 제일 급 한 의뢰인, 서류 제출 직전까지 계속 기재사항을 번 복하는 의뢰인은 조금 힘들어요. 10.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 업무 업무범위가 방대한 만큼, 안 해본 일이 많습니다. 못 해본 일은 어려워요. 11. 보통의 하루 일과 5:00~6:00 기상, 7:00 출근, 9:00 필라테스, 10:00 업무시작, 17:00 영업 종료. 이후 시간은 조 용히 집중해서 서류 작업을 합니다. 12. 법무사로 일하며 생긴 버릇이나 직업병이 있다면? 법무사 일 이전에도 이런 성향이 있었지만, 업무하 면서 재차 확인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더 심해졌어 요! 아무리 다시 확인하고 체크해도 누락되는 부분 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니 확인하고 체크하는 버 릇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나”라는 법무사 1. 한 줄 자기소개 시험 26기, 서울에 있습니다(36세, 서울동부회 소속). 2. 법무사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 업무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3. 법무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 대체로 응원해 주셨습니다. 4. 합격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올린 사람 가족 5. 법무사가 되었음을 실감한 순간 합격 발표 직후엔 실감 나지 않았어요. 더욱이 합격했 던 해인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5인 이상 집합금 지 시기였기에 등록전 이론연수도 줌으로 진행했습 니다. 합격 전후로 독서실에 더 이상 가지 않게 된 점만 달랐어요. 수개월 후 등록전 연수필증을 교부받은 후 에야 실감이 났습니다.

12 개인의 “취향” 13.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산책을 하거나, 자연과 가까운 카페에 가서 예쁜 디 저트와 커피 마시기 14. 요즘 가장 즐겨 보는 콘텐츠 유튜브랑 친하지 않아요. 영상보다는 글을 보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요. 굳이 찾아보자면 인스타에 올라 오는 귀여운 동물 릴스 보기? 15. 일과 무관한 나의 취미 특별한 취미생활은 없습니다(웃음). 시간이 된다면 산책하기, 그림그리기 정도 있어요. 16. MBTI 유형 & 설명 한마디 ESTJ였는데 요즘은 ISTJ로 변했어요. STJ는 100%에 수렴하는데, E와 I는 반반이라서 그때그때 바뀝니다. 17. 주변에서는 나를? 그 평가에 동의? 주변에선 제가 MBTI ‘F’ 유형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 지만 ‘대문자 T’예요.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공감도 많 이 하되 현실적인 해결점을 같이 고민해주는 F 같은 T 예요. 그래서 F 같다는 말에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18. 법무사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내 캐릭터는?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하는 법무사…? ‘조연’ 혹은 ‘엑 스트라 1’일 것 같아요. 20. 나의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3가지 도파민 분출보다는, 잔잔하고 편안한 순간을 더 좋 아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도파민 분출되는 몇 가지 를 고르자면, 업무적으로는 오래 공들인 업무가 잘 마무리되었을 때인 것 같습니다. 부먹 짜장면 단골가게 주말 충전(집콕) 전화 점심 테토남 찍먹 짬뽕 개업가게 주말 방전(집콕) 문자 일 에겐남 (번거로워서 그냥 부어버려요.) (무조건 에겐남이요~!) (점심 식사와 일인가요? 점심은 거르는 날이 많습니다!) 19. 나의 취향 [ ] 조용하지만 분주합니다. 조연이지만 대표입니다!

13 2026. 5. May Vol. 707 29. 5년 후 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다면? 잘하고 있어! 30. 법무사업계 미래, 한 줄 전망 분명 더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31. 법무사업계에서 꼭 바뀌었으면 하는 한 가지! 법무사업계만큼 서로에게 따뜻한 업계는 또 없을 거 라고 생각합니다! 32. 2026년 나만의 계획 천천히 나아가기 33. 다음 릴레이 주자는? 추천사 한마디 + 미션 하나 31기 김윤슬 법무사님을 추천합니다. 앞으로가 기대 되는 법무사님 중 한 분이세요! 윤슬 법무사님의 출 근길이 궁금해요. ‘법무사로서의 출근길 모습’ 사진을 미션으로 제안합니다!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법무사의 “현실” 21. 요즘 가장 공감하는 고민 잠재 고객층 중 극히 일부겠지만, 모 플랫폼에 게시 된 최저가를 당연한 시장가로 받아들이면서 적정한 수임료가 사기가 되고, 할인된 가격조차 부당한 가 격 책정이 되는 현실이 씁쓸했습니다. 22. 법무사로서 최근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 의뢰인분이 해외여행 다녀오셨다며 뜻밖의 선물을 사다 주셨을 때. 의뢰인분과 라포가 형성되었음을 느꼈을 때 23. “법무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10초 안에 설명한다면? 법무사는 “법원 검찰 서류 작성 및 제출 대행 업무” 를 합니다! 24. 법무사를 안 했다면 뭘 하고 있었을까? 글쎄요,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웃음). 25. 2030 법무사라서 좋은 점 & 나쁜 점 비교적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아가고, 인맥을 새로 형성해 나아 가기 충분한 시기이자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2030이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이미 형성된 인맥, 인프라에 비하면 다소 약할 수는 있겠어요. 26. 법무사로서 나를 평가한다면 몇 점? 이유는? 60점 정도. 그저 무난한 정도인 것 같습니다. 27. 솔직히 법무사 수입, 기대했던 것에 비해? “노력한 만큼 받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간혹 듭 니다. 28. 법무사로서 이루고 싶은 최대치의 목표 큰 부자가 되고 싶다기보단, 한 건 한 건 제대로 된 수임료를 받으면서 제대로 일하고 싶어요. 새로운 “미래”

14 지역소멸 위기 속 법무사의 역할과 시민사회 연대를 위한 과제 “지역이 살아야 법무사도 산다” 특별 좌담 김태영 이충희 정경국 정정훈 정창기 한상규 임정와 김상우 대한법무사협회 상근부협회장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사무총장 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지원공익법무사단장 대한법무사협회 홍보위원장 (재)희망제작소 대외협력국장 (재)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연구위원 본지 편집장 본지 편집간사 2026. 4. 20.(월) 14:00, 법무사회관 7층 대회의실 사회 패널 정리 사진 일시 · 장소 대한법무사협회 - (재)희망제작소 공동좌담회

15 2026. 5. May Vol. 707 오늘 이 자리 는 대한법무사협회와 희망제 작소가 지난해 9월 업무협약 체결 이후 추진한 ‘지역사회 를 위한 법무사 활동 콘텐츠 제작 사업’을 총괄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3월부터 성년후견, 전세사기 피해 지원, 개인회생·파산 등 4개 분야 법무사들을 직 접 인터뷰해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발신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인터뷰들을 토대로, 지역소멸 위기 속에 서 법무사와 시민사회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더 깊이 논의하고자 합니다. 먼저, 희망제작소에서는 소멸지역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는지, 우리 협 회와 협력하게 된 배경과 함께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희망제작소는 처음 만들어진 이래로 지역 현장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활동해 왔습니다. 최 근 몇 년간은 지역소멸 위기의 극복 방법을 다양한 형 태로 연구해 오고 있는데요. 저희가 분석한 지역소멸 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인구 감소, 부의 역외 유출, 그리고 지역 정주 여건의 악화입니다. 생산은 지역에서 이루어지지만 거기서 만 들어진 부가 서울로 유입되는 현상이 지역 소멸을 가속 화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지역 순 환 경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교육·의료·법률 서비스 같은 사회경제 서비스가 함 께 제대로 공급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지역에서 살아 김태영(사회) 정창기 법무사와 희망제작소가 만난 이유 지역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 인구는 도시로 떠나고, 빈집이 늘어나며, 병원과 학교가 문을 닫는 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89개에 달하고, 소멸 위험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같은 시간, AI 법률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법무사는 그 입지를 위협받고 있 다. 지역소멸과 AI의 확산, 이 두 흐름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법무사 직역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현장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치매 어르신의 어눌한 말투를 읽고, 등기부에서 보이지 않 는 것을 짚어내고, 같은 사투리로 마을 갈등을 조율하는 일, 이것은 AI도, 지역을 떠난 이들도 대신 할 수 없다. 법무사의 현장성이야말로 이 모두에 대한 답이 아닐까.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이강천)는 지난 2025년 9월, 소멸지역 활 성화 문제에 천착해온 시민단체 (재)희망제작소(이사장 윤석인)와 ‘소멸지역 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역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성년후견·전세사기 피해 지원 등 현장 법무사들의 실 천 사례를 함께 발굴·공론화해 왔다. 본지에서는 그간의 협력 활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희망제작소와 공동으로 특별좌담회를 개최 하였다. 법무사가 지역사회와 밀착해 펼쳐온 활동의 의미를 짚어보고, 지역소멸 위기 속 법무사의 역할과 양 기관의 향후 연대 과제를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부> 대한법무사협회 - (재)희망제작소 공동좌담회 특별좌담

16 가려면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서비 스 인프라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역소멸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법률 서비 스, 그중에서도 법무사의 역할은 좀처럼 거론되지 않 습니다. 저희가 법무사협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현장 법무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것은, 바로 이 빈자리 를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법무사가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사회적 가 치로 공론화하는 것, 그것이 이 협력의 출발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협약 체결 전까지는 법 무사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는 정도로만 알 고 있었어요. 그런데 협약 이후 현장 법무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법무사님들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시 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접점이 굉장히 많은 분들이구 나 하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AI가 법률 정보를 아무리 빠르게 제공해도, 그 정보를 사람의 구체적인 삶에 연결하는 일은 현장에 있는 사람 만이 할 수 있다는 것도요. 오늘 이 자리가 그런 인식의 변화를 더 넓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법무사는 문 여는 게 봉사”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문만 열어놓으면 봉사가 되는 아주 특이 한 직업이라고 항상 얘기해 왔는데, 그걸 사회적 가치 로 연결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데는 다소 부족했 던 게 사실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무실 문을 열고 앉아 있는 그 현장성은 대체할 수 없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이렇 게 도와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 제작 사업의 첫 번째 인터뷰는 성년후견 분야였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서울남부회 문 선수 법무사를 만나 치매 어르신의 재산관리부터 가 족 간 갈등 조정, 요양병원 선정까지, 법무사가 피후 견인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현대판 집사’ 역할을 한 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이충희 사무총장님, 현장에 서 법무사 성년후견인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 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는 법무사 성년 후견인을 양성·교육하고 법원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법인후견인으로서 직접 후견 사 건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저희한테 오는 사건들은 대 체로 가족 간 갈등이 심하거나 후견을 맡을 가족이 아 예 없는 경우들이에요. 치매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어르신의 재산을 둘러 싸고 자녀들 사이에 수십 년 묵은 갈등이 한꺼번에 터 지기도 하고, 요양병원 선정을 놓고 자녀들이 극단적 으로 대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성향과 생 애사를 충분히 파악한 뒤 양쪽 요양병원을 직접 방문 해 더 나은 쪽이 선정될 수 있도록 가족들을 설득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제가 직접 담당하는 사건도 하나 말씀드리면, 조현 병을 앓고 있는 여성분인데 약 복용도, 병원 입원도 심 하게 거부하세요. 관리비와 가스비 납부, 임대차 계약 을 제가 대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구를 창 밖으로 집어던져 행인이 다칠 뻔한 위기 상황도 있었고, 이웃 주민이 분리 조치를 요청해 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가 정법원에 정신병원 입원 허가 청구를 해둔 상황입니다. 문선수 법무사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법원에서 발급받은 후견등기사항증 명서를 들고 은행에 가도 직원들이 성년후견제도를 몰라 잔고 증명서 하나 떼주지 않으려 하거나, 담당자 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 된다는 거였습니다. 성년후견제도 자체는 훌륭한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무사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 성년후견 현장, 법무사만이 할 수 있는 일 한상규 김태영 이충희 정정훈 한상규

17 2026. 5. May Vol. 707 다. 지자체·의료기관·금융기관·법무사협회가 지역 단 위로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 후견인 선임 비율이 85%에 달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 나라는 아직 10% 내외에 불과한데, 그 차이도 결국 이런 공공 네트워크의 유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맞습니다. 예전에 복지관에서 후견이 필요한 독거 노인을 발견한 적이 있었어요. 가족이 없으니 후 견 청구를 할 수 있는 건 지자체장이나 검사뿐이었습 니다. 그래서 지자체에 먼저 연락해서 이분에게 후견 청 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비용 문제를 이 유로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비용은 저희가 다 부담하 고 서류도 다 만들겠다고까지 했지만 결국 거부당했 고, 할 수 없이 검찰 검사에게 요청해서 겨우 진행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성년후 견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정작 이를 뒷받침할 공 공 네트워크는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법무사가 아무리 현장에서 애를 써도, 지역사회가 함께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 습니다. 성년후견제도가 지역에서 제대로 작동하려 면 공공 네트워크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양 기관이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습 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지역 민생 현장인 전세피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전국의 전세피해지원 활동을 총괄하고 계신 정경국 단장님, 전세피해지원공익법무 사단의 활동과 성과를 소개해 주시죠. 2022년 빌라왕 사태를 계기로 청년·사회초 년생 대상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자, 저희 협회는 다 른 자격사들보다 먼저 전세피해지원공익법무사단을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업무협약을 체결 하고 전세피해지원센터와 연계해 전국적으로 활동을 펼쳐왔는데요. 현재 550명의 법무사가 전국 8개 센터 에서 법률상담, 경·공매 대행, 찾아가는 상담 등을 4년 째 지원하고 있고, 화곡동 센터 한 곳만 해도 2025년 한 해 상담 건수가 2,741건에 달할 정도예요. 성과도 있습니다. 협회의 노력으로 「주택임대차보 전세피해 지원, 사후 구제 넘어 사전 예방으로 김태영 이충희 고령화가 심화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성년후견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데, 정작 이를 뒷 받침할 공공 네트워크는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법무사가 아무리 현장에서 애를 써 도, 지역사회가 함께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한계 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 이충희 /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사무총장 정경국 대한법무사협회 - (재)희망제작소 공동좌담회 특별좌담

18 호법」이 개정돼 임차권 등기가 임대인에게 도달되지 않아도 신속히 완료되도록 바뀌었고요. 또 임대인 사 망 시 대위상속등기 없이도 임차권 등기가 가능해졌 는데, 이건 대법원이 직권으로 등기선례를 변경한 거 예요. 우리의 공적인데 일반 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앞으로의 과제도 있어요. 경실련과 함께 주택임대 차등기 의무화를 추진 중인데요. 매매 거래가액이 등 기부에 공시되듯 임대차보증금도 공시되면 깡통전세 와 전세사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거든요. 현재 국회 에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전세피해 후의 구제 활동도 중요하지만, 저 는 사전 예방 쪽에도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고차를 살 때는 꼭 해야 할 체 크리스트를 꼼꼼히 찾아보면서, 정작 훨씬 더 큰돈이 오가는 전세 계약에서는 지인이나 인터넷, AI에 의존 하다 무너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집 계약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처럼 시민들이 쉽 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작업을 희망제작소와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맞습니다. 집 계약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사실 단 하나예요. 등기부만 제대로 읽으면 아무 피해 도 없을 겁니다. 등기부를 읽는다는 게 등기부만 읽는 게 아니라 등기부에서 보이지 않는 걸 읽어내는 것도 포함돼요.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 의료보험 체납 여 부까지 체크하는 것이 다 '등기부 읽는 법'에 포함된 겁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사람들이 AI한테 물어 보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어요. 신혼부 부가 계약갱신청구권이 이미 행사된 아파트를 AI한테 잘못 질문했다가 모르고 산 거예요. 현장 법무사가 곁에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피해 죠. 이런 문제를 주기적으로 알리고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다면 저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성년후견과 전세피해지원 현장 이 야기를 들었습니다. 치매 어르신 곁을 지키는 후견인 부터, 전세사기로 무너진 청년들의 보증금을 되찾아 주는 일까지, 법무사는 지역민의 삶이 가장 크게 흔들 리는 순간에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통합돌봄과 지역소멸, 법무사 역할의 재발견 김태영 정정훈 한상규 - 정경국 / 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지원공익법무사단장 협회의 노력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 정돼 임차권 등기가 임대인에게 도달되지 않아 도 신속히 완료되도록 바뀌었습니다. 임대인 사 망 시 대위상속등기 없이도 임차권 등기가 가능 해졌는데, 대법원이 직권으로 등기선례를 변경 한 거예요. 우리 협회 공적인데 일반 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19 2026. 5. May Vol. 707 실제로 전국 229개 시·군·구 중 법무사가 없는 곳 은 신안군과 옹진군, 단 두 곳뿐입니다. 이마저도 군 청이 각각 목포와 인천에 있어 주민들이 해당 지역 법 무사를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한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지역소멸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법무사의 역할은 좀처 럼 거론되지 않습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통합돌봄 사업은 바로 이 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돌봄·의료·복지·주 거를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이 사업 안에는 성년후견, 임대차, 상속, 채무 등 법무사가 다루는 법률문제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소멸 위기 속에 서 법무사의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정창 기 국장님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통합돌봄 사업은 그 동안 분리되어 있던 돌봄·의료·복지·주거를 통합적으 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이름만 보면 법률 서비스와 무관해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법률 적 쟁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요. 다양한 서비스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들, 이걸 지역에서 함께 풀어나가지 못하 면 지역사회는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저희가 법무사 협회와 손을 잡은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통합돌봄 안에서 법무사의 역할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 사실 굉장히 많습니다. 주거 부분에서는 임 대차가 당연히 포함돼야 하고, 후견·채무·상속·학대· 가족관계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앞서 나눈 성년후견 이나 전세피해 현장에서 법무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따지고 보면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수혜자 중심 서비 스와 정확히 맞닿아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정작 통합돌봄 체계 안에는 법무사가 제도 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분들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요. 지자체와의 연동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후견 업무를 10년째 해 오면서 느끼는 건, 후견 안에 재산관리, 상속, 채무 변제, 임대차, 명도소 송, 경매, 한정승인까지 사실상 모든 법률 영역이 녹아 있다는 겁니다. 법무사가 이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통합돌봄 사업의 가장 적 합한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에서도 사법서사가 후견 업무를 가장 많이 담 당하고 있고, 전문가 후견인 선임 비율이 85%에 달하 정창기 한상규 통합돌봄 사업은 이름만 보면 법률 서비스 와 무관해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양 한 법률적 쟁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 한 서비스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새 로운 문제들, 이걸 지역에서 함께 풀어나가지 못 하면 지역사회는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 정창기 / 희망제작소 대외협력국장 이충희 대한법무사협회 - (재)희망제작소 공동좌담회 특별좌담

20 는 것도 그런 특성이 표출된 결과라고 봅니다. 우리나 라도 전문가 후견인 비율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 과 제입니다. 의료 서비스가 무너지면 사람들이 맨 먼저 지역을 떠나요. 반대로 법률 서비스는 지역이 쇠퇴하 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주민 곁에 남아 있어야 하는 서 비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자체에서 제도를 설 계할 때 정작 현장에 있는 법무사들을 빼고 하는 경우 가 많아요. 사고가 터지면 그때서야 물어보죠. 법무사는 100년 이상 지역 현장에 서 있었습니다. 잔금을 치르는 현장에서 사기 징후를 가장 빨리 포착하 고, 등기부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직관력과 현 장성, 이것이야말로 어떤 AI도 대체할 수 없는 법무사만 의 DNA입니다. 통합돌봄이든 지역소멸 대응이든, 제도 를 설계할 때 이 DNA가 제대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오늘 논의를 통해 법무사가 지역 사회서비 스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 해서는 법무사 혼자의 힘이 아니라 지자체, 시민사회 와의 연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 다. 희망제작소와의 협력도 바로 그 연대의 일환입니 다. 앞으로 양 기관이 함께 해나가야 할 구체적인 과 제들, 각자의 생각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희가 이번에 콘텐츠 사업을 함께 진행하 면서 느낀 건, 법무사협회 혼자 이 이야기를 하면 특 정 직능 단체의 주장으로만 들릴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콘텐츠 발신을 넘어서, 실제로 법 률 서비스가 어떤 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지, 어떤 지역에서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떠나게 만드는지를 함께 찾아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문제를 사회적 가치로 공론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적·입법적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 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게 저희가 앞으로 함께 해나가고 싶은 일입니다. 저희가 처음에 제안드렸던 것 중 하나가 지 역 워크숍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우리 마을의 공론화와 제도화, 연대의 다음을 묻다 김태영 정정훈 정창기 한상규 법무사님들은 그 지역에서 계속 활동해 오신 분들이고, 같은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잖아요. 그 런 신뢰 관계 속에서 마을 갈등을 조율하다 보면, 같이 얘기하던 할머니가 알고 보니 후견인이 필요 하셨을 수도 있고, 이웃집 분쟁이 등기 문제와 연 결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한상규 / 희망제작소 지역혁신팀 연구위원

21 2026. 5. May Vol. 707 문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자리인데요, 거기서 법무사님들이 조율자 역할을 해주시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공무원이 참석하면 중립을 지켜야 하니 실질적인 조율이 어렵고, 저희 같은 외지 사람이 가면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맺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그런데 법무사 님들은 그 지역에서 계속 활동해 오신 분들이고, 같은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신뢰 관계 속에서 마을 갈등을 조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법무사와 지역민이 연결됩니다. 같이 얘 기하던 할머니가 알고 보니 후견인이 필요하셨을 수 도 있고, 이웃집 분쟁이 등기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저는 하루에도 한두 건씩 사무실에서 그런 일을 이미 하고 있어요. 분쟁 당사자 양쪽이 다 전화해 오면 전화 한 통에 다 해결해 줍니다. 분쟁으 로 가지 않고 해결되는 거죠. 이렇게 가치 있는 일을 100년 넘게 해왔는데 사회적 가치로 승화시키지 못 한 게 아쉽습니다.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사회초년생들과 네트워킹이 되어 있다면, 일대일 법률매칭 같은 것도 충분히 의미 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평생 든든한 법무사와 연 결되어 살아가는 것, 한번 추진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법무사다 보니 자꾸 법률서비스에만 국한하는 면이 있는데, 사실 협회에는 공익활동위원 회도 있고, 지역사회 재난이나 환경 문제에도 법률가 로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법률서비스를 넘어 지역 사회 문제 전반에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희망제작소와 더 넓은 협력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 나온 지역 워크숍, 일대일 법률 매칭, 통합돌봄 연계, 주택임대차등기 의무화 공론화 등의 이야기는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법 무사와 지역사회가 더 깊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입 니다. 법무사는 이미 현장에 있습니다. 이제 그 현장의 가치를 사회가 제대로 알아보고, 함께 제도로 만들어 가는 일이 남았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정정훈 김태영 정경국 법무사는 100년 이상 지역 현장에 서 있 었습니다. 잔금을 치르는 현장에서 사기 징후 를 가장 빨리 포착하고, 등기부에서 보이지 않 는 것을 읽어내는 직관력과 현장성, 이것이야 말로 어떤 AI도 대체할 수 없는 법무사만의 DNA입니다. - 정정훈 / 대한법무사협회 홍보위원장 대한법무사협회 - (재)희망제작소 공동좌담회 특별좌담

22 22 박정준 법무사(경기중앙회) 서류에 남지 않은 동의는, 동의가 아니다 공유지분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 사건(2022)

23 2026. 5. May Vol. 707 고향, 특히 시골에서의 공유토지 분쟁은 서류보 다 사람 사이의 사정이 먼저 움직일 때가 있다. 한 사 람이 앞장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알아서 잘 하겠지” 하며 한발 물러서 있다가, 막상 계약서가 법정에 제출된 뒤에야 자신이 어디까지 동 의한 것인지 따지게 된다. 그러나 공유물의 처분은 결국 사람 좋은 분위기나 마을의 사정보다 더 단단한 법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 다. 소유권을 넘기는 데 필요한 것은 추측이나 기대 가 아니라, 당사자의 분명한 의사이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사건도 바로 그런 문제에서 비롯되 었다. 소송을 제기한 박원고(가명)는 ○○군 소재 토 지에 관하여 여러 공유자들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며, 피고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의뢰인 형제, 즉 피고들 중 일 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우리는 그 계약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계약서에는 두 사람의 날인도, 무인도 없었다. 박 원고는 마을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다른 공유자들의 움직임을 근거로 두 사람 역시 계약에 구속된다고 주 장했지만, 계약서가 보여주는 핵심은 명료했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람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할 수 있는가. 이 사건은 그 당연한 질문에서 출발 했다. 평소에 서로 인사하고 지내던 사무실 근처 회사 의 이사님(김이수, 가명)이 찾아왔다. 자신의 아버지 께서 생전에 고향 마을 사람들과 같이 매수한 토지를 형님과 같이 상속을 받았는데, 이 토지와 관련하여 매매 문제로 소송을 당했고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김이수가 내민 자료는 소장과 매매계약서 등의 증 거자료들이었다.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사건이었고 매수인 박원고가 원고, 피고들은 김이수를 포함하여 토지 공유자 7명이었다. 김이수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사건 토지는 고 향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매입한 것이고, 아버지를 포함한 여러 명 이 공유자로 등기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김이수와 그의 형 김일수가 지분대로 상속등기를 하였는데, 이후 마을 사람들이 회의를 통해 토지 매도 결정을 했지만, 매매대금이 너무 싸서 김이수 형제는 반대를 해왔다는 것이다. 필자는 매매계약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 소유권 이전을 해 달라는 소장이 날아왔으니 당황스럽기는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살펴보고 다시 연락을 주 겠다고 하고 일단은 돌려보냈다. 필자는 김이수가 주고 간 소장을 살펴보았다. 박 원고는 변호인을 선임하여 2022년 10월자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니, 매도인인 공 유자 7명은 매매대금을 각 지분별로 지급받음과 동 시에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청구였다. 그 7명 중 김이수와 김일수가 있었다. 그런데 증거 로 제출한 계약서를 살펴보니 매매계약서 갑지와 매 도인의 표시 별지 및 그 토지의 매각과 관련한 회의 록이 첨부되어 있을 뿐, 매도인의 표시 별지에는 날 인이나 서명이 없고 모든 서류에 우무인으로 간인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계약서에 날인이 없는데, 소장은 날아와 있고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김이수와 김일수 형제는 ○○군 소재 토지의 공유자다. 박원고는 의뢰인들을 피고로 하여 소유 권이전등기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근거로 든 매매계약서에는 김이수 등의 서명이나 날인이 전혀 없었다. 박원고는 마을 내부의 논의와 녹취록 등을 근거로 김이수 형제가 매매계약에 편입된 당사자라 고 주장하였다.

24 즉, 누가 무슨 도장을 찍었는지 구분할 길이 없었 으므로 김이수와 김일수의 의사표시를 확인할 만한 흔적이 없었다. 적어도 필자가 본 계약서는 “이 두 사 람도 계약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스스로 완성해 주 지 못하고 있었다. 의뢰인 김이수의 주장과 일치하는 계약서였고, 쟁점은 명확해 보였다. 필자는 김이수에게 연락하여 계약이 성립되지 않 은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고, 김이수는 “토지를 팔 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매매 조건을 듣고 난 뒤에는 자신들은 빠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 혔다”고 강조했다.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거래를 추진했을 수는 있어 도, 그것이 곧 자신의 지분 처분에 대한 동의는 아니 었다. 특히 김이수는 누군가에게 “우리 몫까지 알아 서 계약해도 된다”는 식의 위임을 한 적이 없다고 거 듭 밝혔다. 그래서 필자는 답변서를 간단히 작성하였 다. “피고 김이수와 김일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원고가 제출한 계약서에는 피고들의 날인이 나 무인이 없다. 공유물 처분은 공유자 전원이 하여 야 하므로, 설령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약정이 별도 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 지분에 대한 효력은 인 정될 수 없다.” 필자는 답변서를 제출할 때까지 박원고가 계약을 입증하는 다른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이 있었다. 이 계약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스스 로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 송 과정에서 계약을 입증하는 다른 서류는 제출되지 않았다. 필자가 답변서를 접수한 이후 박원고의 소송대리 인은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준비서면에는 김이수 가 말하지 않은 구체적인 배경이 보였다. 이 사건 토지는 마을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유토지였고, 매각 문제 역시 단순한 개 인 간 거래라기보다 마을 공동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 어 온 것으로 보였다. 박원고는 이 사건 거래가 마을 전체의 이익과도 마을 사람들의 공동 사정으로 재산 처분을 강요할 수는 없다

25 2026. 5. May Vol. 707 관련이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김이 수와 김일수를 제외한 모든 피고들은 사건 매매계약 사실을 인정하고 대금을 지급받기로 했다고 주장하 였다. 개인의 재산권 문제가 공동체의 기대와 섞이는 순 간,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쉽게 “협조하지 않는 사 람”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노린 것으로 보였다. 박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피고들 중 1명인 최부남 (가명)이 중심이 되어 거래가 추진되었고, 다른 공유 자들도 매각에 동의하였으며, 김이수와 김일수도 그 런 분위기에 동조하여 최부남이 알아서 진행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것이다. 즉, 매도를 위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처분에서 “대체로 그랬다”는 사정 은 생각보다 약하다. 법률행위는 누가 언제 어떤 내 용으로 의사를 표시했는지가 중요하고, 특히 대리행 위가 문제될 때는 권한의 범위가 객관적으로 드러나 야 한다. 위임장 하나, 계약서상 대리인 표시 하나, 최 소한 그에 준하는 명확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각 공유자의 지분 처분 의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 고, 공유물의 보존행위라면 일부 공유자의 의사결정 만으로도 가능한 영역이 있다. 토지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는 그 성격상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만, 공유물 그 자체를 매도하 는 처분행위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때는 각자의 지분이 외부로 이전되는 것이므로, 공유자 전원의 명 시적 의사가 필요하다. 필자는 준비서면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였다. 박 원고는 사건 매매가 주민들을 위한 일이고, 그래서 피고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거나 비 협조적인 태도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아무리 명 분이 좋아도 사유재산을 염가 또는 임의로 처분할 의 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핵심 쟁점은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 았다는 것이므로 최대한 축소하여 기술하였다. 필자는 김이수에게 이런 설명을 했다. “혹시 박원고가 마을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 말을 많이 꺼내더라도, 선생님들이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 은 오직 하나입니다. ‘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 없다’는 것!” 소송을 겪는 당사자들은 자꾸 주변 사정까지 모두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지만, 그 압박이 법 정에서는 쓸모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원고 측에서 두 번째 준비서면이 제출되었다. 카 카오톡 대화내용과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서였다. 일반적으로 당사자들은 이런 자료가 나오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사적인 대화는 표현이 거칠고 맥 락이 끊어져 있어 본인이 보기에도 불리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이수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저런 대화 내용이 우리에게 불리하진 않을까요?”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는 원고가 생각하는 것만큼 결정적인 자료는 아니었다. 대화의 전체 맥락은 토지 매각을 둘러싼 협의와 설득에 관한 이야기들이었고, 물론 부드러운 분위기 의 대화는 아닌 듯 보였다.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내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가 오히려 사실관계를 드러내다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통해 계약서에 날인이나 서명이 없고 누구에게도 대리권을 준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다투었다. 특히 원고 측이 스스로 제 출한 녹취록 중 “너희 형제들만 오케이하면 일이 진 행이 되는 건데…”라는 대화가 오히려 의뢰인들의 미동의 사실을 드러내는 자료로 작용하였다.

26 용의 대리권을 주었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필자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녹취록이었다. 박원고 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사건 토지의 매매 실무를 담당 한 이장남(가명)과 의뢰인 김이수와의 대화가 기록 되어 있었다. 김이수의 고향친구인 이장남은 김이수에게 “그래 서 너희 형제들만 오케이하면 일이 진행이 되는 건 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말인즉슨, 그 시점까지는 김이수·김일수 형제 가 매매계약을 동의하지 않았고, 박원고 측도 그들 이 매매계약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계약이 체 결되어 모두가 구속되어 있다면, 굳이 “그 둘만 오케 이하면 된다”는 식의 표현이 나올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서 필자는 준비서면에서 박원고 측 증거를 우 리 측 증거로 다시 해석했다. 박원고는 해당 녹취록 을 두 사람도 이미 거래 흐름 안에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했지만, 오히려 그 대화는 두 사람이 아직 승낙 하지 않은 상태였음을 드러낸다는 것으로. 필자는 이런 모순이 재판부에 잘 보이도록 “만약 최부남이 두 사람의 의사를 위임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왜 계약서에는 그 점이 전혀 기재되지 않 았는가”, “왜 최소한의 위임장도 존재하지 않는가”, “왜 원고 스스로 제출한 녹취록에서는 오히려 ‘두 사 람이 오케이해야 한다’는 표현이 등장하는가?” 등 박 원고가 주장하는 바를 탄핵하는 질문을 던졌다. 소송 진행 중 일부 피고들은 박원고의 주장을 인 정하는 서면을 제출하였고, 일부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이수와 김일수를 제외한 모든 피고들은 청 구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1심 판결은 예상대로 피고 김이수와 김일수에 대 한 청구를 기각하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판결 이유도 예상대로 증거 부족이었다. 적어도 피고 김이 수와 김일수에 관한 한, 청구를 뒷받침할 정도의 계약 성립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필자는 박원고가 계약서까지 증거로 제출했음에 도 증거부족으로 패소했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김 이수·김일수 형제와 매매대금에 관한 합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원고는 물러서지 않았다. 항소장을 제출했 고, 뒤이어 항소이유서에서도 원심이 사실관계를 충 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면서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 은 채 1심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복하였다. 필자는 이쯤 되니 박원고의 억울함이 진심으로 느 껴졌다. 그로서는 주민들 대부분이 매각에 동의한 토 지였으므로 토지 공유자들이 모두 매도에 동의한 것 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아마도 중간에서 일을 처리 한 사람이 그렇게 믿게 했을 수도 있고. 항소이유서를 읽어 보니 원고의 기본 구조는 크 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피고들이 거래 흐름 속 에 있었고, 다른 공유자가 실무를 맡아 계약을 진행 했으며, 제출된 대화와 녹취 자료를 종합하면 피고들 도 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원고가 말하는 사정들은 많았지만, 여전히 피고들 명의의 명시적 동 의와 대리권 수여에 대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서 항소심 준비서면도 새롭게 꾸미기보다 왜 원심 판 단이 기록과 증거에 비추어 타당한지를 다지는 방향 으로 갔다. 원고가 제출한 매매계약서 자체에 피고들의 날인 이나 무인이 없다는 점, 공유물 처분은 공유자 전원 이 해야 한다는 점, 대리권 수여가 있었다면 그 사실 이 문서와 자료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원 고가 스스로 제출한 녹취록에도 피고들이 아직 동의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드러난다는 점을 차례대로 짚 으며, 원고가 1심과 마찬가지로 본질적 공백을 다른 사정으로 메우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려 했다. 이 사건에서 끝내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김이수 1심 판결은 일부승소, 의뢰인 형제에 대한 청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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