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3월호

ISSN 2233-4688 vol. 705 2026.3

02 발행인 이강천 편집인 배종국 편집주간 김정준 편집위원 강신기, 권중화, 김여원, 김지안, 김천규, 박윤숙, 박재승 박찬계, 서영준, 이경록, 장태헌, 전재우, 한응도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상우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인 2026년 3월 5일 통권 제705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레디투워크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3 2026. 3. March Vol. 705 『법무사』 2026. 3월호

04 2026. 02 February vol. 704 CONTENTS 08 10 - 백미 이십오석정 - 제3주자 강택구 법무사(서울서부회) 기획 연재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14 20 24 28 83 - 설계 용역 대금 미지급 및 소멸시효 항변 사건 (2024) - 「전자상거래법」 개정 동향과 플랫폼 책임구조의 변화 - 민사, 가사, 임대차 분야 -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2026.2.15. 시행) 등 - 김영화 법무사 (인천회)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주목! 이 법률 법률고민 상담소 새로 시행되는 법령 내가 만난 법무사 -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 AI 시대, 시장 윤리의 재편 72 78 82 동정 등록 협회는 지금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편집위원회 레터

05 2026. 3. March Vol. 705 68 70 - 공문에서 자주 보이는 ‘비문’들 바로잡기 -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 두려울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슬기로운 문화생활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 개인파산 절차에서 상속 개시 시기별 법적 쟁점과 대응 전략 - 【2025.12.11.선고 2023다239756판결】 등 - 세법과 상법이 충돌한 현물출자 법인전환 사건 해결기 - 상황별 대응법 ⑨ -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주장 하는 고객과의 상담법 52 54 58 64 현장활용 실무지식 개인회생 노&하우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나의 사건 수임기 고객 상담의 기술 Ⅱ 법무사 시시각각 30 42 46 48 - AI 기반 등기제도 논의의 쟁점과 과제 - 공신력, 책임 구조, 전문가 시스템을 중심으로 -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해당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 검토 -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의 도입과 민사소송구조의 변화 - 아동후견 체계의 비교법적 고찰과 ‘아동청’ 신설의 당위성 - 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 - 모바일 신분증 동일 법적 효력, 「전자정부법」 개정안 국회 통과 - 전국여성법무사회, '출생통보제 성과와 보완방안' 국회토론회 개최 - 창작시(詩) 담은 ‘한국가곡’ 작곡하는, 김성만 법무사 이슈와 쟁점 발언과 제언 뉴스 투데이 법무사가 사는 법

06 ‘AI기술’보다 공신력 등 ‘제도적 내실’이 우선이다 현장 리포트 협회, ‘등기제도 AI 대전환’ 학술대회서 ‘신중 도입’ 촉구

07 2026. 3. March Vol. 705 현장 리포트 법무사 시시각각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공동 주최한 ‘등기제도 의 AI 대전환’ 학술대회가 지난 2월 3일, 대법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가 운데, 우리 협회는 등기 실무를 대리하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AI 기술 도 입에 앞선 제도적 정비와 공신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이번 대회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등기 분야의 기술 도입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 련되었으나, 협회는 기술 만능주의에 매몰되기보다 등기제도의 본질적 인 결함을 해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종합토론에 참여한 이상훈 협회 정보화위원장은 등기업무를 수 행하는 법무사의 시각에서 AI 기술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위 원장은 “현재 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AI 기술 그 자체보다 등기의 공신 력 확보와 책임 귀속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라며, 부실 등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기술 부족이 아닌 제도적 허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 조했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AI가 복잡한 권리관계의 진정성을 완벽히 담보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술 도입이 자칫 등기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강천 협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전국 지방회장 등 50여 명이 참석하여 AI 전환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 며 신중한 정책적 고려를 주문했다. 이강천 협회장은 “기술은 제도를 보완하는 수단일 뿐, 결코 제도적 정비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전세사기 등과 관련하여, “주택임대차등기제도 도입과 같은 실 무적인 제도 개선 없이 AI 기술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에 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실질 적인 법적 장치 마련이 우선임을 재확인했다. 결국 이번 학술대회에서 우리 협회는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 에서도 ‘국민의 재산권 수호’라는 등기제도의 본연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등기제도의 AI 전환이 단순히 행정적 편의 를 넘어 진정한 혁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법무 사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내실 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앞으로도 AI 기반 등기제도 논의 과정에서 법무사의 목소리 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p.30, 「AI 기반 등기제도 논의의 쟁점과 과제」 기사 참조>

08 어딘지 서툰 말투로 전화하신 분이셨다. 대뜸 ‘이전할 건데 서류 뭘 준비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셨지만, 이상하 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통화하고 약 일주일 후 방문하신 의뢰인은 전라북도에서 올라온 분이셨다. 들고 오신 오래된 봉투 안에는 한 뭉치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얼핏 보니 7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작성되었던 서 류들로 거의 대부분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분이 이전(상속) 받을 땅을 찾는 작업,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소유라고 가져가 버린 땅을 찾을 수 있는 증거자료(매매계약서)를 찾는 작 업….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옛날 매매계약서들과 확인서, 수 령증 등 오랜 유물 같은 종이들이었다. 얇게 기름먹인 종 이도 있었고, 세월이 흘러 노랗게 변한 종이도 있었다. 한 지에 쓰인 계약서가 오래되어 찢어진 부분이 있었으나 기 록들은 모두 온전히 남아있었다. 한문은 모두 흘림체로 쓰여 있어서 의미를 쉽게 알 수 없었다. 도움을 받아야 할 동기 법무사님을 떠올리며 열심 히 사진을 찍고 스캔 받았다. 자료들 중에는 70년대 등기 신청서와 대장도 있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식을 가진 서류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의뢰인분이 찾기를 원하는 계약서 위주로 탐색을 시 작했다. 땅을 매수하는 계약서처럼 보이는 것이 눈에 띄 었다. 계약 내용을 보니 소재지 주소 토지 일부분을 매매 하는 내용이었고, 금전 대신 백미를 대금으로 지급하는 약 정이었다. 그 옛날 전라북도 한 마을에서 이루어진 계약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위약금 약정과 배액 상환 내용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금전이 아닌 ‘백미 이십오석정’으로 이루어졌 다. 새삼 놀라웠다. 그 당시 세상과 사람들 간의 거래들이. 방문 첫날, 서류를 보느라 점심시간이 지나가자 의뢰 인분이 밥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괜찮다고 드시고 오시라 했지만 기어코 사주겠다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사무 소 앞 식당으로 향했다. 고등어구이와 알탕을 앞에 두고 드문드문 가족과 땅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아마도 상속 과 관련된 토지와 그 외 땅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드셨던 것 같다. 결국 매매계약서를 두 장 찾아냈지만, 땅의 크기와 매 수인 이름이 달라 의뢰인분이 생각하는 그 땅은 아니었 다. 다행히 상속받을 땅의 소재지는 찾을 수 있었다. 상속 등기는 바로 진행하기로 하고, 따로 찾고 싶었던 땅에 대 해서는 의뢰인분이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계약서를 찾더라도 너무 오래 전 계약이라 소유권을 회복하기 어렵겠지만, 만약 가지고 오신다면 성심껏 도와 드릴 생각이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백미 이십오석정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09 2026. 3. March Vol. 705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기획 연재 ⓒ이우연 2026

10 투지와 열정은 나의 힘! 청춘불패: 법무사 릴레이 2030 제3주자 강택구 법무사 신세대 법무사 이야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는 법무사업계에도 청춘의 열정으 로 열심히 일하는 2030세대 젊은 법무사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매월 한 명 의 젊은 법무사를 소개하며, 그들 의 일과 일상, 취향과 가치관을 위 트 있게 담아냄으로써 신세대 법 무사들의 활약상을 한눈에 보여주 고자 한다. 그 달의 주자가 다음 주 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세대를 넘어 지속될 ‘법무사’의 가 치를 전한다. <편집부> <사진> 이성원 포토그래퍼

11 2026. 3. March Vol. 705 법무사의 “길” 6. 현재 주력 업무 분야 민사 및 가사사건입니다. 매사를 투지와 열정으로 접하는 저는, 단순한 절차 진행이 아닌 실질적인 법 률문제 해결과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 도출에 더 의 미를 두고 있습니다. 7. 사무실 운영 상황 신촌역 인근에서 사무장님 한 분, 30기 법무사님 한 분과 같이 상주하며, 유연하면서도 편한 분위기 속 에서 효율적인 업무처리(특히 업무처리 속도)를 지 향하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8.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여러 소송사건들 중에서도 의뢰인의 기여분 인정을 받아드린 사건입니다. 기여분 인정이 원칙적으로 까 다롭기도 하고 원하는 액수를 받아내기 힘든데, 소 장 및 4차례의 준비서면으로 약 1억 원의 기여분을 인정받은 사례입니다. 9. 의뢰인이 고마울 때 & 서운할 때 - 고마울 때 : 저를 신뢰하고 맹목적인 지지를 할 때, 더 고마움을 느끼고 더 신경을 써 드리고자 합니다. - 서운할 때 : 의뢰인분들의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처리한 제출서류를 일일이 확인하고, 무의미하 게 지적하고, 특히 아는 절차임에도 AI 정리내용을 굳이 보내주실 때, 일의 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서 운함을 느낍니다. “나”라는 법무사 1. 한 줄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1994년생, 시험 제28기, 강택구 법무사 (서울서부회)입니다. 시험회와 동기회를 비롯, 한국청년법무사회라는 단 체를 신설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2. 법무사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 20대 중반 무렵, 행복한 백수기간을 늘리고자 그럴 듯한 자격증 준비기간으로 백수생활을 연장하려 했 고, 기존 2017년 취득했던 공인중개사와 연계가 가 능한 직업인 법무사를 선택. 더 이상 백수생활 연장 이 불가하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3. 법무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 - 친구들 : 극도로 회의적인 반응 - 부모님 : 전폭적인 지지 4. 합격 소식을 듣고 맨 먼저 떠올린 사람 우리 할머니. 이 글을 쓰는데도 눈물이 나네요. 5. 법무사가 되었음을 실감한 순간 신규 합격 법무사님들이 늘 그렇듯이 지인과 가족들 로부터 질문과 수임이 이뤄졌는데, 중개사 자격만 가 지고 있었던 예전 같았다면 제 말을 듣고도 ‘진짜 그 럴까’라고 신뢰하지 못했던 반면, 법무사 자격으로 이야기를 하니 맹목적인 신뢰로 일처리를 맡겼습니 다. “아 자격만으로도 상대에게 주는 신뢰가 다르구나” 라고 실감했습니다.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12 개인의 “취향” 13.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술, 배우자와 대화, 아기의 애교, 이건웅 법무사님의 애교 14. 요즘 가장 즐겨 보는 콘텐츠 도파민 중독으로 인하여 쇼츠, 릴스 등 미디어에 중독된 상황입니다. 15. 일과 무관한 나의 취미 여행, 특히 각 국가와 지역에 녹아든 인문학 16. MBTI 유형 & 설명 한마디 ENFJ & 효율 속에 샘솟는 열정과 미래지향, 박애주의 17. 주변에서 자주 듣는 성격 평가 & 동의 여부 주변에서는 사람 좋고 늘 열정적이며 서글서글하고 화도 잘 못 낼 것 같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대부분 동의하지만, 무례함과 선 넘는 행동 에는 상상 이상의 강경대응을 합니다. 18. 나의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3가지 ① 어려운 소송사건 판결정본 열람(승소) ② 쇼츠 & 릴스(심각) ③ 여행 부먹 짜장면 아메리카노 단골집 전화 점심 테토녀 찍먹 짬뽕 라떼 새 집 문자 일 에겐녀 반부먹(반만 부어먹기) 19. 나의 취향 [ ] 우리나라 최고가 되고 싶다! 10. 아직 어렵게 느껴지는 업무 형사사건입니다. 많은 흥미가 있으나 고소를 아무리 면밀하게 검토하고 진행하여도, 현장 출석이 불가능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원하는 결과에 못 미치는 경 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11. 보통의 하루 일과 주변에는 여유로운 척하지만, 오전 9시 기상, 새벽 3 시경 취침하며 하루 12~14시간가량 상담·업무 처리, 마케팅을 병행합니다. 12. 업무에서 AI 활용 정도 소송 업무에서 서류 작성을 할 때 당사자 관계, 경위 부분과 같이 법률과 무관한 내용들의 시간을 단축하 기 위해 주로 활용합니다.

13 2026. 3. March Vol. 705 법무사의 “현실” 새로운 “미래” 20. 요즘 가장 공감하는 고민 AI의 업무영역 침범 21. 최근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 김하얀꿈·이건웅 법무사님과의 술 게임 22. “법무사”란? 한 줄 정의 전문직 중 가장 희소성 있고 가치 있는 직업 23. 2030 법무사라서 좋은 점 & 나쁜 점 일단 젊은 법무사라는 것 자체로 의뢰인분들에게 간택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쁜 점이 있다면 법 원·행정청 방문 시 열에 아홉은 사무장이라거나 사 무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합니다. 24. 돈을 잘 버는 법무사로 알려졌는데 비결은? 미천한 소득이지만, 늘 열정으로 임하며 남들이 귀 찮아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25. 법무사로서 나를 평가한다면 몇 점? 80점, 손이 빠른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사정으 로 늦게 처리하거나 미루는 업무가 꽤 많아서…. 26. 법무사로서 이루고 싶은 최대치의 목표 실력이든 명예든 업무처리 건수든 법무사업계, 사법 조직 중에서도 우리나라 최고가 되고 싶다. 27. 선배에게 듣고 싶은 조언 보다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한 실무 꿀팁들을 듣고 싶습니다. 28.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마음가짐의 차이가 현재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 합니다. 그리고 우리 청년법무사회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29. 법무사업계 미래, 한 줄 전망 운외창천(雲外蒼天) 30. 협회에 바라는 점 청년 법무사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경청하고, 우리의 현장 이야기가 정부 와 유관단체에 실질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청년위 신설 등). 31. 2026년 신년 계획 근 3년간 업무와 빠듯한 일정으로 인하여 건강을 신경 쓰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저 자신에게 보상을 주고 더 관리해주고 싶습니다. 32. 다음 릴레이 주자는? & 선정 이유 30기 이서윤 법무사님, 개업한 법무사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현재 취업 중이신 20대 법무사님의 인생 스토리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14 법무사(경기중앙회) 박정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 설계 용역 대금 미지급 및 소멸시효 항변 사건(2024) 14

15 2026. 3. March Vol. 705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전채권에 대한 다툼을 대 할 때마다 맨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 ‘소멸시효’다.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 같은 미수채권으로 인한 소 송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으 나, 시간이 한참 지난 미수채권은 소멸시효에 대한 다 툼으로 쟁점이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상대방의 시효항변으로 법정에서 기한이 지난 채권 이 되어 버린다면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청 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일 것이다. 소멸시효의 취지인 “게으른 채권자가 십수 년간 안 받을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갑자기 ‘내 돈 내놔’ 라고 채무자에게 요구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지 는 않겠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여느 제도가 그렇 듯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두 회사의 분쟁은 대금 지급을 미루 던 도급회사가 수급회사의 신청으로 용역대금 지급 명령을 송달받자, 소멸시효 항변으로 그 대금 지급을 피하고자 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의 끝은 과연 어떠했 을까. “박 법무사, 나 지급명령을 신청해야 될 것 같아.” 속상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이는 오래 된 지 인, A 회사 김원고 대표였다. 김 대표는 설계 용역대 금과 관련해 이미 몇 차례의 지급명령과 압류 및 추심 등의 사건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또, 못 받은 돈이 있으세요? 이번에는 어디예요?” A 회사는 토목설계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건설공 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설계 분야도 하도급이 많이 이 루어지고 있어, 하층의 하도급업체는 대금을 지급받 기가 수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A 회사는 B 설계회사로부 터 설계 용역을 하도급 받아 2018.12.31. 업무를 완료 해 납품했다. 계약 금액은 5,000만 원. 그러나 그 중에 3,500만 원은 기성금(旣成金)으로 지급받았지만, 준 공금 1,500만 원은 아직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다. 필자는 A 회사가 B 회사에게 성과를 넘겨준 시기, 즉 하도급 준공시기가 2018년 12월 말이라는 소리를 듣고, 상대방의 소멸시효 항변 여지가 있는 채권임이 분명하다는 걸 직감했다. 설계 용역 대금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이기 때문이다. “대표님, 이거 오래된 채권인데요. 혹시 준공금 청 구 세금계산서는 발행하셨어요?” 우려스러운 나의 질문에 김 대표는 속상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박 법무사, 이 업계 잘 알잖아. 준다는 확답이 없 으면 함부로 세금계산서 발행 못 해. 서로 관계도 애 매해지고 돈도 못 받고 세금만 내야 하니까 말이야.” 확실한 채권이니 지급명령이야 신청하면 그만이 다. 문제는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소멸시효 항 변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은 소송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했다. 의뢰인 말로는 준공금 청구서를 제출하지는 않았 어도, 준공 시점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B 회사 담 당 임원에게 준공금 지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B 회사 는 준공금 지급 거절의 주요한 이유를 성과 검수가 완 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해당 설계는 이미 발주처로부터 준공이 완료되어 공사가 시작된 상태 였다. 발주처가 설계 준공을 승인했는데, 준공을 승인받 소멸시효가 지난 용역대금 채권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의뢰인은 2018.12.31. 설계용역을 완료하고 B 회사에 납품했지만, 기성금 3,500만 원만 받고 준공금 1,5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설계 용역대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 시효 항변이 우려되었 지만, 의뢰인은 지급명령이라도 신청해 압박하자고 했고, 필자는 소송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락 기록 등 증거 준비를 당부했다.

16 은 설계업체가 하도급 업체에게 성과 검수가 완료되 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내세웠다는 것은, 부당한 갑질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다. 의뢰인은 소멸시효고 뭐고, 일단 지급명령이라도 신청해 법원에서 우편이 날아와야 B 회사가 어떻게 든 움직일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는 필자도 동감하 였으므로, 서둘러 준공금 1,500만 원에 대한 용역대 금 청구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의뢰인에게는 B 회사가 소멸시효 항변을 할 수 있 으므로 소송으로 전환될 수도 있으니, 과거부터 현재 까지 B 회사 담당자들과 연락한 내용들을 모두 증거 로 수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언질을 주었다. 며칠 후 지급명령이 승인되어 B 회사로 법원의 지 급명령 서류가 송달되었다. 이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 려주자 담당자와 통화해보고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 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필자는 B 회사가 순순 히 대금을 지급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B 회사의 대표인 박피고는 이번 말고도 유 사한 사건을 이미 경험해 봤을 것이고, 이 건의 경우, 법률전문가로부터 소멸시효 완성으로 대금 지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언을 미리 얻었을 것이다. 얼마 후 의뢰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B 회사 관 리부장이 전하기를, 박피고 대표가 지급명령을 확인 한 후 A 회사가 준공금 1,500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대금을 지급해 주라고 지시했단다. 그러나 지급명령서상으로는 지연이자가 꽤 컸 다. A 회사와 B 회사 간 체결된 하도급계약서에 연 15.5%의 지연이율이 약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간 이 흐른 현 시점에서는 이자액이 1,200만 원에 육박 했다. 의뢰인은 그 관리부장에게 지연이자가 꽤 큰 액수 임에도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준공금 원금 만 지급하겠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이자는 어떻 게 할 것인지 결정한 후에 연락을 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박피고 대표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B 회사의 지급명령 이의신청이 접수되었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이의신청에 대한 이유서는 접수되지 않았으나, 분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17 2026. 3. March Vol. 705 소멸시효 완성 다툼으로 전환 명 소멸시효 항변일 것이다. B 회사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서면을 제출했다. A 회사가 준공금 지급을 요청했을 때에는 성과검수가 완료되지 않아 지급을 거절했고, 이후 A 회사는 단 한 번도 준공금을 청구한 적이 없으므로 준공금 채권은 2021.12.31.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내용의 답변서였다. ‘이자 주기 싫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 만 사건은 사건으로만 대하기로 하고, 준비서면 작성 준비에 몰두했다. 기간상으로 볼 때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이 분명 했다. 해당 건으로 의뢰인이 법원을 통해 청구하는 것 은 이번이 처음이라 명백한 소멸시효 중단 증거를 제 시할 수도 없어, 과거 행위 사실을 통해 법적 효과를 도출해내야만 하였다. 소멸시효 항변을 복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①소멸시효 중단 사유로서의 B 회사의 채무승인, ② 소멸시효 완성 후 B 회사의 시효이익 포기 혹은 ③B 회사의 시효이익의 남용, 이 3가지였다. 위 3가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필자는 의뢰인 에게 준공 이후 B 회사에 어떤 방식으로 준공금 지급 을 요청해왔는지 물어보았다. 의뢰인이 전한 사실관 계는 다음과 같았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정리한 필자는 의뢰인에게 해볼 만하다고 전하며, B 회사의 예전 담당자였던 최재무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지급명령이 송달되자 B회사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원금은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연 15.5%의 지연이자가 붙으면서 갈등이 커졌다. 결국 “검수가 완료되지 않았고 이후 청구도 없었으 므로 2021.12.31.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 며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이에 필자는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남용 가능성을 근거로 사실확인서와 통화 녹취를 확보해 준비서면을 작성했다. 의뢰인이 대금 지급과 관련해 연락한 B 회사의 담당자는, 2023년 1월까지는 최재무 전무였다. A 회사는 B 회사로부터 해당 용역 외에도 몇 건의 용역을 하도급 받아서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최 전무와는 자주 통화하는 사이였다. 의뢰인은 최 전무와 통화할 때마다 반복적으 로 이 사건 설계 용역의 준공금 지급 가능 여부를 물어보았고, 그때마다 최 전무는 준공금 지급 결 재를 올렸다고 했지만, 박피고 대표는 해당 공사 가 준공될 때까지 하자 이행 보증조로 준공금 집 행을 유보하였고, 공사가 준공된 2021년 중순 경 이후에는 자금 부족 문제로 지급을 유예해 주면 안 되겠냐고 역으로 부탁을 했다. B 회사와 여러 건의 하도급 계약이 체결된 상 태에 있던 의뢰인은, 관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 이 지급 유예를 허락해 주었다. 2023년 1월, 담당자 최재무 전무가 B 회사를 그만두었고, 이후 그 업무를 인계받은 사람은 이 경리 상무였다. 이 상무도 의뢰인과의 통화에서 “이 설계 용역은 끝난 것이 맞고, 준공금 지급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계속했다. 의뢰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설계용역 준공 이후 B 회사의 박 대표는 채무를 계속 승인해 온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 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나아가, 설령 시효가 완성 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박대표가 지급명령을 송 달받은 후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요청한 것은 시 효이익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했다.

18 18 전무와 현 담당자인 이경리 상무와의 통화 녹음이 있 냐고 물어보았다. 의뢰인은 이 상무와의 통화는 모두 녹음파일이 있 지만, 최 전무와의 통화는 녹음파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최 전무와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있으므로, 사실확인서까지는 작성해 줄 것 같다고 했다. 의뢰인의 말대로 필자는 얼마 후 최 전무의 사실확 인서와 이 상무와의 통화녹음 파일을 전달받았다. 사실 확인서에는 최 전무가 B 회사의 담당자로 있을 때, 의 뢰인이 지속적으로 준공금 지급을 요청했고, 이에 대한 결재를 올렸을 때 박피고 대표가 검수 및 자금 상황을 핑계로 지급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었다. 통화녹음 파일에서도 이 상무가 준공금이 지급되 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통화 내용이 박 대표에게 계속해서 결재를 올리겠다는 취 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상무와의 통화녹음 파일 중 필요한 부분 을 선별해 녹취록 작성을 의뢰하고, 곧바로 준비서면 작성에 착수하였다. 준비서면에는 사실확인서와 통화 녹취록을 토대로, 박피고 대표가 준공 이후 반복적으 로 채무를 승인해 왔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나아가 설령 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지급명 령 송달 후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청한 행위는 시효이 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동안 지급할 것처럼 하다가 이자까지 청구되 자 뒤늦게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시효이익의 남 용에 해당한다는 취지도 함께 담았다. 의뢰인은 준비서면 작성까지만 필자에게 맡기고, 이후 변론기일에는 사정상 직접 출석하기는 어려우 니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했다. 필자는 작성한 준비서면을 접수했고, A 회사는 변 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이어 나갔다. 이후의 진행 상황 은 의뢰인이 수시로 연락해 전해주었다. 필자의 준비서면 제출 이후 B 회사는 한 차례 준비 서면을 제출하였으나, 그 내용은 최초 답변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필자의 주장에 대한 반박에 그쳤다. 이에 A 회사 측 변호사는 추가 준비서면을 제출하 면서, 현재도 양 회사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다른 계약 건의 대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된 사실, 그리고 최재무 전무의 사실확인서를 보충 자료로 제 시하였다. 이후 열린 변론기일에서 판사는 B회사 측에 “다른 용역 건들은 대금을 지급했는데, 왜 이 사건 용역대금 만 지급하지 않았는지”를 질문하며, 그 이유를 궁금 해했다고 한다. 변론기일 이후 B 회사 측은 조정의견서를 제출했 다. 원금에서 500만 원을 감액한 1,000만 원을 지급 하고 종결하자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를 통해 이 내용 을 전달받은 의뢰인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필자와의 통화에서 그 분노의 감정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었다. 원금만 받는다고 해도 기분이 상할 판인데, 원금을 깎아 조정하자고 하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역시나 있 는 사람이 더한 법이다. 결국 의뢰인은 “피고가 제시 한 조건으로는 조정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 출했다. 이후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이 열렸고, 판사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 결정에는 이자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의뢰인은 필자에게 “그냥 끝까지 가서 판결을 받아보 겠다”며, 화해권고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뜻밖 에도 B 회사 측 역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액사 건임에도 양측 모두 최종 판결로 결론을 내겠다고 결 심한 것이다. 그리고 보름쯤 지났을 무렵, 바쁜 업무에 쫓기며 의뢰인의 사건은 잠시 잊고 지내던 중 오랜만에 의뢰 인의 전화를 받았다. “박 법무사, 내가 이겼어. 우리가 청구한 그대로야. 의뢰인 전부 승소! 돈 관계는 확실한 것이 좋다 소액사건이지만 끝까지 가겠다?

19 2026. 3. March Vol. 705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아주 속이 시원해.” 끝까지 가서 결국 승소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의뢰 인은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말이야. 사실 오랫동안 못 받은 돈이라 이 자를 받는 게 맞기는 하지만, 지급명령이 내려졌을 때 그쪽에서 한 번만이라도 ‘이자를 조금 깎아주면 안 되 겠느냐’고 물어봤다면, 나도 조금은 양보하려고 했어.” 의뢰인은 승소의 기쁨 한편으로 씁쓸함과 안타까 움을 드러냈다. 사실 필자 또한 B 회사의 대응이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B 회사는 A 회사와 여러 건의 설계용역 하도급 계 약을 체결한 상태였는데, 왜 유독 이번 사건의 용역대 금만 그토록 지급을 미루었던 것일까. 또, 이자에 대 한 합의 제안 없이 왜 그렇게 무리하게 소송으로 맞받 아쳤을까. 계약서상에 기재된 지급 지연 이자율에 대 해서는 B 회사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A 회사는 계약 서대로 이자를 청구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그 이유를 나름 상상해 보자면 ‘나한테 일 받아가 는 하청 회사가 돈 좀 늦게 준다고 이자까지 청구해?’ 라는 괘씸죄가 작용한 것은 아닌가 싶다. 건전한 사고 방식은 아니지만 말이다. 돈 관계는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받는 사람도, 지 급해야 하는 사람도. 다만, 현실에서는 대금을 지급해 야 할 쪽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설계용역 회사들은 관공서로부터 용역을 수 주한 뒤 하도급을 주어 업무를 진행시키고, 발주처로 부터 선금과 기성금을 지급받고서도 곧바로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자신의 급한 자금 사정 부터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번 사건 과 같이 실제로는 상호 관계를 고려해 법적 제도를 이 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의뢰인이 파일로 보내준 판결문에는 소액사건이라 서 그런지 판결 이유가 간단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피고는 이 사건 용역비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 되었다고 주장하나, 증거 및 변론전체의 취지에 의하 면 원고가 3년의 소멸시효 완성 전인 2020년 초경부 터 현재까지 피고 자금집행 담당자를 통해 지속적으 로 용역비를 청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주장은 이유 없다.” B 회사는 지급명령 단계에서 이자 감액을 요청해 합의를 시도했더라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 아래 변호사를 선임해 시효 완성 항변으로 소송을 이어갔고, 결국 전부 패소하였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은 격이다. 재판 과정에서 B 회사는 원금 일부를 감액하는 조정의견서를 제출하고 화해권고결정도 있었으나, 양측 모두 이의해 판결로 이어졌다. 결과는 원고 전 부승소였고, 법원은 “원고가 2020년 초부터 지속 적으로 용역비를 청구해 온 사실이 인정되므로 시효 완성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행상 법적 조치를 미루기 쉽지만, 결국 돈 관계는 초기에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20 주목 이 법률 중개자라 책임 없었던 플랫폼, 이제는 달라진다 「전자상거래법」 개정 동향과 플랫폼 책임구조의 변화 전자상거래는 이제 ‘특수한 거래 형태’가 아니라 일 상적 소비의 핵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2002년 「전 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이 제정될 당시, 온라인 거래는 오 프라인 유통을 보완하는 새로운 거래 채널로 인식되 었다. 법체계 역시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B2C)를 중 심으로 설계되었다. 통신판매업자의 정보제공 의무, 청약철회권, 대금 환급 규정 등 전통적 소비자보호 장 치를 온라인 환경에 적용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사이 디지털 환경은 크게 달 라졌다. 플랫폼을 매개로 한 개인 간 거래가 일상화되 고, 해외직구와 글로벌 플랫폼 이용이 확대되었으며, 정기구독과 같은 새로운 소비 형태도 보편화되었다. 알고리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소비자의 선택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았고, 온라인 거래 규모 역시 제정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전자상거래법」이 전제하였던 거래 구조와 책임 구도가 오늘날의 현실을 충분히 반 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게 되었다. 특히 플랫폼 중심의 거래 환경에서는 전통적인 ‘판 매자–소비자’의 양자 구도만으로는 거래 관계를 설명 하기 어렵다. 플랫폼이 거래 질서 형성에 일정한 영 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 법적 지위와 책임 범위는 명 확히 정립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고, 글로벌 플랫폼의 확산은 국내 소비자 보호 체계의 실효성 문제를 함께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법」은 최근 몇 년간 단계적 인 개정을 통해 규율 체계를 보완해 왔다. 다크패턴 (dark pattern) 규율의 도입과 관련 지침의 정비, 그 리고 2025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이르기 까지 전자상거래법은 디지털 전환에 부응하여 소비 자보호 체계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 다. 이하에서는 최근 이루어진 「전자상거래법」 개정의 주요 내용과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지 난 1월 20일 공포된 「전자상거래법」 개정법률의 핵심 사항을 순차적으로 검토해보고, 이를 통해 디지털 전 환 시대에 「전자상거래법」이 지향하는 규율 방향과 플랫폼 책임구조의 재편 양상의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 · 법학박사 01 들어가며 : 디지털 전환과 전자상거래법의 단계적 개정

21 2026. 3. March Vol. 705 2024년 2월 13일,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온 라인 다크패턴에 대한 명시적 금지 규정이 신설되었 다. 개정법은 법 제13조제6항과 제21조의2의 신설을 중심으로 기존 법체계로는 직접적인 규율이 어려웠 던 6가지 유형(숨은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특정옵 션의 사전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등의 방 해, 반복 간섭)의 기만적 설계를 금지하였다.1 개정 내용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먼저 법 제13 조제6항은 정기결제 상품의 자동 갱신이나 무료 이용 후 유료 전환, 결제 금액의 증액과 같이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고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였다(숨은갱신). 이에 따라 사업자는 이러한 변동이 이루어지기 전 30일 이내에 소비자로부터 명시적 동의를 다시 받아 야 하고, 동의 철회의 조건과 방법도 함께 안내하여야 한다. 이는 최초 계약 단계에서의 포괄적 동의만으로 자동 갱신이나 요금 변동을 처리하는 관행을 제한하 고, 소비자가 계약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다시 한번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이다. 한편, 법 제21조의2(온라인 인터페이스 운영에 있 어서 금지되는 행위)는 거래 과정에서 소비자의 인지 와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계 방식을 금지하 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재화 등을 구매·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지급 해야 하는 총금액을 첫 화면에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거래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뒤늦게 공개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순차공개 가격책정, 제1호). 또한 소비자가 별도로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부가 서비스나 추가 비용 항목이 미리 선택되어 지출이 발 생하도록 하는 설계 역시 금지된다(특정옵션의 사전 선택, 제2호). 이와 함께 화면의 크기·색상·배치 등에 현저한 차 이를 두어 특정 선택이 유일하거나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구성(잘못된 계층구조, 제3 호), 가입은 간편하지만 해지·탈퇴는 과도하게 복잡 하게 만드는 방식(취소·탈퇴 등의 방해, 제4호), 이미 거절한 선택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결정을 번복하 도록 유도하는 행위(반복 간섭, 제5호)도 제한된다. 법 개정 이후에는 시행령·시행규칙 정비를 통해 금 지되는 다크패턴의 세부기준이 보완되었으며, 공정거 래위원회는 유형별 해석 기준을 담은 문답서를 발표 하여 실무 적용 기준을 제시하였다.2 아울러 「전자상거래법」 개정과 함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도 개정되어, 다크패턴 관 련 표시 방식과 총액 표시 기준, 이용후기 관리·공개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보완되었다.3 지난 1월 20일 공포된 「전자상거래법」 개정법률4 은 플랫폼을 매개로 한 거래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 여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집행 체계를 정비하는 내용 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은 개인 간 거래(C2C)에 대 한 제도적 근거 마련, 해외사업자에 대한 국내 규율 의 실효성 확보, 그리고 법 집행수단의 보완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5 먼저,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개인 간 거래 (C2C)에 관한 규율이 법률 차원에서 보다 분명하게 정비되었다. 종전의 「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 (B2C)를 기본 구조로 삼고 있었으나, 온라인 플랫폼 을 매개로 한 개인 간 거래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 02 03 주목 이 법률 법으로 본 세상 다크패턴 규율 도입과 소비자보호 패러다 임의 전환 최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의 내용 해당 내용의 자세한 사항은 다음의 보고서를 참조. 최은진, 「다크패턴의 법제화와 적용상 쟁점 및 보완과제」, 『이슈와 논점』 제2384호, 국회입법조사처, 2025.7.15 공정거래위원회, 「6개 유형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 관련 문답서 배포」, 보도자료, 2025.2.13.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 보도참고자료, 2025.10.23. 허영·박상혁·이정문·이강일·추경호·유영하·김장겸·오세희 의원 대표발의안 및 정부안에 대한 대안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보도참고자료, 2025.12.30. 1 2 3 4 5

22 에 따른 분쟁도 점차 증가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통신판매 중개업자가 개인판매자의 일정 정보를 사전에 확인 하도록 하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필요한 범위에 서 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 였다. 이를 통해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에서도 최소한의 책임 구조를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려는 장 치가 도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개인판매자 정보의 수집 범위도 조정 되었다. 기존에는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전 자우편주소 등 5개 항목을 확인하도록 규정되어 있 었으나, 개정 논의 과정에서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을 고려하여 확인 대상은 전화번호와 전자우편주소 등으로 축소되는 방향으로 정비되었다. 다만, 그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방식 에 대해서는 개인판매자의 신원정보가 개인정보로서 가지는 민감성과 포괄위임금지원칙의 취지를 감안할 때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된 바 있다.6 이와 같은 논의는 개인 간 거래의 분쟁 대응 필요 성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어떠한 균 형을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입법적 고민을 보여준다. 둘째,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통신판매업자 및 통신 판매중개업자에 대하여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 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해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확대되면서 분쟁이 발 생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사업자와 직접 연락하거 나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7 문제는 위반행위가 적발되더라도 해외에 소재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의 이행을 확보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 다는 점이었다.8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이미 여러 차 례의 입법 발의와 국회 논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 되어 왔으며, 그 결과 이번 개정안에서는 일정 요건 을 충족하는 해외사업자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 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도입되었다. 국내대리인은 서류의 송달, 자료 제출, 소비자 민 구분 현행 수정의견(국회) 개정안(본회의 통과) 법률 성명·전화번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전화번호 및 전자우편주소 전화번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시행령 성명,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 성명 삭제, 추후 대통령령 개정 시 생년월일, 주소를 삭제하는 등 수집 범위 구체화 예정 <표 1> 개인정보 수집범위 변화(5개→2개)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2025.12.), 국회 검토보고서(2025.12.) 국회 검토보고서는 개인판매자의 정보가 개인정보로서 가지는 민감성과 포괄위임금지 원칙 및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등을 고려할 때, 확인·제공 대상 정보의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기보다는 ‘전화번호 및 전자우편주소’를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수정의견을 제시하였다. 국회 정무 위원회,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검토보고”, 2025.12.3. 특히 최근 중국계 온라인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쉬인(Shein) 등]의 국내 진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표시·광고 위 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이들 플랫폼은 저가·경품 마케팅, 한정 특가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소비자를 대거 유입시키고 있으나, 주요 화면 내 상품 정보 누락, 가격 오인 유도, 과장된 할인문구 사용 등 다수의 표시·광고 위반 사례도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최은진, 「해외 플랫폼의 반복적 법 위반, 실효적 집 행 수단은 무엇인가?」, 『2025 국정감사 이슈분석 Ⅲ』, 국회입법조사처, 2025.9.11. 국내에 법인이나 상시 대리인을 두지 않은 채 영업하는 구조에서는 행정적·사법적 절차의 집행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렵고, 과징금 징수나 자료 확보 과정에서 도 제약이 발생해 왔다. 이러한 상황은 소비자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동일한 규제를 준수하는 국내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져 왔 다. 최은진, 위의 보고서(2025.9.) 다만, 해외 사업자가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명목상의 대리인을 지정하거나, 대리인이 정보 접근권과 의사결정권 없이 단순한 서류접수 창구 역할에 그칠 경 우, 법 위반 시 실질적인 시정명령 이행이나 자료 제출,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집행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어,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역시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기사, 「국내대리인, 소비자 피해 소통?…아무리 연락해도 ‘불통’」, 2024.5.16., 기사, 「짝퉁 피해 年 10조…실효성 있는 국내 대리 인 필요」, 2024.9.26. 6 7 8 9

23 2026. 3. March Vol. 705 원 대응 등 일정한 법적 절차를 수행함으로써,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규율이 보다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9 셋째, 법 집행수단 역시 함께 정비되었다. 개정안은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동의 의결 제도를 도입하여,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시정방 안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는 경우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소비자 피해의 확산을 방지 하기 위한 임시중지명령 제도의 요건을 보완하고, 일 부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상향 조정하는 등 제재 체계도 정비하였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 동향은 플랫폼을 둘러싼 거래 환경의 변화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거래 설계 단계에 대한 규율 도 입, 개인 간 거래에 대한 책임 구조의 명확화, 해외사업 자에 대한 집행 기반의 정비 등은 플랫폼을 단순한 거 래 중개 공간이 아니라 거래 질서 형성에 일정한 역할 을 수행하는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통적인 통신판매 규율을 넘어 플랫폼 중심 의 거래 구조를 전제로 법 체계를 재조정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책임의 구체적 범위와 운영 방식은 앞으로의 제도 적용 과정에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 개인 간 거래에서의 정보 확인 범위와 개인정보보 호의 조화, 국내대리인 제도의 실질적 작동 여부, 다 크패턴 판단 기준의 명확성 등은 실제 집행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점검되어야 할 영역이다. 특히 플랫폼의 기술적 설계와 알고리즘이 소비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율 방식 역 시 변화하는 기술 환경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균형을 모색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플랫폼은 소비자 보호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시장 혁신의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책임 부과 방식과 범위는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 동향은 그러한 논의를 제도적으로 시작 한 계기라 할 수 있다. 플랫폼 책임의 내용과 한계는 고정된 결론이라기보다 향후 해석과 집행, 그리고 사 회적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되어 갈 것이다. 주목 이 법률 법으로 본 세상 최근 「전자상거래법」 개정 동향은 단순한 제도 보완을 넘어, 플랫폼의 책임 구조를 재정비하는 계 기가 되고 있다. 다크패턴 규율 도입, 개인 간 거래 정비, 해외사업자에 대한 국내대리인 제도 도입은 플랫폼을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책임 있는 거래 주 체로 재정립하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번 개정은 플 랫폼 시대 소비자 보호 법제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04 나가며 : 플랫폼 책임의 변화와 향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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